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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 다른 선생님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경기 실기 후기 올려드립니다.
경기는 인원이 많아서 그런지 8시까지 입실을 완료해야했어요. 저는 컨디션 관리를 위해서 하루 전날에 경기예고 맞은편에 있는 곳에 숙소를 구해놓고, 새벽 5시 반에 일어나서 정신차리고 청음 문제 세 개를 풀고 숙소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먹고 7시 반까지 갔습니다. 도착하면 바로 수험표와 신분증을 제시하고 실기 응시료 만원을 현금으로 내는데, 저는 실기 응시료 만원을 완전히 까먹고 있어서 시작부터 진짜 당황했어요! 공고문 꼭 잘 읽어보시고 준비물 꼼꼼히 챙겨가세요~
경기는 A 조와 B조로 나누어서 실기가 진행됩니다. 조편성은 수험번호 순으로 편성됩니다. 저는 수험번호가 앞번호라서 A조에 편성되었어요.
A조는 청음-시창-피아노(오전)-단소-장구&민요(오후)로 진행되고 B조는 청음-피아노-시창(오전)-장구&민요-단소(오후)로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서양음악 전공이라 단소랑 장구, 민요가 약간 부담스러웠는데 순서가 오후에 단소, 장구/민요를 해서 약간 심적으로 편했어요. 선생님들께서는 연습하실때 실기 과목들 순서를 바꿔가면서 연습하시면 실제 분위기에 더 적응을 잘 하실 수 있을것 같아요!
1) 청음
청음은 강당에서 A조 B조가 함께 합니다. 8마디 다장조 4/4박자였고, 이런 정보는 청음이 시작되기 전에 충분히 주셨어요. 그리고 경기는 예비박과 다장조 스케일 및 주요 3화음을 한번 들려주고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상대음감인 분들이나 리듬 카운트가 힘드신 분들도 청음 전에 충분히 준비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청음이 속도가 빠르고 기보할 시간을 전혀 주지 않아서 어려웠습니다. 실제로 들려준 리듬이나 음정은 무난했던거 같은데 이거를 빠르게 들려주고 생각할 시간을 전혀 주지 않아서 체감상 매우 어렵게느껴졌어요. 상대음감이라서 음정 간격을 계산해야하는 분들이나 리듬 카운트가 서툴러서 리듬을 계속 생각해야하는 분들께는 정말 치명적인거 같아요. 저는 리듬 카운트가 서툴러서 리듬을 외워서 곱씹으면서 기보하는 스타일인데 시간이 너무 없어서 진짜 무슨 정신으로 기보했는지 모를정도로 힘들었어요. 연습하실 때 생각안하고 바로바로 들리는 대로 쓸 수 있을때까지 청음 연습하셔야 합니다! 시간도 안주는데 실전에서는 떨려서 제가 뭘 듣는지도 모르겠더라구요 ㅠㅠㅠㅠㅠ 처음 들려줄때 정박에 나오는 음은 무조건 기보해두어야 합니다. 꼭 연습하세요 !!! ㅠㅠㅠ
2) 시창
시창부터는 조별로 관리번호를 뽑아요. 관리번호는 청음이 끝나고 강당에서 바로 뽑았어요. 저는 A조의 거의 중간 순서를 뽑았어요. 경기는 대기실에서 연습 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아서 시창 들어가기 전까지 박정아 선생님이 주신 시창자료를 보면서 엄청 연습했어요. 제가 한 연습은 음정 간격(동해, 딸랑, 파란, 우리를 12음으로 다 생각해보는 것)이랑 스케일, 그리고 마지막에 받은 변박들어간 경남 자료를 불러보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뽑은 시창 문제는 내림나장조 3/4, 모데라토였습니다. 사실 시창을 잘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막판에는 내려놓고 8카운트 하는것만 생각하면서 시험장 들어갔어요. 경기는 독보할 시간을 전혀 주지 않았습니다 ㅠㅠ 제가 뽑은 번호를 진행위원님께 알려드리면 제 앞에 보면대에 악보를 펴주시고 조금 멀리 떨어진 피아노에서 첫음을 치는 순간 바로 시작해야돼요. 바로 시작안하면 감점돼요 ㅠㅠ 그래서 라이브로 바로바로 불러야하는데, 들어가기 직전까지 시창 연습했던 것이랑 8카운트하면서 있었던것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평소에는 끝음도 안맞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찌어찌 끝음은 맞췄어요! 그리고 시창은 리듬과 관계없이 무조건 8카운트 연습하는 것이 좋을것 같아요 ㅠ 천천히 하려고 하는데도 떨려서 빨리 하게 되더라구요. 8카운트 안했으면 정말 미친듯이 빨라졌을것 같습니다. 선생님들 연습하실때 8카운트 꼭 하세요ㅠㅠ꼭!!! ㅠㅠ 나름대로 모데라토로 8카운트 했지만 거의 알레그레토까지는 속도가 붙게된거같아요 ㅠㅠ 그리고 경기는 독보시간 아예 안주니까 연습할때도 바로바로 부르는 연습하셔야할 것 같아요ㅠ 저도 1차 발표나고 마지막 10일동안 시창 연습을 할 때 독보 안하고 바로바로 하는 연습을 일단 해두었는데 그 경험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3) 피아노
시창 끝나고 대기실가서 피아노 정반주 악보를 펴 두고 눈으로 한바퀴 돌렸습니다. 모든 악보를 끝까지 볼수는 없으니, 제가 생각했을 때 나올만한 곡들 위주로 예비박 세는 연습만 했어요. 예비박 세고 첫 세 마디 어떻게 칠지 계속 시뮬레이션 했습니다. 저는 청산에 살리라(김연준), 아!목동아(대중음악 버전), 가고파, 강건너 봄이 오듯,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아름다운 오월에 이렇게 6곡이 좀 유력한것 같아서 이 여섯곡 위주로 시뮬레이션 했었어요. 실제로 출제된 곡은 청산에 살리라(김연준), 아목동아(대중음악버전), 추심이었고, 다행히 저는 청산에 살리라 뽑았어요. 그런데!! 그래도 떨려서 제가 연습했던것 만큼 치지는 못했어요.ㅠㅠㅠ 다행이 멈추지는 않았지만 두 군데 베이스 틀렸구요ㅠ 일단 그랜드피아노가 정말 디지털피아노보다 못한 소리가 났구요, 그래서 전혀 악상조절이 안되고 심지어 의자까지 불편해서 당황했었어요 ㅠ 모든 음을 메조포르테 정도로 치게 되는 피아노였어요 ㅠㅠㅠ 피아니시모부분 하나도 표현못했구요 포르테로 커지는 부분만 겨우 하고 나왔는데 그게 전달이 됐을지 모르겠네요 ㅠㅠ 그리고 악보가 사보프로그램으로 새로 그려 나온 악보기 때문에 아는 곡이라도 매우 당황스럽습니다. 그리고 평소 복사된 교과서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악상기호가 되게 선명하게 보여서 당황스러웠어요ㅠ 연습하실때 과하다 싶을정도로 악상 살리는 표현을 하셔야 실전에서 잘 치실 수 있을것 같아요. 저는 급하게 실기 준비하느라 악상 살리는 연습을 못했는데 그게 실전에서 그대로 드러났어요. 다행인 것은 멈추지 않았다는거? 인것 같고 틀린 베이스가 다행히 화성의 구성음이었다는 점이에요ㅠ 처음보는 악보랑 처음 만져보는 피아노기때문에 실전에서는 굉장히 당황스럽습니다. 그러니까 연습하실때 꼭 꼼꼼히, 과하다싶을정도로 꼼꼼히 해두세요 ㅠㅠㅠ
3. 단소
단소는 점심 먹고 다시 관리번호 뽑은 후에 진행됩니다. 저는 처음에 뽑았던 관리번호랑 비슷한 순서를 뽑아서 또 중간 정도 순서에 시험봤어요. 경기는 대기시간이 진짜 길어요ㅠ 그래서 연습을 하다가, 제 경우에는 단소가 처음에는 소리가 잘 나다가 많이 불면 갑자기 소리가 안나는 일이 종종 있었어서 연습을 중단했어요. 대신에 단소 악보를 보고 입으로 계속 계명창하고 정간 소박나눠서 카운트하는 연습을 계속했어요. 시김새 계산이 빨리 안되면 멈추게 되니까 시김새 모양을 보면서 아예 음을 외워버리는 식으로 연습했었어요 ㅎㅎ 그리고 저는 리듬에 약해서 단소 연습할 때도 정간을 세 개로 쪼개서 카운트 하는 연습을 엄청 했었어요. 단소는 유일하게 독보시간을 주는 과목입니다. 딱 20초 줘요 ㅎㅎ 20초 동안 빠르게 눈으로 한번 훑고 시작합니다. 제가 뽑은 단소 곡은 복잡한 시김새는 많이 없었고, 위아래로 움직여야하는 부호와 각 음에 자주 나오는 전형적인 시김새가 종종있었어요. 그 대신에!!!! 한 정간에 음이 진짜 많았어요. 그리고 리듬도 붓점같은 것이 많았구, 청성이 기본이었고 중청성도 종종 등장한것 같아요. 소리가 안날까봐 걱정 많이 했는데 다행히 소리는 났어요. 저는 소리를 크고 예쁘게 내지는 못했고 단소도 그냥 멈추지 않고 분 정도로 하고 나왔어요. 평소에 소박단위로 카운트 한 연습이 도움이 많이 됐었어요. 근데 막바지에 단소가 제일 고민이었는데요, 단소가 긴장하면 소리가 아예 안나오는 경우가 생기더라구요. 제가 다른 실기는 12월부터 준비했는데 단소는 3월에 레슨 받고 4월부터 1차 합격자 발표 날때까지 한번도 안잡았거든요. 1월에 단소를 다시 잡는데 갑자기 소리가 정말 안좋게 나거나 안나더라구요. 그래서 마지막 열흘동안 소리를 잘 낼 수 있는 자세를 엄청 고민했었어요. 그런데 끝까지 소리를 안정적으로 내지는 못했고, 겨우 겨우 냈어요ㅠ 그리고 플라스틱 단소로 레슨받았는데 갑자기 플라스틱으로 소리가 잘 안나서 혹시나해서 나무단소로 바꿨는데 저는 나무 단소가 훨씬 낫더라구요. 소리를 제가 제대로 못내도 기본적으로 플라스틱보다 나무 단소가 예쁘게 소리가 나와서 막바지에 과감히 나무단소로 바꿔서 시험봤습니다. 처음 시작할때 시험장이 건조해서 플라스틱으로 연습하라는 조언을 듣고 플라스틱 썼었는데요, 생각보다 시험장이 건조하지않을뿐더러 나무 단소가 그렇게 나약하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처음 시작하실때 나무 단소 좋은거 사서 안에 페인트 칠 해가지구 좋은 소리 내는 연습하는것을 추천드립니다!!
4. 장구&민요
저...단소 끝나고 대기할때 너무 행복했어요. ㅠㅠㅠ 장구/민요만 하면 집에 갈수 있다는 생각에 정말 좋았어요. 단소 끝냈을 때 거의 4시가 지나가고 있었거든요 ㅠㅠㅠ 대기실에 같이 공부했던 선생님이 계셔서 둘이 같이 교과서 보면서 장단 치면서 노래했었어요. 사실 민요를 1차 시험 직후부터 준비하기 시작해서 제일 걱정했었는데 마지막에 민요 부르게 돼서 심리적으로도 편했어요. 경기는 2차 시험 공고문에 피아노/민요가 "음악과 생활" "음악과 진로"에서 나온다고 명시되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음생, 음진에 민요부분을 싹 프린트해서 토속민요 제외하고 모두 연습하고 시험장 갔어요. 그런데 시험장에서 제가 모르는 버전의 강강술래, 박연폭포랑 아예 연습조차 한적없는 육자배기, 노랫가락이 들려서 진짜 당황했어요. 다행히 이번 시험 곡목이 자진농부가, 강원도아리랑, 경복궁타령이였고, 저는 자진농부가 뽑았습니다. 대기실에서 강원도아리랑이랑 자진농부가가 나올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서 같이 공부한 샘이랑 두 곡다 불렀었거든요 ㅎㅎ 민요도 시창이랑 마찬가지로 독보시간 안줍니다. ㅠㅠ 제가 뽑은 번호를 진행위원께 보여드리고, 제가 칠 장구 앞에 가서 앉으면 바로 악보를 펼쳐주시는데 악보 펼쳐지자 마자 즉시 장단치고 불러야돼요. 이번에 경기는 "기본장단"을 두 번 치고 노래를 하는 것이였어요. 독보 시간이 없어서 자진농부가 제목 보자마자 중중모리 두 번 치고 진짜 없는 뱃심을 쥐어짜면서 불렀어요. 그래도 떨려가지구 장단이 빨라지는게 느껴지더라구요. 정말 최선을 다해서 템포 잡으려고 노력하면서 불렀는데, 남도 특유의 떠는 시김새를 못살려서 아쉬웠어요. 민요도 피아노랑 마찬가지로 평소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시김새 표현을 해야 실전에서 그나마 조금이라도 티 내면서 할 수 있을것 같아요. 연습하실때 최대한 굵게 떨고 확실하게 꺾고 그렇게 하시는게 좋을것 같아요. 민요 끝나고 나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제가 <자진농부가> 제목만 보고 장단확인 안하고 중중모리 친게 기억이나더라구요. 그래서 급히 교과서 다시 보고 혹시 자진농부가에 다른 장단 있나 확인했어요 ㅠㅠ 만약에 정선아리랑이나 몽금포타령처럼 다른 장단으로도 칠 수 있는 곡이었으면 저 진짜 큰일 났을 거에요ㅠ 떨리니까 정말 안하던 실수도 하게되고 그러더라구요. 선생님들 시험 보실때는 꼭 차분하게 제목과 장단을 확인하세요 꼭 ㅠㅠ 경기는 특히 독보시간 안주니까 더 맘이 급해져서 문제를 잘 안보게돼요 ㅠㅠ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어제 실기 진행 사항을 최대한 자세히 알려드리려고 후기를 적어 보았습니다. 2019 대비 시험을 준비하시는 선생님들께 아직 2차 시험이 멀게 느껴지겠지만, 언젠가 제 후기가 선생님들의 2차 준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실기 시험을 치르고 나서 드는 생각은 차분해지는것이 정말 어렵다는 점입니다. 저는 청음부터 시작해서 민요까지, 평소처럼 차분히 카운트하고 정리하고 그럴 시간적인 여유도 심리적인 여유도 없었어요. 정말 평소에 연습하던 그 습관 그대로 실기를 보게되더라구요. 박정아 샘이 항상 강조하는 8카운트, 그리고 청음시 정박에 들리는 음은 무조건 적는것 이 두 가지가 정말 청음과 시창에서 중요했구요, 우리 실기 선생님들이 강조하는 표현연습도 정말정말 중요했어요. 또 대기실에서 느낀 점은 많은 선생님들께서 다양한 곳에서 최선을 다해서 실기시험을 준비해오시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우리 선생님들께서 만들어주신 자료랑 모델링이 제일 좋은것 같아요!! 특히 대기실에서 시창과 민요 연습을할 때, 그 점을 많이 느꼈습니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은요.... 실기가 한참 모자란 저를 2차 시험때까지 열심히 가르쳐주신 샘들 정말 감사합니다!!!! (물론, 2차시험을 보러 갈 수 있도록 긴 시간동안 최선을 다해서 저를 가르쳐주신 박성선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낼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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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선생님! 자세하고 꼼곰한 후기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끝까지 파이팅 하셔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8.27 2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