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굿(거리굿, 길놀이)
송파장을 중심으로 마을을 한바퀴 돌아오는 길굿은 맨 앞에 백색바탕에 붉은 지네 발을 한 송파 산대놀이의 큰기 와 작은 영기 두 개를 들고 서고, 다음은 악사들로 쌍호적, 징, 장고잡이가 선다.
그 다음에 탈 의상을 입은 연희자들이 탈춤 등장 순으로 서는데, 맨 뒤에 노장이 양소무를 끼고 뒤따르고, 왜장녀가 궁둥이춤을 추며, 동네를 돌아 공연장으로 오면 개복청에 들어간다.
저녁에는 조명으로 장작불이나 기름 방망이 불을 켰었다.
고사
놀이를 시작하기 전에 잿상을 차려놓고 고사를 지내고는 쇠머리(돼지), 3색과일(사과, 배, 감, 밤등), 시루떡, 술등을 제삿상의 원칙대로 차리는데 을축년 이전에는 거창하게 차렸으나 그후에는 약식으로 간략하게 차렸다한다.
그리고 상앞에 첫 상좌, 둘째 상좌 탈을 맨 위에 놓고 연잎, 눈끔 재기 탈을 양반탈이라 둘째 줄에 놓고, 그 다음 샌님, 신할애비(연장자탈)탈을 놓고 다음에 여타의 탈을 진열하고 맨 밑에 여자 탈을 배열한 다음 젯술을 올리고 연희자 전원이 절을 한 다음 고사 말을 낭독하고 소지를 하여 고인이 된 연희자의 명복을 빈 다음 떡을 관중들에게 돌리고 시작한다.
고사 지내는 말
유세차..
모년 모월 모일 오늘 길일을 택하여 산대놀음 놀이를 하려고 열의 열성에 각 자손이 모여 정성을 드리오니 흡흡히 흡양 하고 눈도 티도 보지 마시고 손톱, 눈 하나 틴 사람 없이 무사히 끝나게 하여 주시옵 기를 신령님께 비옵니다.
산대놀이 대표 _ _ _
고사가 끝나고 즉시 놀이판을 정비하고 첫째 마당놀이가 시작된다.
제 1 마당: 상좌춤
첫 상좌가 흰장삼에 붉은 띠, 붉은 한삼, 붉은 고깔을 쓰고 나와(판의 정중앙에 위치) 두손을 모으고 서 있다가 염불장단이 나온다. 첫장단 끝에 활개를 폈다가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합장 재배) 그리고 앞으로 1 장단 나아가 배하고, 우로 돌아 1 장단에 나아가 배하고, 계속하여 사방재배를 한뒤(쪼그리고 앉아 양팔을 옆으로 벌려, 휘감았다 폈다하고 일어나 오른팔을 외팔 어깨로 넘기고 고개를 돌리고 끄덕인다) 손뼉으로 느린 장단을 불러 도드리 느린 타령으로 팔뚝잽이를 하고 활개를 펴고 반화장, 화장무, 자진화장, 곱사위, 거울보기, 여닫이를 추고 다시 손뼉으로 장단을 몰아 불러 자진타령 장단에 화장무, 자진화장, 여닫이, 곱사위, 건드렁, 멍석말이 춤을 추고 잽이 반대쪽에 가서 앉는다.
이때 둘째 상좌가 흰 장삼에 남색띠, 남색 한삼, 남색 고깔을 쓰고 반대편에 나와 손을 들어 사방을 휘둘러보다가 첫 상좌가 앉아있는 것을 보고 별 것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끄덕하고는 다른 손도 들어 손뼉으로 장단을 불러 건드렁, 여닫이로 나가 춤을 추고, 첫 상좌 쪽으로 자진 화장무로 가까이 가서 곱사위로 돌아서서 나온다. 그리고 다시 돌아 첫 상좌를 바라보고 서서 활개를 펴고 양팔을 좌우로 흔들다가 뒤로 제끼며 첫 상좌를 얼른다. 그러면 첫 상좌가 쪼그리고 앉은 자세에서 양팔을 펴고 모듬발로 깡충깡충 뛰어 나오면서 몸을 일으키면서 건드렁으로 한 장단 먹고 대무를 시작한다. 화장무, 자진 화장으로 교차하고, 곱사위로 돌아서 마주보고 여닫이로 장내를 돌다가 팔을 어깨위로 제치고 고개 짓을 하고 맞돌아 헤어져 마주보고 깨끼리, 거울보기를 추고 첫 상좌가 퇴장하면 둘째 상좌만 춤을 춘다.
제 2 마당 : 옴중, 먹중
옴중이 검정 삼베 장삼을 입고, 시루 및 벙거지를 쓰고, 재금을 들고 나와 있다가 둘째 상좌가 자진 타령으로 춤이 끝날 무렵 일어서서 재금을 '쨍 쨍 쨍 쨍'치며 뛰어들어가면 둘째 상좌가 자지러지게 놀라며 춤을 멈추고 물러나 뒤에가서 쪼그리고 앉는다.
옴중: 자, 모처럼 나왔으니 한번 놀고나 가자! (불림으로) 나비야 나비야 청산 가자, 호랑 나비야 너도 가자.
(재금으로 장단 따라 양쪽으로 번갈아 칠 때 둘째 상좌가 팔 소매를 걷어올리면서 나와 뒤에서 자금을 나꿔채 가지고 뒤에 가서 앉는다.)
옴중: 이크! 내가 대낮에 불한당을 만났구나. 송도 말년에 불가사리가 나서 쇠붙이란 쇠붙이는 모두 집 어먹었다더니 이조말년에도 불가사리가 났나? 얘가 내 재금을 솔개가 병아리 채가듯이 휘익 채가 고 말았으니 승천입지(昇天入地)를 했나 비거석양풍(서남풍)을 했나. 아주 자취도 없이 싹없어졌 구나! 허허, 그러나저러나 대체 어디로 갔는지 찾아나 봐야겠다.
(옷깃을 다른 한 손으로 잡고 좌우로 쳐다보고 뒤로돌아 위를 휘둘러 찾아본다. 이때 둘째 상좌가 재금을 '쨍' 하고 치면 옴중이 자지러지게 놀라며)
이크! 이것 봐라! 적반하장이라더니 바로 네놈을 두고 하는 말이로구나. 이놈 한번 혼 좀 나봐라.
(불림으로) 소상반죽 열두마디 휘휘칭칭 감아잡고..
(옴중이 한손으로 다른 팔 소매 깃을 잡고 위로 쳐들어 좌우로 흔들고 둘째 상좌와 대무하다가 옴중이 둘째 상좌의 등을 쳐 쫓아 버리면 퇴장한다.)
옴중: 쉬-이! 그러면 그렇지. 네놈이 별수 있나. 자, 이왕에 나왔으니 한번 더 놀고나 가야겠다.
(염불장단 불림으로) 얼-수 절-수 지화 허차 저르르르...
(한 팔을 어깨에 올리고 다른 팔도 어깨에 걸치고 고개잡이를 하다가 무릎을 구부리며 앞으로 뿌린다. 양팔을 옆으로 활개를 펴고 앞으로 전진했다가 양팔을 앞으로 뿌리고 뒷걸음 물러난다.<삼진삼퇴> 활개 펴고 장삼치기를 하다가 오른쪽 팔소매를 잡아 쳐들어 몸을 제꼈다가 오른쪽으로 몸을 흔들어 용트림을 하고 왼쪽도 반복한다. 주로 여닫이와 같이 양팔을 위로 펴드는 춤을 추다가 어깨에 팔을 걸치고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오른발을 왼쪽으로 90도 돌려 몸을 옮기며 양쪽 소매자락을 어깨에 올린다. 양소매 깃을 앞으로 뿌리고 타령장단을 부른다. 활개펴고 건드렁, 화장무, 자진 화장무, 제자리서 양팔 좌우로 휘두르고 활개 펴기를 두 번 반복, 앞뒤로 휘돌리며 옆걸음으로 뛰어 갔다 돌아오고 나서 왼손 어깨로 넘기고 오른손을 앞뒤로 휘두르며 장내를 돈다.<빗사위 걸음> 이때 먹중이 붉은 반장삼을 입고 나타나서)
먹중: 쉬-이! (하면서 쫓아나가면 옴중은 놀라 물러선다)
옴중: 아니, 웬녀석이 어른 노시는데 쉬- 하느냐? 쉬-이 라니? 왕파리 똥구멍에서 나온 쉬- 란 말이냐?
먹중: 왕파리건 쉬파리건 너 이리좀 오너라.
옴중: 날더러 오라고? 대체 네놈이 누군데 날더러 이리오너라, 저리가거라, 함부로 주둥이를 놀리느냐?
먹중: (옴중의 얼굴을 쳐다보니 망측하게 생긴 것을 보고 시루밑 벙거지를 움켜잡고 장내를 한바퀴 돌아 와서) 이놈아! 이것이 여러 만자중에 나들이 벌로 쓰고 나온 얼굴이냐? (하며 침을 탁 뱉는다)
옴중: 이런 안갑할 녀석이 남의 얼굴에 설사를 했구나, 어르르르르... (하며 장내를 한바퀴 돈다)
먹중: 여러분 이놈의 얼굴을 좀 보시오. 이놈이 이런 얼굴을 해 가지고 지가 저 잘났다고 날뛴 다오. 내가 이놈의 얼굴의 흠을 잡아 볼 테니 들어보슈.
니 얼굴이 얼굴이냐? 덜굴이냐?
얽구 검구 검구 얽구
푸르구 붉구 붉구 푸르구
우박 맞은 잿더미 같구
줄오 줄육 같구
쟁이 밑살 같구
고석 맷돌 같구
땜쟁이 발등 같구
석쇠 망태 같구
멍석 덕석 방석 같구
좌판에 콩엿 호두엿 같구
..............................................
그러나 저러나 니 어멈이 너를 낳아 콩멍석에 엎었다 더냐? 니 얼굴이 그 모양이냐?
(하며 얼굴을 탁 치면서 잡은 손을 놓는다)
옴중: 예끼! 안갑 할 녀석아! 이 놈이 한참 지껄이더니 어른의 신수가 어떻다고 얼굴에 흠을 냈구나. 내 일러줄 테니 잘 들어라. 자고로 사내 대장부 얼굴이란 얼숭 덜숭 태산 준령 같구, 무르익은 대추빛 같아야지, 네 얼굴모냥 샛빨갛구 한 십년이나 두들겨 먹은 목탁처럼 빤들빤둘하고 지지벌 건해야 한단 말이냐? (양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다 딱딱이로 친다)
먹중: 아이쿠 코야! 이 녀석이 손찌검을 하더니 코가 터졌구나.
(코를 움켜잡고 다른 손으로 땅바닥을 더듬어 지푸라기를 주워 눈구멍 하나를 틀어 막는다)
옴중: 아 이 녀석아, 코가 깨졌다더니 어째 눈구멍을 틀어막느냐?
먹중: 내가 급해서 막는다는 것이 눈구멍을 틀어막았구나. 그러나 저러나 얘얘! 어디 다시 한번 보자. (살펴보고) 대관절 너 이 입고 있는 것은 뭐냐?
옴중: 오, 이 입고 있는 것말이냐? 산천 구석에 있는 무식한 놈이 이런 의관을 봤겠느냐? 이 의관으로 논해볼 지경이면 관명이 옥로다.
먹중: 뭐? 옥로! 야 이놈아, 두루미 잡는 건 아니구?
옴중: 야, 이놈 보게, 두루미 잡는 옥로를 다알고 맹물은 아니로구나. 그러나 저러나 그게 아니라 저 대국 천자가 보내 주신 노벙거지다.
먹중: 놈, 둘러대기는, 피아말 궁둥이 둘러대듯 잘도 둘러대는 구나. 그건 그렇다 치고 여기 달려 있는 꽃은 또 무엇이냐?
옴중: 이 꽃말이냐? 이 꽃은 저위(상감)께서 주신 어사화다.
먹중: 허 그놈, 참 높이는 대는구나. 그러면 이 쓰고 있는 둥글넓적한 것은 또 무엇이냐?
옴중: 이것 말이냐? 이것은 저 동대문 밖을 썩 나서서 안갑내를 지나 떡정 거리를 가면 한 칠십 먹은 노파 녹두 서너 되를 드르르륵 갈아서 무쇠 솥뚜껑을 턱 하니 제쳐놓고, 기름을 둘러서, 미나리, 김치를 숭덩숭덩 썰어 지글지글, 이글이글 부친 젬뱅이다.
먹중: 그럼, 어디 한번 먹어보자. (양손으로 붙잡으려 하자, 옴중이 뒤로 물러난다)
옴중: 아 이놈 보게, 걸신이 들려도 단단히 들렸구나. 아무래도 네놈이 원채 주려서 모두 먹을 것으로밖 에 뵈지 않는 모양이구나.
먹중: 이놈아 자세히 좀 보자. 이 울긋불긋 푸릇푸릇하고 노릇노릇 우둘투둘한 것이 대체 뭐냐?
(얼굴의 곪은 것을 가리키며)
옴중: 오 노릇노릇한 것 말이냐? 이것은 저 강남에서 오신 호구별성님께서 잠시잠깐 전좌하셨던 자리다.
먹중: 예끼, 이놈아, 호구별성님이 어데다 전좌를 못해서 좋은 자리 다 제쳐놓고 이 못생긴 네놈의 상판 에다 전좌를 하셨단 말이냐? 얘, 얘, 어디 자세히 좀 보자.
(양소매를 올리고 벙거지를 잡아 제치고 두 손으로 얼굴을 쓱 훑어보고는 호들갑을 떨면서 두 손을 들어 흔들며 뒤로 물러서며) 아! 퉤! 퉤! 야 이 녀석아! 어디서 진옴을 잔뜩 올려 가지고 와서 수작을 부렸 으니 이제 3년은 재수 없겠다. 퉤! 퉤!
옴중: 야, 이 녀석아! 이게 옴이냐? (대든다)
먹중: 그래 옴이다! (물러나며)
옴중: 정말 진옴이냐? (재차 쫓아가며 다그친다)
먹중: 그래, 진옴이다!
옴중: 이놈아 이게 정말 진옴이냐?
먹중: 아니다, 아니다, 아주 빤들빤들 예쁘게 잘 생겼다. (비꼬는 투로)
옴중: 얘, 얘, 다집어 치우고, 옛날에 하던 짓거리나 안 잊었느냐?
먹중: 암, 잊지 않았지.
옴중: 그럼 우리 한 번 놀고나 들어가자.
먹중: 오냐, 그게 좋겠다. (불림으로) 금강산이 좋단 말은 풍편에 넌즛 듣고....
(둘이 춤을 추다가 옴중이 뒷걸음치고 먹중이 여닫이로 쫓아가며 퇴장한다)
제 3 마당 : 연닢, 눈끔재기
연닢은 흰 장삼에 청동띠, 청동한삼, 청동고깔, 청동머리띠를 두르고 눈끔재기는 회색장삼을 입고 붉은 고깔을 쓰고 둘이 부채를 들고 얼굴을 가리며 굿거리 장단에 맞춰 장내를 한바퀴 돌아 잽이 옆에서 얼굴을 가리고 서서 춤출 때 팔먹중 세명이 등장하여 반대편에서 춤을 춘다.
팔먹 갑: 쉬-이, 얘들아, 저기 울긋불긋하고 거무스름한 것이 있는데 대체 무엇들이냐?
팔먹 을: 그럼 누가 한번보고 오너라!
팔먹 갑: 내가 가서 보고 오겠다. (불림으로) 녹수청산 깊은 골에 청룡 황룡이 꿈틀꿈틀...
(타령 장단에 맞춰 화장무, 자진화장무, 곱사위로 장내를 한번 돌고 여닫이로 연닢에 다가가 한 팔을 어깨로 넘기고 고개 끄덕이를 하면 연닢이 부채를 내리고 고개를 쑥 내밀면 자지러지게 놀라 뒤로 물러 나오며) 이크! (장단 멈춤)
팔먹 을: 얘 얘, 춤을 추다말고 기절초풍하여 달아나니 대체 웬 일이냐?
팔먹 갑: 말도 마라, 무시무시하고 굉장하더라.
팔먹 을: 대체 니가 뭘 보고 놀라는지 내가 한번 들어가 봐야겠다. (불림으로) 소상팔경 구경가자!
(춤을 추고 나아가 눈끔재기 앞에서 한 팔을 어깨위로 넘기고 고개짓을 하며 어르면 눈끔재기 부채를 내리고 고개를 쑥 내민다. 역시 자지러지게 놀라 물러 나오며) 이-크!
팔먹 병: 얘, 얘들아! 춤을 추다말고 자지러지게 놀라 달아나다니 대체 웬일들이냐?
팔먹 을: 말도 마라. 무시무시하고 굉장하더라. (호들갑을 떨면서)
팔먹 병: 대체 뭘 보고 너희들이 자지러지게 놀라는지 내가 한번 들어가 봐야겠다. (불림으로) 산중 괴 물이 웬 말이냐?
(화장무, 여닫이로 들어가 연닢 앞에서 한 팔을 어깨로 넘기고 고개를 내밀고 살펴보니 연닢이 부채를 내리고 얼굴을 내밀자 얼굴을 서로 맞대고 비벼댄다. 그리고 눈끔재기한테 가서도 비벼대고 춤을 추며 주위를 한바퀴 돌아서 돌아와서) 쉬-이! 아하, 이제야 알았다. 아닌게 아니라 너희들이 놀랄 만도 하다. 쟤들 명색이 양반인 연닢과 눈끔재기인데 얼굴에 흠이 있어 과거를 못보고 노류장화(路柳墻 花)로 사방팔방을 돌아다니며 허송세월을 보내다가 산대판을 구경하더니만 우리더러 친구가 되어 한번 놀아 보잔다.
팔먹갑을: 한번 놀아보자! (불림으로)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팔먹과 함께 짝을 지어 대무로 깨끼리, 건드렁, 고개 끄덕이를 하고 멍석말이로 돌아 퇴장한다)
제 4 마당 : 애사당의 북놀이
먹중 2명이 하나는 북을 들고 다른 하나는 북채를 들고 굿거리 장단에 등장하여 장내를 한바퀴 돌며 북을 칠려고 하면 살짝 피하며 약을 올린다.
먹중 갑: 쉬-이! 얘,얘 어른(양반)이 법고를 치려고 하는데 작살 맞은 뱀장어 모양 요리 삐끗, 조리 빼끗 도망 다니느냐?
먹중 을: 아니, 이놈아! 내가 요리 삐끗, 조리 빼끗 도망 다닌다구? 니가 날 못 쫓아오는 거지.
먹중 갑: 얘,얘. 그러지 말고 어디 번쩍 쳐들어 보아라. (북채를 쳐들면서)
먹중 을: 번쩍 쳐들어 보라구? 자- 쳐들었다. (북을 높이 든다) 쳐봐라.
먹중 갑: (치려고 애쓰다가) 이놈아 그건 높아서 어디 치겠느냐?
먹중 을: 그럼 사다리 놓고 올라가서 쳐라.
먹중 갑: 얘,얘! 그러지 말고 북을 좀 내려라.
먹중 을: 이젠 내려 달라구? 자, 아주 내려놓았다. (북을 땅에 놓으며) 쳐봐라.
먹중 갑: 이놈아. 그건 너무 낮아서 어디 치겠느냐?
먹중 을: 허허. 너무 낮다고? 낮으면 물구나무서서 쳐라!
먹중 갑: 이런 안갑할 녀석 봤나 (덤비려다 멈추고) 얘,얘. 그러지 말고 어중간히 좀 들어라.
먹중 을: 어중간히 들라구? 자, 이 정도면 되었느냐?
먹중 갑: 오냐, 이제 됐다. (북을 치려하니 또 피해 다닌다) 아, 이놈 보게. 이놈이 자꾸만 슬슬 피해 다니니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골똘히 생각하다가) 옳지! (무릎을 탁 치며) 너 이리좀 오너 라. (중앙으로 끌고 와서) 너 이놈. 여기 꿈쩍 말고 서 있거라.
(북채로 먹중의 주위를 돌며 금을 긋는다)
먹중 을: 여기 꿈쩍 말고 서 있으란 말이지. 자. 섰다 어쩔 테냐?
먹중 갑: 이 금안에 꿈쩍 말고 있거라. 너 이놈 이 금밖에 나가면 개자식이다.
먹중 을: 뭣이 어째? 이 금밖에 나가면 개자식이라구 했겠다.
먹중 갑: 그래. 이 금밖에 나가면 개자식이라 했다.
먹중 을: 틀림없지?
먹중 갑: 그래, 틀림없다.
먹중 을: 틀림없이 개자식이라고 했지? 허. 허. 허. 자, 여러분! (관중을 둘러보며) 여기좀 보시요. 이놈이 제 입으로 분명히 이 금밖에 나가면 개자식이라고 했는데, 나말고는 모두 금밖에 있네? (지금 어느 놈이 금밖에 나갔소?)
먹중 갑: 예끼! 이 안갑할 녀석아!
(하고 북채로 먹중의 얼굴을 탁 치면 장단이 나온다. 사방으로 피해 다닐 때 왜장녀가 궁둥이춤으로 등장한다. 왜장녀보고 북을 쳐보라고 북채를 주니 고개를 저으며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돈)를 만들어 보인다. 허리춤에서 엽전 꾸러미를 꺼내주며 북채를 주니 받아 가지고 나가 애사당을 데리고 나와 북채만을 애사당에게 넘겨주고 북을 치게 한다. 애사당이 북채를 받아 쥐고 북의 둘레를 양채로 테를 따라 위에서 아래로 그려 내리고 나서 한 장단에 한번 치고 한바퀴 돌아 또 한번 치고 반대편으로 돌아 한 장단에 한번 치고 한바퀴 돌아 또한번 치고, 반대방향으로 돌아 한 장단에 두번 치고 나서 계속 둥둥 친다. 북을 들고 있다가 북을 점차 내리니 북채로 먹중 을의 이마를 탁 치면 북을 재빨리 올린다. 한번 더 반복하여 칠 때 먹중 갑이 애사당의 북채를 나꿔채면서)
먹중 갑: 쉬-이! 얘얘 니가 벗고 친다고 해서 훌렁 벗고 치는 줄 알았더니 그래 이게 벗고 치는 거냐?(하며 북채로 애사당 치마 밑을 들추려 하자 주춤 물러서며 손으로 치마폭을 쓸어 내린다)
치마, 단속곳, 속곳 몽주리 껴입고 치는 게 벗고 치는 것이냐? 자. 내가 벗고 칠 테니 봐라.
(새로 장단을 불러 먹중 갑과 애사당, 먹중 을과 왜장녀가 어울려 춤을 추다 퇴장한다)
제 5 마당 : 팔먹중 곤장놀이
먹중 여덟이 등장하는데 앞에 먹중 갑(元目)이 곤장을 들고 뒷걸음으로 굿거리 장단에 춤을 추며 마당을 한바퀴 도는데 먹중 갑은 곤장을 휘둘렀다 어깨에 걸쳤다 하며 칼춤을 추듯 한다.
팔먹중 갑: 쉬-이! 얘들아. 너희들이 도대체 뭘 해먹고 사는 놈들이냐?
팔먹중 을: 우리더러 뭘 해 먹고사시는 양반이냐구? 우린 저-어-. 강원도 금강산에서 내려오신 중님이 시다.
팔먹중 갑: 그래, 중이면 절간에서 염불이나 외울 것이지. 속세엔 무엇 하러 내려와 대낮부터 얼굴이 지지 벌건하게 술이 만취되어 지랄들 하느냐?
팔먹 모두: 우리는 중은 중이로되......
팔먹중 정: 우리는 중은 중이로되...
팔먹중 갑: 아 하하하! (곤장을 어깨에 멘 채) 옳지, 알았다. 너희들이 오입쟁이 중이 아니면 땡땡이 중 이로구나. 그렇다면 너희들 내 말을 명심해서 잘 들어라. 한번 실수는 병가상사라 하였으니 이제부터 마음을 고쳐먹고 염불 공부를 시작하는 데 만약 틀리는 놈이 있으면 이 곤장으로 치도곤을 놓을 테다. 알겠느냐?
팔먹 모두: 예-잇!
팔먹중 갑: 자 그럼 나를 따라 외워라.
팔먹중 갑: 나무아미타불 -.
팔먹 모두: 나무애미타불 -.
팔먹중 갑: 나무아미타불 -.
팔먹 모두: 나무할미타불 -.
팔먹중 갑: 나무아미타불 -.
팔먹 모두: 나무할애비타불 -.
팔먹중 병: (앞으로 쑥 나서며) 에라, 쉬-이! 얘들아. 이러구 보니까 우리가 도루아미타불이 되었구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으니 우리 한잔 더 먹어 보세-. (불림으로) 일배 일배 부일 배 하니(술 마시는 시늉을 한다) ...(다시 춤을 추며 논다)
팔먹중 정: 쉬-이! 나는 너희들하고는 이짓을 못 해 먹겠다. 늬들끼리나 놀아라. 나는 소상팔경 구경이나 갈란다. (불림으로) 나귀등에 솔질해라. 소상팔경 구경가자.
(모두 원을 돌며 춤을 추면 팔먹중 갑이 춤을 추며 한명 한명 곤장을 쳐 내쫓는다)
제 6 마당 : 신주부의 침놀이
굿거리 장단에 팔먹이 등장하여 춤을 추며 장내를 돌며 춤을 출 때 그중 하나가 배를 움켜쥐고 가운데로 쓰러진다.
팔먹 갑: 쉬-이! (들어가 살피며) 얘가 왜 여기 쓰러졌지? (살펴보다가) 죽었나 봐.
팔먹 을: 죽었어? 그럼 고택 골로 갔군!
팔먹 갑: 그래 밥숟갈 놨다. 그러나 저러나 얘가 대관절 누구냐?
팔먹 병: 그야 들어가 봐야 알지.
팔먹 을: 어디 그럼 내가 한번 들어가 볼까? (들어가 쓰러진 팔먹 뒤쪽에 가서 머리를 두 손으로 잡고 쳐들어 확인한 후 주위를 휘 둘러보고 나서) 내 생질 조카야 (하면서 제자리로 나온다)
팔먹 병: 니 생질조카라고? (들어가 사지를 만져보며) 몸뚱이가 차디차구나. 쯔쯔. 얘가 아까부터 팥죽을 많이 쳐먹더니만 꼭 찔렸나보구나. (일어서면서 팔먹 갑을 향하여) 얘얘 네가 아무래도 우리들 중에서는 아는 게 많아 그중 날듯하니 들어가 봐라.
팔먹 갑: 내가 그중 날 듯하니 들어가보라구? (들어가 발로 툭툭 차면서) 얘얘. 일어나 일어나. 사지가 얼음장 같이 차고 뻗뻗 하구나. 맥이나 한번 봐야지. 얘가 꼼짝달싹도 안하는걸 보니 암만해도 신맥이 뚝 끊겼구나.
팔먹 정: 그 말도 어사한데, 그래 신맥을 어떻게 이어주느냐?
팔먹 갑: 신맥을 이어주는 데는 신풀이로 백구타령이 제일이지.
팔먹 정: 그럼 속히 해봐라.
팔먹 갑: 하! 그 녀석 급하긴 매우 급하구나. 돼지 꼬리잡고 순대국 달라겠다. 자, 그럼 백구타령으로 이 어주는데. (노래 장단이 나온다)
백구야 훨훨 날지마라
너를 잡을 내 아니다
성상이 버렸으매
너를 쫓아 예 왔노라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었으니
대장부의 살림살이
이만하면 넉넉한가?
일촌 간장에 매진설움은
부모님 생각뿐이로구나
에라 만수- 에라 대신이야
(장단에 맞춰 춤추며 두손을 올리며 신을 높이는 시늉을 한다)
팔먹 갑: 쉬-이! (당황하며) 어허! 백구타령이 아니라 아무것을 해도 소용이 없구나. 내 재주로는 고칠 수 없으니 무슨 좋은 수가 없겠나?
팔먹 정: 좋은 수가 하나 있지. 요새 풍편에 들어보니 저 고개 넘어 싸릿골에 신주부라는 용한 의원이 새로 오셨다는 데 모셔다 맥이라도 보는 게 어떻겠느냐?
팔먹 갑: 그게 좋겠다. 그런데 싸릿골 신주부네는 어디로 가느냐?
팔먹 을: 저쪽이다. (객석을 가리키자 그쪽으로 나간다)
팔먹 정: 얘얘. 그쪽으로 가면 개구멍이다. 이쪽으로 가거라.
팔먹 갑: 허허허. 이 녀석들아. 이 늙은이를 만석중이처럼 이리 가라 저리 가라 막 놀리는 거냐? 자. 그럼 얼른 다녀오마. (입구 쪽으로 가서 양손을 입에 대고) 신주부! 신주부!
신주부 : (등장하며) 누가 날 찾는 모양인데 신주부, 신주부, 이웃집 강아지를 부르듯 하느냐? 그리고 내가 오주부지 어디 신주부인가?
팔먹 갑: 모르시는 말씀 마시요. 용하게 병을 잘 고치는 의원 님이 새로 오셨다고 해서 모두들 신주부라 고 모시는 거요.
신주부 : 새로 왔으니 신주부라! 하긴 그 말도 그럴 듯 하군. 그런데 왜 날 찾아 왔소?
팔먹 갑: 다름이 아니라 웬놈이 산대도감춤을 흐드러지게 추다가 흥에 겨웠는지 쓰러져 신맥이 뚝 끊어 졌는데 속히 가서 맥이라도 좀 봐주시오.
신주부 : 허어. 오밤중에 신주부를 모시러 왔으면 하다 못해 강아지 새끼라도 데리고 와야 타고 갈게 아 니요.
팔먹 갑: (객석을 보며 방백 한다) 제미럴! 활개 똥을 쌀 놈 같으니라구. 사람이 다죽어 가는 급한 판국 인데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어. 자! 당신 정갱이말 이라도 타고 어서 가봅시다. (신주부를 모시고 가운데로 나와서) 여기 얘여요. (가리키며)
신주부 : 대관절 얘가 누구요?
팔먹 병: 들어가 봐야 알지!
팔먹 을: 어디 내가 한번 들어가 볼까? (들어가 고개를 쳐들고 또 확인한 후) 내 외삼촌이요!
팔먹 갑: 아, 이 녀석아! 아까는 생질 조카라 더니 별안간 외삼촌이 됐어?
신주부 : 그래 너희 놈의 집안은 참 무식한 놈의 집안이로구나. 늬집 촌수는 죽방울 촌수냐?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게.
팔먹 을: 내가 외삼촌이란 말인데 급해서 말이 헛나와 그랬소.
팔먹 병: 여보 신주부 양반. 사람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데 왜 그러고 서있소. 맥이라도 좀 짚어 보구려.
신주부 : 진맥을 해 보란 말이지.
(앉아서 팔 소매를 걷어올리고 쓰러진 팔먹의 발목을 잡고 쳐들어 진맥을 한다)
팔먹 갑: 여보 신주부 양반. 다른 사람들은 맥을 볼 때 손목을 짚는데, 당신은 발목을 짚고 어쩌자는 거요?
신주부 : 허허, 모르는 소리. 매사란 상하가 있는 법인데,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 못쓰고 아래서 위로 치올라 가야 하는 법이야. 그러니까 맥을 보는데도 위에서 아래로 보는 상중하 맥이 있고 아래 서 위로 보는 하중상 맥이 있는데, 이것은 아래서 위로 보는 하중상 맥일세.
팔먹 갑: 하중상 맥이라고요? 신주부양반. 그럼 사관이나 좀 터주슈.
신주부 : 사관? 사관을 어따 놓지?
팔먹 갑: 여보슈. 그걸 알면 내가 놓지 의원을 불렀겠소.
신주부 : 그렇던가
(무색한 듯 쪼그리고 앉아 허리춤에서 침통을꺼내 침을 머리에 문질러 손과 발에 사관을 놓는다) 사관을 놔도 꿈쩍 안하는 걸 보니 이상한데, 옳지. 아까 내가 아래서 봤길 망정이지 위에서 봤더라면 큰일날 뻔했구나.
팔먹 을: 뭐가 어떻게 됐소?
신주부 : 아 그럼, 되다마다, 항문이 꽉 막혔어.
팔먹 을: 그럼 무슨 좋은 수가 없소?
신주부 : 좋은 수가 있긴 하나 있지. 항문이 꽉 막힌 데는 황침이 제일이지.
팔먹 병: 황침! 황침이라면 이만한 게 아니요 (양손을 넓게 벌려 보이며)
신주부 : 암 그렇지. 이만하지.(양손을 넓게 벌려 보임)
팔먹 정: 그러나 저러나 신주부 양반. 황침을 놓으면 살겠소?
신주부 : 그야 둘 중 하나겠지.
팔먹 정: 둘 중 하나라니?
신주부 : 죽기 아니면 살기지.
팔먹 갑: 그럼 어서 황침인지 똥침인지, 죽든 살든 단판 씨름으로 한 대 놔주오.
신주부 : 자 그럼 황침을 놓는 데 죽든지 살든지 난 모르오.
(머리에 쓴 건에서 황침을 뽑아 쓰러진 팔먹을 엎어놓고 위에서 엉덩이를 향하여 두어 번 흔들다가 푹 쑤셔 넣는다. 깜짝 놀라 일어나면 장단이 나오며 모두 흥겹게 춤추며 퇴장한다)
제 7 마당 : 노장
팔먹들이 굿거리 장단에 맞춰 등장하여 각자 흥겹게 춤을 춘다.
팔먹 갑: 쉬-이! 얘들아. 오랜만에 우리 팔난봉이 한자리에 다 모였구나. 이렇게 나온 김에 한바탕 몰아보자.
팔먹모두: 그거 좋겠다! (불림으로) 나비야 나비야 청산 가자. 호랑나비야 너두가자...
(팔먹 여덟이 군무를 한다. 이때 노장이 객석에 나와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서있다)
팔먹 을: 쉬-이! 북쪽 하늘이 컴컴하게 흐려 오는 걸 보니 소나기라도 한차례 내릴 것 같구나.
팔먹 병: 그래! 어디 그럼 내가 가서 살펴보고 오겠다. (불림으로) 소상반죽 열두 마디 휘휘 칭칭 감아 잡고 <뚜욱 뚜욱 뚜욱 뚜욱> (노장 앞까지 나가 기웃거리다 부채를 확 펴면 놀라 물러나며) 이크! 얘들아, 자세히 살펴보니 뒷절 노장께서 나와 계신다.
팔먹 정: 그런데 스님이 절간에서 염불이나 외지, 이 속세엔 왜 내려 왔단 말이냐?
팔먹 병: 상좌 중놈에 남색만 썼지 여색을 못써서 색달이 걸려서 오래 고생 하다가 흑달이 돼서 죽을까 봐 곪은 걸 풀려고 내려 왔겠지.
팔먹 정: 자, 그럼 우리 모셔서 함께 놀아보자.
팔먹모두: 그거 좋겠다. 가서 모셔오자.
(우르르 몰려 나가 노장의 죽장을 양쪽으로 나눠서서 한 손으로 모두 잡고 굿거리 장단을 부른다)
얼쑤 절쑤 얼쑤 절쑤.....
(굿거리 장단이 나오면 모두 바깥쪽 손을 위 아래로 흔들며 등장한다. 그러나 노장은 그냥 서있고 죽장만 딸려 나온다)
팔먹 갑: 쉬-이! 우리가 노장님을 모셔온다더니 여태 끌고 나온 것이 지팽이밖에 더있느냐? 우리 다시 가서 모셔오자 (다시 나아가 죽장을 잡고 노장을 모시고 굿거리 장단을 불러) 얼쑤 절쑤 얼쑤 절쑤.... (이번엔 노장이 죽장 뒤끝을 잡고 부채로 얼굴을 가린 채 따라 나오다 중앙에 움추리고 앉는다. 팔먹들이 장내를 한바퀴 돌고나서)
팔먹 을: 이크! (모두 놀라 흩어지고 팔먹 하나가 죽장을 노장 앞에 갖다 놓는다) 저기 저 거무스름한 게 있는데 저건 또 뭐냐?
팔먹 병: 어디 내가 한번 들어가 봐야겠다. (성큼성큼 들어가 머리부터 엉덩이 끝까지 냄새를 맡다가 구리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으며) 비린내가 몹시 나는데 (휘 들러보며)
팔먹 갑: 비린내? (한 걸음 나서며) 비린내가 나는걸 보니 생선인가 보다.
팔먹 을: 생선? (팔먹 병을 바라보며) 생선이라면 회를 해먹어야지 (먹는 시늉을 한다)
팔먹 병: 회라면 어두일미라는 데 나는 대가리를 먹겠다. (팔뚝을 잡아 보인다)
팔먹 정: 그럼 토막을 내야지.
(성큼성큼 들어다 팔을 걷어올리고 두어 번 흔들다 노장 등을 탁 친다. 노장이 움찔하니 모두 놀라)
이크!
(들어가면 장단이 나온다)
(화장무로 3번안으로 들어가 여닫이로 후진 3번하고 건드렁, 멍석말이로 퇴장한다)
팔먹이 퇴장하면 소무 2명이 양옆에 나와 서며 장단이 바뀌어 염불 장단이 나온다. 소무는 손을 이마 앞에 올려 손바닥을 엎었다 제꼈다하는 자라춤을 춘다.
노장이 한 장단을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 꿈틀거리기 시작하면서 노장 춤을 춘다.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다 끝박에 부채질하고 고개를 숙인다. 우로 고개를 들고 소무를 부채 너머로 살펴보다 역시 부채질하고 숙인다. 좌로 반복한다. 죽장을 짚고 한쪽 무릎을 세우며 좌우 소무를 살고 부채질한다. 겨우 죽장에 의지하여 부들부들 떨며 일어서려다 숙이고 부채질한다. 겨우 일어나 부채를 펴며 팔을 쳐들어, 우측 소무를 부채 밑으로 살피고 좌측 소무도 살핀다.
부채를 접어 아래로 내려 좌우로 흔들다가 죽장을 떠올린다. 죽장을 양어깨에 걸치고 좌우 소무를 번갈아 바라본다.
갈지자걸음으로 후진하여 뒤로 나아가 죽장을 떨구어 버리고 부채로 장단을 굿거리로 청하여 부채를 쫙 펴서 크게 흔든 다음, 활개를 펴고 화장무, 활개펴기, 활개 꺾기, 거들음 춤을 추며 우측 소무에 다가가니 소무가 뒤로 돌아 춤을 춘다. 실망한 노장이 다시 좌측 소무쪽으로 춤추며 다가가니 역시 보기 흉하다는 듯이 뒤로 돈다. 그러자 노장이 이번에 자기 염주를 벗어 소무목에 걸어준다. 그리고 돌아 우측소무쪽으로 춤추며 나오니 좌측 소무가 다시 돌아서서 우측 소무쪽으로 가는걸 보고 염주를 벗어 앞에 동댕이친다. 노장이 염주소리를 듣고 돌아서 염주를 주워 높이 쳐들어 보다가 염주에 밴 여자 냄새를 맡으며 고개를 염주에 파묻고 진저리를 친다. 체념이나 한 듯 뒤로 물러나가 염주를 땅에 팽개치며 장삼을 벗어버리고 객석 앞쪽으로 나와 쪼그리고 앉아 시늉으로 양치질하고 양손으로 물을 떠 입에 물어 헹군 다음 앞으로 내 뱉으며 세수하고 소매자락으로 얼굴을 닦고 안주머니에서 거울을 꺼내 얼굴을 보며 빗질을 한 다음 뒤로 돌아보니 소무들이 자기장삼을 쳐들고 오라고 손짓한다. 흐뭇하면서도 못 믿겠다는 듯이 발을 개고 주저앉아 허리춤에서 투전을 꺼내 바닥에 깔아 놓고 한 장을 집어보고 기뻐 무릎을 탁 치고 뒤돌아보니 역시 장삼염주를 들고 서서 손짓으로 오라고 부른다. 일어서서 부채를 손바닥에 치면서, 타령장단을 불러 소무쪽으로 다가간다. 소무는 노장에게 장삼을 입혀준다. 노장이 염주를 양쪽 소무와 자기 목에 셋이 함께 걸어 어깨를 걸고 깨끼걸음으로 장내를 돌아 잽이 옆에 가서 앉는다.
제 8 마당 : 신장수
팔 소매 달린 검은 등거리를 입고 꽃달린 패랭이를 쓰고, 채찍을 들고, 붉은 옷을 입은 원숭이를 업고 굿거리장단에 장내를 서서히 돌면서 주위를 둘러보고 노장이 앉아있는 반대쪽에 원숭이를 내려놓는다. 원숭이는 고개를 파묻고 엎드린다.
신장수: 쉬-이! (손을 들어 주위를 살펴보고) 아하! 장 한 번 잘 섰다. 장꾼은 다섯인데 풍각쟁이는 일곱 이로구나. 이왕에 나왔으니 엿이나 한번 팔아 보자. 엿 사시오 엿! 콩엿, 깨엿, 수수엿, 울릉도 호 박엿도 있소! (반응이 없자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 보고) 허허, 사람은 백결치듯 했는데 엿 사 먹을 놈은 한 놈도 없구나. 이렇게 단 엿을 사먹을 녀석이 없는데 신 살 놈은 있을라구. 그러나 저러나 한번 외워보자.
신 사시오 신! 신 사시오 신!
네날 딴총에 짚신도 있고
육날 제총에 미투리도 있고
당사실로 수 놓은 여혜도 있고
명주로 백비한 꽃신도 있소!
(주위를 둘러보다 노장이 손짓하는 것을 보고) 날 오라고? 옳지, 저 녀석이 신을 살려나 보구나. (노장 가까이 뛰어가서) 그래 몇 켤레나? (노장 손을 들어 두 손가락을 보인다) 두켤레? 허허, 그놈 참 효성도 지극하구나! 그래, 하나는 너의 대부인 주고 하나는 너의 마누라 줄려구. (노장 고개를 흔든다) 아니야? (노장 양손을 들어 양쪽 소무 어깨에 얹는다) 오라, 이제 알았다. 하나는 너의 큰마누라 주고 또 하나는 너의 작은마누라 줄려구? (노장 고개를 끄덕끄덕 한다) 그럼 얼마난 걸루 줄까? (노장, 양손을 쳐들고 한 손으로 접은 부채에 한뼘 두뼘을 올리고 조금 더 올려 크기를 일러 준다) 어이쿠! 한자 두치라. 허허, 옛말에 족대왈 적이라더니 도둑년의 발이냐? 웬년의 발이 그리도 크냐, 그럼 또 하나는? (노장, 이번엔 한뼘 반을 표시한다) 일곱치 닷푼. 오 그건 쓸만하구나! 자, 그럼 갖다주마. (덜렁덜렁 뛰어가 원숭이 밑에서 신을 꺼내는 시늉을 하며 갖다 노장에게 준다) 예따, 신 받아라! (노장 양소무에게 신을 신겨주는 시늉을 한다) 자, 신을 받았으면 돈을 내야지. (노장 손을 들어 두어 번 쥐었다 폈다 하고 없다고 좌우로 흔든다) 뭐? 지금 신 값이 없다구? 그러면 돌아오는 장날이나 되돌아오는 장날쯤 하여 두어(파?)수쯤 걸려서 줄 것이지. 그것도 육동짓달 스무 초닷새날 준다구? 아이구 나는 망했구나. (원숭이 쪽으로 뛰어가 원승이를 탁 치면 일어나서 벌벌 떤다) 얘, 이 베라먹을 짐승아. 너 이리 좀 오너라. 니가 나를 알다시피 너하고 나하고 한 솥에 밥을 먹고 산지가 어언 석삼년이 지났는데, 알다시피 허리 잘록한 계집이 있느냐? 아니면 머리 감실 감실한 자식 새끼가 있느냐? 그래서 내가 너를 알기를 허리 잘록한 계집 처럼도 생각하고 머리 감실 감실한 자식 처럼도 생각해 왔는데 얘야, 오늘은 내 청을 하나 들어줘야 겠다. (노장을 가리키며) 저 건너 중놈한테 가서 신 값 좀 받아오너라. (원숭이 촐랑촐랑 뛰어간다) 얘, 얘, 얘! 이리 오너라. (원숭이 되돌아온다) 어디 말귀나 알아들었나 한 번 시험해 보자. (채찍을 목뒤에 꽂고) 두손을 번쩍 들고 (두손을 들면 원숭이도 두손을 든다) 잼잼잼-잼 (원숭이 따라한다)
곤지곤지 곤지곤지 (원숭이 따라한다)
짝짜꿍 짝짜꿍 (원숭이 따라한다)
두손을 내리고 (두손을 내리고 뒷짐을 진다)
도리도리 도리도리 (원숭이 따라한다)
허, 그 놈 참 영특도 하지. 그만 하면 심부름 하나는 충분히 하겠구나. 냉큼 가서 신 값을 받아 오너라. (채찍을 탁 치면 원숭이도 신장수 엉덩이를 탁 치고 손뼉으로 장단을 부른다)
(장단이 나오면 원숭이는 촐랑촐랑 뛰어가 소무를 얼싸안고 등에 타고 장난을 하면 노장은 부채로 쳐낸다. 원숭이가 한참 소무를 놀리다가 돌아오면) 쉬-이! 그래, 신 값은 받아 왔느냐? (소무 모습 흉내를 내고 진저리를 친다) 그렇게도 예쁘더냐? 얘얘, 지랄은 그만 떨고 그래 신 값은 받아 왔느냐?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고 좌우로 흔든 다음 샅에 끼고 진저리 친다) 이놈! 신 값을 받아 오라고 보냈더니 돈은 안 받아 오고 그래 개평을 따고 왔단 말이냐? 예끼 이놈! 너 때문에 밥 빌어다 죽 쑤어 먹겠다. (채찍질하니 도망간다. 쫓아가면서 퇴장)
제 9 마당 : 취발이
등에 호랑이 그림이 그려진 푸른 반장삼에 푸른 고깔을 쓰고 녹음을 들고 만취가 된 듯 녹음(푸른 나뭇가지)을 얼굴에 가리고 비틀거리다가 '아취!-' 하고 재채기를 크게 하고 코를 '팽'풀어 옷에 쓰윽 닦으며
취발이 : 요놈의 고뿔인지, 쥐뿔인지 들줄만 알았지, 날줄은 모르는 구나. 아-취! 그러나 저러나 여러 해 포만에 다정한 친구를 만나 그냥 헤어질 수 없어서 주막에 들어가 미색을 양무릎에 앉혀 놓고 한잔 먹어 두잔먹어, 일배 일배 부일배라. 권커니 잤커니 밤새도록 퍼 마셨더니 얼굴이 불콰하 고 취흥이 도도 하야, 무악재 고개를 쓱 올라서니 뒷산 솔개미란 놈이 내 얼굴이 지지 벌건 하 니까, 좌판에 고깃덩어리로만 알고 이쪽에서 쉬익, 저쪽에서 쉬익 채 갈려고 날아드니 소름이 쭉쭉 끼치는 구나. 자, 저놈의 솔개미를 쫓아 보는데.. (불림으로) 이리로 휘익- 저리로 휘익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게걸음 뛰기를 하며 솔개미 쫓는 시늉을 하고 나서) 쉬-이! 그놈의 솔개미를 멀리 쫓아 버리고 났더니 취기가 싹 가시는 구나. 그런데 이상하다. 어디서 비린내가 몹시 나는데... 옳지! 저기 거무스름하고 희끗희끗, 노릇노릇 발긋발긋한 게 있는데, 대체 저게 뭔가 내 한번 건너 가 봐야겠다. (불림으로) 녹수 청산 깊은 골에 청룡 황룡이 꿈틀 꿈틀..
(타령으로 호들갑스럽게 화장무, 곱사위, 돌단이 등으로 노장, 소무 주위를 맴돌다가 노장의 부채에 탁 맞고 '아취'하고 물러서며)
취발이 : 아하! 이거 희한하구나. 역발산 기개세하는 취발이 삼십평생에 매라는 말만 들었지 못 맞아 봤 는데 이거 오늘에야 내가 임자를 만난 모양이다. 그러나 저러나 니가 내 성식을 모르는 모양 인데 대관절 무엇인지 자세히 보기나 해야 겠다. (불림으로) 원산 첩첩 곤산 넘어... (모듬발로 깡총깡총 좌우로 뛰며 불림을 한 다음 여닫이, 배치기, 건드렁으로 노장 주위를 한바퀴 돌아 살펴보고 나와서)
취발이 : 쉬-이! 아하, 이제 알았다. 네 보아하니 머리에 송낙을 쓰고 목에 염주를 걸고 칠포 장삼을 입 고 가사를 걸친 것을 보니 뒷절 중이 분명한데 니가 중이냐? 아님 밤중이냐? 칠월 백중이냐? 거리 노중이냐? 깊은 산중이냐? 중이면 절간에서 불도나 닦을 것이지 속세에 내려와서 그것도 계집을 둘씩이나 끼고 농탕을 치니 이거 될 법이나 할 짓이냐. 자 저놈을 다부지게 얼러야 겠 는데 금강산으로 녹일까, 녹수청산으로 녹일까. (불림으로) 다부지고 모지고... (타령장단에 곱사위, 깨끼리를 추며 후리러 간다. 노장이 앞에 나와 대무한다. 화장무, 자진 화장무, 여닫이, 배치기, 건드렁, 돌단이로 돌아 녹음으로 등을 내리쳐 쫓아낸다. 노장이 물러나 소무 가랭이 밑에 숨는다. 찾아보니 노장이 없어 소무 앞뒤를 신이 나서 돌다가)
취발이 : 쉬-이! 흐흥, 그러면 그렇지 별 수 있나. 얘가 혼이 나기는 난 모양인데 이제 아주 줄행랑을 쳤 겠지 (하며 소무를 향하여) 자, 이제 다 팔아도 내 땅이니 너희들 나하고 한번 놀아보자. (하며 소무 앞으로 다가가니 소무 가랭이 밑에서 노장이 고개를 쑥 내밀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니 깜짝 놀라 물러서며) 이크! 이건 또 뭐냐? 중놈을 쫓아버리고 났더니, 아니 저년의 가랭이 밑에서 한 오백년이나 묵은 이무기가 고개를 쑥 내미니 이거 점잖은 짐승이 무슨 짓일까? 피비린내 끼치기 전에 어여 썩 물러가거라. 쉬-익, 쉬-익,쉬-익-.
(조심스럽게 쫓는다. 노장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다가 다시 한번 고개를 내민다)
하아! 얘가 놀자네! (내밀었던 고개를 들여가며 소무를 하나 업고 나간다) 아유 저런 안갑할 년이 중 서방을 해 가는 구나. (양쪽 소무를 번갈아 바라보다 장내에 남아있는 소무를 보고) 얘, 이제 너하고 나하고 단 둘이 남았으니 한번 놀아보자꾸나. (소무가 고개를 흔든다) 뭐? 싫다구? 그렇지 탐화 봉접이라 했으니 내가 널 쫓아가야지. 자, 나와 한번 놀아보자. (하며 다가가자 몸을 꼬며 고개를 흔든다. 취발이 가까이 가서) 아이쿠! 냄새 한 번 지독하구나. (코를 쥐며) 요년이 노린 내 나는 중놈한테 놀아나더니 노린내가 물씬 배었구나. 휘-익, 휘-익 (녹음으로 소무 온몸을 사방으로 털어 준다) 야, 이거, 여기까지 노린내가 배었구나. (녹음을 맡아보다가 객석으로 집어던진다) 자, 이제 나하고 한번 놀아보자. 노린내 나는 중놈보다야 사자어금니 같은 내가 어떠냐? (불림으로) 낙일욕물 현산서 하니 도처 청망이 하함이라(도처 청명이 황하수라).... (타령에 깨끼춤을 멋지게 추면서 소무주위를 도는데 소무는 자꾸 고개를 돌리며 보지 않으려 한다)
취발이 : 쉬-이! 얘,얘, 너 중놈한테 고작 해야 염불이나 들었지, 이런 춤을 보았겠느냐? 내가 춤을 출 테니 잘 봐라. (불림으로) 소상반죽 열두 마디 뚜욱뚜욱 뚜욱뚜욱..... (병신춤을 춘다) 자, 내춤이 어떠하냐? 뭐? 싫다구? 허허! 이제 보니 얘가 딴 생각이 있었구나! 그럼, 같이 한 번 놀아보자. (불림으로) 인간이별 만사중에 독수공방이 제일 섧다....
(깨끼 춤으로 다시 춤을 추며 소무 뒤에 가서 키도 재보고 팔도 얹어보고 고개를 좌우로 넘겨다 볼 때 비로소 소무가 얼굴을 마주보게 된다. 이제 신명이 나서 소무 앞쪽에 와서 손을 내미니 손을 잡아준다. 손을 잡고 춤을 추다가 양손을 잡고 앉으며 발밀기를 하다가 서서히 일어서서 옆으로 게걸음 뛰기를 한 다음 왼손으로 소무 왼손을 잡아 어깨에 걸치고 오른손으로 소무허리를 뒤로 감아 잡고 오른 무릎으로 소무 엉덩이 밑에 받치고 모듬발로 방아찧듯 하며 한바퀴 돈 다음)
취발이 : 쉬-이! 이제 나도 어른이 되었으니 상투나 한 번 틀어보자. (발을 개고 앉아 앞머리를 손가락에 감아 대면 그대로 풀어진다. 또 반복해도 풀어진다) 옛말에 취발이 상투는 짜나 푸나 매한가지라 더 니, 내 팔자에 상투는 무슨 상투냐? (하며 뒤를 돌아보니 소무가 배를 문지르다 아픈 표정을 짓고 쓰러진다. 깜짝 놀라 일어나며) 아니, 얘가 웬일이냐? (달려가 배를 쓰다듬다가 깡총뛰며) 허허, 우리 집안에 경사 났네, 취발이네 경사 났어, 이제 우리 선영에도 꽃이 함박만하게 피었구나. 얘가 벌써 산기가 있는 모양인데 어서 해산 어멈을 불러 얼른 낳도록 칠성님께 빌어야지. 해산어멈! 해산어멈! (해산어멈이 짚뭉치를 이고, 엉덩이춤을 추고 나오면 장단이 나온다. 해산어멈이 엉덩이춤을 추며 소무에 다가가서 짚뭉치를 내려놓고 짚뭉치 속에 넣어온 동자인형을 몰래 치마 속에 넣고 나서 물그릇 놓고 사방재배하며 춤을 추다 동자를 소무 치마 속에서 꺼내 거꾸로 들고 엉덩이를 탁 치고 세워 받쳐 잡고 쳐다보니 취발이가 쫓아가 달라고 하니 줄까말까 실강이를 하다가 취발이가 나꿔채 빼앗아가니 해산어멈은 짚뭉치를 챙겨들고 소무를 데리고 퇴장한다)
취발이 : 쉬-이! 그놈 참 잘 생겼다. 용생용 봉생봉이라더니 어쩌면 이렇게 나만 꼭 빼 닮았느냐? 그리 고 삼신님도 고마우시지. 취발이가 이렇게 가난한 줄 알고 바지꺼정, 저고리꺼정, 조끼꺼정, 버 선꺼정, 복건꺼정 점지해 주시었구나. (동자를 귀에 대고 말을 듣고 나서) 뭐? 이름을 지어 달라 고? 그렇지. 사내 대장부가 세상에 태어났으면 이름 석자가 중요한데 그래 이름을 지어주마. 그 러나 저러나 조실부모하여 십오세부터 주색잡기에 침범하여 글이라곤 낫놓고 기역자도 모르니 네 이름을 뭐라 짓지? 내가 취발이니까 취자 항렬을 또 딸 수는 없고, 가만있자... 옳지! 마당에 서 났으니 마당쇠라 짓자. (동자를 귀에 대보고) 뭐! 오줌이 마렵다고? 야 이거 큰일났구나. 이 렇게 점잖은 분들이 많은데 어디다 쉬를 하지? (관객 앞에 가서 두다리를 벌려 잡고) 쉬-, 쉬- (하고 털털 털어 준다) (또 귀에 대고 나서) 이젠 천자를 가르쳐 달라고? 그렇지! 사내대장부하면 신언서 판이지. 너야 의양이 이렇게 분명한데 글을 몰라서야 쓰겠느냐? 오냐, 가르쳐 주마. (발을 개고 앉아 동자를 앞에 앉혀 놓고) 하늘 천, 따 지 (객석에서 따라한다) 가마솥에 누룽지, 딱딱 긁어서, 너는 한 그릇, 나는 두그릇.... (귀를 동자 쪽에 가까이 대었다가) 천자문이 어려우니 풀어서 가르쳐 달라고? 오냐, 그럼 너 좋은 대로 하자. 쳐다보느냐 하늘 천. (객석에서 따라한다) 내려다보니 따 지. 휘휘 칭칭 감을 현, 꾹 눌렀다 누루 황, 허허, 그놈 나보다 차포오졸이 더하는구나. (다시 귀에 대어보고) 천자는 그만 배우고 이제 국문을 가르쳐 달라고? 오냐, 남들이 배우는 건 뭐든지 다 배 워라. 기역, 니은.... 지을, 렬
(따라한다)
기역자로 집을 짓고
지긋지긋이 사잤더니
가이없는 이내 몸이
거지꼴이 되었구나!
허허, 이러고 보니 신세타령이 되었구나.
(다시 귀에 대고 나서) 뭐라고, 글만 배워 가지고는 쉽게 밥벌이를 할 수 없으니 쉽게 벌어먹을 수 있는 것으로 가르쳐 달라고? 가만있자, 쉽게 벌어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장타령밖에 아는 게 없는데, 그거라도 배우자.
취발이 : (동자를 들고 일어서며 장타령을 읊는다)
얼시구 시구 들어간다. 절시구 시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요놈의 소리가 요래도 천냥 주고 배운 소리
한푼 벌기가 땀난다. 품 품바나 잘한다.
네 선생이 누군지 남보다도 잘한다.
시전 서전 읽었는지 유식하게도 잘한다.
논어 맹자 읽었는지 대문대문 잘한다.
냉수통이나 먹었는지 시원시원 잘한다.
뜨물통이나 먹었는지 걸직걸직 잘한다.
기름통이나 먹었는지 미끈미끈 잘한다.
밥은 바뻐서 못 먹고, 죽은 죽어서 못 먹고
술은 수리수리 잘 넘어 간다.
저리시구 저리시구 잘한다. 품바나 잘한다.
앉은 고리는 등고리, 선고리는 문고리
뛰는 고리는 개고리, 나는 고리는 꾀꼬리
입는 고리는 저고리, 품바나 품바나 잘한다.
한발 가진 깍귀, 두발 가진 까마귀
세발 가진 동도귀, 네발 가진 당나귀
저리시구 저리시구 잘한다. 품바나 잘한다.
일자 한자 들고 보니
일편단심 먹은 마음 죽으면 죽었지 못 잊겠네
이자 한자 들고 보니
이수중 백노주에 백구 훨훨 날아든다
삼자 한자나 들고 보니
삼월이라 삼진 날에 제비 한 쌍이 날아든다
사자 한자를 들고 보니
사월이라 초파일 연등놀이가 좋을 시구
오자 한자를 들고 보니
오월이라 단오날에 처녀총각 한데 모여 추천놀이가 좋을 시구, 품바나 잘한다
육자나 한자를 들고 보니
유월이라 유두 날에 탁주놀이가 좋을 시구
칠자 한자 들고 보니
칠월이라 칠석날에 견우 직녀가 좋을 시구
팔자 한자 들고 보니
팔월이라 가배 날에 오례송편이 좋을 시구
구자 한자 들고 보니
구월이라 구일 날에 국화주가 좋을 시구
십자 한자 들고 보니
시월이라 무오날에 고사사당이 좋을 시구
백자 한자 들고 보니
백만 장안 억만 간에 태평가가 좋을 시구
만자 한자 들고 보니
만세 만세 우리 나라 국태민안이 좋을 시구
억자나 한자 들고 보니
억조 창생 백성들이 함포고복 좋을 시고
저리시구 저리시구 잘한다. 품 품바나 잘한다.
취발이 : (각설이 타령을 멈추고 다시 동자를 귀에 대어보고) 뭐? 글 배우고 밥벌이 배웠더니 배가 고프 다고? 그럼 네 어미를 불러야지. 여보! 여보! 아, 이년이 어딜 갔어. (소무등장) 어딜 갔다 이제 오는 거야? 우리 마당쇠가 배고프다는데 젖 좀 먹여. (동자를 받아 내던지고 들어간다) 아이구, 이런 망할 년이 있나. 애 대갈통이 단단한 돌대가리길 망정이지 큰 일 날뻔 했구나. 얘가 나혼 자 만든 애냐? 저와 내가 서로 좋아서 낳은 애지. 자- 그럼 이만 놀고 들어가자. (불림으로) 간 다 간다 취발이 간다. (퇴장)
제 10 마당 : 샌님, 말뚝이
굿거리 장단에 맞춰 말뚝이는 팔소매 있는 검정 등거리를 입고, 채찍을 들고, 앞장서서 뒷걸음으로 나오고 그 뒤를 정자관을 쓴 언챙이 샌님, 갓을 쓴 서방님, 복건을 쓴 도련님 순으로 양반은 까치걸음으로 나온다. 마당을 한바퀴 돌며 말뚝이가 '샌님 샌님 허허 샌님' 하고 굿거리에 맞춰 부르면서 돌다가 양반 셋이 잽이 반대편에 자리잡고 서서 부채질하며 중앙으로 춤추며 나온다
샌 님 : 말뚝아. 말뚝아. 야! 이놈 말뚝아-.
(말뚝이는 알아듣고도 들은 척도 안하다가 서서히 샌님 옆에 다다 가서)
말뚝이: 예-잇! (장단이 멈춘다) 말뚝이 대령이오. (채찍을 양손에 잡고 고개를 숙였다 쳐들며 대답한다)
샌 님 : 야라야히, 듣거라! 날이 저물었으니 사처를 하나 정하라.
말뚝이: 예-잇, 사처를 하나 정하랍신다. (채찍을 어깨에 걸쳐 메고 빈정대는 투로 말하며 앞쪽으로 걸어 나오면서) 제기럴, 우리 집 샌님인지, 댄님인지, 졸님인지 하는 저런 녀석이 (힐끗 쳐다보면서) 날 부르 기를 말뚝아, 꿀뚝아, 메뚝아, 깍둑아 하고 오뉴월 장마등에 나막신 찾듯이 막 불러 제키더니만 그만 겨우 사처를 하나 정하라구. (채찍을 내려 흔들며) 흥, 하기야, 장님이 개천 나무라서 소용 있나? 내가 제 집에서 종노릇을 해 먹고 사는 형편이니 사처를 하나 정하는 수밖에 없지. 자, 그럼, 사처를 하나 정하는데 (불림으로) 나비야 나비야 청산가자 호랑나비야 너도 가자. 얼수 절수 얼수 절수. (채찍 중간을 잡고 앞으로 냈다 당겼다 하며 불림을 하고 몸을 좌우로 비껴 뛰며 말뚝이 춤을 추다가 샌님 앞으로 여닫이로 가서 팔을 어깨위로 넘기고 고개 짓을 하다가 양반 둘레를 한바퀴 돌아 나와 반대편으로 가서 두손을 입에 대고 외막 사령을 부른다)
말뚝이 : 외막사령! (장단이 멈춘다) 외막사령!
쇠뚝이 : 어떤 제미럴 놈이 날 불러.
(반장삼을 입고 괴춤을 넣으며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켜며 등장한다)
말뚝이 : 대낮에 뭘하고 들어앉았나?
쇠뚝이 : 내근을 했지
말뚝이 : 예끼, 이 사람아. 괴춤도 안 매고 내근을 해?
쇠뚝이 : 두내외가 안에 들어앉았으니 내근이지.
말뚝이 : 그렇던가. 그런데 자네 요새 드문드문하네 그려.
쇠뚝이 : 신흥사 지푸라기 같으냐?
말뚝이 : 중에 상투 같다.
쇠뚝이 : 싸릿문에 입춘 같구?
말뚝이 : 맛물 서릿발같다.
쇠뚝이 : 여보게 농담은 그만두고 대체 무슨 일로 날 찾아 왔나?
말뚝이 : 자네한테 청이 하나 있어 찾아왔네.
쇠뚝이 : 무슨 청인가? 뭐 달라는 소리만 말고는 다 들어줌세.
말뚝이 : 여보게 이리좀 와보게. (쇠뚝이를 끌어 상전을 가리키며) 저 건너편의 저것들을 좀 보게. 저것 들이 우리 집 상전일세. 저기 윗입술이 쭉 째진 게 우리 집 샌님이고 (샌님이 못마땅하다는 듯이 부채를 몹시 흔든다) 그 다음 물건이 서방님이고, 끝에서 깝쭉깝쭉 까부는 게 우리 집 도련님일세. (역시 도련님이 부채질한다) 그런데 저것들이 송파 산대놀이 구경을 왔다가 날은 저물고 의지할 곳이 없 어 사처를 하나 정하랍시는 데 내가 이 근처에서 다정한 친구라야 자네밖에 더 있나?
쇠뚝이 : 그야 그렇지!
말뚝이 : 그러니 사처를 하나 정해주게.
쇠뚝이 : 오랫만에 다정한 친구가 찾아와서 부탁하는데 안 들어 줄 수 있나. 그럼 내 사처를 하나 정해 봄세. (불림으로) 왼초 반초 반반초...... (둘이 대무를 하다가 쇠뚝이가 퇴장을 하니 말뚝이 혼자 춘다. 쇠뚝이 다시 등장하면)
말뚝이 : 쉬-이! 그래 사처를 정했느냐?
쇠뚝이 : 암, 정했지.
말뚝이 : 어따 정했느냐?
쇠뚝이 : 저 고개 너머 양지바른 곳에 좌좌우향으로 좌청룡 우백호한 명당자리가 있어 터를 널찍이 잡 아놓고..... 여보게, 잠깐만,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귀에 대고 소근거리며 말뚝박는 시늉, 깃넣는 시늉, 문 여는 시늉을 하니 말뚝이도 따라서 한다. 이때 도련님은 샌님, 서방님을 건들며 수염도 잡아당기고 장난을 치다가 부채로 얻어맞는다)
말뚝이 : 아하하하하- 수고했네. (불림으로) 백수한산 심불로.... (춤을 한바탕 추며 대무한다. 양반 셋은 부채를 펴 앞으로 숙였다 들었다 하며 삼진삼퇴 한다)
샌 님 : 야, 이놈 말뚝아! 말뚝아! 말뚝아!
말뚝이: (서서히 다가가서) 예-잇! (장단 멈춘다) 말뚝이 대령이요. (고개를 숙였다 쳐든다)
샌 님 : 사처를 정했느냐?
말뚝이: 예-잇. 사처를 정했소.
샌 님 : 어따 정했느냐?
말뚝이: 저기 (가리키며) 저 고개 넘어 양지바른 곳에 좌좌우향으로 좌청룡 우백호한 명당자리가 있어 터를 널찍이 잡아 놓고 토담을 뚜르르르르 둘러놓고 (손을 한바퀴 둘러 보이며) 참나무로 깎아 만든 말뚝을 여기도 박고 (샌님 가랭이 밑에 박으니 깜짝 놀라 물러난다) 여기도 박고 (서방님 앞에 박는다) 저기도 박고 (도련님 앞에 박는다) 듬성듬성 박아 놓고 우리 양반님네들 오뉴월 삼복지경 에도 얼어 뒈지실까봐 깃을 두둑히 갖다 놓고 (들여 넣는 시늉) 문은...... 문은..... (문을 잡고 열려는 시늉을 하다가 옆에서 거들어 주는 쇠뚝이를 힐끗 쳐다보며 서로 고개를 끄덕끄덕 한 다음) 하늘로 내었소! (양손을 위로 펴 올린다)
샌 님 : 예끼, 이놈! 그럼 돼지우리가 아니냐!
말뚝이: 영락없이 돼지우리죠! (장단이 나오면 모두 춤을 춘다. 한참 추다가 채찍을 들어 양반을 치며) 양반 돼지 나가신다! 두우, 두우. (하며 돼지 모는 흉내를 내며 몰아 퇴장한다)
제 11 마당 : 샌님, 미얄, 포도부장
샌님이 작은마누라(소무)와 함께 어깨를 걸고 춤추며 마당을 든다. 이때 미얄이 지팡이 짚고 나오니 샌님이 얼른 소무를 뒤에 숨겨놓고 시치미를 떼면서
샌 님 : 쉬-이! 거 마누라 아녀?
미얄할미: 아니 영감 아뇨?
샌 님 : 아니 그런데 할미 얼굴이 왜 이 모양이 됐나?
미얄할미: 아! 영감 찾아 다니느라구 저 강원도 금강산에 들어가 칡뿌리, 참나무뿌리도 캐 먹고, 밤도 따 먹고, 도토리도 주워 먹고 해서 독이 올라 얼굴이 이렇게 되었지.
샌 님 : 그랬어. 그러나 저러나 마누라 없는 동안 하도 적적해서 작은 집을 하나 두었지. 그러니 이왕 나온 김에 인사나 하고 들어가오.
미얄할미: 예끼 여보. 기껏 찾아서 왔더니 작은 집이라니 그 큰집은 어디다 두고 작은 집이야?
샌 님 : 작은 집이 아니고 작은마누라를 두었으니 인사나 하우.
미얄할미: 뭐라고? (놀란 듯이) 작은마누라를 두었다고? 아이고 분해라. 어디 보자! 이년! 이년! (소무를 붙잡고 실강이를 벌인다. 그러나 힘에 부친 미얄할미가 뒤로 나자빠진다)
샌 님 : 왜들이래, 그만두고 들어가지 못해! (미얄할미보고 나무란다)
미얄할미: 날 보고 들어가라구. 아이구 분해! 어디 너희들 잘먹고 사나 봐라. 나는 간다. 이 연놈들아. (굿거리 장단이 나오면 퇴장한다. 이때 포도 부장이 등장한다)
샌님이 소무와 춤추면서 소무 뒤에서 좌우 어깨너머로 넘겨보며 춤추다 앞으로 나와 양손을 맞잡고 놀다가 손을 놓고 까치걸음으로 춤추며 마당을 돌 때, 포도부장이 가다리고 있다가 이 때를 놓칠세라 얼른 소무와 맞잡고 춤춘다. 샌님이 화가 나서 팔을 걷어 부치고 포도부장 덜미를 쳐 쫓아버리면 장단이 멈춘다.
샌 님 : 얘얘, 내가 살면 얼마나 산단 말이냐? 내 죽으면 저 산밑에 한나절갈이(일천평) 개똥밭도 네가 가질 거구, 방에 들어가 깨진 농짝도 너 다 가질 거구, 부엌에 들어가 깨진 그릇도 너 다 가질 거구, 밤 한톨, 도토리 한톨이 생겨도 단밤은 내가 먹고 쓰고 쓴 도토리는 너 먹을 거다. (소무가 듣고 있다가 샌님 얼굴을 탁 치면 굿거리 장단이 나온다. 샌님이 소무 양손을 잡고 춤을 출 때 포도부장이 가까이 가서 팔을 뚝 쳐 떼어버리고 소무 양손을 잡고 춤춘다. 샌님이 소무를 붙잡으려 하자 포도부장이 가로막으며 빙빙 돈다)
샌 님 : 얘 젊은 놈아! 젊은것들이 좋아하는 건 어찌 하겠냐? 마지막으로 마누라 손목이나 만져 보게 해 다오. (풀이 죽어서 포도부장이 소무 손을 잡고 자기 손을 샌님에 게 내주니 샌님이 손을 잡고 어루만지며 얼굴에 비비다가 살펴보니 포도부장의 손인지라 뿌리치며) 이 안갑할 녀석아! (부채로 포도부장을 탁 치면 장단이 나오고, 춤추며 퇴장한다)
제 12 마당 : 신할애비, 신할미
굿거리 장단에 신할애비가 먼저 지팽이를 잡고 등장하여 마당을 한바퀴 돌며 반대편에 서서 춤출 때, 신할미가 지팽이 짚고 출구로 나와 춤을 추다가 뒷걸음으로 춤추며 서로 물러 나오다 중앙에서 엉덩이를 부딪쳐 서로 앞으로 엎으러 지다가 일어나 뒤돌아보고 서로 얼굴을 확인해 보고
신할미 : 거 영감 아니유?
신할애비: 영감이고 곶감이구, 지긋지긋하게 쫓아다니는구나.
여태 죽지도 않고 살아 가지고 아침 굶은 강아지 모양 졸졸 따라 다니느냐?
쌈지 끈에 대꼬치냐? 쌍줄육에 삼육이냐? 쌍지나에 아삼이냐?
너 때문에 더 살려도 못 살겠다. 늙어서 마누라가 영감 거두지 못하면 이제 죽어야지.
제발 좀 없어져라. 얼른 죽어라 죽어!
신할미 : 뭐라고, 날더러 죽으라구!
신할애비: 그래 죽어라. 어서 죽어!
신할미 : 젊어서 영감 잘 거둘 땐 좋아라고 하더니, 이젠 죽으라구! 아이고 분해라. (주저앉아 지팽이로 땅을 치며 통곡하며) 아이고 원통해.
(가슴을 주먹으로 치다가 뒤로 나자빠져 죽는다)
신할애비 : 요런 허연 년이 성미가 깍정이 같아서 꼭 가랑잎에 불붙는 듯 하더니만 죽으랬더니 정말 죽 었나 보다. (신할미를 살펴보고 만져보다가) 아니, 이거 아주 까무라졌구나. 아이구 정말 죽었 나 보다. 이거 큰일났구나. 얘 도끼야! 도끼야!
도 끼 : (등장하며) 왜그러우, 아버지 (바보스럽게)
신할애비 : 느 어멈이 죽었나 보다.
도 끼 : 그게 무슨 말이유? 어머니가 죽다니 거짓말 말어.
신할애비 : 아 인석아, 죽었나 살았나 보려무나.
도 끼 : (만져보며) 정말 죽었나봐. 뻗뻗해.
아버지! 어머니 사지가 고드름같이 차디찬 것을 보니
죽기는 죽었나 본데 아버지 좋아하는 데는 아직 뜨뜻하구려.
신할애비 : 예끼, 안갑할 녀석아! 그게 바로 니가 나온 구녁이다.
인석아 빨리 가서 니 누이를 불러오너라
도 끼 : 싫우! 이래뵈두 초상상제 맏상제인데 날보고 가라구?
신할애비 : 인석아, 하루 볕을 쬐도 내가 너보다 더 쬤는데 니 애비인 이 늙은이가 가야 옳니?
도 끼 : 제기럴! (출구 쪽으로 가서) 누이! 누이!
도끼누이 : (등장하며) 아이구, 너 도끼 아니냐?
그런데 니가 무슨 바람이 불어 여길 다 왔니?
도 끼 : 어머니가 죽었대.
도끼누이 : 뭐? 어머니가 죽었다구? 거짓말 마라, 인석아. 네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 데도 곧이 안 들 어.
도 끼 : 이번엔 정말야, 그런데 매부는 어디 갔어.
도끼누이: 죽은지 벌써 3년이나 댔다. 인석아!
도 끼: 숟가락 놨단 말이지? 그럼 그동안 옹색 펴줄 사람도 없이 적적해서 어떻게 살았지? 옳지! 누이 는 과부요, 아버지는 홀애비가 됐으니 둘이 잘해보시오.
도끼누이: 그런 걱정 마라, 인석아! 그러나 저러나 어머님께서 돌아가셨다면 어서 가보자. (신할미 누운 데로 나와 몸을 만져보고) 아이고! 아이고! 어머님이 이게 웬일이요? 아이고, 어머니!
(주저앉아 땅을 치고 통곡을 한다)
신할애비: 얘들아! 그만 울어라. 운다고 죽은 사람이 살아 난다더냐? 그만 울고 니 어머니 죽은 넋이 라도 좋은 곳으로 보내게 어서 가서 무당을 불러오너라. (도끼, 도끼누이 퇴장한다) 동네 사람 들! 동네사람들! (동네사람 두 명 등장한다) 이 시체를 쳐주오.
동네사람 둘이 신할미의 머리와 다리를 잡고 쳐드니 뻗뻗하게 들려 출구로 나간다.
도끼누이가 상복을 입고 간단한 제물과 촛대를 두 개 올린 젯상을 차려들고 등장하여 앞에 상을 놓으면 신할애비가 성냥을 그어 촛불에 붙인다. 도끼도 상복을 입고 무당과 함께 등장한다. 무당은 방울과 부채를 들고 젯상 앞에 선다.
신할애비: 죽은 넋이라도 좋은 데로 가도록 빌어주게.
무 당 : (굿거리 장단이 나오면 무당은 방울을 젯상에 놓고 부채는 가슴 띠에 꽂고 나서 전복을 잡고 느리게 춤을 춘다 춤추고 나서) 어허구자 오늘 여기 오신 여러분께 명도 주고 복도 주고 재수도 주고 도와주고 도와주마. 일년 열 두달 연못에 연꽃이 활짝 피듯이 도와주고 도와주마. 쳐라! (춤추고 나서) 어허허쉬! 쇠머리 돼지머리는 고사하고 뿌연 막걸리에 원산 말뚝하나 없으니 이 정성이 부족하 구나. 하지만 욕심 많고 탐심 많은 우리 대감이 멋이나 멋대로 한 번 놀고 가는데
(창부타령조로)
어떤 대감이 내 대감이냐
어떤 대감이 내대감이냐
어사를 돌던 내 대감이요
순력을 돌던 내 대감이라
날이 새면 어수를 돌고
밤이 되면 순력을 돌아
어사 돌던 내 대감이요
순력을 돌던 내 대감이요
얼시구나 좋구나 지화자 좋네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일생에 좋은 건 덩기덩이구
평생에 좋은 건 닐니리라
오늘 같이 좋은 날은 세상 천지에 또 없건만
얼시구나 좋구나 지화자 좋네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높은 산에 눈 나리듯 얕은 산에 재 나리듯
억수장마 비 퍼붓듯 대천 바다에 물밀 듯이
오늘 여기 오신 손님 재수나 소망을 섬겨주마
얼시구나 좋구나 지화자 좋네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상위에 망자 옷을 놓고 무당이 춤을 추면서 입었던 전복을 벗고 빠른 당악 장단에 춤을 추면서 신할애비, 도끼, 도끼누이를 붙잡고 울다. 타령장단으로 바뀌면서 무당이 망자 옷을 입는다. 입기 전에 망자 옷을 안고 춤을 추면서 치마는 바로 입고 저고리는 저고리 고름으로 노장 가사 매듯이 입는다. 춤으로 조금 뛰다가)
무 당 : 나 돌아왔오. 나 돌아왔오. 내가 누군 줄 아느냐. 살아 생전 같고, 사후 영천 같구나. 오면 온 줄을 알어, 가면 간 줄을 알어. 이러니 저러니 해도 우리 영감은 어딜 갔오?
(영감 손목을 잡으며) 아이구 불쌍하구 가련하구려 살아 생전에 영감 거두지 못 한다구 날더러 죽으 라구 죽으라구 하더니 이젠 속이 시원하시겠소.
신할애비 : 마누라 죽고나니 뉘우치는 바가 많소.
무 당 : 웬수니 구수니 해도 죽고 나니 뉘우치는구려. 쓸쓸하고 적적해서 내 생각만 나겠구려, 여보 영 감! 이제부터는 흔히 먹고 흔히 쓰고 널리 먹고 널리 쓰고 부자 되고 장자 되게 도와주고 점지 해 줄 테니 거부되어 잘 살게 되면 그 때나 마누라 덕인 줄 아시구 부디부디 오래 살어 우리 자식들이나 잘 보살펴 주고 시집 장가들게 해 주오. 아이구, 우리 도끼는 어딜 갔느냐? (도끼 손목을 잡으며) 도끼야! 너를 내가 살아 생전에 장가를 못 들이고 나이가 삼십이 되었으니 불쌍하구 가련 하구 원통하구 절통하구나!
도 끼 : 아이구, 어머니! 나 어서 장가 보내주!
무 당 : 오냐! 염려 말고 걱정 말아라. 네 소원대로 장가도 보내주고 고래등같은 기와집에 하인도 몇씩 두고, 호의호식하며 걱정 없이 잘 살게 도와줄 테니 그 땐 네 어미 덕인 줄이나 알아라.
무 당 : 아이고, 도끼누이는 어디 갔느냐? (도끼누이를 붙잡고) 요런 불쌍 하구 가련한 것 같으니 요것 이 그래도 우리 집의 귀염둥이로 불면 날까, 불면 꺼질까, 애지중지 금지옥엽 고이고이 키웠더 니 사주팔자가 아주 사나워 시집간지 석달만에 서방, 영감, 시아범, 시어멈 죄 잡아먹고 독수공 방 홀로 누워 눈만 깜짝 깜짝하고 있으니 요런 불쌍하구 가련한 팔자가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느 냐? 내 이제부터 오는서방, 가는서방 죄 업어다 다시 시집 보내줄테니 염려 말고 걱정 말아라.
(소창 3번 막베 3번을 찢기 전에 망자 옷을 벗어서 잡고, 소창 잡을 사람 4명 등장하여 소창을 잡아서 들면 망자 옷을 잡고 소창을 먼저 찢으면서) 나는 간다. 나는 간다. 황천길이 멀다더니, 오늘 내게 대문 밖이 저승이로구나. 원통하구 절통하구나 (베를 찢으면서) 이제 나는 황천으로 먼길을 떠나니 노자나 두둑이 주시오
(찢은 소창과 베를 모아 쥐고 노랫가락 하면 신할애비, 도끼, 도끼누이 절한다.)
넋이야, 넋이로구나 녹양심산 저 넋이라.
넋실랑 넋반에 담구 신의 신은 옥반에 담아
세상에 못 나올 망제가 놀고 갈까
(불림으로)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북망 산천 나는 간다
(타령장단에 춤추다가 울면서 옷을 벗고 신할애비, 도끼, 도끼누이 머리 위로 옷을 빙빙 돌린다.
무 당: (신할애비, 도끼, 도끼누이를 잡고) 물 일듯이 불 일듯이 도와주고, 도와주마 이제 나는 간다.
조금 춤추다가 절하고 퇴장하면 연희자 전원이 나와 인사하고 뒷풀이로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