세벌식에서 '초성이 왼쪽에 오는 경우'에 대해 팥알 님과 많은 댓글을 주고받았는데요.
저는 오른손이 불편한 이유가 자판이 배열된 빗금 \의 각도 때문일 것으로 생각하고 답글을 달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 자세 때문일 수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 다른 분들께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한번 글을 적어봅니다.
=서론=
초성이 왼쪽에 오는 세벌식 자판의 배열에서는 오른손으로 중성+종성을 조합할 때,
왼손으로 조합할 때보다 조금 더 긴장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오른손으로 글쇠를 연계해서 누를 때는 글쇠가 배치된 '빗금 \의 결대로 움직이느라',
손목의 각도가 좁아져서 손에 긴장이 조금 더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키보드에서 오른손을 더 누르기 편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싶어서,
여러 번 테스트를 해보았지만,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몸의 중심이 키보드의 어디에 오는가'에 따라서 바뀔 수가 있기에,
여러 번 몸의 위치를 옮기면서 쳐봤지만,
오른손의 경우는 손목이 안으로 살짝 접히면서 더 긴장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더운 날씨에 외출했다 돌아와서 다시 쳐보니,
이상하게도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는 겁니다.
왼손보다 오른손이 더 편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외출 전에는 분명히 왼손이 더 편하게 느껴졌는데,
외출에서 돌아오니 오른손이 더 편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그래서 여러 번 다시 테스트를 해봤는데,
왜 그런지 도무지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다시 오른손으로 쳐봤는데,
또다시 왼손보다 긴장되고 편하게 눌러지지 않는 겁니다.
오른손의 손목이 살짝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글쇠를 누를 때 비스듬하게 누르게 되면서,
손이 살짝 더 긴장된 상태가 됐습니다.
=영향을 미치는 요소=
대체 왜 그럴지 생각을 해봤는데요.
생각지도 못한 요소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날씨가 지나치게 더워진 것입니다.
저는 보통 키보드에 몸을 바짝 당겨서 앉는데요.
날이 너무 더워서 엉덩이를 뒤로 쭉 뺀 상태에서,
팔만 쭉 뻗어서 키보드를 누르고 있던 겁니다.
그러다가 한 가지 생각에 도달했는데요.
'키보드와 몸의 거리'에 따라서도 누르는 각도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키보드와 몸의 거리에 따라서 팔이 펴지고 굽혀지면서,
손목의 각도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러니까, '다음의 두 가지 요소가 합쳐져서' 자판을 누르는 각도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첫째, 몸의 중심이 키보드의 어디에 오는가.
둘째, 키보드와 몸의 거리가 가까운가 먼가.
=요소에 대한 정리=
위의 두 가지 요소를 종합해 보면,
보통은 다음과 같은 4가지 형태로 나타나게 될 것 같습니다.
몸의 중심이 G와 H의 사이에 오는 경우,
몸이 중심이 H와 J의 사이에 오는 경우.
키보드에 바짝 당겨서 앉는 경우,
키보드와 거리를 두고 팔을 쭉 뻗어서 누르는 경우.
그리고, 이 두 가지 요소를 합치면,
다음의 4가지 경우로 정리가 됩니다.
1) 몸의 중심이 G와 H의 사이에 오면서,
키보드에 바짝 붙어 앉아서 몸과 키보드가 가까운 경우.
2) 몸의 중심이 G와 H의 사이에 오면서,
팔을 쭉 뻗어서 몸과 키보드가 먼 경우.
3) 몸의 중심이 H와 J의 사이에 오면서,
키보드에 바짝 붙어 앉아서 몸과 키보드가 가까운 경우.
4) 몸의 중심이 H와 J의 사이에 오면서,
팔을 쭉 뻗어서 몸과 키보드가 먼 경우.
=활용하는 방법=
위의 4가지 형태에 따라 손이 편하고 불편한 것이 달라지는데요.
왼손과 오른손의 배열이 같지 않기에,
편하고 불편한 것도 서로 다르게 나타나게 됩니다.
왼손이 편해지면 오른손이 살짝 불편해지고,
오른손이 편해지면 왼손이 살짝 불편해지더군요.
두 손 중에 한 손은 손목이 살짝 안쪽으로 들어간 형태가 되는데요.
이렇게 손목이 살짝 안쪽으로 들어간 손은,
비스듬한 각도로 글쇠를 누르게 되니,
조금 더 불편한 상태가 됩니다.
제 경우는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오더군요.
4가지 형태 중에 '왼손이 편한 자세'는,
몸의 중심이 H와 J의 사이에 오면서,
팔을 쭉 뻗어서 몸과 키보드가 먼 경우.
4가지 형태 중에 '오른손이 편한 자세'는,
몸의 중심이 G와 H의 사이에 오면서,
팔을 쭉 뻗어서 몸과 키보드가 먼 경우.
둘 다 팔을 쭉 뻗어서 몸과 키보드가 먼 경우에 각도가 더 잘 나오네요.
물론, 이것은 사람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가 있으니까요.
위의 4가지 경우를 하나씩 테스트해 보시고,
자신에게 맞는 편한 위치를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세를 조금씩 바꿔보면서,
'왼손과 오른손 모두 누르기 편한' 최적의 위치를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결론=
결국에는 중성+종성을 조합해서 누르는 오른손이 불편했던 이유는,
자판이 배열된 각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자판을 누르는 자세'가 손목의 각도에도 영향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팥알 님의 말씀처럼 오른손은 '안 쓰던 근육에 힘이 들어가서'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 맞네요.
그래서 동일한 환경에서 눌렀을 때도 오른손은 살짝 더 힘이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양손이 서로 마주 보는 형태라 자판을 비대칭의 구조로 누르게 되고,
자판이 배열된 빗금 \의 각도에도 각기 다른 영향을 받기에,
누르는 자세에 따라 왼손과 오른손의 편차가 발생하는 것 같네요.
팥알 님의 말씀대로 왼손과 오른손의 글자판 규격이 대칭하게 바뀐다면,
이러한 문제가 상당수 해소될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께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따로 글을 남깁니다.
이러한 결과로 봤을 때는,
'중성+종성이 어디에 배치되는가에 따라서',
왼손에 배치되는가, 오른손에 배치되는가에 따라서,
누르는 자세가 달라져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어떤 방법이 옳고 틀리고를 따지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영문 자판인 쿼티(QWERTY) 역시도 왼손의 사용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알파벳 26개 중에서 왼손에는 15개가 배치되어 있고,
오른손에는 11개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키보드에서 기호의 위치가 대부분 오른쪽에 쏠려 있기에,
왼손에 한글이나 영문의 글쇠가 집중될 수밖에 없는 형태입니다.
※내용 수정
왼손의 경우도 키보드에 바짝 붙어서 앉는 경우보다는,
팔을 쭉 뻗어서 몸과 키보드가 먼 경우에 각도가 더 잘 나오네요.
이 부분 수정하였으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첫댓글 텐키가 있는 키보드인가, 텐키리스 키보드인가 여부부터 좌우가 붙어있는 키보드인가 좌우가 분리된 스플릿 키보드인가, ortholinear (or column staggered) / row staggered 여부까지 일단 키보드의 모양에 따라서 영향을 받을 수 있겠죠. 그리고 팔이 놓이는 높이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보통 책상은 75cm 높이인데 앞에 60cm 높이의 보조 책상을 놓거나 키보드 트레이를 놓으면 더 자세가 개선될 수도 있겠죠. 이런 책상의 높이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것이구요.
말씀을 듣고 보니,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자판을 누르는 각도에 영향을 줄 수 있겠네요.
좋은 정보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읽고 보니 굉장히 섬세하신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감각에 따라서 문제를 찾으려고 하시는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사실은 이론적인 부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감각이나 관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다른 분들의 글과 댓글을 통해 정보를 얻고,
많은 부분을 배우고 지식을 얻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에 다양한 방면에서 지식이 많은 분들이 계시기에,
때로는 제가 과연 대화에 끼어들 수준이 될까 하는 마음에 댓글을 달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