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라는 용어에 있어서 '취득시효'에 대해서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 취득시효(取得時效)
1. 개념
타인의 물건을 일정기간 계속하여 점유하는 자에게 그 소유권을 취득케하거나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을 일정기간 계속하여 사실상 행사하는 자에게 그 권리를 취득케 하는 제도.
- 자주점유 : 점유 당시 소유권이 있다고 믿고 그 믿음에 과실이 없는 점유. 자주점유 개시라도 기간 중 타주점유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 자주점유를 인정받지 못함.(판례)
- 타주점유 : 점유 당시 소유권이 없다는 것을 알고하는 점유
cf) 소멸시효 :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사실상태가 일정기간 계속된 경우에 그 권리의 소멸을 인정하는 제도.
2. 요건 및 종류
(1) 소유권의 취득시효의 요건은 다음과 같다.
㉮ 소유의 의사로서 점유하고 있으며 자주점유이어야 할 것.
㉯ 그 점유가 평온, 공연하게 행해져야 할 것.
㉰ 그 점유가 일정기간 계속되어야 할 것. 그 기간은 아래와 같다.
ⓐ 부동산일 경우에는 ★점유자가 소유자로 등기가 되어 있지 않으면 20년, 시효완료시 등기로써 소유권을 취득.
★★점유자가 소유자로 등기가 되어 있으면 10년만에 소유권을 취득(민법 제245조).
이 경우에, 점유자가 ★★처음 선의 · 무과실인 경우 10년, ★그렇지 않은 경우 20년.
민법은 점유취득시효와 등기부취득시효(단기취득시효)의 두 가지를 인정하고 있다. 즉,
★ 점유취득시효 :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한 자는 등기함으로써 소유권을 취득 가능.
★★ 등기부취득시효 - 부동산의 소유자로 등기한 자가 1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선의·무과실로 그 부동산을 점유한 때에는 소유권을 취득(민법 제245조).
등기부 취득시효에 있어서 소유권을 취득한 자는 10년간 반드시 그의 명의로 등기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앞 사람의 등기까지 아울러 그 기간 동안 부동산의 소유자로 등기되어 있으면 된다. (통설 · 판례)
등기부 취득시효에 있어서는 이미 시효취득자가 등기부상 명의인으로 되어 있으므로 등기는 그 요건이 아니다. ★
ⓑ 동산의 경우에는 점유가 선의 · 무과실인 경우 5년, 그렇지 않은 경우 10년이다(제246조).
(2)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의 취득시효의 요건은 소유권취득시효의 요건이 준용된다(제248조).
따라서 부동산은 권리자로서 미리 등기되어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10년과 20년, 동산은 선의 · 무과실이냐에 따라 5년과 10년이다. 취득시효는 재산권에 한하여 적용되고 가족권(신분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직접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성립하는 재산권(예 : 점유권 · 유치권)과 법률에 의하여 시효취득이 금지된 재산권(예 : 제294조)은 취득시효의 목적이 될 수 없다.
또 재산적 지배권이 아닌 청구권(예 : 채권)과 형성권(예 : 취소권 · 해제권 · 해지권) 및 점유나 준점유를 수반하지 않는 물권(예 : 저당권) 등은 그 성질상 취득시효의 목적이 되지 않는다.
전세권은 사실상 그 예가 드물지만 이론상 시효취득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취득시효의 요건을 갖추면 권리취득의 효력이 확정적으로 생긴다.
취득시효로 인한 권리취득은 원시취득이며 그 점유를 개시한 때에는 소급한다(민법 제247조 1항).
* 요점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 분묘기지권, 2021-04-29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 : 남의 땅에 묘지를 설치하고 20년 동안 평온·공연하게 점유해 사용한 경우
※ 승낙형 분묘기지권 : 소유주가 분묘설치를 승낙한 경우
양도형 분묘기지권 : 애초 소유주 땅에 설치되었으나 후에 양도되어 소유주가 바뀐 경우
☞ 위 두가지 유형에는 지료청구권 해당 안됨. 시효취득한 경우(취득시효형)에만 지료청구 가능.
- 타주점유, 20년 평온·공연 점유 (애초부터 남의 땅에 묘지 설치)
- 소유권등기가 없더라도 분묘와 주변의 일정면적 땅에 대해서 사용권을 인정
-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 지료 청구한 날부터 지급의무 발생 . 지료 청구한다고 하여 분묘 설치 시점 부터 지료 지급의무 발생되는 것이 아님.
소급 안됨.
- 지료 채권 소멸시효 10년
이하, 대법원 판례 내용
2017다 228007 지료청구소송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 분묘기지권)
2021-04-29
대법원 전원합의체, 기존 판례 변경
분묘기지권 시효취득 했더라도 토지사용료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기존 판례 변경"
토지사용료 범위는 '토지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한 날부터 계산'토록 제한.
분묘 설치한 때부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지료 무한정 소급 청구는 불가.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했더라도 땅 주인이 토지 사용료를 청구하면 청구한 날부터 이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경우에는 지료(地料)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관습법상 물권(법정지상권)인 분묘기지권의 유효성은 계속 인정하면서도 토지 소유자의 권리도 일정부분 인정하는 절충안으로 풀이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021. 4.29일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지료청구소송(2017다228007)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분묘기지권은 분묘가 비록 다른 사람의 토지 위에 설치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 분묘와 주변의 일정면적의 땅에 대해서는 사용권을 인정해주는 관습법상의 물권을 말한다.
따라서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면 땅 주인이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분묘를 철거하거나 철거를 요구할 수 없다.
통상 분묘기지권은 다음과 같은 유형으로 구별되며,
1. 땅 소유자의 허락을 받아 묘지를 설치한 경우(승낙형 분묘기지권)
2. 자신의 땅에 묘지를 설치한 후 땅을 다른 사람에게 팔면서 묘지 이전에 대해서는 별다른 약정을 하지 않은 경우(양도형 분묘기지권)
3. 남의 땅에 묘지를 설치하고 20년 동안 평온·공연하게 점유해 사용한 경우(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에 인정된다.
이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한 내용
1. 사건 개요
A씨는 2014년 경기도의 한 임야를 사들였다. 이 땅에는 1940년 사망한 B씨의 조부와 1961년 사망한 B씨 부친의 분묘가 있었는데 B씨는 이 분묘들을 계속해서 관리해왔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내가 토지 소유권을 취득한 날 이후부터 지금까지 토지사용료를 내라"고 요구했고, B씨는 자신에게 분묘기지권이 있으므로 낼 수 없다고 맞섰다.
2. 분묘기지권 인정 논란
대다수의 서민들이 분묘를 설치할 땅을 소유하지 못한 경제상황과 장묘시설이 부족해 남의 땅에 매장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 등을 감안한 것이었다. 하지만 화장 비율이 크게 높아지는 등 장묘 문화가 변하고 있고 제사 등에 대한 국민 의식도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습법상 권리인 분묘기지권을 계속 인정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졌다.
3.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 (2001. 1.13), 개정
특히 지난 2001년 1월 13일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대법원의 입장도 수정돼야 하는지가 문제가 됐다.
장사법은 묘지의 설치기간을 기본 15년으로 규정하고 3번에 걸쳐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해 최장 60년간 분묘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허락 없이 묘지를 설치한 경우에는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의 사용권이나 묘지 보존을 위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이후 장사법은 한차례 개정을 통해 묘지의 기본 설치기간을 30년으로 정하고 1회에 한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4.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전, 후의 대법원의 입장
대법원은 2017년 1월 전원합의체 판결(2013다17292) 등을 통해 장사법 시행 이전에 남의 땅에 설치된 분묘에 대해서도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이 계속 인정된다고 판시하는 등 분묘기지권의 유효성을 유지해왔다.
헌법재판소도 2020년 11월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은 합헌이라고 판단해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토지 소유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은 계속돼 왔다. 특히 이 사건처럼 분묘기지권자에게 토지 사용료라도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5.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기존 입장 변경
결국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기존 판례를 변경해 토지 소유자가 분묘기지권자에게 지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청구할 수 있는 지료의 범위를 토지 소유자가 토지 사용료를 청구한 날로부터 계산하도록 제한해 이전의 사용료까지 무한정 소급해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내용 요약 -
분묘기지권과 같이 관습법으로 인정된 권리의 내용을 확정함에 있어서는, 관습법상 권리의 법적 성질과 이를 인정한 취지, 당사자 사이의 이익형량과 전체 법질서와의 조화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성립한 분묘기지권으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토지 소유자로 하여금 일정한 범위에서 토지 사용의 대가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분묘기지권자로 하여금 오래 전 분묘를 설치한 시점까지 소급해 그 이후의 지료를 모두 지급하도록 하면, 분묘기지권자는 장기간의 지료를 일시에 지급해야 하고 이를 지체하면 분묘기지권 자체가 소멸할 수 있으며, 이는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해 온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분묘기지권의 특수성, 조리와 신의성실의 원칙, 지료증감청구권 등 관련 규정의 근본적인 취지를 종합하면,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 경우 토지 소유자가 토지 사용의 대가를 청구하면, 그때부터 지료 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봐야 한다.
이와 달리, 분묘기지권자의 지료 지급의무가 분묘기지권이 성립함과 동시에 발생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1992. 6. 26. 선고 92다13936)과 분묘기지권자가 지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판결(1995. 2. 28. 선고 94다37912) 등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모두 변경한다.
★★★ 6. 대법원 판결의 효과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아래와 같은 효력이 발생된다.
1)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분묘기지권자는 토지 소유자가 재판상 또는 재판 외에서 지료를 청구하면 그때부터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게 된다.
2) 지료의 구체적 액수는 당사자의 협의로 정하거나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법원이 정할 수 있고(민법 제366조 단서), 정해진 지료가 지가 상승 등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상당하지 않게 되면 당사자는 지료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286조).
3) 지료 채권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고(민법 제162조 제1항)
4) 지료를 2년분 이상 지급하지 않으면 토지 소유자는 분묘기지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지만(민법 제287조), 당사자의 협의나 법원의 판결에 의해 분묘기지권에 관한 지료의 액수가 정해지지 않았다면 분묘기지권자가 지료를 지급하지 않았더라도 지료 지급을 지체한 것으로 볼 수는 없어 분묘기지권 소멸 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93다52297 판결 등 참조). ★★★
7. 별개의 의견
이에 대해 이기택·김재형·이흥구 대법관은 "시효로 취득하는 분묘기지권에 대해서는 그와 가장 유사한 법정지상권에 관한 민법 규정을 유추적용해 지료 지급 의무의 발생시점을 판단해야 하고, 추상적인 조리나 신의칙을 근거로 이와 달리 판단해서는 안되며, 다른 사람의 토지에 분묘를 무단으로 설치하면 분묘기지의 점유·사용 기간 동안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진다.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가 완성돼도 그와 같이 대가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상태에서 시효취득이 이뤄지고, 시효취득의 효력이 점유를 개시한 시점으로 소급하기 때문에, 분묘 설치 시부터 지료가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8. 반대의 의견
한편 안철상·이동원 대법관은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관습법으로 인정해 온 배경과 취지에 비춰, 지료의 수수나 청구조차 없이 20년 이상의 장기간 평온·공연하게 분묘기지의 점유가 계속됐다면, 토지 소유자가 묵시적으로 무상의 토지 사용을 용인했거나, 적어도 분묘기지권자는 그와 같이 알고 분묘기지를 점유해 왔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우며, 그에 따라 분묘기지권자는 시효 기간 동안 계속된 사실관계와 동일한 내용의 권리, 즉 지료 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분묘기지권을 취득한다고 봐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9. 정리
1심은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는 경우 지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은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는 경우에도 적어도 토지 소유자가 지료 지급을 청구한 때부터는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과 관련된 지료에 대한 상충되는 판례들이 모두 정리되고,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해 온 관습법의 취지를 존중하고 분묘의 존속과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게 되었다.
또한, 토지 소유자의 일방적 희생을 막고 사유재산권을 존중하는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는 해석을 한 것으로 본다.
- 대법원 판결 내용 정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