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교통네트워크 논평]
9월 버스파업에 반대한다:
준공영제를 폐지하고 사회적 논의 시작하자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하, 자노련 서울버스노동조합)은 오는 9월 16일부터 파업이 돌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 3월부터 서울시버스사업자조합과 진행된 교섭이 결렬된 것에 따른 것으로 이후 9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1차 조정회의, 11일 쟁의행위 찬반투표, 15일 2차 조정위원회를 거칠 예정이지만 사실상 파업은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지난 1월 통상임금을 둘러싼 서울시 버스 파업에서도 사용자가 책임져야 하는 임금 문제를 서울시에 요구하는 파업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수천억의 이익잉여금을 가지고 배당까지 하는 버스회사들이 노무 비용을 책임지지 않고 서울시 재정으로 모면하려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자노련 서울시버스노조의 요구에 반대한다
노동자들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최후의 수단으로 파업을 활용하는 것은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쟁의권에 해당한다. 특히 서울시 버스업체와 같이 보조금으로 이윤을 보장받고 또 표준운송원가의 항목 조정을 통해서 추가적인 이익을 전유한 후 배당하고 이익잉여금을 남기는 경우에 노동자들은 자신의 몫을 요구할 권리가 있고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이를 지지한다. 하지만 이제까지 자노련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의 파업은 사업자에게 몫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에게 재정지원금을 요구해왔다. 그것은 정당한 몫에 대한 요구가 아니라 사업자와 담합하여 시민들에게 경제적 피해를 안기는 행위다.
이유는 간단 한다. 현재 서울시는 민영제다. 준공영제라 하는 것은 막대한 재정지원금으로 서울시가 최소한의 조정 권한을 갖는다는 의미이지, 노선권, 차량, 고용 등 핵심적인 자산은 모두 민간회사의 소유로 사실상 민영제다. 따라서 책임은 버스 사업자가 져야 한다. 더구나 서울시의 재정지원금은 버스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제공한다는 조건하에서의 제한적 보조금이지 버스 사업자에게 무조건 지급하는 보편적 보조금이 아니다. 즉 정상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보조금 지급을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자노련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반드시 서울시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면, 이는 서울시에 요구하는 것에 앞서 서울시민들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 서울시의 자산은 공무원들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요금과 세금으로 버스에 대한 비용을 감당하고 있는 것은 서울시민들이다. 안타깝게도 자노련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이제까지의 파업에서 시민들에게 대한 설득도 양해도 구하지 않았다. 단지 파업을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파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고, 이는 스스로 ‘시민의 발’을 자처하는 것이 우습게도 발이 몸통을 때리는 격이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이번 파업의 주요 쟁점인 교섭요구안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 10개의 내용 중 절반가량이 시민의 상식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1. 임금 7.85% 인상의 기준이 뭔가? 적어도 공공재정의 지원을 통해서 지원을 받는다면 임금 수준 역시 적정선에 대한 기준이 존재해야 한다. 이용자가 늘어 버스사업이 흑자가 되었나? 적자인 민간사업장의 임금 문제는, 적어도 다른 유사 직종에 비해 낮거나 그에 준하는 특수한 상황이 있을 때 정당화된다. 그런 문제가 있는가?
2. CCTV를 인사노무관리 목적에 사용하지 말라는 것은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타당하지 않다. 개별 분리된 작업장인 버스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사후판단은 유일하게 CCTV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지금도 차량 내 안전사고가 늘어나고 있고, 또한 운전자의 휴대전화 사용이나 승객과의 사담을 하는 사례가 발견된다. 그러면 노동조합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가?
3. 야간근로수당 인정시간을 1시간씩 확대는 편법 아닌가? 사실 통상임금 쟁점도 기본금 체계를 기준으로 하는 임금 구조를 임의로 수당과 상여금 중심으로 개편한 노사 담합의 결과 아니었나? 그런데 또다시 편법적인 ‘인정시간’을 요구하는 것이 타당한가?
4. 운전직 호봉을 9호봉에서 11호봉으로 바꾸자는 건 변칙적인 임금 인상 방식이다. 운전과 같은 단순 업무의 숙련이 11단계로 설정할 정도로 의미가 있는가? 오히려 현행 9호봉 체계 자체도 직무의 특징을 고려할 때 적절한지 의문인데, 이는 11개로 다시 쪼개자는 것은 합리성을 결여했다.
5. 버스 내 현금수거기를 제거하자고 한다. 안 그래도 현금 없는 버스 정책 때문에 노인이나 학생과 같은 선불카드 이용자들의 이용 거절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적어도 버스 서비스가 공익 서비스라면 생각할 수 없는 발상이다.
서울시에 요구한다
서울시 버스 노사가 이토록 뻔뻔하게 파업을 들먹이면서 시민들을 겁박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서울시의 무책임함 때문이다. 특히 오세훈 시장은 버스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해 파업을 막겠다고 했지만, 그건 오히려 이번 문제의 핵심이 노동조합의 문제가 아니라 노사 담합을 가장 유리하게 만드는 준공영제 구조에 있다는 것을 감추려는 것 뿐이다. 준공영제를 통해서 이윤까지 보장받고 배당을 실시하는 사업자를 두고 노동자들이 자기의 몫을 주장하는 것이 잘못인가? 문제라면 실제로는 적자 업체를 운영하면서 재정지원금으로 억대의 연봉을 가져가고 배당금까지 챙기는 버스 사업자의 몰상식에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런 점에서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이번 파업 선언에 대하여 서울시가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1. 파업이 실시될 경우, 현행 버스준공영제 협약의 파기를 선언하라. 해당 준공영제 협약은 버스 서비스의 안정적인 제공을 목적으로 성립된 것이다. 하지만 매년 반복적인 파업 시도에 의해 서비스의 안정성이 낮아졌고 이에 대한 귀책이 협약의 한 쪽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자조합 측에 있으므로 협약을 파기하는 것이 맞다. 차제에 버스준공영제라는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 계기로 삼자.
2. 서울시는 서울시버스운송사업자조합이 아니라 개별 버스업체와 협의해야 한다. 알다시피 현행 64개 서울시의 버스업체는 조건도 상황도 모두 다르다. 이를 하나의 기준으로 접근하면 반드시 과잉과 과소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 즉 열심히 사업을 해서 적자를 줄이면 재정지원금을 덜 받게 되거나 혹은 임금 외 수당을 많이 챙겨준 업체는 억울한 일이 생긴다. 즉 현행 준공영제는 버스업체의 상향 평준화가 아니라 하향 평준화를 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업자 조합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자조합이 아니라 개별 회의에 대한 검증과 지원 구조로 가야 한다.
3. 이용자인 시민은 요금과 세금으로 현행 버스시스템을 유지하는 당사자다. 직접적으로 시민들이 부담하는 협의 과정에서 시민들을 배제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비공개적인 비밀회의가 아니라 좀 더 사회적으로 공론화된 방식의 논의가 필요하다. 노동조합은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고 주장하고, 이에 대해 사용자는 사용자의 근거를 갖고 반박하면서 시민들이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요금이든 세금이든 더 부담할 수 있을 것이다.
4. 서울시는 운행을 정지하는 업체에 대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정당한 운행 명령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면허 취소를 할 수 있다. 즉 서울시는 면허 취소를 위해, 지금이라도 사업자에게 노사합의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결국 운행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운행 명령을 내놓아야 한다. 시민들의 우려에 대해 서울시가 답할 수 있는 방법은 법에서 정한 권한의 사용이다.
준공영제를 넘어서
준공영제는 끝났다. 어떤 꼼수에도 불구하고 준공영제하에서는 이와 같은 노사 간의 꼼수 파업을 막을 방법이 없다. 따라서 준공영제는 구태의 제도이고 지금이라도 혁파해야 하는 제도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명확하게 이번 9월 자노련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의 파업에 반대 입장을 밝힌다. 시민들의 돈으로 배를 불리려면 사업자가 되었든 노동자가 되었든 그 근거를 밝혀야 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시민들은 돈이 없어 자가용 대신 버스를 타는 사람들이 아니라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시민들이 누려야 할 권리이기 때문에 이용하는 것이다. 그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싫다면 떠나야 하는 것은 이용자 시민이 아니라 준공영제하의 구태에 절어 있는 노사다. 우리는 준공영제를 넘어 다른 버스 운영체계를 원한다. [끝]
2026년 9월 4일
공공교통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