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봉 대기자 ]
한국과 미국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은 안보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2014년 6월 당시 한미연합사령관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처음 거론한 뒤 2년여 만이다. 한미 양국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의 레이더가 자국의 핵심 군사시설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조기에 탐지할 수 있다며 사드 배치에 강하게 반대해 왔다. 중·러 양국은 사드 배치를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MD) 체계 구축과 연관 지어 자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직접적으로 훼손한다고 간주하고 있다. 중국은 탐지거리가 5500km로 한반도를 손바닥처럼 들여다보는 레이더를 운용하고 있다.
한반도 위기는 북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다. 양국은 늦어도 내년 말까지 사드 1개 포대를 실전 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북한은 현재 남한 전역을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체계를 거의 완성한 상태다. 북에서 쏜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은 사드로 요격이 가능하다.
사드 배치를 결정한 이후 중국의 반발과 압박이 도를 넘고 있다. 중국의 보복 조치는 민간교류나 여행제한 등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더 심각한 건 중국 언론의 ‘한국 때리기’ 여론전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비판하고 나섰다. 인민일보는 최근 4편의 사드 반대 시리즈 글을 실었다. 중국 언론이 비판해야 할 대상은 한국이 아니라 핵 개발 등으로 국제도발을 일삼는 북한이다.
중국의 보복 공세가 노골화된다고 해서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어느 정도의 피해와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우리 주권을 침해하려는 불순한 시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사드 여론전에 휘둘리는 일부 친중 사대주의 정치인들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중국은 한국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나라지만 한국 역시 중국엔 네 번째로 큰 수출 시장이다. 중국이 한국에 경제 보복을 하면 중국도 동반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사드 배치가 한·중 관계에 악재가 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갈등은 소통과 교류로 풀어 나가야 한다. 중국은 자국의 국익만 주장하기에 앞서 한국의 국익도 존중해야 한다.
정부는 외교력을 최대한 발휘해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는 한편 이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전략적 조치도 취해야 한다. 한·미동맹 강화가 필요하지만 중·러와의 관계가 멀어진다면 우리 외교는 설 땅을 잃게 된다. 중·러의 반발은 국제사회의 북한 핵 제재 전선에도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
사드 배치 예정지로 알려진 경북 성주는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설득해야 한다. 부지 선정은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 국익과 안보 관점에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졌음을 납득시켜야 한다. 하지만 주민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 괴담을 퍼뜨리고 이념 갈등을 조장하는 세력은 철저히 분리 대응해야 한다.
북한 핵은 ‘자위용’이라면서 사드에 대해선 ‘미군 방패용’이라는 세력을 감싸는 일은 없어야 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공격 수단이고 사드는 방어 수단이다. 북은 1000기가 넘는 각종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유사시 북의 주장대로 한반도가 ‘불바다’가 된다면 성주뿐만 아니라 한반도는 온전할 곳이 없다. 북한의 스커드 탄도 미사일은 비행거리 500~600㎞로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사드가 신냉전을 불러온다거나, 한반도 전체를 방어할 수 없으니 배치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분명한 것은 북의 공격 수단을 무력화할 수 있는 확실한 방어 수단을 갖출 때 평화를 지킬 수 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일각의 반발이 국론분열로 번지는 일은 없어야 하며, 정치권도 초당 협력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