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고장의 이름 즉 지명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된 것은 영화 <밀양> 부터였다. 밀양(密陽), 그대로 풀이하자면 ‘햇볕
가득한 고장’ 쯤 될 터다. 영화의 배경이자 또 다른 주인공이던 공간의 잔상 때문인지 어디를 찾아가건 그 고장 지명의 뜻을 찾
게 된 것. 단양 여행을 시작하기 전 뜬금없이 밀양을 이야기하게 된 연유다. 가만 살펴보면 지명에는 천(川)·양(陽)·산(山)·주
(州) 등 그 지역의 자연환경이 드러나 있는 경우가 많다. 지명의 유래나 자연환경을 알게 되면 굴비 엮듯 줄줄이 그 고장의 이
야기가 이어진다. 이 정도면 간단하게라도 ‘지명’에 대해 짚고 넘어갈 만하지 않은가.
남한강과 석회암의 합작품, 감상할 준비 되었나요?
단양팔경 제일경으로 꼽히는 도담삼봉. 일출명소로 전국의 사진가들에게 인기다
단양(丹陽)은 ‘신선이 살기 좋은 고장’이란 뜻의 ‘연단조양(鍊丹調陽)’에서 유래했다. ‘연단’은 신선이 먹는 환약, ‘조양’은 고르
게 비치는 햇살을 뜻한다. 단양, 이 두 글자만 그대로 풀어내면 ‘붉은 빛이 도는 고장’쯤 되지 않을까. 석회암 지대에서 나는 붉
은 흙(테라로사)과 연관되지 않을까 싶었건만, 신선이 먼저다. 단양은 유명한 석회암지대다. 신선이 놀고 간다는 이 풍경 역시
남한강과 석회암의 공동 작품이다. 겨울 남한강이 얼어붙기 전, 단양을 찾아 신선놀음 한번 즐겨보자.
단양에 왔으니 단양팔경을 빼놓을 수 있을까. 단양팔경이란 말 그대로 단양이 품은 여덟 풍경을 뜻한다. 도담삼봉, 석문, 구담
봉, 옥순봉,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사인암이 포함된다. 이 중 남한강변에 있는 도담삼봉, 석문, 구담봉, 옥순봉은 강상사경(
江上四景, 강 위의 네 풍경), 단양천(선암계곡)에 있는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사인암은 계상사경(溪上四景, 시내의 네 풍경
)으로 나누기도 한다. 도담삼봉, 석문, 구담봉, 사인암, 옥순봉은 2008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승격되었다.
단양팔경 중 제일경, 도담삼봉
도담삼봉 가까이 자리한 석문. 도담삼봉 관광지에서 주차장 안쪽까지 들어가면 석문으로 향하는 길이 있다. 올라서서 바라본 석문
(왼쪽)과
유람선에서 바라본 석문(오른쪽). 옛날 옛적, 물을 길러 내려왔다가 비녀를 잃어버린 마고할미가 살았다는 전설을 품은 작은 동굴이 있다
단양팔경 중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경치는 도담삼봉(嶋潭三峰)이다. 하지만 단양IC로 빠져나왔다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인암부터 들르는 것도 괜찮다. 사인암을 보고 선암계곡을 따라 자리한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을 살핀 후 단양읍내로 들어서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단양팔경에서도 제일로 치는 도담삼봉부터 보고 나머지 풍경을 즐기는 것도 괜찮다.
구불구불 남한강에 안긴 단양읍을 지나 도담삼봉에 닿는다. 도담리에 있는 세 개의 바위라 해서 ‘도담삼봉’이다. 가운데 장군봉을 중심으로 북쪽 봉우리를 처봉, 남쪽 봉우리를 첩봉이라 한다. 바위에 이런 이름이 붙은 데에는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전설을 듣고 도담삼봉을 살펴보면 영락없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장군봉과 처봉, 그리고 첩봉이라 이름 붙은 이유는 알고가자
사이좋은 남편과 아내가 있었다. 하지만 여러 해 지나도록 아이가 없었다. 결국 아이를 얻기 위해 남편은 첩을 얻었고 첩은 곧 수태한다. 아이를 가진 첩은 남편을 향해 자랑스럽게 배를 볼록 내밀고 본처는 그게 보기 싫어 뒤돌아 앉았다.
가만 살피니 세 개 바위 봉우리의 자태가 이야기와 꼭 들어맞는다. 장군봉 위의 정자는 조선왕조 개국공신 정도전이 지었다고 전해진다. 이따금 찾아와 경치를 구경하고 풍월을 읊었다고. 정도전의 호인 ‘삼봉’ 역시 이 도담삼봉에서 딴 것이다. 왜 그리도 이 풍경을 사모했을까. 그 대답은 도담삼봉 일출만으로도 충분하리라. 언젠가 한번쯤은 보았을 세 개의 암봉 사이로 솟아나는 일출은 전국의 사진가들에게도 손에 꼽히는 장소다. 해는 중천에 떴지만 알싸하게 차가운 공기에 뒤섞인 하늘과 강은 그 자체로 운치있다.
이번에는 석문이다. 도담삼봉 근처라 걸어서 이동가능하다. 도담삼봉 주차장 가장 끝까지 걸어가면 만나는 음악분수에서 오른쪽으로 난 산길로 들어서면 된다. 오르는 길, 한번쯤 뒤돌아 남한강 줄기를 내려다보는 것도 잊지말자. 20분 정도면 석문과 닿는다. 석문 안에는 마고할미가 살았다는 전설이 있다. 석문을 보는 또 하나의 방법은 유람선이다. 도담삼봉 관광지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은 도담삼봉~석문~은주암~자라바위~신단양을 거쳐 선착장으로 돌아온다. 시간은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대인은 7000원. 비수기에는 상황에 따라 운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신선들이 노닐던 바위 따라 가는 길
단양 특산품인 육쪽마늘로 지어낸 마늘정식. 마늘솥밥에 마늘을 최대한 살린 다양한 반찬들이 입맛을 돋운다
도담삼봉을 벗어나 사인암으로 향하는 길, 단양 별미 마늘솥밥도 잊지 말자. 도담삼봉 관광지에서 나오자마자 좌회전 후 직진하다 고수대교를 못가서 자리한 장다리식당, 마늘정식을 전문으로 한다. 예로부터 단양은 석회질이 풍부하고 일교차가 커 마늘 재배 최적지로 꼽혀왔다. 단양 육쪽마늘이 특산품이 된 연유다.
남조천 자락에 자리한 사인암(舍人岩). 고려말기 학자 우탁이 사인(舍人)이란 벼슬을 지낼 때 이곳에서 노닐었다고 ‘사인암’이라
이름 붙었다. 퇴계 이황을 비롯한 여러 시인묵객들의 글씨가 바위벽에 새겨 있지만 접근을 막고 있어 직접 보기는 어렵다
배도 든든하겠다 이제 사인암(舍人岩)으로 향하자. 남조천의 맑은 계류를 앞에 두고 병풍처럼 솟은 사인암은 고려말기의 학자 우탁이 사인(舍人)이란 벼슬을 지낼 때 이곳에서 노닐었다고 유래했다. 그후 퇴계 이황 등 시인묵객들의 글씨가 바위벽을 돌아가며 있지만 바위 아래 접근을 막고 있어 살피기는 어렵다. 사인암을 벗어나면 ‘선암’이라는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이 반겨준다. 선암(仙巖), 신선 바위를 따라 가는 길, 신선이 부럽지 않다.
[왼쪽]유람선 선착장인 장회나루가 구담봉 근처에 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품은 이 두 봉우리를 제대로 보려면 유람선이 제격이다. 월악산
자락의 제비봉도 더해지니 신선이 따로 없다. 선조들이 장회나루 뱃놀이를 천하제일로 쳤는지도 알 수 있다
[오른쪽]구담봉에서 더 제천 방향으로 나아가면 우뚝우뚝 솟은 ‘옥순봉’과 닿는다. 비쭉 솟은 모습이 흥을 더한다
이제 단양에서 남한강 줄기를 따라 제천으로 향하는 끝자락이자 단양이 시작되는 관문, 구담봉(龜潭峰)과 옥순봉(玉筍峰)을 볼 차례다. 먼저 구담봉. 강가에 솟은 깎아지른 바위는 거북을 닮아 구봉, 물속 바위는 거북무늬가 새겨져 구담이다. 이 둘을 합해 구담봉이 되었다. 구담봉과 옥순봉을 제대로 살피려면 충주호 장회나루에서 유람선을 타는 편이 좋다. 벌써, 오래전 조선시대에도 첫손에 꼽는 풍류로 꼽혀온 장회나루 뱃놀이를 놓칠 수가 있을까. 강이 얼어붙기 전이라면 말이다.
구담봉 장회나루 근처에는 퇴계 선생과 인연을 맺었던 기녀 두향의 묘가 있다. 퇴계선생이 단양군수로 부임하면서 만난 두향은 그가 풍기군수로 떠난 뒤에도 그에 대한 절개를 지켰다고 전해진다. 또 조선 인종 때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 은거했던 이지번은 구담봉 양쪽 봉우리에 칡넝쿨을 연결해 타고 다녀 신선이라 불리었단 전설도 품고있다. 더 하류에 비쭉 솟은 옥순봉은 이름 그대로 옥색의 봉우리가 비온 뒤 죽순처럼 솟아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잠깐 소개했지만 구담봉과 옥순봉을 제대로 보려면 유람선을 이용하는 편이 좋다. 장회나루 선착장에서 옥순봉~제비봉 구간을 운행하는 유람선이 있다.
- 왕복 1시간 소요
- 요금(성인/유아)은 1만2000원/6000원
- 문의 043-421-2006, www.btaja.com
글, 사진: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이소원 취재기자(3D3Dmsommer@naver.com">3Dmsommer@naver.com" target=_blank>3Dmsommer@naver.com">msommer@naver.com)
여행정보
<교통>
자가운전
수도권 서울→제2중부고속도로→호법분기점→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북단양IC→5번 국도→단양읍내 <2시간40분 소요>
영남권 부산→남해고속도로→대동분기점→대구부산간고속도로→동대구분기점→경부고속도로→금호분기점→중앙고속도로→단양IC→5번 국도→단양읍내 <3시간20분 소요>
호남권 광주→호남고속도로→고서분기점→88올림픽고속도로→금호분기점→중앙고속도로→단양IC→5번 국도→단양읍내 <4시간20분 소요>
충청권 대전→중부고속도로→호법분기점→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북단양IC→5번 국도→단양읍내 <3시간 소요>
대중교통
서울→단양 동서울터미널(1688-5979)에서 매일 1시간 간격으로 12회(06:59~18:00) 운행. 2시간30분 소요, 일반 1만2700원.
부산→단양 부산동부시외버스터미널(051-508-9400)에서 매일 1회(14:50) 운행. 6시간 소요, 요금 2만2500원.
광주→대구 종합버스터미널(062-360-8114)에서 매일 40여분 간격으로 24회(06:00~22:40)운행. 3시간30분 소요, 일반(08:05, 12:40, 17:25) 1만3000원, 우등 1만9000원, 심야(22:40) 2만900원.
대구→단양 대구북부시외버스터미널(1666-1851)에서 매일 2회(10:50, 16:30) 운행. 3시간50분 소요, 요금 1만6000원.
대전→제천 대전동부시외버스터미널(042-624-4451)에서 매일 5회(08:32, 10:02, 13:20, 14:10, 17:55) 운행. 직통 2시간30분, 직행 3시간30분 소요. 요금 1만4100원.
제천→단양 제천시외버스터미널(043-642-5146)에서 매일 수시(07:17~21:10)운행. 40분 소요, 요금 3300원.
<별미>
산줄기와 강줄기를 품은 단양은 먹을거리가 풍부한 고장이다. 대표적인 메뉴를 꼽자면 단양 특산품인 마늘이 주 원료로 더해진 마늘솥밥, 남한강 줄기에서 나는 쏘가리(민물)매운탕과 올갱이가 그 주인공이다. 마늘솥밥은 장다리식당(043-423-3960)을 많이 찾는다. 온달 마늘정식 1만5000원, 효자 마늘정식 2만원, 장다리 마늘정식 2만5000원. 별곡리에 마늘솥밥을 맛볼 수 있는 돌집식당(043-422-2842), 전원회관(043-423-3131) 등의 음식점들이 몰려있다
단양읍 별곡리 남한강 줄기를 따라 박쏘가리(043-423-8825)를 비롯해 쏘가리촌(043-421-2588), 그집쏘가리(043-423-2111) 등 단양에서 내로라하는 전문 매운탕집들이 자리하고 있다. 올갱이국은 단양읍 별곡리의 남한강 줄기를 따라 자리한 대부분의 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맛나식당(043-422-3380), 불개미식당(043-421-1255) 등이 있다.
<숙박>
단양버스터미널 인근에 숙박업소들이 제법 된다. 깔끔한 숙소를 찾는다면 단양관광호텔 에델바이스(043-423-7070) 또는 대명리조트단양(043-420-8312)이 괜찮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모텔베니스(043-421-4400)와 백년모텔(043-422-2204) 등도 있다. 가족단위 여행객은 저렴한 가격으로 아늑하고 편안하게 묵을 수 있는 소선암자연휴양림(043-422-7893)도 기억해두자. 예약 필수. 비수기 5만~8만원 선.
<문의>
- 도담삼봉관광지 단양유람선 043-422-1740
- 관광안내소 043-422-1146
- 장회나루 유람선 043-422-1188 www.betaja.com
<참조>
- 단양군청 043-420-3114
단양 볼거리
신라적성비 자세히보기▶ 구인사 자세히보기▶
고수동굴 자세히보기▶ 다리안관광지 자세히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