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가의 독서법]. 19세기의 블로거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편지(The Letters of Gustave Flaubert,1830-1857)>(1980)
프랜시스 스티그뮬러 편역
예술의 비인격성에 대한 플로베르의 원칙은 유명하다. “작가는 자기 책에서 어디에나 존재하고 아무 데서도 보이지 않는 우주의 신과 같아야 한다.” 하지만 플로베르가 정교하게 망치질해서 공들여 지은 소설이 그의 엄격한 미학 이론을 보여준다면, 그의 편지는 21세기의 블로거가 쓴 어떤 글보다도 친밀하고 재미있으며 세속적이면서 자기연민을 드러낸다. 이와 동시에 이 소설가의 창작 과정과 걸작인 <마담 보바리>의 집필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훌륭한 창을 제공한다.
플로베르는 어린 시절부터 작가가 되겠다는 결심이 머릿속에 꽉 차 있었다. 열 살 때 서른 가지 다른 연극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고, 십대에는 사탄에 대한 야심 찬 이야기를 썼으며, 청년 시절에는 크루아세의 시골 마을에 있는 부모의 집에서 은둔 생활을 하며 하루에 열여덟 시간까지 글을 쓰거나 글에 대해 고민했다.
플로베르는 일주일에 한 페이지를 쓰고 3일 동안 두 번 수정했다고 불평했다. “서정성과 통속성이라는 두 심연” 위에서 균형을 이루며 줄타기를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리고 글쓰기는 치료법이 아니라고 다른 작가들에게 경고했다. “삶에서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는 것을 예술로 토로해 떨쳐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렇지 않다. 마음의 찌꺼기가 종이 속으로 들어가지는 않는다. 종이에 쏟아내야 할 것은 잉크뿐이다.”
플로베르는 글을 쓰려는 자신의 힘든 노력을 전하기 위해 자주 동물에 비유했다. 좋은 책 한 권을 만들려고 “15년 동안 노새처럼 일했”으며, 자기 문장을 혼자 큰 소리로 읽을 때는 “고릴라처럼”고함치고, “꿈꾸는 굴처럼” “물고기 같은 침묵" 속에서 조용히 성찰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말했다.
플로베르의 편지는 문학, 철학, 창의성에 대한 생각에 더해, 자신의 기분과 건강에 관한 자기애 넘치는 방백으로 가득하다. 플로베르는 서른두 살 나이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늙어가고 있다. 이가 빠지고, 곧 완전히 대머리가 될 것이다.” 그는 연인인 루이즈 콜레를 두어 달에 한 번씩만 만났는데, 콜레가 “귀스타브는 편지에서 예술이나 자기 자신에 대한 얘기밖에 하지 않는다”고 불평한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었다.
콜레가 자기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달라고 끊임없이 애원하는 동안, 플로베르는 몹시 화를 내며 책을 더 많이 읽거나 일을 더 많이 하라고 충고하거나, 자신이 왜 더 세심한 동반자가 될 수 없는지 설명하곤 했다. 그는 “당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되기에는 고독에 너무 깊이 빠져 있었고 “안팎의 회의로 인해 너무나 괴로웠다”. “나는 할 수 있는 한 최고로 당신을 사랑해. 몹시 부족하다는 걸 알아. 나도 안다고, 맙소사!”
플로베르는 콜레에게 자주 긴 편지를 썼다. 콜레에게 보낸 편지는 <마담 보바리>의 창작 과정을 보여주는 보기 드문 연대기인 셈이다. 이 소설을 어떻게 구상했는지, 어떻게 연구해서 인물의 삶에 다가가려 했는지, 어떻게 고심해 고치고 다시썼는지. 이것만으로도, 연구자인 프랜시스 스티크뮬러가 훌륭하게 편역한 플로베르의 편지는 작가와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대단히 흥미롭게 읽을 만하다.
플로베르는 한 편지에서 책은 피라미드와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어 진다고 썼다. “어떤 계획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한 다음커다란 사각형 돌덩어리를 하나씩 하나씩 쌓아올리지. 이는 허리가 휘고, 땀이 뻘뻘 흐르며,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오. 더욱이 아무런 목적도 없는! 그것은 그렇게 사막에 서 있을 뿐이오! 하지만 사막 위로 경이롭게 높이 솟아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