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지 않았으나 피할 수도 없었던 길이다.
결국 발길이 다시 서울구치소를 향하고 있다.
차가운 바람이 스쳐간다.
나는 검찰이 쳐놓은 그물과 짜놓은 거짓 프레임에 순응할 생각이 없었다. 사실과 어긋나는 창작된 story에 맞춘 거짓 자백으로 구속을 피하거나 형량을 줄이는 등의 선처를 바랄 생각도 없었다. 검찰은 그런 나의 정당한 불복에 "반성의 기미가 없다"며 재판부에 엄벌해 달라고 요청했다.
‘궁예의 관심법’의 망령이 살아나 명확한 증거가 없는데도 "묵시적 청탁"이라며 대통령을 구속하는 상황에서, 힘도 없는 나를 또 구속하는 것이 뭐 그리 어렵겠는가. 짜놓은 적폐청산 게임판에 던져진 졸인데 말이다.
지금의 이 폭정은 급진적 좌익들이 오랫동안 준비하고 예정하던 것이다. 겉으로는 인권과 민주주의, 차이의 존중, 다양성 등의 미사여구로 위장하지만 그들의 정신세계의 근본은 ‘계급투쟁’에 잇닿아 그들이 설정한 ‘적대계급의 파멸’을 목표로 한다.
급진적 좌익의 독존(獨存)은 우리 사회의 근본을 흔든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도 잘못이 아니다’라는 교만과 독선적 행위가 윤리적 질서를 해체하고 있다. 민주공화국 내부의 경쟁자는 ‘적’으로 간주하고, 주민을 노예로 지배하는 독재자는 ‘친구’가 되는 도덕적 파괴가 거침이 없다.
고모부와 그 가족을 고사포로 총살하고, 이복 형을 독극물로 피살하고, 리설주 성추문이 알려졌다 하여 은하수악단 단원들을 화염방사기로 태우고, 체제를 비난했다거나 간첩으로 몰아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고, 폭력을 동원한 극한의 훈련으로 어린 아이들의 집단체조를 연출하여 수령체제를 선전하는 패륜적 범죄자 김정은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는 불굴의 지도자라고 부추기고 김정은과의 포옹에 열광하는 저들의 모습에서 절정에 이른 급진적 좌익세력의 사악한 정신세계가 드러난다.
지금은 소의 등에 말안장을 얹는 것만큼 힘든 상황이지만 만물은 흐르고 모든 것은 변한다. 툭툭 털고 일어나 지금의 고난을 이겨내야 한다. 자유가 만개하는 ‘열린 사회’는 저절로,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나도 내 방식으로 감옥에서 싸울 것이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어 본다.
내 마음에 새겨진 투지와 희망을 어루만진다.
다시 시작하자!
2018. 10. 5.
서울구치소를 향하며, 허현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