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하는 마음의 힘
-낱말 공장나라-
아네스 드 레스트라드 글, 발레리아 도캄포 그림/세용출판
날짜: 2017. 10.25.
발제: 지해연
낱말을 삼켜야만 말을 할 수 있는 나라, 그것도 돈을 주고 사야 삼킬 수 있는 ‘낱말공장 나라’가 있다면? 참으로 독특한 이야기의 설정이다. 우리도 가끔 만약에~~라면? 이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가설은 몇가지의 논거를 통해서 우리에게 설득되거나 설득이 안되거나 한다. ‘낱말공장나라’가 있고 그 공장에서 나오는 단어를 사야만하고 그 단어를 사서 삼켜야만 말을 할 수 있는 나라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작가는 우리에게 생각하지 않았던 가설을 던지고 자기만의 이야기로 풀어가고 있다. 신문기자이자 음악과 조형미술의 감독이기도 한 프랑스작가 아네스 드 레스트라드는 그의 딸을 위해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리고 이 책을 보는 어른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어서 이러한 가설을 던지고 이야기를 만들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겉표지를 보면 가슴에 나비가 그려진 옷을 입은 곤충망을 들고 서있는 주인공 필레아스가 왼쪽에 작게 표현되어 있고, 표지의 반 이상을 검은 갈색그림자로 표현했다. 그 중심에 ‘낱말공장’이라고 그 어두운 실체가 무엇인지 글자로 표현해놓은 것이 보인다. 표지에서부터 어둡고 답답함이 느껴진다. 면지를 보니 빨간색바탕에 자음들이 공중에 떠도는 것처럼 보인다. 속지에는 엷은 갈색배경에 하트가 그려져 있고 좋아 보이는 의자가 있으며 체리하나가 그 하트 속에 그려져 있다. 그 주변도 자음의 낱자들이 떠다니고 있다. 빨강색과 갈색, 그리고 흰색이 이 책에 주로 사용된 색체이다. 갈색으로 현실은 어둡지만, 빨강색으로 주인공은 힘이 있고, 흰색으로 미래의 희망을 찾는 이야기인가? 색채는 나에게 그런 말을 던져주는 것 같았다. 사실 이책은 쉬우면서도 쉽지 않는 많은 생각과 감정과 의미를 던져주고 있기 때문에 두고 두고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오늘은 색깔로 이야기를 풀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1. 갈색의 현실상황
낱말을 삼켜야만 말을 할 수 있는데 말을 할 때 마나 그 거대한 낱말공장에서 필요한 낱말을 사야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가진 돈을 가지고 그 한도내에서 낱말을 사기위해 얼마나 많이 고심하게 될까? 게다가 돈이 없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사지 못한다면 얼마나 답답할까? 무심코 내가 하고 있는 말들에 대해, 한 단어 단어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였다.
낱말을 돈주고 사야한다는 말을 들으니 갑자기 답답해진다. 내가 부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가진 자와 가지지 못 한자에 대한 비교와 열등의식이 있는데 우리가 자유롭게 하고 있는 말조차 가난한 사람과 부자가 사용할 수 있는 말에 차이가 있다면 참으로 속상할 것 같다. 비싼 말과 값싼 말, 쓰레기통에서 사람들이 버린 낱말을 줍는 가난한 사람들, 떠도는 낱말을 곤충망으로 잡는 아이들. 낱말공장나라의 현실은 답답하고 우울하다.
2. 빨강의 사람들
필레아스는 시벨을 사랑한다. 경쟁자 오스카는 엄청난 부자여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 있다. 그래서 시벨에게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어른이 되어서 결혼하자’는 말까지 한다. 그러나 미소를 짓지 못하는, 미소가 없는 아이이다. 필레아스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가진 낱말이 고작 ‘체리’‘먼지’‘의자’뿐이다. 그래서 많은 말을 가슴에 담고 미소를 지을 뿐이다. 그리고 필레아스가 시벨에게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말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단어를 한단어 한단어 천천히, 무게를 실어서 말을 했다. 그때 시벨은 필레아스의 말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필에아스의 진심을 알게 된다. 필레아스가 그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용기였다. 시벨과 필레아스가 나오는 장면은 온통 빨간색이다. 진심을 믿는 용기, 진실을 알고 행할 수 있는 용기, 사랑의 힘을 믿는 용기가 있었다. 나에게 이 책의 빨강은 어둠을 물리치고 힘을 주고, 진실한 사랑의 에너지를 전달해 주는 에너지가 있었다. 무척 감동되는 장면이였다.
3. 미래의 흰색
우리는 미래를 모른다. 어느 누구도 그것을 알 수 없다. 우리는 흰색의 옷을 입고 살아간다. 어떻게 살아야할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떻게 사람들과 소통해야할지 정말 모른다. 그런 면에서는 또한 미래의 삶이 흰색의 백지여서 불안하고 답답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빨강을 간직한 흰색은 그래도 희망이 있다. 삶에 대해, 사람에 대해, 사랑에 대해, 진실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그것이 나와 공명해서 만날거 거라는 것을 믿는다면 세상은 따뜻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
필레아스의 옷에 그려진 나비의 의미가 상당하다. 그의 마음을 시벨에게 전할 때 나비가 움직인다. 자신의 마음을 만나주기를, 알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의 파장을 보내고 있다. 미소로, 자신이 가진 최선의 함축된 단어로, 시벨을 감동시켰다. 참으로 감동적이다
작가는 ‘낱말공장나라’라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가설을 나에게 던졌고 그는 나를 완벽하게 설득시켰다. 갑자기 가끔 많은 말을 하고 싶지만 말이 잘 안 나올 때가 있다. 어떤 말을 해야할지 정리도 안되고 적당한 단어를 찾지 못하는 우둔한 나를 발견하거나 말을 했는데 필레아스처럼 상황에 맞지 않는 단어를 내가 허공에 던지고 있는 나를 볼 때도 있고, 모호하거나 엉뚱한 말을 할 때가 많다. 이 책은 이런 나에게 빨강색의 힘을 주는 책이다. 진심은 공명하고 통하는 구나. 많은 말보다는 그 말을 담은 미소를 지어보내도 되는 구나.
이 책은 처음엔 어두운 색에 매였지만 다보고난 후에는 미소를 짓게 하고, 빨강색의 이미지만 남았다. 그리고 마지막 정말로 아껴둔 말 “한 번 더” 는 내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나는 앞으로 더 많은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 필요한 단어 세 개를 찾는다면?. 꼭 간직하고 싶은 마지막 한 단어는?, 비싼 말과 싼 말이 있다면? 안동모 식구들과 같이 나눠보고 싶다.
1. 나에게 필요한 단어 세 개를 찾는다면?
2. 꼭 간직하고 싶은 마지막 한 단어는?
3. 비싼 말과 싼 말
안동모식구들과 모처럼 긴 이야기를 했다.
'낱말공장나라'라는 책이야기를 하면서 생각한 것을 말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시간이기도 했다.
꼭 간직하고 싶은 한단어는? 이란 질문에
'그래도 사랑해' '괜찮아' '고마워' '이해합니다' '지켜줄께' '우리함께해'
듣기만 해도 따뜻한 단어들을 가슴에 나비처럼 간직한 너무나도 아름다운 선생님들
우리 선생님들을 만나서 많은 말을 했지만
하지 못한 더 많은 마음의 이야기들과 서로 마음으로 통하는 것을 느꼈다. 공명하는 마음의 힘~~~미소가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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