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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형난제’의 난제가 풀리는 모양새다. 외관상 ‘아우’의 승리가 유력하다. 세상을 지배하는 건 남자지만, 그 남자를 지배하는 건 여자라고 했다. 약 한 달간의 소요가 정리될 무렵이라 문득 미스 & 미세스 롯데의 동향이 궁금해졌다. 그중에서 특히 베일에 싸인 서미경·신유미 모녀가 그랬다.
PART 1.
서미경, 신유미 방배동 자택 가보니
철옹성이 따로 없었다. 서미경이
거주하고 있다고 알려진 방배동 ○○○번지. 롯데캐슬○○○○라 불리는 건물이다. 높은 담벼락과 좁은 문. 어떤 침입도 허하지 않을
태세였다.
8월 중에만 이곳을 세 번 찾았다. 그러나 한 번도 사람이 드나드는 걸 못 봤다. 지난 2008년 완공된 롯데캐슬○○○○. 로코코양식으로
지어진 옅은 상아색 건물이다. 담장은 어른 키의 세 배를 훌쩍 넘을 만큼 높았다. 그래서 저층부는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높은 담벼락 위로
새파란 소나무만 몇 그루 보였다.
이곳은 총 여섯 가구로 이뤄졌다. 빌라 형식의 집합건물이다. 흥미로운 건 여섯 가구 모두
서미경·신유미 모녀가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를 놓지도 않았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 A씨는 “이곳은 임대나 매매로 거래할 수 있는 건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부와 접촉이 잦은 부동산 관계자들이 볼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보니, 내부 상황에 대해 속속들이 알 수는 없었다. 다만
등기부등본을 통해서 2층만이 두 가구로 나뉘어 있으며 나머지는 가구당 한 층을 다 쓰는 걸 알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여섯 가구 전체에 서 씨 일가가 거주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서미경의 오빠인 서진석 유원실업 대표, 서미경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이모 씨, 그리고 신유미 등이 거주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진위 여부 확인은 쉽지 않았다. 빌라를 출입하는 사람 자체를
보기 힘들다는 게 인근 주민들의 중론이었다.
한 블록 너머 거주한다는 한 주민은 “롯데일가가 살고 있다는 얘기는 꾸준히
들어왔지만, 실제로 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인근 점포에도 들러봤다.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이곳 관계자 또한 “가끔씩 차가 들어갔다
나오는 것 같기도 한데, 사람 사는 곳인지 모를 정도로 싸한 기운이 있다”고 말했다.
철통경비, 3일 내내 꺼진 불
이 터는 원래 신격호 회장의 단독주택이 있던 곳이다.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였다. 서미경은 바로 이웃에 기거하다가 딸 신유미를 낳고 4년 뒤에 이 일대 토지 659㎡(약 2백 평)를 사들였다. 그렇게 2008년
7월, 두 필지를 더한 롯데캐슬○○○○가 들어서게 된 것.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서미경은 이 건물에 대한 허가를 2007년 9월
10일 받았다. 그리고 그해 10월 25일 착공, 2008년 8월 25일 완공에 따른 사용승인을 받았다. 시공자는 물론 롯데건설이었다. 당시
부동산 관계자는 이 건물의 건축비가 100억원대 이상일 거라고 평가했다.
빌라가 완공되고, 서미경은 이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신유미와 반반씩 나눠 가졌다. 신축 직후인 2008년 10월 7일, 신유미는 이 건물을 담보로 10억원(채권최고액 12억원 설정)을 빌렸다.
같은 날 유기개발에도 2회에 걸쳐 채권최고액 8억4백만원, 7억8백만원의 근저당이 설정됐다. 이 즈음은(2008년 10월 말) 신 씨가 롯데쇼핑
주식 2만8천9백3주(지분율 0.1%)를 매입해 화제가 된 시기였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때 신 씨가 빌린 돈을 지분매입 용도라고 분석하고 있다.
같은 날, 해가 저물고 나서 이 빌라를 다시 찾았다. 여섯 가구 모두 불이 꺼져 있었다. 밤 10시가 넘어서도 건물은 어두웠다. 단 한
가구에도 불이 켜지지 않았다. 서 씨 모녀 빌라 바로 앞엔 경비초소가 있다. 초소 바로 옆에서 비상 깜빡이를 켜고 잠시 차를 대놓고 있었더니,
바로 제재를 걸어왔다. 창문을 두드리며 여기 정차하면 안 된다고 했다.
빌라 바로 앞에는 플래카드도 큼지막이 걸려 있다. 주정차
위반 단속구역이라는 내용이다. 차를 계속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천천히 다섯 바퀴를 돌았다. 그동안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차도, 불이 켜지는
가구도, 근처를 지나는 사람도 없었다. 빌라 근처는 적막, 그 자체였다.
두 모녀의 숨겨둔 부동산! ‘오산 땅’
2017년 완공 롯데 ‘펜타빌리지’ 부지 땅값 천정부지
예상
서 씨 모녀는 현재 1천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대부분 신 회장에게서 증여받은 자산이다. 서울시 강남구
방배동에 위치한 전 유원실업 사옥과 주차장 부지(약 750㎡),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 노른자위 땅에 위치한 현 유원실업 사옥
건물(656.6㎡), 강남구 신사동의 부동산(606.2㎡), 서울 동승동의 유니플렉스 공연장(760.04㎡)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지역 말고도
롯데그룹이 개발하던 김해 등지의 지역 인근 토지 약 30만㎡(9만7백50평)의 소유권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
씨가 갖고 있는 부동산은 대부분 특수성이나 희소성, 상품성에 있어 임대사업을 펼치기 적격인 곳들”이라고 평가했다. 서미경 씨는 자산 대부분을 딸
신유미(33) 씨와 공동 소유하고 있다.
취재 결과 이 둘의 부동산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오산시 부산동 일대에도 두 모녀는 상당한
크기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었다. 대략적으로 파악한 부지만 부산동 ××-1과 ×××-1를 포함해 5,000㎡가 넘는다. 확인 결과 이 지목 또한
신격호 회장에게서 증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지목은 ‘임야’인데 개발을 앞두고 있다. 롯데쇼핑에서 3천5백억원을 투자해 2015년 착공하고
2017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복합쇼핑몰 ‘펜타빌리지’다. 또한 2020년에는 제2외곽순환도로가 들어설 예정이기도 하다. 땅값 상승폭이 매우 클
것이라는 의미다.
PART 2.
베일에 싸인 모녀, 한 꺼풀 들춰보니
서미경, “미남보다는 씩씩한 사람이 이상형”
잡지 표지모델도 종종 했다. 1979년 서 씨가
표지모델을 한 <선데이 서울>에서 그는 “스케줄이 너무 많아 피곤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 당시 서 씨는 21살이었다. TBC TV
연속사극 <상노>에서 ‘용녀’ 역할을 연기하던 때였다. <상노>는 조선 정조시대의 세도정치가 홍국영과 상노 사이에 얽힌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그는 “마음껏 잠 좀 잤으면 좋겠다”면서 바쁜 스케줄을 원망했다.
나름 유머감각도 있는 듯했다. 서
씨에게 기자가 “봄이 가까워 그런지 처녀티가 완연하다”고 했더니, “그럼요. 나이를 까먹지 않고 제대로 먹었거든요. 엄마는 벌써 신랑감을 찾는
것 같아요”라고 농담 섞인 대답을 던지기도 했다. “어떤 형의 남자가 좋으냐”는 질문에는 “미남은 아니지만 씩씩한 사람. 그리고 성실하고 건강한
남자가 마음에 드는 것 같다”면서 “아직까지 그런 사람은 발견 못 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서승희’ 시절의 서미경을 기억하는
몇몇 주부들은 “톱스타급은 아니었지만, 롯데 광고모델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반짝 인기를 끌었다”면서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로 당시 보기 힘든
서구형 미인이었지만, 이렇다 할 대표작은 없던 걸로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한마디로 ‘유망주’인 상태가 지속됐다는 얘기다.
그러던
1981년, 방년 22세. 돌연 은퇴선언을 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유학 가서 공부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은퇴식(?)은 나름 성대하게 치렀다.
한 공중파에서 그의 은퇴에 대해 특집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서 씨는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얼굴 없는 딸 신유미, 엄마 닮은 서구형 외모
서미경은 신격호 회장의 정식 부인이 아니다.
사실혼 관계가 인정될 뿐이다. 이것이 ‘별당’ 마님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유다. 신 회장과 서미경은 슬하에 딸 하나를 뒀다. 올해 33세인
신유미다. 신 회장은 예순이 넘은 나이에 막내딸을 본 셈이다.
신유미 또한 철저히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다섯 살이 되던 해 신 회장의
호적에 오르면서 그 존재가 알려졌다. 지난 2010년에는 호텔롯데 고문으로, 2012년 7월에는 롯데삼강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며 롯데가의
딸로서 존재감을 알렸다.
하지만 아직까지 신유미 씨의 외부활동은 극히 제한적인 편이다. 롯데호텔의 한 관계자는 “호텔 고문이라고
하지만 그룹 행사나 모임 때 실제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아직까지 고문으로 올라가 있는지 확인을 해봐야 할 정도로, 호텔 내에서
미스터리한 인물로 통한다”고 귀띔했다.
호텔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직원들이 신문을 통해서 신유미의 존재를 알았을 정도”라면서
“우스갯소리로 사실은 남자 아니냐는 얘기까지 돌 정도로 본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신유미는 현재 일본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 씨가 소유한 몇몇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신 씨의 현재 거주지는 한남동으로 돼 있으나, 확인 결과 그곳은 사무실로
활용되고 있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신 씨는 중학교를 한국에서 졸업했고,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 관계자는
“어렸을 때부터 이목구비가 뚜렷한 서구형 미인으로 서미경과 꼭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자랐다”고 전했다.
PART 3.
아들 만의 분쟁? 롯데가의 여인들
지금은 ‘손녀시대!’ 두 명의 손녀과 막내딸
롯데가의 여인 계보는 3세대까지 이어진다. 서열이나
정통성 측면에서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이는 신영자 사장의 큰딸 장혜선(40) 씨와 막내딸 장정안(37) 씨다. 각각 롯데백화점 해외명품 팀장과
잡화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경영 일선에서 활동한 경력도 있다. 하지만 현재는 모두 ‘탈(脫)롯데’를 마친 상황. 장혜선 씨는 개인사업에 몰두하고
있으며, 장정안 씨는 2004년 국제변호사와 결혼한 이후 줄곧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미를 장식할 롯데의
여인은 신유미(33) 롯데호텔 고문이다. 신격호의 세 번째 부인이라 불리는 서미경 씨의 유일한 혈육이다. 지난 2010년에 호텔롯데 고문으로,
2012년 7월에는 롯데삼강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직 외부활동은 극히 제한적인 편이다. ‘얼굴 없는 딸’로 불리는 것도 그래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