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6월 30일 저녁 7시 배로 제주행을 위해
꼭 준비해야 할 것이 있었다.
7.27 T셔츠와 금정산 막걸리였다.
7.27 T셔츠는
부산평통사에서 특별 기획사업으로
6.25에서 7.27(정전협정일)까지 37일간
‘칠이칠’이란 디자인을 박은 T셔츠 727장을 제작해서 판매하고,
입은 사람들은 기간동안 ‘입고 싸돌아 다니기’를 함으로써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자는 취지의
이야기 거리를 회자시키자는 프로젝트이다.
제작을 맡은 부산민예총 사무실로 가서
15장을 받아들고 제주도 가고 오는 과정에서
1장당 1만원씩 팔고 올 작정이었다.
금정산 막걸리는
부산의 ‘지존’ 막걸리인데
해발 500여 미터 고지 금성동 마을의
옛날식 막걸리 양조장에서만 제조 판매하는 술이다.
직접 차를 몰고 올라가 10병을 사와서
들고 배타고 제주도의 고생하는 강정 지키미들에게
선물로 가져갈 요량이었다.
이리저리 준비물 때문에 저녁 6시 약속시간이 다가오는데
창원에서 같이 가기로 한 자흥스님이
먼저 도착해 배표사서 기다린다고 전화가 왔다.
나는 덕천동 장기수 김 선생님께 혹 같이 갈 수 있느냐고 묻자
흔쾌히 따라나선다고 하여 모시고 여객선터미널로 향했다.
우리 셋을 태운 밤배는 저녁 7시 출발
다음날 제주항에 7시 도착하는 배였다.
3등실 너른 방에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장마철이라 그런지 방학 중 학생들만 대부분이었다.
우리는 그 틈에 앉아 캔 맥주를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11시쯤에야 잠이 들었다.
지난 번 부두근처 해장국 집에서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평통사 집행부에 전화를 하니
오늘 일정이 조금 바뀌었다면서
서귀포에서 대형버스로 이곳 제주시로 이동할 거란다.
두 팀으로 나눠서
한 팀은 도청으로, 한 팀은 공항으로 온다는 거다.
그러니 공항으로 이동해 그곳에서 합류하자 하였다.
알고 보니 오늘 일정은
평통사 독자적인 행동이었다.
원래 계획은 오후 3시 도청을 방문해
집회와 우근민 도지사 면담을 할 것으로 사전 접촉했는데,
하루 밤이 지나자 도지사의 일정이 돌연 바뀌어
서울행 비행기로 떠나기로 되어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 팀은 도청서 나오는 도지사를 만나고
다른 한 팀은 공항서 기자와 함께 막아서고 잠시 시간을 내어
의견서를 드리면서 몇 마디 입장을 들으려고 한 계획이었다.
그런데 전화를 도청 팀과 주고받으면서
공항으로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는 귀빈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12시 5분 비행기를 탑승하려면
최소한 11시 50분 정도는 귀빈실에 도착해야 하는데
12시가 다 되어도 소식이 깜깜한 거였다.
궁굼해서 아래층에 몇 명이 내려가
혹 귀빈실을 제치고 바로 다른 탑승통로로 나가는 것을
잡으려고 하였으나...
007 작전을 방불한 귀신같이 빠져나가기에
우리들은 결국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뒤에 알고보니 제주자치 경찰의 치밀한 도움을 받아
빠져나갔다는 것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