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권 - 7. 우안선사, 우섬선사, 전긍선사, 의륭선사, 효영선사, 경소선사, 경진선사, 사출선사
1. 항주 광경사 우안선사
錢塘人也 姓沈氏 丱歲出家 于天台華頂峰禮庵主重蕭披剃依年受具
尋遇本山韶國師密契宗旨 乾德中吳越忠懿王命住北關傾心院
又召入居天龍寺 開寶七年甲戌安僖王請於光慶寺攝衆 署善智禪師
그는 전당 사람으로서 성은 심씨이다. 어릴 적에 출가하여 천태산의 화정봉에서 암주인 중소에게 절하고 머리를 깎았다가 나이가 차자 구족계를 받았다. 그리고는 바로 본산에서 소국사를 만나 현묘한 종지를 깨달았다. 건덕 때에 오월의 충의왕이 북관의 경심원에 살라고 했다가 다시 불러들여 천룡사에서 살라고 하였다. 개보 7년 갑술에 안희왕이 광경사에서 대중을 거느리라고 하면서 선지선사라는 호를 봉했다.
初上堂有僧問 無價寶珠請師分付 師曰 善能吐露 曰恁麽卽人人具足也
師曰 珠在什麽處 僧乃禮拜 師曰 也是虛言
처음에 상당하니, 어떤 스님이 물었다. “값을 따질 수 없는 보배 구슬을 스님께서 제게 나누어 주십시오.”
대사가 대답했다. “잘도 토로하는구나.”
“그러면 사람마다 구족하겠습니다.”
“보배 구슬이 어디에 있는가?”
스님이 절을 하니, 대사가 말했다. “그것도 헛소리다.”
問提綱擧領盡立主賓 如何是主 師曰 深委此問
“강령을 들어서 이해를 다했다 해도 주인과 손님을 세우는데, 어떤 것이 주인입니까?”
“네 물음에 깊이 맡기겠다.”
曰如何是賓 師曰 適來向汝道什麽 曰賓主道合時如何 師曰 其令不行
“어떤 것이 손님입니까?”
“아까 그대에게 무엇이라 했던가?”
“손님과 주인의 도가 합할 때에는 어떠합니까?”
“그 영이 시행되지 않는다.”
問心月孤圓光呑萬象 如何是呑萬象底光 師曰
大衆總見汝恁麽 問曰 光呑萬象從師道心
月孤圓意若何 師曰 抖擻精神著
“마음의 달이 홀로 밝아서 그 빛이 만상을 삼킨다는데, 어떤 것이 만상을 삼킨 빛입니까?”
“대중이 모두 그대의 그런 언동을 보고 있다.”
“빛이 만상을 삼키는 일은 스님께서 말씀하시지만, 마음의 달이 홀로 밝은 뜻은 어떠합니까?”
“정신을 가다듬어라.”
曰鷺倚雪巢猶可辨 光呑萬象事難明 師曰 謹退
“해오라기가 눈에 기댄 것은 분별할 수 있겠지만, 빛이 만상을 삼킨 일은 밝히기가 어렵습니다.”
“삼가 물러가라.”
問靑山緣水處處分明 和尙家風乞垂一句
師曰 盡被汝道了也 曰未必如斯請師答話 師曰 不用閑言
“청산과 녹수가 곳곳마다 분명하거니와 화상의 가풍을 한 말씀내려 주십시오.”
“몽땅 그대의 입으로 지껄여졌다.”
“꼭 이럴 필요는 없으니, 스님께서 말씀으로 대답해 주십시오.”
“부질없는 말은 할 필요가 없다.”
又一僧方禮拜 師曰 問答俱備 僧擬伸問 師乃叱之
또 다른 스님이 절을 하니 대사가 말했다. “질문과 대답이 모두 구비되었다.”
스님이 질문을 하려 하니, 대사가 꾸짖었다.
師有時示衆曰 欲識曹谿旨 雲飛前面山
分明眞實箇 不用別追攀
언젠가 대사가 대중에게 이렇게 말했다.
“조계의 종지를 알고자 하면 구름이 앞산을 난다고 하리라. 분명하고 진실한 것은 딴 방법으로 찾을 필요가 없다.”
問承古德有言 井底紅塵生山頭波浪起 未審此意如何
師曰 若到諸方但恁麽問 曰和尙意旨如何 師曰 適來向汝道什麽
어떤 이가 물었다. “듣건대 옛 어른이 말하기를 ‘우물 밑에서 붉은 티끌이 일어나고, 산봉우리에서 파도가 인다’고 하는데, 이 뜻은 어떠합니까?”
대사가 말했다. “만약 제방에 가거든 그렇게만 물어라.”
“화상의 뜻은 어떠합니까?”
“아까 그대에게 무엇이라 했던가?”
師又曰 古今相承皆云 塵生井底浪起山頭 結子空華生兒石女
且作麽生會 莫是和聲送事就物呈心句裏藏鋒聲前全露麽
莫是有名無體異唱玄譚麽 上座自會卽得古人意旨
不然旣恁麽會不得合作麽生會 上座欲得會麽 但看泥牛行處陽焰翻波
木馬嘶時空華墜影 聖凡如此道理分明 何須久立珍重
대사가 또 말했다. “고금에 전하는 말 모두가 ‘우물 속에서 티끌이 일어나고, 산봉우리에서 파도가 일고, 허공의 꽃에서 열매가 맺고, 석녀가 아기를 낳는다’ 하니, 어떻게 이해하는가? 소리에 맞추어 일을 보내고, 사물에 임해 마음을 드러내고, 구절 속에 칼날을 감추고, 소리 이전에 완전히 드러내는 것이 아니겠느냐. 이름만 있고 실체는 없어서 현묘한 말씀을 특이하게 제창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상좌들이 스스로 이해하면 되겠지만 옛사람의 뜻은 그렇지 않다. 이미 이렇게 이해할 수 없다면 어떻게 이해해야 되는가? 상좌들이여, 이해하고자 하는가? 다만 진흙 소가 다니는 곳에 아지랑이가 아롱거리고 나무말이 울 때에 허공 꽃이 떨어지는 것을 살펴라. 범부와 성인이 이런 것이어서 도리가 심히 분명하거늘 어찌하여 오래 섰는가. 안녕.”
太平興國三年隨寶塔見于滋福殿 賜紫號朗智大師
淳化初還光慶舊寺 三年九月二十一日歸寂
태평흥국 3년에 보탑을 따라 자복전에서 뵈니, 자의와 낭지대사란 호를 하사했다. 순화 초에 광경의 옛 절로 돌아갔다가 3년 9월 21일에 입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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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천태산 반야사 우섬선사
錢塘臨安人也 幼歲出家 於本邑東山朗瞻院得度 聞天台國師盛化
遠趨函丈密印心地 初命住雲居普賢院 僧侶咸湊
吳越忠懿王署慈悟禪師 遷止上寺衆盈五百
그는 전당의 임안 사람이다. 어려서 출가하여 본 고향의 동산 낭첨선사에 의해 스님이 되었는데, 천태국사가 성대히 교화한다는 소식을 듣고 멀리 찾아가서 방장실에 들어가 비밀히 심지를 인가받았다. 처음에는 운거산의 보현원에 살라고 명하여 스님이 모두 모였고, 오월의 충의왕이 자오선사라는 호를 봉했다. 다시 상사로 옮겨 사니, 대중이 5백 명이나 되었다.
僧問 鼓聲才動大衆雲臻 向上宗乘請師擧唱
師曰 虧汝什麽 曰恁麽卽人人盡霑恩去也 師曰 莫亂道
어떤 스님이 물었다. “북소리가 울려서 대중이 모였으니 향상의 종승을 스님께서 제창해 주십시오.”
대사가 대답했다. “그대에게 무엇이 모자라는가?”
“그러면 사람마다 모두가 은혜를 입겠습니다.”
“어지러이 지껄이지 말라.”
雍熙三年以山門大衆付受業弟子隆一繼踵開法
至淳化初示滅 歸葬于本山
옹희 3년에 산문과 대중을 수업제자인 융일에게 맡겨서 뒤를 이어 법을 열게 하고,
순화 초에 이르러 입멸하니 본산으로 모셔다가 장사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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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무주 지자사 전긍선사
初參天台 天台問 汝名什麽 曰全肯 天台曰 肯箇什麽 師乃禮拜
처음에 천태에게 참문하니, 천태가 물었다. “그대의 이름이 무엇인가?”
“全肯입니다.”
“무엇을 긍정한다는 것인가?” 대사가 절을 하였다.
住後有僧問 有人不肯 師還甘也無 師曰 若人問我卽向伊道
주지가 된 뒤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누군가가 긍정하지 않아도 스님은 기꺼워하시겠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만약 나에게 묻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그에게 대답하리라.”
師太平興國中以住持付法嗣弟子紹忠繼世說法 尋於本寺歸寂
대사는 태평흥국 동안에 주지의 일을 법제자인 소충에게 맡겨서 대를 이어 설법케 하고, 이어 본사로 가서 입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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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복주 옥천 의륭선사
上堂曰 山河大地盡在諸人眼睛裏 因什麽說會與不會 時有僧問曰
山河大地眼睛裏 師今欲更指歸誰 師曰 只爲上座去處分明
曰若不上來伸此問 焉知方便不虛施 師曰 依俙似曲才堪聽 又被風吹別調中
상당하여 말했다. “산하대지가 모두 여러분의 눈망울 속에 있거늘 어째서 안다거나 알지 못한다고 말하는가?”
이때 어떤 스님이 물었다. “산하대지가 눈망울 속에 있다면 스님이 지금 다시 누구를 가리켜 돌아가고자 하는 것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다만 상좌의 가는 곳이 너무 분명하기 때문이다.”
“만일 올라와서 이렇게 묻지 않았던들 방편을 헛되이 베풀지 않는다는 것을 어찌 알았겠습니까?”
“비슷한 곡조 같아서 들을 만하더니, 다시 바람에 불려 딴 곡조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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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항주 용책사 제5세 주지 효영선사
溫州白鹿人也 姓鄧氏 幼依瑞鹿寺出家登戒 聞天台國師盛化
遂入山參禮受心法 初住杭州富陽淨福院 後住龍冊寺 二處皆聚徒開法
그는 온주 백록 사람으로서 성은 등씨이다. 어려서 서록사에서 스님이 되었다. 계를 받은 뒤에는 천태국사가 성대히 교화한다는 말을 듣자 바로 산으로 들어가서 참문하고 심법을 받았다. 처음에는 항주 부양의 정복원에 살았고, 나중에는 용책사에 살았는데, 두 곳에서 모두 대중을 모아 법문을 열었다.
僧問 祖祖相傳未審和尙傳阿誰 師曰 汝還識得祖未
어떤 스님이 물었다. “조사와 조사끼리 서로 전하셨다는데, 화상께서는 누구에게 전하시렵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그대가 조사를 알기는 하는가?”
僧慧文問 如何是眞實沙門 師曰 汝是慧文
혜문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진실한 사문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그대는 혜문이다.”
問如何是般若大神珠 師曰 般若大神珠分形萬億軀 塵塵彰妙體刹刹盡毘盧
“어떤 것이 반야의 크게 신령한 구슬입니까?”
“반야의 크게 신령한 구슬은 만억의 몸으로 형상을 나누어서 티끌마다 묘한 바탕을 나타내고 찰토마다 모두 비로자나이니라.”
問日用事如何 師曰 一念周沙界 日用萬般通 湛然常寂滅 常轉自家風
“매일같이 쓰는 일은 어떠합니까?”
“한 생각이 항하의 모래같이 많은 세계에 두루하면서 매일같이 만반의 신통을 쓰지만,
담연해서 항상 적멸하고 항상 스스로의 가풍을 굴린다.”
師一日坐妙善臺受大衆小參 有僧問 向上事卽不問
如何是妙善臺中的的意 師曰 若到諸方分明擧似
曰恁麽卽雲有出山勢水無投澗聲 師乃叱之
어느 날 대사가 묘선대에 앉아서 대중의 소참을 받는데,
어떤 스님이 물었다. “향상의 일은 묻지 않거니와 어떤 것이 묘선대 안의 분명한 뜻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제방에 이르거든 분명히 이야기하라.”
“그러면 구름은 산세를 벗어나 있고, 물은 시냇물 소리에 던져지지 않겠습니다.” 대사가 꾸짖었다.
師淳化元年庚寅八月二十九日於秀州靈光寺淨土院歸寂
預告門人致書辭同道 壽七十一 臘五十六
대사가 순화 원년 경술 8월 29일에 수주 영광사 정토원에서 입적했는데,
미리 문인들에게 고하고 도반들에게 글을 보내서 하직하니, 수명은 71세이고 법랍은 56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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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항주 임안현 공신원 경소선사
僧問 如何是功臣家風 師曰明暗色空 曰恁麽卽諸法無生去也
師曰 汝喚什麽作諸法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공신원의 가풍입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밝음ㆍ어둠ㆍ색ㆍ공이니라.”
“그러면 모든 법이 생겨남이 없겠습니다.”
“그대는 무엇을 법이라 부르는가?”
恁麽會得 諸佛眞宗
이렇게 바로 알게 되면
부처님들의 참다운 종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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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월주 칭심 경진선사
僧問 結束囊裝請師分付 師曰 莫諱 曰什麽處孤負和尙
師曰 卻是汝孤負我 師後遷住杭州保安院示滅
스님이 물었다. “봇짐을 다 꾸렸습니다. 스님께서 분부해 주십시오.”
대사가 대답했다. “기피하지 말라.”
“어디서 화상을 저버렸습니까?”
“그것이 그대가 나를 저버리는 것이다.”
대사가 나중에 항주 보안원으로 옮겨서 살다가 입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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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복주 엄봉 사출선사
初開堂升座 時有極樂和尙問曰 大衆顒望請震法雷 師曰
大衆還會麽還辨得麽 今日不異靈山
乃至諸佛國土天上人間總皆如是 [一/旦]古[一/旦]今常無變異
作麽生會無變異底道理 若會得所以道 無邊刹境自他不隔於豪端
十世古今始終不移於當念
처음 개당하는 날에 법상에 올라가니, 극락화상이라는 이가 물었다. “대중이 간절히 바라고 있으니, 스님께서 법의 우레를 울려 주십시오.”
대사가 대답했다. “대중이여 알겠는가? 가려낼 수 있는가? 오늘이 영산회상과 다르지 않고, 나아가 부처님들의 국토와 천상과 인간까지도 모두 이렇다. 고금을 관통하면서도 항상 변함이 없나니, 이 변함이 없는 도리를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만일 이해한다면 ‘가없는 찰토의 경계가 나와 남 사이에 털끝만큼도 막히지 않고, 10세의 고금이 시종일관 당장의 생각을 여의지 않았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니라.”
問靈山一會迦葉親聞 今日嚴峰一會誰是聞者 師曰 問者不弱
“영산회상에서는 가섭이 친히 들었는데, 오늘 엄봉의 한 모임에서는 누가 듣습니까?”
“묻는 이도 약하지 않구나.”
問如何是文殊 師曰 來處甚分明
“어떤 것이 문수입니까?‘
“온 곳이 매우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