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수고개
오수역 맞이방에서 잠깐 누워있다 읍내로 걸어 들어가 작년에 이용했던 유일한 편의점에서 먹거리를 챙기고 식사를 한 다음 예약했던 택시를 불러 17번국도의 성수고개로 향한다.
어둠에 묻혀있는 제일주유소에서 전라선 철도의 절개지를 만나 도로 밑의 변전소 옆으로 들어가니 물이 가득찬 논들이 가로막아 되돌아온다.
주유소와 변전소 사이의, 아마 성수육교 쯤으로 짐작 되는 넓은 길로 철도를 건너고 산으로 들어가면 축축한 이슬에 몸은 금방 젖어버리고 안개가 짙게 끼어 주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송전탑들을 지나 임도를 건너고 간벌된 나무들을 피해 올라가니 날이 서서이 밝아오며 문화유씨의 무덤들이 보이고 표지기들이 나타나지만 앞은 오리무중이라 답답해진다.
어디가 어디인지도 모르게 무덤들 사이로 길 없는 능선을 조심스럽게 따라가면 족적이 나타나고, 이슬에 흠뻑 젖어 적막한 임도고개를 두리번거리며 건넌다.
▲ 오수역
▲ 잡초길
- 봉화산
낮은 봉들을 넘어 왼쪽의 감성고개로 급하게 꺽어지는 지점을 놓치고 여기저기 능선을 찾으며 30여분 아까운 시간을 보내다 숲에 가려있는 길을 간신히 찾는다.
철망에서 전기가 찌릿찌릿 흐르는 밭가를 지나 시멘트임도가 갈라지는 감성고개를 건너서 산으로 들어 흐릿한 족적 따라 384봉을 넘어서니 호젓하고 완만한 송림길이 이어진다.
사거리안부를 지나 삼각점(임실310/2002복구)이 있는 426.1봉을 넘고 382봉에서 급하게 떨어져 말치로 내려가면 좌우로 목장들이 들어서 있고 자갈 깔린 비포장도로가 넘어가고 있다.
가파른 산길 따라 산불초소들을 지나고 거미줄을 걷어가며 힘겹게 456봉으로 올라가니 스러져가는 묘 한기가 있고 임실군의 분묘 안내판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낙엽에 빠져가며 좌우로 길이 없는 질마재를 지나서 빽빽한 잡목과 가시덤불들을 헤치며 올라가면 따갑게 햇볕이 비추고 날은 후텁지근해 땀이 줄줄 흐른다.
오른쪽으로 도는 산길을 버리고 잡목들을 벌려가며 어렵게 능선으로 붙어 잘못 놓여진 국방부지리연구소의 원형 소삼각점을 확인하고 울창한 덤불과 칡넝쿨들을 헤치며 정상판이 걸려있는 봉화산(467.6m)을 오른다.
▲ 감성고개
▲ 말치
▲ 봉화산 삼각점
▲ 봉화산 정상
- 응봉
멀리 천황지맥의 산줄기를 바라보며 간벌된 산길 따라 갈미봉으로 이어지는 뚜렸한 갈림길을 지나서 높아만 보이던 546봉으로 올라간다.
좋아진 등로 따라 간벌지대를 지나고 인삼밭들이 있는 되재로 내려가니 앞에 응봉이 우뚝한 모습을 보이고 566봉으로 길게 이어지는 마루금이 눈에 들어온다.
너무 많이 걸리는 산행시간에 조바심을 내며 그늘에 앉아 간식을 먹고 넓은 임도를 따라가다 안부를 넘어 울창한 숲에서 마루금을 찾아 이리저리 헤메인다.
쓰러진 나무에 가려있는 능선을 간신히 찾아 간벌된 나무들을 피해 뙤약볕 내리쬐는 산길을 따라가면 가시나무들이 기승을 부려 여름철에 지맥산행은 하지않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가파른 숲길을 지나 무인산불시설이 서있는 응봉(609.8m)으로 올라가니 오래된 일등삼각점(임실11/19XX재설)이 있고 지나온 봉화산과 무제봉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잘 보인다.
지저분한 숲을 뚝 떨어져 내려가 비지땀을 흘리며 583봉을 힘겹게 넘고 허리를 구부리며 빽빽한 잡목들을 이리저리 피해 능선이 갈라지는 566봉을 오른다.
▲ 되재
▲ 되재에서 바라본 응봉
▲ 응봉 정상
▲ 응봉에서 바라본, 지나온 산줄기
▲ 응봉에서 바라본, 가야할 산줄기
- 무제봉
남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뚜렸한 등로를 조금 따라가면 시야가 터져 527봉을 넘어 번화치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모습을 보이지만 내려갈 길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방향만 맞춰서 빽빽한 관목들을 뚫고 안부로 내려가 가시덤불들을 헤치며 송림이 울창한 527봉을 넘어서니 잡목들은 사라지고 길도 흐지부지 없어진다.
무덤들을 잇는 흐릿한 족적을 따라가 임도를 만나서 745번 지방도로상의 번화치로 제대로 내려가지만 오늘 산행의 반도 안되는 12km에 7시간도 넘게 걸려 나머지 산행이 걱정이 된다.
시멘트 옹벽을 넘어 풍양조씨묘를 지나고 울창한 숲길 따라 컨테이너가 있는 예안김씨 가족묘를 만나서 넓은 길로 가다 돌아와 오른쪽 숲으로 들어간다.
삼각점은 어디있는지도 모르는 490.9봉을 넘고 무덤가에서 철망 따라 잡목숲을 헤치며 내려가 임도를 만나서 앞에 솟아있는 무제봉과 백련산을 바라보며 임도를 따라간다.
임도삼거리에서 산으로 들어 산불흔적이 있는 벌목지대에서 옹골차게 솟은 용골산을 바라보다 시멘트임도를 건너 산으로 들어서면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줄줄 흘러내리는 땀을 딱아가며 가파르게 전위봉을 넘고 작은 코팅판이 걸려있는 무제봉(558m)으로 올라가니 정상은 두리뭉실하고 아무것도 없으며 숲이 울창해 조망도 가려있다.
▲ 566봉 지난 전망대에서 바라본, 번화치로 이어지는 산줄기
▲ 번화치
▲ 예안김씨묘
▲ 490.9봉에서 바라본 백련산
▲ 시멘트임도
▲ 무제봉 정상
- 원통산
서늘한 숲길 따라 서둘러 안부로 내려서고 벌목지대를 지나 485봉으로 올라가면 베어진 나무들이 꽉 차있고 가시덤불이 심하지만 강진의 백련산줄기가 멋진 모습을 보인다.
남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빽빽한 잡목들을 헤치고 안부로 내려가 무덤들을 지나고 넓은 헬기장을 건너 다시 능선으로 들어가니 간벌된 나무들이 깔려있어 성가시게 한다.
잡목들을 헤치며 흐릿한 족적 따라 사거리안부를 지나고 전위봉을 넘어 489봉으로 올라가면 535봉 너머로 뾰족한 지초봉과 원통산이 모습을 보여준다.
벌목지대를 지나서 시종 눈에 들어오는 백련산과 호남정맥의 산줄기를 힐끗거리며 덤불들을 헤치고 간벌된 나무들이 쌓여있는 흐릿한 안부인 배치를 건넌다.
가파른 산길로 535봉을 넘어 힘없는 발을 채근하며 앞의 지초봉(570m)으로 올라가면 정상판이 걸려있고 역시 조망도 트이지 않지만 시간내에 산행을 끝낼 것 같아 기운이 난다.
뚜렸하고 완만하게 이어지는 기분 좋은 산길을 바삐 내려가 덤불로 뒤덮힌 안부를 지나고 541봉에 올라 얼마 앞에 있을 원통산을 기웃거리며 여유를 가진다.
간간이 나타나는 바위지대들을 지나 작은 더덕들을 캐며 원통산(603.5m)으로 올라가니 공터에 정상판과 삼각점(갈담310/1989복구)이 놓여있고 조망은 별로 트이지 않는다.
▲ 485봉 내려가며 바라본 백련산
▲ 485봉 내려가며 뒤돌아본 덤불지대
▲ 489봉에서 바라본 535봉과 뒤의 지초봉과 원통산
▲ 백련산과 뒤의 호남정맥 산줄기
▲ 지초봉 정상
▲ 원통산 정상
- 원치마을고개
뚜렸하게 이어지는 남쪽길을 한동안 내려가다 남동방향인 왼쪽로 꺽어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약간 아래의 무덤가에서는 시루봉과 용골산이 멋진 모습으로 펼쳐진다.
갈림길에서 뚜렸한 산길을 버리고 동쪽으로 꺽어 빽빽한 가시덤불과 잡목들을 어렵게 뚫고 안부로 내려가니 남쪽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애매모호하고 가늠이 잘 안된다.
444봉을 어렵게 넘고 마루금을 찾으며 왔다갔다 하다가 방향을 잡아 잡목들을 뚫고 내려가면 글씨 없는 붉은 비닐들이 줄줄이 걸려있어 언뜻 맞는 길이라고 생각을 한다.
한동안 나무들을 뚫고 묵은 임도로 내려가니 왼쪽 옆으로 마루금이 모습을 보이지만 가시덤불을 뚫고 트레버스할 수도 없어 그냥 임도를 따라간다.
키를 넘는 억새들과 온갖 가시덤불들이 뒤덮고있는 임도를 간신히 통과해 무성한 잡초들을 손으로 벌려가며 내려가면 마루금을 바짝 끼고 다시 임도가 이어진다.
농로를 따라 2차선 군도가 지나가는 원치마을고개로 내려가 주위를 둘러보니 고추밭 너머의 황토길에 표지기 한장이 너풀거려 다음의 들머리를 확인해준다.
삼계택시를 부르고 옷과 배낭에 둘러붙은 덤불들을 떼어가며 독한 매실주를 벌컥거리고 있으면 아직도 중천 높이 떠오른 햇살에 시루봉자락이 반짝거린다.
킬문님!저는 전주에 살기에 제가 최근에 영대산줄기 성수지맥 개동지맥을 등산했습니다.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는 말과 여름철에 가시덤불이 사람을 죽일수있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임실과 순창의 산이 험하다는것이 찾는사람이 적어 칡과 가시가 많기에 임실에서는 길이없다면 가지않는것을 원칙으로삼게되었습니다. 물론 맷돼지도 주의해야합니다. 킬문님의 글을 읽어보니 체력이 대단하시군요.
첫댓글 백걸회 정상판 같네여...여름에는 좀 높은곳으로 댕겨야 덜 잡목+가시+더위를 좀 피할듯 싶네여.
요즘 전국 곳곳의 산에 백걸회의 저 나무정상판이 붙어있습니다. 성의는 고맙지만 너무 획일적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가시덤불, 징합니다.
성수지맥은 또 어딘가요? ^^ 잡목 가시나무 땜에 고생하셨네요.산의 면면을 보니 야트막한 산들이 주종인 것 같습니다. 그런 산들이 독도에도 더 힘든 것 같구... 계곡 좋은 곳에서 야유산행 한번 하시죠. 12~3키로 안팎으로요. ㅎㅎ 수고하셨습니다.
금남호남정맥의 팔공산에서 분기해서 곧 남쪽으로 개동지맥(천황지맥)을 떨구고 오수천의 서쪽 울타리를 이루며 순창군 구남마을의 어은정에서 맥을 다하는 57km의 산줄기입니다. 8월에 가평이나 함 가시지요. 산행 짧게 하고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십시다.
날도 더우신데 잡목과 풀이 우거진 산줄기 다녀오시느라 수고 마니 하셨습니다. 임실은 어머님 고향이고 아버님 묘소도 임실 청웅면 백련산 건너편 국립묘지에 있는지라 늘..그리운 곳입니다. 잘보고 갑니다.
아~~ 그러시군요. 백련산 산세가 너무 좋아 조만간 나래산과 엮어서 다녀올 생각입니다.
킬문님!저는 전주에 살기에 제가 최근에 영대산줄기 성수지맥 개동지맥을 등산했습니다.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는 말과 여름철에 가시덤불이 사람을 죽일수있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임실과 순창의 산이 험하다는것이 찾는사람이 적어 칡과 가시가 많기에 임실에서는 길이없다면 가지않는것을 원칙으로삼게되었습니다. 물론 맷돼지도 주의해야합니다. 킬문님의 글을 읽어보니 체력이 대단하시군요.
전주 사시는군요. 임실 뿐 아니라 호남지역은 대체로 가시덤불이 심한 것 같습니다. 성수지맥도 한구간 남았는데 조만간 용골산과 엮어 다녀올 생각입니다. 산에서는 항상 겸손할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항상 안전산행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