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지미 人生至味
여러분께서는 인생의 지극한 맛(人生至味)을 보셨는지요? 앞 만 보고 달려온 우리들입니다. 그 일직 심(一直心)이 있었기에 오늘의 풍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허겁지겁 달려온 인생이 돌아보면 인생의 지극한 맛을 모르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어쩌면 참으로 억울한 인생이 아닌지요! 지금이라도 우리들 인생의 맛과 멋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중용(中庸)》4장 <지미장(至味章>에 이 인생의 참 맛에 대한 얘기가 나옵니다.
「子曰 道之不行也 我知之矣 知者過之 愚者不及也/ 道之不明也 我知之矣 賢者過之 不肖者不及也/ 人莫不飮食也 鮮能知味也」(공자님이 말씀하시길 도가 행하여지지 않고 있는데 나는 알겠다./ 안다는 사람은 지나치고 어리석은 사람은 미치지 못한다./ 도가 밝지를 못하는데 나는 알겠다./ 현명하다는 사람은 지나치고 불초한 사람은 미치지 못한다./ 먹고 마시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맛을 아는 자는 드물다.)
이 공자님의 말씀은 도(道)는 넘치는 것도 아니고 부족한 것도 아니고 있는 그대로라는 뜻입니다. 사람들은 물질적 관점에서 근시안적 모습만을 보기 때문에 과하거나 불급하는 것이죠. 인생의 맛을 제대로 아는 것은 고수(高手)의 영역이며 도적(道的)인 성향과 가까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맛을 알기 위해서는 오감(五感)이 제대로 살아 있어야 하며 자각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럼 중용이 행해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중국 남송(南宋) 때의 유학자 주희(朱熹 : 1130~1200)는 이 ‘지미’에서 네 유형의 사람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앎이 지나쳐 도를 더 이상 행할 것이 없다고 여기고, 어리석은 사람은 앎에 미치지 못하므로 행해야 할 근원을 알지 못한다. 이 때문에 도가 항상 행해지지 않는다. 현명한 사람은 행함이 지나쳐 이에 더 이상 도를 알 것이 없다고 여기고, 못난 사람은 행함에 미치지 못하므로 또한 알아야 하는 근원을 추구하지 않는다. 이것이 도가 항상 밝게 드러나지 않는 이유이다.”
그리고《중용》4장(章) 말미에「人莫不飮食也, 鮮能知味也」라는 말이 나옵니다. 사람들이 음식을 먹으면서 그 음식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뜻이죠. 바로 ‘지미(知味)’의 철학인 것입니다. 맛을 느끼지 못하고 오로지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것은 인생을 살면서 삶의 참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며 오래 사는 것과 같다는 뜻입니다. 이제 100세 시대입니다. 그런데 생리적으로 인간의 수명이 길어졌다고 해도 인생의 맛(味)를 모르고 그저 나이만 많이 먹는다면 장수(長壽)가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럼 인생의 참맛을 알며 사는 지미(知味)의 인생은 어떤 것이겠습니까? 아마 저 멀리 떨어져 있거나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닐 것입니다. 송(宋)나라 소강절(邵康節)이라는 사람은 어느 날 늦은 저녁 밤하늘의 달을 보고,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인생의 가장 맛있는 순간이라고 읊으면서 그 일상의 맛을 ‘일반청의미(一般淸意味)’라고 정의했습니다. 어쩌면 평범한 일상에서 나만이 느끼는 맛이 지고지미(至高之味)라고 할 수 있지 않을 런지요!
그 ‘지고지미(至高之味)’의 맛은 어떤 것일까요?
첫째, 음식지미(飮食之味)입니다.
살기 위해서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 음식의 고유한 맛을 느끼며 먹는 맛입니다.
둘째, 직업지미(職業之味)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을 통하여 인생의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는 맛입니다.
셋째, 풍류지미(風流之味)입니다.
남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바람처럼 물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느끼는 맛입니다.
넷째, 관계지미(關係之味)입니다.
어쩔 수 없는 상호 관계가 아니라 만남 속에서 기쁨을 얻기 위해 만나는 맛입니다.
다섯째, 봉사지미(奉仕之味)입니다.
자기만을 위해서 사는 인생이 아니라 남에게 봉사함으로써 얻는 맛입니다.
여섯째, 학습지미(學習之味)입니다.
하루하루 배움과 깨우침 속에서 새로운 나를 만들어 나가면서 느끼는 맛입니다.
일곱째, 건강지미(健康之味)입니다.
육신만 아니라 건강한 내 몸과 균형과 조화를 갖추며 느끼는 맛입니다.
여덟째, 인간지미(人間之味)입니다.
‘나’라는 존재를 규명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기쁨을 만끽하는 맛입니다.
인생 최고의 맛을 찾으셨는지요? 그러나 아무리 이 여덟 가지 ‘지미’를 통틀어도 아마 수도(修道)의 맛을 따라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수도 인이 구하는 바는, 마음을 알아서 마음의 자유를 얻자는 것이고, 생사의 원리를 알아서 생사를 초월하자는 것이며, 또 죄와 복(罪福)의 이치를 알아서 죄 복을 임의(任意) 하자는 것입니다.
인생 최고의 지미는 수도입니다. 이 ‘인생지미’를 저와 함께 맛보시면 이 삼복(三伏) 중에 청량(淸凉)함이 더욱 느껴지지 않을 런지요!
첫댓글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