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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햅삐님!
햅삐님의 상담글이 왠지 낯설지가 않네요.
저의 지난 모습을 소환해서 만나보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일까요?
햅삐님께 어떤 답변을 드려야할까 고민하면서
햅삐님의 작성글을 찾아 읽어보았습니다.
‘두 아이들이 참 따뜻하고 좋은 엄마를 만났구나’ 하는 부러움이 생깁니다.
아이들이 진정한 배움을 경험하고 숭고한 가치를 갖도록 고민하고 공부하며 지내온 흔적들을 마주할 수 있었어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흔들리며 저희를 찾아오시기까지의 어수선한 감정도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모든 이론이 현실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잖아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많겠지요.
이러한 갈등을 자신의 생각이 투철하지 못해서 생기는 잘못으로 여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수학문제를 풀 때에도 공식만 적용하면 풀리는 간단한 문제가 있는가 하면
복잡하게 꼬여있는 조건들을 살피고 해결해야만 비로소 공식에 적용될 수 있는 문제도 있잖아요.
그 동안은 세련되게 잘 정리된 이론을 접하면서 받은 감동이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비로소 상황에 맞게 적용하면서 응용문제를 풀 시기가 된것이죠.
그러니 문제를 풀기 위해 다방면으로 고민을 하는 것은 당연하고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분명한 것은 저희 단체를 통한 고찰과 반성이 없었다면 지금 햅삐님은 남보다 앞서 부지런히 학원도 알아보고
비판 없이 마이너스 통장도 불사하고 전의를 불태우고 계셨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렇지만 지금 햅삐님은 다시 한 번 교육관도 점검하시면서 고민하는 과정을 밟고 계시잖아요.
그 속에서 내리는 결정들은 남의 말만 믿고 따라하는 결정보다 안전할 거예요.
설령 나중에 후회가 생긴다 할지라도 그것은 결과를 봤을 때 그렇다는 것이지
이러한 고민의 과정 자체가 후회된다는 말은 아닐 겁니다.
그 동안 우리 단체를 통해서 배우고 감동 받고 결심했던 부분들이 지금까지 자녀분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으리라 자부하고 확신하셨으면 합니다.
지금은 그야말로 초등학교 입학이라는 상황에 적용시켜 보셔야 하는데요.
입학하면 더 많은 조건들이 눈에 띄게 되고 그로 인한 비교가 늘어나 훨씬 더 복잡하게 되겠지요.
그러면서 마구 더 흔들리고 자녀를 향한 나의 욕심도 생기고 스스로 자책하고
아이에게 상처도 주는 상황들이 계속 될 거예요.
그렇다고 그 갈등을 먼저 피하게 도와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상황에 맞는 경험을 통해 넘어지고 부딪치는 과정을 대신해 드릴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이 과정을 통과해야만 정반합의 완성을 이룰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 것에 비하면 학원에 보내느냐 마느냐의 결정은 햅삐님의 말씀대로 아주 미미하고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지만
기본적인 방향 잡기에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햅삐님은 지금 왜 영어학원에 등록하는 것에 대해 갈등을 겪고 계시는 걸까요?
영어를, 좀 더 넓게는 공부를 잘 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왜 학원에 보내는 것을 투자라고 생각하시는 걸까요?
교육이라는 뜻과 어울리지 않는 투자라는 단어를 굳이 선택하신 데에
별다른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너무 학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바탕이 되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그 마음을 탓하려는 의도에서 드리는 질문은 아니고 그럴 이유도 없습니다.
단지, 그 목표가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 보셨으면 하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영어라는 도구는 모든 학문을 함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언어입니다.
대학에 가서는 원서를 읽으면서 공부해야 하고 세계의 공통 언어이므로 반드시 배워야 합니다.
동시통역이 바로바로 이루어지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하고 일부 그러한 혜택을 누리기도 하지만
‘말’이라는 것은
단어가 가지는 단순한 뜻을 전달하는 의사소통의 수단만이 아니라 뉘앙스와 말투 제스처를 동반하게 되고
그것에 따라 상대의 심리나 깊은 속뜻을 파악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입니다.
아무리 통번역기가 발달한다 해도 직접 말을 하는 것을 능가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한 가치를 보아서라도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햅삐님도 그 생각에 동의하시기에 학원에 보내는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계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신다는 가정 하에 그 다음은 어떻게 공부하게 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습니다.
이 부분에서 우리 단체에서 공부한 결과물이 나와야 하는 것입니다.
학원에 보내면 엄마는 편합니다. 학원 스케줄에 맞게 아이가 불성실하지 않는 한 배우고 익히겠죠.
하지만 모든 공부를 학원에 의존할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영어는, 설령 엄마가 영어를 못하더라도, 집에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 많고
그 방법에 의해서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공부하는 경우도 많이 존재합니다.
그 방법론에 관한 얘기는 여기서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그 방법을 선택할 때 아이의 성향과 기질 등 아이를 중심에 두고 판단하시면 됩니다.
‘무조건 사교육은 나쁘다’가 아니라 우리 아이에게 적합한 공부 방법이 무엇인지 시행착오를 해 가면서 결정해야 합니다.
저의 첫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저는 나름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서 엄마들이 모일 수 있는 모든 모임에 아예 나가지도 않았고 심지어 교실에서 급식이 이루어질 때 급식봉사에도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엄마들 만나고 오면 불안한 마음에 아이를 테스트해보게 되고 혼내고 윽박지르게 되더라고요. 저는 제 성향을 알았기에 아예 차단한 것이지요.
하지만 이제 두 아이 모두 대학에 입학시키고 나니 그 때의 행동을 옳다 그르다의 문제로 나누어 생각하기 보다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먼저 시행착오를 하면서 경험한 자로서 조언을 드리자면 사교육에 대한 반감을 갖고 계실 필요는 없습니다.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사교육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되
그 시기는 아이가 원할 때,
그리고 혼자 하기에 벅찰 때 등으로 조건을 세부적으로 만들어 두는 것도 도움이 되겠네요.
저는 너무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바람에 학원의 도움을 받았으면 했던 시기에
아이가 더 강력하게 거부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겪어야 했습니다.
공부를 등한시 하고 놀이만, 영어를 등한시 하고 한글에만 이라는 생각 보다는
둘 다 균형있게 이끌고 나가셔야 아이가 공부를 함에 있어서 지치지 않고 잘 따라갈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 중요한 것은 학교 생활, 친구들과의 관계, 학습, 건강 등 중요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지만
학습적인 데에 중점을 두고 말씀 드리자면 지금은 공부를 하는 방법과 공부하는 습관에 대해서
서서히 틀을 잡아 주고 같이 노력하는 시간으로 삼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아이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를 끊임없이 관찰하면서
그 끈을 놓지 말고 쫓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아이의 특성을 해치지 않게 그것을 존중하면서 공부든 놀이든 할 수 있도록 도우셔야 합니다.
그러려면 인성이 바른 아이로 키워야 하고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부모의 바른 인성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엄마 아빠가 먼저 행복하기.
아이 먼저 챙기지 말고 남편과 더 행복하게 지내기 위하여 남편을 배려하고 사랑해 주는 모습을 보여 주세요.
그래야 아이가 사랑을 배우고 배려를 배우며 그 속에서 인성이 바르게 자라나고 올바른 꿈도 갖게 될 것입니다.
올바른 꿈이 생기면 아이는 저절로 공부하게 됩니다.
그 때에 결여된 부분이 보이거나
혼자서 벅차할 때
사교육의 도움을 받으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정리를 하자면 학원을 선택하기에 앞서 무조건 스스로 공부해 보기를 추천합니다.
학원에 다닌다고 해서 수동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듯이 집에서 한다고 무조건 주도적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를 하는 것은 혼자 공부를 한 것에 비해 질문이나 고민의 과정에 노출될 시간이 부족하고
깊이도 얕을 수 있습니다.
혼자서 공부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매체나 교재 등을 충분히 활용하고 혼자 계획도 세우고
중간에 수정도 하면서 나아가면 학원에서 시험에 유리하도록 공부를 하는 아이들 보다 점수가 좀 떨어질 수는 있지만
잠재력을 계속 키울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혼자 고민하고 질문을 품으면서 공부를 하는 아이들은 대학에 가서 공부할 저력을 단단히 다질 수 있는 장점을 지니게 됩니다.
간단하게 생각해 보세요. 학원에 보내려는 것은 혼자서 공부할 때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그러는 거잖아요.
그렇지만 혼자서도 얼마든지 열심히 잘 할 수 있으니까 불안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혼자 해 보다가 힘들면 학원을 이용해서 보충하기로 정리하시면 될 것 같아요.
더 중요한 영어에 대한 팁!
영어책으로 집에서 시작하자!
그리고 꾸준한 영어책 읽기가 단연코 학원에 다니는 것보다 실력을 쌓는 데에 장기적으로 좋은 방법이라고 확신합니다.
자세한 방법에 대해서 햅삐님은 이미 잘 알고 계실 것 같아요.
우리 단체에서 워낙 열심히 공부하셨으니까요.
그래도 자세한 방법이 필요하시면 다시 상담넷에 찾아와 주세요.
그리고 햅삐님은 학부모이기 이전에 부모임을 ,
엄마임을 기억하세요.
돌이켜 보니 저는 학부모 역할에만 몰입되어 있었더라고요.
‘아이의 공부를 위해서 중간에 도움이 필요할 때 사교육을 받아도 좋았겠다’ 라는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맘 아프게 했던 부분들은 죄책감으로 남게 됩니다.
특히 큰아이한테요.
햅삐님은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경계하고 계시니 걱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우리 단체에서 공부하고 계셨으니 이제 실제에 맞는 응용력을 잘 발휘하시리라 믿습니다.
헷갈리고 갈등이 생길 때마다 언제든지 방문하셔서 고민을 나누어 주시면 저희 상담넷이 힘을 모아 도와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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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깊이있는 통찰과 조언에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응용문제 풀 시간인가봐요.
글 올리고 참 부끄럽기도 했는데, 사소해 보일 수도 있는 개인적인 복잡한 감정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지혜로운 가르침 주셔서 감사드려요. 상담 답글 보며, 또한번 '역시, 역시!'라며 우리 단체에 감동 받습니다.
다시 한 번 글 읽고 되새겨 보아야겠어요.
내가 먼저 행복하기, 나는 학부모이전에 부모다... 는 것 명심하고요.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