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민을 갔던 서양화가 박모(여·53) 씨는 최근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주거용 콘도 한 채를 구입했다. 박 씨는 아파트를 구입하기 전 서울 등 타지역을 놓고 고민했지만 해운대만큼 좋은 곳이 없다고 판단했다. 나이가 들면 고향인 부산에 와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해안을 끼고 주거공간이 형성된 해운대 마린시티의 아파트 가격이 건설경기 침체 여파로 저렴했던 것이다. 박 씨는 "미국의 경우 해안을 낀 아파트는 도심 아파트에 비해 2~3배가량 비싸다"며 "특히 마린시티의 아파트들은 헬스클럽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추고 있어 노후를 보내기에는 이보다 좋은 곳이 없다"고 말했다.
국내 부동산 경기침체 등을 기회로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바이 코리아' 열풍이 거센 가운데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에 해외 교포들이 몰려들고 있다. 불황으로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 반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국내에 투자하려는 교포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부산지역에서 아파트 매매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아파트 30개 가운데 2개를 제외한 28개가 해운대구(본지 지난 13일자 8면 보도)에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해운대 마린시티의 경우 해안을 끼고 있는 특성 때문에 높은 수준의 주거생활권과 투자가치를 모두 갖췄다는 점도 교포들을 끌어모으는 매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마린시티의 H, D 아파트 분양사무실에는 지난 여름부터 매매를 문의하는 교포들이 늘어나기 시작해 환율이 1500원대까지 오른 10월과 지난달의 경우 실거래가 대폭 증가했다. 최근에는 러시아 교포가 마린시티 아파트 5채를 한꺼번에 매입하기도 했다.
또다른 D아파트의 경우 총 394세대 가운데 5%가량을 교포들이 매입했다고 인근 부동산업자는 귀띔했다. 교포들로부터 몇차례 구입 의뢰를 받은 C부동산중개소 손미자 소장은 "교포들이 선호하는 것은 99~140㎡ 규모 가운데 바다 조망권이 확보되는 아파트"라며 "재미교포들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재일교포와 러시아 프랑스 등 유럽 쪽에서 온 교포들도 있다"고 말했다.
교포들의 해운대 마린시티 아파트 매입 열풍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 씨는 "교포들은 한국의 건설경기가 내년에 바닥을 칠 것으로 보고 있어 내년에는 마린시티로 더욱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포들의 해운대 러시는 건설사의 미분양 해소는 물론 지역 경기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홍보가 부족해 교포자본을 부산으로 끌어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 시행사인 대원플러스건설 관계자는 "해운대는 하와이나 시드니 등 세계 유명 휴양지보다 뛰어난 자연경관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홍보부족으로 아직 교포사회 등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부산시나 기업 등이 나서 교포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투자설명회를 갖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린시티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건설된 수영만매립지(37만 ㎡)의 새 이름으로 '바다와 인접한 주거단지'라는 의미. 마린시티에는 5000여 세대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으로 부산을 대표하는 고급 주거단지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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