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사와 악마' 음악감독 한스 짐머
- ▲ 한스 짐머는“‘천사와 악마’음악을 만들면서 과학과 종교의 간극을 음악이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다”고 말했다./소니뮤직 제공
―'천사와 악마' 예고편은 대사가 없고 당신 음악으로만 채워져 있더군요.
"음악의 역할을 크게 생각하는 감독의 아이디어였습니다. '다빈치 코드'의 마지막 곡을 새롭게 변주해 '천사와 악마' 예고편 음악을 만들었죠. 두 영화를 연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조슈아 벨(바이올리니스트)의 훌륭한 연주 덕을 많이 봤습니다. '분노의 역류' (감독 론 하워드) 때도 음악만으로 예고편을 만든 적이 있어요."
―'천사와 악마' 음악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습니까.
"이 영화의 배경은 대부분 로마입니다. 로마의 모든 예술작품, 특히 바티칸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그림과 조각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바티칸이란 역사적 공간에서 미켈란젤로의 작품이 얼마나 혁명적이었는지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습니다."
―사운드트랙 앨범 첫 번째 곡목이 '160 BPM'인데, 무슨 의미입니까.
"그저 음악의 속도(Beat Per Minute)일 뿐입니다(웃음). 과학과 종교를 다루는 이 영화의 음악에 수학적인 개념을 넣고 싶었습니다. 조슈아 벨이 연주함으로써 인간적 요소가 들어가게 됐죠."
―당신 음악엔 신서사이저는 물론이고 쿠바 리듬과 클래식, 어쿠스틱 등 거의 모든 음악이 동원되는 것 같습니다.
"나는 세상에 두 가지 음악만 존재한다고 봅니다. 좋은 음악과 나쁜 음악이죠(웃음). 나는 록 음악과 베토벤 모두 좋아합니다. 아버지가 과학자였기 때문에 전자 악기는 어려서부터 익숙했습니다. 나는 다른 문화권의 전통악기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악기를 한데 어우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작업입니다."
―당신은 1970년대 말 영국 밴드 '버글스'에서 활동했고 'Video Killed The Radio Star' 뮤직비디오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영화음악을 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그 뮤직비디오는 반쪽짜리 영상이 어떻게 음악과 결합해 전체로 완성되는지 보여줍니다. 나의 음악은 영상을 통해 완성됩니다. 영화음악은 고작 100년 정도의 역사밖에 갖고 있지 않습니다만, 영상과 음악은 늘 긴밀히 연관돼 있다고 봐요. 밴드 멤버로 지내는 건 매우 지루했습니다(웃음). 그렇지만 대중음악의 감각을 익혔고 간결하고 단순하게 음악을 전달하는 방식을 배웠습니다."
―당신을 엔니오 모리코네, 존 윌리엄스와 더불어 3대 영화음악가로 꼽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게 봐줘서 고맙지만, 나 말고도 너무나 많습니다(웃음). 어린 시절 나의 우상은 엔니오 모리코네였습니다. 매우 독창적이고 선율이 뛰어난 작곡가입니다. 나는 두 사람 모두의 팬입니다. 우리는 세대가 다르고 문화적 배경도 다르기에 경쟁한다고 볼 수는 없죠. 그러나 다른 이들은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만의 공감대는 있을 겁니다. 얼마나 이 일이 고달픈지 말이죠. 하하."
―요즘도 라이브 공연을 합니까. 한국에 올 계획은.
"음악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것은 내가 음악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공연으로 아시아 팬들과 직접 만나고 싶습니다. 한국이 그 첫 번째 나라가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