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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문재인 대통령이 과연 퇴임 전 특별사면이라는 승부수를 던질 것인가. 문 대통령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각계각층에서 사면론이 분출하고 있다. 5월 8일 석가탄신일을 맞아서 정치적 갈등과 분열을 딛고 국민통합을 이룩하기 위해 보수·진보 진영의 상징적인 인사들을 사면해야 한다는 논리다. 종교계와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가운데 정치권도 가세하는 양상이다. 특별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는 주요 인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조국 법무장관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등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재계에서도 경제위기 극복과 미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에 대한 사면복권을 요청하고 있다. 퇴임을 앞둔 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연말 국민통합과 건강악화를 명분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을 전격 단행한 바 있다. 모든 건 문 대통령의 선택에 달린 문제다. 문 대통령의 특별사면 승부수를 짚어봤다.
- 靑 “대통령 고유권한” 신중…여론 살피는 文대통령
- “사면 찬성 여론도 있다” 文대통령 기류변화 시사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든 논란은 불가피하다. 문 대통령은 양날의 검 위에 서있는 셈이다. 특히 5년 임기 내내 특별사면에 신중론을 내비쳐왔던 만큼 무리한 사면추진은 법치주의 근간을 뒤흔든다는 점에서 엄청난 역풍에 시달릴 수 있다. 특히 정치인 중 사면대상자로 누구를 선택하든 반대진영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반면 윤석열정부 출범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특별사면 문제를 털고 가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정권교체기 과정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및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과 △청와대 이전 △공공기관 인사권 △여성가족부 폐지 등 크고작은 이슈로 정면충돌해왔다는 점도 부담이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의 선택 여하에 따라 임기말 특별사면 카드가 여론의 역풍이라는 독배가 될 수도 있고 국민통합을 앞당기는 축배가 될 수 있다.
“국민통합 필요” 종교·여야 사면론 분출…재계도 가세
문 대통령이 퇴임이 다가오면서 각종 사면론이 분출하고 있다. 청와대는 특별사면과 관련,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선긋기에 나섰지만 임기말 사면론은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당초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지사의 사면문제가 매듭지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신구권력 갈등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사면론의 진원지는 종교계다. 지난 4월 조계종을 중심으로 불교계 인사들은 방정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지사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사면 탄원서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대선을 치르면서 국론분열의 상황에 이른 만큼 보수진보의 상징적 인사에 대한 사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보진영 원로로 과거 민주화 운동과정에서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왔던 송기인 신부, 함세웅 신부, 김상근 목사 등도 정경심 교수와 이석기 전 의원의 사면을 요청했다. 특히 송기인 신부의 경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로 불린 인물로 문 대통령의 멘토로도 유명하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진보진영 원로의 요청을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중진 의원들도 사면론에 가세했다. 안민석 의원은 정경심 교수의 사면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안 의원은 “검찰개혁 과정에서 수사가 아니라 사냥을 당하다시피 했다”며 “대통령 임기를 마치기 전에 피눈물 나는 분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고 밝혔다. 설훈 의원은 “정경심 전 교수나 김경수 전 지사에 대해 굉장히 억울해하는 분이 많다”며 “물러나시기 전에 정리하고 가시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제안했다.
정치인 사면논의가 분출하면서 재계도 바빠졌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는 지난달 25일 ‘경제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한 특별사면복권 청원서’를 청와대와 법무부에 제출했다. 주요 대상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 2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국정농단 사태로 수감 중이었다가 지난해 8월 가석방됐지만 걸림돌은 여전하다. 이른바 취업제한 논란으로 대규모 투자계획 확정이나 글로벌 경영 등 적극적인 행보가 어려운 것은 물론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재판 탓에 매주 법원출석으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그동안 재계 총수 사면에는 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비판적인 꼬리표가 붙었지만 최근 상황은 달라졌다. 코로나19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경기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에 따른 세계적인 식량난 및 에너지 위기, 미중패권 갈등의 격화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역량있는 주요 기업인들의 헌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반대는 부담이다. 경제개혁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금융정의연대·참여연대는 사면반대 성명에서 “중대한 부패 범죄를 저지르고도 한 번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재벌 총수 일가가 버젓이 회사 경영에 복귀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정의롭지 못하다”며 “문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민주당 일각에서는 기업인 사면 불가론도 나왔다. 박찬대 원내수석부대표는 “총수 일가에게 반복적으로 행사되는 대통령의 시혜적 사면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전에는 절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靑 “국민 공감대 우선” 고심 깊어지는 文 대통령
청와대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청와대의 공식 입장은 “대통령 고유 권한인 사면에 대해 언급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긋기에 나섰다. 사면론이 불거질 때마다 취재진의 질문이 나올 때마다 사실상 함구로 일관했다. 여야 정치인의 경우 보수진보 양측에서 논란이 불가피하다.
특별사면의 키는 문 대통령이 쥐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내 특별사면 문제에 극도로 신중한 자세를 보여왔다. 대선후보 시절은 물론 재임 중에서 사면권 최소화 원칙을 지켜왔다. 87년 민주화 이후 최장수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꺼내들었다가 엄청난 역풍에 직면한 사례가 있을 만큼 여권 안팎에서는 극도로 예민한 문제다.
반대로 종교계와 시민사회는 물론 여야 정치권마저 직간접적으로 사면요청을 쏟아낼 경우 문 대통령이 특별사면 단행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문 대통령은 특별사면 이슈와 관련해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마지막 기자간담회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반대 국민청원 답변 등을 통해 본인의 입장을 밝혀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청와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하지만, 결코 대통령의 특권일 수는 없다"며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면은 사법 정의와 부딪힐 수 있어 사법 정의를 보완하는 차원에서만 행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각계각층의 사면 요구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에도 사면론이 확산되자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민청원 답변을 통해 특별사면에 대한 보다 진전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반대 국민청원과 관련, “원인과 같은 (사면 반대) 의견을 가진 국민들이 많으나 반면에 국민화합과 통합을 위해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며 “사법 정의와 국민 공감대를 잘 살펴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원론적인 답변에 불과하지만 주목할 대목은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고 소개하면서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아울러 특별사면 대상자들의 건강상태도 변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941년생으로 한국 나이 82세의 고령인 만큼 수감생활이 쉽지 않은 건강상태다. 정경심 전 교수의 경우 수감생활 중 건강악화로 어려움을 겪은 만큼 문 대통령의 전향적으로 검토할 소지도 없지 않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 연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 단행과 관련해 건강악화를 이유로 들기도 했다.
김경수·정경심 사면딜레마…지선 역풍 ‘고민’
문 대통령으로서는 진퇴양난이다. 특별사면을 단행해도 문제, 안해도 문제다. 최대 딜레마는 본인의 최측근이었던 김 전 경남지사와 조국사태의 핵심 장본인이었던 정 전 교수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할 것인가의 여부다. 여론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특정인사 사면과 관련해서는 찬반 양론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먼저 불가론이다. 특히 김 전 지사와 정 전 교수에 대한 특별사면 단행이 ‘우리편 챙기기’로 비춰질 경우다. 특히 조국사태는 공정 화두에 대한 현 정부의 내로남불을 상징하는데 핵심 당사자인 정 전 교수에 대한 사면이 단행될 경우 ‘면죄부 주기’라며 여론 악화가 우려된다. 조국사태는 2020년 21대 총선 압승에도 2021년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참패에 이어 2022년 3월 20대 대선 패배의 촉매제가 된 만큼 다가올 지방선거가 걱정이다. 대선 패배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마저 패배할 경우 정국주도권을 완전히 국민의힘에 내주는 것은 물론 문 대통령의 퇴임 이후 안전판 마련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여론의 반대로 부담이다. 지난달 29일 여론조사업체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의 의뢰로 실시해 공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이명박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경수 전 경남지사,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 등에 대한 사면을 묻는 조사에서 찬성은 30.2%에 불과했다. 반대는 절반에 육박하는 49.6%였다.
반대로 문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고뇌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사면결단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문민정부 말기 김영삼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의 건의에 따라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단행한 것처럼 문 대통령 역시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역사의 매듭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 단행이 대표 사례다. 청와대는 당시 박 전 대통령 사면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문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전격 단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5월 8일 석가탄신일을 넘기면 임기 마지막날인 5월 9일 특별사면이 전격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특별사면 단행의 기준과 판단 근거로 ‘국민 공감대’를 최우선적 조항으로 꼽은 만큼 마지막까지 국민여론을 두루두루 살피겠다는 의지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말 특별사면 단행에 따른 이해득실을 최후의 순간까지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각계각층의 요청으로 전반적인 분위기는 특별사면 단행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지만 여론의 반발이나 6.1 지방선거에 미칠 악영향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사면의 경우 지지층의 반발이 불러올 수 있고 김경수 전 지사나 정경심 전 교수의 경우 내로남불 비판이 쏟아질 수 있다는 점이 딜레마”라면서 “어떤 결론이든 정치적 후폭풍과 파장이 불가피한 만큼 최근 사면대상자로 거론돼온 주요 인사들을 대부분 포함되는 ‘통큰 패키지’ 사면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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