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피
조피를 흔히 산초山椒라고 하는데 이는 틀린 것이다.
조피는 초피라고도 하며, 지방에 따라서는 제피라고 하는 곳이 많은데, 한자어로는 천초川椒라고 한다.
산초는 분디 혹은 난디라고 하며 경상도에서는 난대라고 부른다. 숙종 때의 중국어 학습서인 역어유해(譯語類解)에도 ‘山椒樹 분디나무’라는 대목이 보이며, 순조 때 유희가 쓴 물명유고(物名類考)와 고려속요 '동동(動動)'의 마지막 연에도 나온다.
이 두 나무는 같은 운향과(芸香科)에 속하며, 겉모양이 비슷하여 혼동하기 쉽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양자 간에는 모양이나 쓰임새에 많은 차이가 있다.
겉모양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가시의 배열에 있다. 조피는 가시가 두 개씩 마주 나 있는데[對生], 난디는 하나씩 어긋나게 나[互生] 있다. 용도에서도 차이가 나는데, 조피의 열매는 추어탕 등에 향신료로 쓰이며, 잎도 장아찌로 담가 먹지만, 난디는 씨앗만 빼서 기름을 짜서 식용할 뿐이다. 또 조피는 향도 짙어서 톡 쏘는 맛이 있지만, 난디는 이러한 향이 없다.
조피는 천초이며 산초가 아니다. 산초는 난디의 딴 이름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조피 가루의 상품 라벨을 보면, 산초로 되어 있는 것이 많은데 이는 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누이
누이라는 말은 동기同氣나 일가친척 가운데 항렬이 같은 사이에서, 남자가 여자 형제를 이르는 말인데, 오늘날은 보통 나이가 자기보다 적은 여자에 대하여 쓴다. 누나에게는 잘 쓰지 않는다. 누이동생이란 말은 이를 변별하기 위하여 생겨난 말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 / “누이 찌꺼기 뒤처리는 오빠가 다 한다.”는 속담도 다 이에 연유한다.
그런데 요즘 이 말을 혼동하여 쓰는 경우를 더러 본다. 어느 가수가 부른 노랫말에, ‘사랑하는 누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그 말 조금 뒤에, 누이를 보고 그대라고 부르고 있는 것은 그 하나의 예이다. 그대란 말은 편지 글에서, 사람을 대접하여 일컫거나 애인끼리 당신이란 뜻으로 쓰는 일종의 높임말인데, 누나가 아닌 누이동생에게 쓰는 말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누이는 남자에게서 동기(同氣)인 여자를 지칭하는 말이며, 자매간의 관계에 쓰는 말은 아니다. 어떤 글에 “선화공주는 선덕여왕의 누이다.”란 구절이 있었는데, 이는 잘못 쓴 것이다.
수굼포
삽을 경상도에서 흔히 수굼포라 한다. 그런데 이 말을 경상도 사투리로 알고, 일말의 애착을 가지고 있는 이도 있으나 이는 전혀 잘못된 것이다.
이 말은 원래 네덜란드 말인 Schop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데, 일찍이 네덜란드의 문물을 깊이 받아들였던 일본이 이 말을 스쿳푸(スコップ)로 취음한바, 우리는 이를 본 따 수굼포로 쓰게 되었다. 그런데 이 말이 상표 이름인 '수건표'에서 유래했다고 하는 이가 있으나 이는 잘못이다. 언어학적인 근거가 없이 일반에서 그럴듯하게 어원을 꾸민 이러한 이야기를 민간어원설(folk etymology)이라 한다. 소내기(소나기)란 말이, 비가 올지 안 올지를 소를 걸어놓고 내기를 했는 데서 생긴 말이라고 하는 것 따위가 여기에 속한다.
또 삽이란 말을 어떤 이는 영어 shovel에서 온 말이라고 하고 있으나 이 또한 틀린 것이다. 15세기에 발간된 두시언해에 이미 ‘삷’이라고 나와 있기 때문이다. 어떻든 우리 고유의 사투리도 아닌, 수굼포라는 일본투의 말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