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동창기행
와치지향 홍천.주호를 만나다 (4)
와치지리 홍천에서 홍천국민학교 48회 6/4반 동창들을 일 년이면 몇 번이나 만나는 친구들이지만 주호를 만난 건 특별하다.
동창 중 각별히 친했기도 하려니와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나를 이해해 준 지기로는 유일했으니 가히 데미안적 지기였으리라.
좌중이 누가 먼저고 나중이랄 것도 없이 쏟아내는 덕담들은 두서도 없고 어느 누구의 뜬금없는 한마디는 곧 화두이자 화제가 되어 연달이 제 잘난 듯 말꼬리를 이어 받기 바뿐데 굴운리 공작산 능선 따라 이어지는 조용한 골짜기가 들썩들썩한다.
이따금 상대 이야기 실마리가 다 안 풀렸는데도 기다리지 못해 어느 놈이 또 다른 화두를 내 뱉으면 누구 눈에 초점을 줘야할지 난감 해 진다.
여기 모인 여덟이 이러니 어제 속초 가서 모인 열여섯 명들 간의 화제도 가히 짐작이 간다.
요즘 세상 돌이가는 꼴을 이야기 하다 보니 자연 정치 이야기가 압권인데,촌놈들이 세상 돌이 가는 이치는 더 환하다.
세월호가 어떻고, 최순실이 어떻고 하며 매우 민감한 문제도 여기서는 문감한 문제로 돌변하여 좌중눈치, 지역눈치 볼게 없이 스스럼한 대화로 이어진다.
모두 감자바위 촌놈들끼리니까.
어디서 다 주워 들었는지 제 각각 백가쟁명인데, 농사만 짓는 운중백학(雲中白鶴)인 줄 알았던 원선이 놈이 세상 이치를 더 잘 안다.
나도 여태 몰랐던 노가다 일도 퇴직금이 있다고, 그래서 작년엔가는 삼백 팔십 만원이나 되는 돈을 공돈 만지듯 타 먹었다나? 그것도 몰랐는데 누가 와서 그런 거 타 먹었다고 해서 알았다 하며 세상 참 좋아졌다고 웃는 얼굴이 그의 검게 그을린 트레드마크에 더 잘 어울린다.
그러면서도 하는 소리가 '이놈에 정부는 어찌된 영문인지 알면 찾아 먹고 모르면 못 찾아먹는다 말이야." 하며 일면 좋아진 복지에 만끽하면서도 일면 불만이 충만하여 일갈한다.
모두 그런 정책을 한결같이 비난하기에 나도 경험이 있어 한 마디 거들었다.
"그 이야기가 났으니 말이지, 내도 한마디 하자. 내가 서예학원이 아이 엠 에프 터지자 때려치고 잠시 쉬다가 시간강사로 뛰기 시작 했쟎냐, 십년을 모르고 못 타먹던 강사수당 원천소득세 환급을 몇 년 전 부터 받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우연한 계기가 돼서 알았으니 망정이지 과거 십년세월 강의하며 낸 세금은 고스란히 환급 못 받고 내가 알게 된 시점부터 받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세무서에 가서 몰라서 청구 못한 지난 세월 껀 어떻하냐니까 청구 안 하시는 건 못 드리니까 지나간 건 드릴 수 없다 하는거야.
그러니까 뮈냐하면 니들이 유식해서 알면 환급 받아가고 무식해서 모르면 못 주겠다는 거지,
그럴 수가 있는거냐? 백성이 무식하면 깨우쳐 줘서 정당하게 되 돌려 받을껀 되 돌려 줘야 하는게 정의로운 정부요 사회가 아니냐? 밤낮 무슨 공정거래니 공정사회 떠들면서 말이야"
내 깐에 꽤나 정의로운 척 잣대를 들이댔지만 난들 합당해도 세금 많이 나오면 눈살 찌푸려 자는건 당연지사다.
제일 할 말 많은 원선이가 세금 많이 낸 자랑을 토달아 일갈하기에 나 역시 과거지사가 있어 봇 물 터 보았다.
"집 팔아 세금 내 걸로 말하자면 내도 경험 있지.
내 이미지 봐서 무슨 집 팔아 땅 팔아 투기하게 생겼냐?
내가 80년대 초에 열 세평짜리 주공에서 애들 셋 낳고 단칸방에 살면서 학원 할 때인데, 집칸하나 늘릴 줄 모르고 용렬하게 사는 꼴이 안 돼 보였는지 그때 우리 서실 서예 배우러 나오시던 어르신 한분이 있었어, 그분이 누군가 하면 축협을, 쉽게 얘기하면 만든 사람이야.
그러니 완전 경제 박사지. 부동산 귀재야.
근데 그분이 어느 날은 티 타임에서 나보고 '선생님은 언제까지 애들 데리고 열 세평 주공에서만 사실겁니까' 하는거야.
그래서 내가 별 재간 있깐요? 가진 거 없고, 재주 없고 배운 거 없으니 그저 글이나 쓰면서 사는거지요 뮈' 하니까 그 분 하는 말씀이 '원장님 그런 게 아닙니다. 애들 앞으로 커지면 그 13평 주공에서 어찌 감당 하시려 합니까. 요즘 아파트 분양 붐이 한창이니 그런 거 하나 생각해 보시죠.'하는거야. 그래 내가 '모르는 건 아니지만 소두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구 뭐 밑천이 있어야지요. 방법두 모르고.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투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고 대답했지. 실은 내 실정과 이상에 다 맞는 말이지만 내 깐에 쥐뿔도 없으면서도 의로운 체는 꽤 했지.
그랬더니 그 양반 말씀이 '제가 오백을 빌려 드릴테니 요 앞에 경남아파트 모델하우스 근처 부동산 아무데나 가셔서 적당한 거 하나 난거 있냐고 물으시고, 아무거나 난 게 있으면 원장님 이름으로 계약금만 걸고 와 보세요'하는거야.
그래서 시키는 대로 했지. 그랬더니 한달 후 쯤 얼마 올랐나 가 보라는거야, 가서 물어봤더니 생각두 않은 피가 붙어 올랐더군. 그래 보고(報告) 하니깐 팔 라는 거야, 그래 팔았지. 그랬더니 이번엔 아예 모처에 분양 공고가 났으니 정식 분양 신청을 넣어 보라는거야,
그래 난생 처음 분양신청 했더니 30 대 1로, 그것도 소위 로열층이 당첨되대,
그래 그게 한 3개월 지나 그 영감님이 이제 입주할 형편이 안 되면 그냥 팔아버리라는 거야. 그래 팔았더니 솔찬이 많은 피가 붙더라구, 그래서 미등기 양도 소득세를 신고하는데 부동산에서 시키는 대로 안하고 너무 많이 소득을 신고한거라. 세무소 직원이 깜짝 놀라면서 오히려 이렇게 많은 금액을 신고하면 어떻하냐는거야,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 하면 남들하고 너무 형편에 않 맞게 신고하면 오히려 자기네가 처리하기가 곤란한 모양이라."
딴에 세금 많이 낸 자랑으로 횡설수설했지만 한국에 세금정책의 맹점 까지 말하자 요식업자이자 홍천 요식업조합장인 명숙이가 봄 제비 입춘에 써래질 하는 논물 만난 것 모양 달려든다.
"앞으로는 사업 할 사람 아무도 없을꺼야, 부가가치세를 왜 사업자가 내냐?"
금융조합에서 일한 경력 있는 도익이가
"그걸 왜 사업자가 내? 그거 물건 값에 다 포함 돼서 받는거야" 하고 말하자 명숙이는 원론은 그런데 요식업 실상은 다르다고 강변한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