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경기 종목은 대회가 열리기 7년 전에 확정된다고 합니다. 2008년 대회 기준으로 하계 올림픽은 26개 부문과 36개 종목 및 300여 개의 경기로 구성되었으며, 동계 올림픽은 7개 부문과 15개 종목 및 80여 개의 경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종목의 경기 종류 및 숫자는 매 대회 때마다 조금씩 변경될 수 있습니다.
이번 동경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기대를 걸었던 종목이 태권도와 사격, 유도 등인데 생각 외로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는 평가입니다. 우리나라는 역대 올림픽에서 기초종목보다는 격투기에 강했는데 이젠 태권도, 유도, 레슬링, 복싱 등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선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습니다.
격투기는 헝그리종목이라고 하는데 이젠 우리나라 수준이 그런 헝그리종목에 집중 투자를 할 정도가 아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이 도쿄 올림픽에서 불모지라고 평가받던 기초종목에서 선전했다. 기계체조 뜀틀에서 남자 신재환이 금메달을, 여자 여서정이 동메달을 획득했다. 우상혁은 육상 남자 높이뛰기에서 사상 최고인 4위에 올랐다. 황선우는 수영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역시 역대 최고인 5위를 했다. 이런 성과에 일부에서는 “이젠 대한민국도 스포츠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는 것 아니냐”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스포츠 선진국은 기초종목인 육상과 수영, 체조의 저변이 넓다. 기초종목은 신체능력만으로 평가받는 스포츠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신체능력을 키울 수 있어 선진국은 어렸을 때부터 강조하고 있다. 미국에서 초중고교를 다니면 최소한 한 번씩은 경험한다. 기초종목뿐만 아니라 구기, 라켓 등 대부분 스포츠도 어릴 때부터 접한다. 기초종목을 잘하면 상위 학교로 올라가면서 미식축구, 농구, 야구 등 프로스포츠 종목으로 스카우트되기도 한다. 미국은 이런 선순환 구조로 ‘스포츠 강국’의 명성을 쌓았다. 가까운 일본도 미국 시스템과 거의 비슷하다.
선진국은 운동(스포츠)을 교육의 중요한 한 축으로 생각하고 있다. 미국의 명문 대학들은 전통적으로 스포츠를 중시한다. 하버드대는 신입생을 뽑을 때 학업 성적 외에도 다양한 분야를 평가한다. 그중 중고교 시절 스포츠 선수로 활동하며 주장을 맡은 학생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리더로서 갖춰야 할 기본을 스포츠를 통해 습득했다는 판단에서다. 예일대 등 아이비리그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리더십과 협동심, 성실성, 사회성, 인내력 등을 스포츠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다. 대학이 이렇다 보니 명문 고등학교도 스포츠를 강조한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선 일반 학생들도 스포츠는 기본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어떨까. 1980년대만 해도 육상 등록선수가 2만여 명이었는데 지금은 5000명대로 줄었다. 4분의 1 수준이 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교육이 입시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1, 2학년 땐 아예 체육 수업이 없다. 중학교 때 주 3시간으로 좀 활성화되는 듯하다 고등학교에 가면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입시 점수를 위해 체육시간은 자율학습으로 대체되는 게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과 후 학교스포츠클럽제도 등을 도입해 스포츠 활동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입시란 현실에 밀려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결국 운동은 선수들만의 전유물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학력고사에 체력장 점수(20점)가 포함돼 있을 때인 1970, 80년대 육상 등록선수가 가장 많았다. 군사정권 시절 강압적인 측면이 있었지만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선 몸도 건강해야 했다. 체력장 하다 실력이 검증돼 육상선수가 된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고 체력장을 부활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이 말했다. ‘신은 인간이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 두 가지 수단을 전해줬다. 교육과 신체 활동. 교육은 정신을 위해, 신체 활동은 신체 건강을 위한 게 아니다. 두 가지가 함께 가야 한다. 이 두 가지가 함께 갈 때 인간은 완벽해질 수 있다.’
운동과 공부가 따로 가는 교육 시스템을 바로잡지 않으면 한국은 올림픽 때 기초종목에서 선전해도 늘 ‘불모지에서 이룬 영광’이란 수식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일반 학생도 운동과 공부를 함께 해야 조화로운 인간이 된다. 땀 흘려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에게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올림픽에서 기초종목이 반짝 성적을 냈다고 스포츠 선진국을 말할 때는 아니다.>동아일보, 양종구 논설위원
저도 우리나라가 ‘스포츠 선진국’이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스포츠는 즐기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이기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이기 때문입니다. 올림픽의 기초종목이라고 하는 육상과 수영에 가장 많은 메달이 걸려 있지만 여기에 도전하는 선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동경올림픽에선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해도 세계 수준에 근접하는 기록을 세운 선수들이 많이 등장해서 큰 위안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스포츠 종목 중에서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하고 결과가 아주 시원치 않은 것이 축구라고 얘기가 많은데 이번 올림픽에서 분전한 여자배구와 여자핸드볼에도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많이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스포츠는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라는 얘기가 틀리지 않지만 아직 우리에겐 그런 말이 사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축구가 8강 전에서 졌고 야구도 잘해야 동메달이 되면서 축구와 야구 게임을 보신 분들이 분통을 터뜨린 것을 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축구는 앞으로 기회가 올 수도 있지만 이제 야구는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가 될 것 같은데 일본과 미국에게 계속 진 것을 언제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2회 영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