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고등학교때 한국의 풍수지리에 대해 선생님으로 부터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 집이나 묘지의 터가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의 지세를 타고 있어야 명당이라는 건데 이는 일국의 수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수도 서울의 경복궁은 동쪽 낙산, 서쪽 인왕산, 북쪽 북한산 그리고 남쪽으로 남산이 위치해있고, 내수(內水)로 청계천을 외수(外水)로 한강을 두어 배산임수라는 측면에서도 둘도 없는 명당자리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풍수지리를 그리 신망하는 건 아니지만 주변에 산을 끼고 물을 접하는게 장기적 관점에서 좋다는 건 굳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다. 풍수지리에서는 이런 상식을 훨씬 더 세밀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였고 대문이나 방의 방향는 물론 가구까지도 형상과 자리를 따졌을 정도이고 풍수 전문가가 밥을 먹고 살았을 정도이니 그저 혀를 대두를만 하다.
재미있는 점은 몽골도 이런 유사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 가령 게르천막의 문은 항상 남향이고 맨 안쪽은 가장 신성시되는 물건을 놓고 우측은 가장이 좌측은 부인의 침대가 있다는 식이다.
수도 울란바토르도 한국식 관점에서 볼 때 거의 다르지 않다고 보인다. 전체적으로는 사방에 큰 산들이 둘러 있고 남쪽으로 강이 흐르고 있으니 완만한 초지로만 구성된 고원에서 이만한 지형이 형성되기도 힘들다. 덕분에 바람이 많은 기후임에도 공기순환이 잘 안되어 겨울철 심각한 대기오염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등산 얘기를 하려다 이상한 쪽으로 좀 샜는데, 지금 소개하려는 도시 남쪽의 복드항 산을 오르다 보면 울란바토르의 지형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풍수지리의 전형적 이미지를 떠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 복드항 산. 녹색 실선이 필자의 등산로)
몽골은 흔히 초원으로 잘 알려져 있고 이런 초원은 실지로도 나무가 별로 없다. 전반적으로 1500m 고지대라서 생육가능한 식물군이 제한되어 있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바람이 많이 부는 관계로 나무의 경우 뿌리를 내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험준한 지형으로 인해 울란바토르 남쪽의 복드항 산은 숲이 우거진 큰 산이다. 위성사진에서 보듯이 주변과 완연히 구분되는 녹색을 띄고 있고 원시 침엽수림의 울창한 자연 모습을 보존하고 있다. 산정상이 해발 2261m이고 울란바토르 시내가 약1400m이니 밑에서 보면 800~900m 높이로 솟아있는 셈이다.
수려한 산세로 인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잠정등재된(1996년) 몽골의 산 세 개중 하나이고, 만주족의 청나라 지배시 보호구역(1783년)으로 지정된 역사가 있다. 초기 법왕(복드.Bogd)이 울란바토르에 수도를 정했고 예전 칭기스 칸(khan.왕)과 귀족들이 이 산에 실제로 기거했다는 사실을 들어 복드항(Bogd khan)이란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고백을 하자면 필자도 이 산의 유래에 대해서 그리 관심이 없었고 산이 깊어서 곰이나 늑대가 출현할 수 있다는 소문을 들은 것도 있고 해서 굳이 등산을 가본적도 없었다. 그런데 얼마전 노랗게 물든 산을 보고 사진이라도 찍자고 불현듯 나서게 되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등산로의 경우 산 중턱까지 도로가 나있고 좋은 위치에 캠프가 있다. 거기 차를 주차하고 약 2시간 가량 올라가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사진 : 산 중턱 캠프의 주차장)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하거나 돗자리를 가져와서 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산 정상 부근에는 학생들이 단체로 야유회를 온 듯 노래를 틀고 놀고 있었다. 올라가는 길은 대체로 넓고 그리 가파르지는 않았으며 수시로 변하는 풍경을 감상하다 어느 듯 정상에 오른다는 느낌이 든다.
(사진 : 복드항 정상)
산의 굴곡으로 인해 정상에서 시내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깨졌다. 정상은 잡풀과 몇 년전의 화재로 인해 군데군데 타서 넘어진 나무들로 인해 황량한 기분마저 들었다.
다음은 하산하면서 찍은 사진이다. 주차장까지 1시간 30분 가량 소요되었다.
당연하겠지만 전체적인 소감은 ‘참 좋았다’는 것이다. 바닥은 무른땅에 덮인 낙엽으로 인해 스펀지처럼 푹신거렸고 나무잎은 온통 노란색으로 물이 들어 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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