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인 박찬희 한순구 교수는 하버드 대학에서 경영학과 경제학으로 박사를 마친 선후배 관계이다. 이 두 교수는 딱딱해 보이는 수학적 이론이 현실의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으며 적절한 방법으로 이론들을 설명하면 일반인에게도 다가갈 수 있는 것이 게임이론이라고 판단하여 이 책을 쓰게 되었다. 한마디로 일반인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게임이론 또는 전략이론을 이 책은 담고 있다.
게임이론은 사람들이나 기업들의 상호작용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려는 데서 시작된 학문이다. 유명한 천재 수학자이며 물리학자인 프린스턴 대학의 폰 노이만 박사가 동료 경제학자인 모르겐슈테른 박사와 함께 시작한 분야로서 그 밑에서 공부한 “뷰티플 마인드”의 존 내쉬 교수가 노벨상을 받은 분야로 잘 알려져 있다. 20세기 말 경제학에서 가장 눈부신 발전을 한 분야로서 주로 경제와 경영분야에서 기업의 전략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학문으로 발전하였으며, 제2차세계대전 당시부터 전쟁의 작전 수립에도 응용되었고 근래에는 정치학, 법학, 심리학 등의 여러 사회과학 분야는 물론이고 생물학의 진화론을 설명하는 데까지 적용되고 있다.
저자들은 복잡한 수학적인 설명을 모두 제외시키고 우리 일상의 예, 이솝 우화, 역사적인 사건, 동물들 간의 생존경쟁 이야기 등을 통하여 게임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우선 앞부분에서는 이솝우화의 “사자와 농부” (이빨을 뽑으면 딸과 결혼시켜주겠다는 농부의 거짓말을 믿고 이빨을 제거한 사자가 농부에게 맞아 죽은 이야기)라는 이야기를 통해서 전략적인 사고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현실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은 그저 열심히 정직히 살면 된다는 믿음을 갖고 살지만, 그런 사람들이 무시당하고 이용당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그런 착한 사람들을 무시하고 이용하는 사람의 잘못일 수도 있으나,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당하고만 사는 사람들도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과 별 관계가 없는 먼 곳의 사람들에게는 가능한 한 친절한 인상을 주어서 잘 대해주고 자신과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는 고의로라도 못되게 굴 것을 권한다. 먼 곳의 사람들은 언제든지 내가 싫어지면 관계를 끊을 수 있으므로 잘 해주어야 하지만, 가까운 사람들은 나와의 관계를 함부로 끊을 수 없으므로 차라리 내 성격이 더러운 것으로 인식되어야만 내가 많은 양보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군이나 친구는 항상 경계하고 반면 명백한 적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한다. 그것은 믿었던 아군이 배반하면 더욱 치명적이고 적대시하던 사람이 도움을 주면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미 외에도 적과의 동침은 대개 명백한 공동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비즈니스 관계이므로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우정이나 의리 또는 인간의 도리 등을 앞세워 정확한 손익계산을 할 수 없는 친구와의 관계는 오해나 문제가 생기기 쉽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많은 경우 적은 친구로 가장하여 내게 접근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 소개
저자 | 한순구, 박찬희
한순구 교수는 1991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최고의 성적으로 졸업하고, 이론경제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인 Maskin 교수와 Fudenberg 교수로부터 게임이론을 지도 받아 1998년 하바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귀국 이전에는 일본의 국립정책연구대학원에서 교수로 근무하였으며 현재는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게임이론을 이용한 산업과 조직에 대한 분석, 법과 계약의 경제적 분석, 그리고 생물학과도 관련이 있는 진화론적 게임이론 등에 관심을 갖고 연구 중으로 해외 학술지에 논문을 다수 발표하였다. 또한, 2004년 메이저리그 월드 챔피언인 보스턴 레드삭스의 골수 팬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박찬희 교수는 꽉막힌 이론만을 위한 연구를 경멸한다. 서울대학교 경영대학과 동 대학원 시절은 공부와 운동, 그리고 일이 함께한 시간이었고, 학계, 기업계, 정부, 언론계를 무대로 한 인생도 그에겐 공부이자 일이었다. 컨설팅 경험을 거쳐 대우그룹 회장비서로서 세상을 배웠다. Harvard 대학에서 경영전략으로 경영학 박사를 받고 귀국, IT 기업의 중역과 중앙인사위원회 과장을 거쳐 중앙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경제현안 논의에서 핵심적 의제를 형성하였던 여러 일간지 칼럼들의 기고자이기도 하며, MBC ‘손에 잡히는 경제’의 진행자로서 시류에 굽히지 않는 정확한 진단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기도 하였다. 또한 학교 안팎에서의 독창적이고 열정적인 강의와 더불어 MBC, EBS 등 TV매체를 통한 고급지식의 대중적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또한 기업의 현실적 고민을 함께하려는 노력은 정부혁신위원회, 기업지배구조 개선센타 등에서의 소신 있는 활동으로도 실천되고 있다. 쓸데없는 짓만 안 해도 나라와 기업이 잘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으며, 반드시‘말과 글로 세상을 어지럽히는 자들’을 혼내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목차
1. 전략적 사고의 필요성
천리마가 되기보다 천리마를 알아보는 사람이 되라. / 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조련사가 받는가 / 선생님의 말씀도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 / 사자와 농부 (이솝 우화의 게임이론적 분석) / 믿어라! 그러면 망할 것이다 / 착한 왕은 나라를 잃고 악한 왕은 나라를 얻는다 / 배수의 진 = Burning the Bridge Behind (건너온 다리를 불태우기) / 기업들이 사용하는 배수의 진 (난이도 상) / First Mover와 Second Mover / 불완전한 것이 완전한 것이요, 완전한 것이 불완전한 것이니라. / 동물은 물론 유전자들도 벌이는 냉혹한 생존 게임
2. 협동과 배신
제대로 그려야 제대로 풀린다. / 카우보이들의 결투를 분석하다 / 공유의 비극은 극복될 수 있는가? / 한국 소설 학과 미국 소설 20년 후 / 가끔 만나는 친구보다 매일 만나는 원수가 난 더 좋다 / 시골 사람들이 서울 사람보다 순박한 이유는? / 내 돈을 노리지 않는 부하들은 믿음이 가질 않아. / 용서는 즐겁고 복수는 괴로워 / 마피아를 고용해서라도 막아야 하는 재협상 / 배신 방지에 도움이 되는 몇 가지 비법들
3. 선동, 첩보, 교란
뷰티플 마인드의 존 내쉬 교수는 무엇으로 노벨상을 받았는가? / 쉬우면서도 어려운 Win-win 게임 / 기선을 제압하고 네트워크의 중심에 서라 / 한쪽으로 쏠리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다. / 왜 왕이 되기 위해서는 태몽이나 신화 또는 점쟁이의 예언이 필요한가 / 중요한 결정일수록 주사위를 던져서 하는 것이 좋다. /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홀짝 게임이었다./ 패배는 병가지 상사 / 스포츠에서 볼 수 있는 기만전술 / 오른손잡이는 왼주먹을 날려라. / 에이즈 바이러스 성공기 / 알프스 산맥보다는 라인 강에서 적을 방어하라
4. 믿음(commitment), 명성(reputation), 또라이
학점은 죽어도 못 올려줘? / 토사구팽(兎死狗烹)=토생구생(兎生狗生) / 내 말이 거짓이면 내 손에 장을 지지시오 / 혹시 정부를 믿을 수 있다면 / 인질의 유용성 / 지도자는 머리는 나쁘고 덕은 있어야 / 헌신적인 남자친구를 여자가 우습게 보는 이유 / 미군도 벌벌 떨게 만드는 천하무적 또라이 / 또라이가 아니면 또라이인 척 흉내를 내라 / 또라이 흉내 낼 때 주의할 점 / 겁 대가리 없는 또라이만이 또라이를 잡을 수 있다 / 나는 한 놈만 골라서 패! / 억만장자 부럽지 않은 든든한 나의 자산은 악명(惡名) / 동북아의 또라이 한민족
협상이라는 상황에 대한 이해 / 자기 몫을 늘릴 수 있는 협상의 비법들 / (1) 출혈로 죽어가더라도 웃으면서 협상에 임하라 / (3) 남자 친구를 잡으려면 스토커라도 하나 마련하라 / 왜 길고 짧은 것을 꼭 대 봐야 알 수 있는가? / 세상에서 가장 실행하기 어려운 전략, 지구전 / 상대방의 가장 약한 고리를 공격하라 / 대리인 문제와 도덕적 해이 / 연좌제 강추! /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역선택 / 큰 돌을 머리에 이고 산을 오르면 취직이 된다 / 교수님이 학생에게 무언가 유익한 것을 가르쳐야 한다는 편견은 버려라. / 살아 있는 천리마보다 죽은 천리마를 구입하라
6. 교과서에는 없는 실전의 포인트들
능력이 없어야만 승진이 된다./어차피 항복할 전쟁에서는 강경파가 되어 옥쇄를 주장하라/마피아가 치안을 담당한다면?/단군 할아버지는 어쩌면 조폭이었을 것이다/적과의 동침/웃고 있는 자가 칼을 숨기고 있다./적군보다 두려운 것이 아군/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말고 평정심을 유지하라/칭찬하면 꼭 실수를 하더라고/우리는 왜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룰 수 밖에 없는가/적도 알고 나도 알지만 이기기 어려운 자기와의 게임/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너무 똑똑해도 이길 수 없다/가끔 해약할 목적으로 계약을 맺어 보라 /고정관념을 버리면 사또의 뺨을 때리고도 살아남을 수 있다
들어가며
▶ 게임이론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게임이론은 언제 어떻게 사용할까 ? 완전경쟁시장에서 소비자 한 명의 행동은 시장에 영향을 거의 주지 못한다. 내가 사과 하나 사먹어 봐야 다른 소비자나 사과 장사하는 사람에게는 영향이 없다.
게임이론은 이와 달리 참가자의 행동이 다른 참가자에게 영향을 주는 상호작용적 상황 interactive situation에 적합한 분석틀이다. 경제학에서 과점적 경쟁 oligopolistic competition에 게임이론을 많이 적용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게임 참가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은 구체적 행동의 결과도 있지만 그 의미에 대한 인식 혹은 교감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이런 인식 혹은 교감의 과정은 참가자 간의 커뮤니케이션과 신호의 전달과 처리 signaling로 이해된다. 요약하면 게임이론은 참가자들이 상호작용하면서 변화해 가는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 상호작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이며 여기서 어떻게 행동하면 더 이득을 취할 수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분석해주기 때문이다.
전략적 상황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의 의도와 전략을 읽고 대응하는 것이다. 이것은 전쟁이든 기업 경영이든 전략의 첫걸음이다. “당신의 의도가 무엇이냐”고 전화를 걸 수도 없고, 설문지를 돌려 알아볼 수도 없다. 도청, 스파이 운용 등 첩보전을 통해 상대의 의도를 파악할 수도 있다. 상대의 구체적 행동(투자패턴, 병력배치, 공개된 행동과 말)을 통해 유추할 수도 있다. 각각의 상황에서 상대방이 정말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미리 예상하며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게임이론의 출발점이다.
1. 전략적 사고의 필요성
▶ 잘못된 방향을 선택하고 죽어라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는 사람이나 기업의 성과는 좋을 수가 없다. 차라리 방향의 선택을 정확하게 하면 노력을 덜하거나 능력이 조금 부족해도 훨씬 나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전략이란 이런 방향을 선택하는 의사결정의 기술이며 게임이론은 이런 전략을 체계적으로 다룬 학문이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다.
▶ 전략이라는 개념, 또는 게임이론이라는 개념의 출발점은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믿으면 절대로 안 된다”에 있다.
“믿는 자에게 복이 있다”라는 말이 있지만, 우선 이 말부터 의심하고 믿지 않는 것이 게임이론의 출발이다.
▶ 동물은 물론 유전자들도 벌이는 냉혹한 생존게임
동물계의 제왕인 사자는 인간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죽일 상대가 없으니 사자 새끼들은 생존율이 100퍼센트에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암사자가 수십 마리의 새끼 사자를 낳아도 살아남는 것은 한두 마리 정도이다. 물론 그 새끼들은 병에 걸리거나 하이에나 등에게 물려 죽은 경우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다른 암사자들에 의해 죽은 것이었다.
새로이 무리의 지도자가 된 수사자가 아비가 다른 새끼 사자를 죽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새끼를 죽이는 것은 수사자만이 아니라 암사자들도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들쥐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실제로 들쥐 새끼들을 가장 많이 죽이는 것은 고양이가 아니라 옆집 들쥐 엄마였다. 사실 자신의 새끼가 성장하고 살아가는 데 가장 큰 경쟁 상대는 고양이나 올빼미 같은 들쥐를 먹는 동물이라기보다는 같은 구역에서 먹이와 배우자를 놓고 경쟁할 옆집의 들쥐 새끼들이다. 따라서 자신의 새끼를 위해서 어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옆집 들쥐 새끼들을 죽이는 것이다.
이렇듯 동물들도 의도적이든 아니든 전략적인 행동을 하며 생존한다.
▶ 생물계에서 이런 전략적인 행동의 주체는 사실 동물이 아니고 유전자들이라는 인식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즉, 우리 몸에 존재하는 46개의 염색체는 일심동체는 아니고 생존이라는 목적으로 동맹을 맺은 개체들이다. 즉 갑순이라는 한 인간을 처음에 46개의 염색체가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이 46개의 염색체의 목적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서로 타협하며 갑순이라는 인간을 만들어 간다.
유전자들은 원래 일심동체가 아니라 필요에 의해 협력해서 살아가는 개체들인데, 이렇게 협력해서 살아가는 개체들은 인간의 경우나 유전자의 경우나 개인의 이익과 집단의 이익이 일치되지 않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때 자기가 조금 이기적인 행위를 해서 전체 집단에 해를 입힌다 해도 그 해가 치명적이지 않다면 개체들은 다소 편한 마음으로 집단의 이익보다는 개체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런 이기적인 행동이 쌓이면 결국 그 집단 전체에도 장기적으로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각각의 이익만 쫓는 유전자들이 갑자기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한다면 어떻게 될까 ? 지금까지 분열되어 싸우던 유전자들은 일치단결하여 싸우지 않으면 집단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협력하게 된다. 새 생명이 탄생할 때마다 부모가 자식을 미미한 하나의 세포에서부터 시작하도록 하는 것은 인위적으로 유전자들을 위기에 처하도록 만들어서 서로 협동해야 살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최근에는 생물학에서 진화의 과정을 연구하는데 게임이론의 유효성을 인식하여 게임이론을 도입하고 있다. 지구상에는 인간이 출현하기 훨씬 전부터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생물들의 역사로 가득했을 것이다. 생물로 태어난 인간에게 전략이 중요한 것은 숙명인지도 모른다.
2. 협동과 배신
▶ 게임이론이 필요한 게임상황이란 고스톱 판에서처럼 소수의 사람들이나 기업들이 서로 남이 가진 패에 영향을 받으며 경쟁하는 상황을 말한다.
▶ 타인의 행동이 자신에게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자기 나름대로 인생의 계획을 세워서 살아나가면 되지만, 타인의 행동에 따라 자신의 이익이나 복지상태가 크게 좌우되는 상황에서는 타인의 행동에 신경을 쓰고, 타인의 행동을 미리 예상하고 대책을 세우는 전략이 필요하게 된다.
이렇게 타인의 행동에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을 경제학에서는 게임상황 game situation이라고 한다.
▶ 게임 또는 게임상황에는 세 가지 구성 요소가 있다.
첫째, 게임의 참가자들 players이다.
둘째, 참가자들의 전략 strategy이다.
셋째, 게임이 끝나면 참가자들이 획득하는 보상 또는 이득 payoff이다.
▶ 두 사람이 결투하는 상황을 상정해볼 수 있다. 한 사람은 빈손으로 오고 다른 한 사람은 총을 들고 왔다. 누가 이기겠는가 ?
이 경우 총과 같이 상대 참가자가 어떤 전략을 택하든지 상관없이 자신에게 항상 유리한 전략을 게임이론에서는 도미넌트 전략 Dominant Strategy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각 참가자들이 어떤 전략을 택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을 ‘게임의 균형’ equilibrium of the game을 구한다라고 말한다.
좀 더 학문적인 이야기를 하면 위의 논의에서 우리는 한 가지의 게임을 완전히 분석한 셈이다. 즉, 결투라는 상황을 노말 폼 normal form이라는 표를 사용하여 나타내고, 도미넌트 전략이라는 분석기법을 통해 각 참가자가 어떤 전략을 택할 것인지를 예측하여 게임의 균형을 구하였다. 경제학에서는 이 게임이 용의자의 딜레마 prisoner's dilemma 게임이라고 특별한 이름을 붙이고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 이기적이지만 똑똑하고 합리적인 인간들은 스스로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여 최선의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믿음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으나, 이런 공유의 비극이나 용의자의 딜레마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게임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들 중 하나가 상대와의 관계가 장기적이고 반복적인 관계인가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관계인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관계가 정립되면 이기적인 사람도 협동을 할 가능성이 생긴다. 물론 그 이유는 협동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배반을 하게 되면 그 다음에 그 사람과 다시 만났을 때에는 보복을 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다른 사람들이 나와 협동해 주는 것은 내가 그 사람들의 배신행위에 대해서 확실히 보복을 가할 것이라고 그 사람들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배신을 당한 경우 보복을 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데 있다.
▶ 실제로 많은 경우 담합에서 배신이 일어날 경우 예상외로 그 배신에 대한 보복이 일어나지 않는다. 만일 이 보복이라는 과정이 처벌하는 본인에게는 즐거우면서도 처벌받는 상대에게는 괴로운 일이라면 잘못한 사람에게 보복하는 과정은 아무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살이가 재미있는 것은 어떤 사람에게 보복을 하는 대부분의 경우 보복을 받는 사람뿐 아니고 보복을 하는 사람도 괴롭다는 것이다.
▶ 인간이 협동하는 이유는 배신의 경우 따르는 보복이 두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복 또는 복수를 아끼지 말고 마음껏 남발하는 것이 협동을 굳건히 하는 유일한 길이다.
실제로 기업들 사이에서는 배신에 대한 보복의 어려움이 더 크다. 상대에 대한 보복은 결국 상대의 이익을 감소시키는 행위를 해야 가능한 것인데, 상대의 이익을 감소시키려면 자신이 가격을 낮추든지, 품질이나 서비스를 높이든지, 홍보에 더 애를 쓰든지 하는 방법을 택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런 모든 행위는 상대의 이익감소뿐 아니라 자신의 이익감소를 수반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문제다 두려워서 보복을 하지 않으면 상대는 이를 나의 약점으로 알고 자주 배반하는 행위를 할 것이므로 결국 담합 또는 협동이 깨지게 된다.
여기세 게임이론이 주는 교훈은 보복은 철저히 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상대 투수가 자기편의 타자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지면 그것이 실수였을지라도 상대편의 타자에게 고의로 몸에 맞는 볼을 던져서 보복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 역시 상대 투수가 실수라는 핑계로 자기편 타자들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져서 부상을 입히는 곳에 대한 대응책이라고 볼 수 있다.
▶ 게임이론이 주는 또 한 가지 교훈은 일단 약속을 했으면 그 약속을 이행하는 단계에서 다시 만나서 그 약속을 변경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면 안 된다는 것이다.
▶ 담합은 경기가 나쁠 때보다는 경기가 좋지 못한 경우에 붕괴하기 쉽다. 그 이유는 경기가 좋은 경우에 배반을 할 경우 더 많은 이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기가 좋은 상황에서 담합을 하는 경우 높은 담합 가격을 책정하여 이익을 올릴 수 있다 하더라도 고의적으로 다소 낮은 가격에 담합을 하여 참가자들이 배반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줄여 줄 필요가 있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참가자가 많아질수록 담합은 유지하기 어려워지는데, 담합에서 배반하는 사람은 순간적으로 시장 전체의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담합의 참가자가 두 명인 상황에서 배반을 하면 자신의 고객이 순간적으로 두 배로 늘어나서 이익도 두 배로 늘겠지만, 참가자가 세 명이면 배반할 경우 고객의 숫자가 세 배로 늘고 이익도 세 배가 되는 원리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담합에서 처절한 복수라는 것은 채찍을 쓰는 것인데, 이런 채찍 효과는 당근과 병행되어야만 그 효과가 크다. 너무 무거운 수레를 끌고 있어서 어차피 괴로운 말에게 채찍을 맞으며 서 있는 시간이 즐거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담합 시에 모든 구성원들이 적절한 수준의 이익을 올릴 수 있도록 당근을 신경 써 주지 않으면 아무리 보록으로 채찍을 휘둘러 보았자 그 담합은 깨지기 쉽다는 뜻이다.
3. 선동, 첩보, 교란
▶ 게임의 참가자들이 일단 어떤 상황에 합의하고, 아무도 그 합의를 어겨 현재의 상황보다 이득을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합의는 모든 참가자들에 의해 지켜질 것이 분명한데 이런 합의를 우리는 내쉬 균형 Nash Equilibrium이라고 부른다.
이 세상에는 복잡한 게임상황도 무수히 존재하며 제갈공명이나 되어야 생각할 수 있을 만한 기발한 전략들도 가끔 존재한다. 하지만 기상천외한 기발한 전략으로 상대를 속여서 이득을 볼 수도 있지만, 여러 사람이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고 사전 조율을 하도록 하는 것도 당신의 이익을 크게 올릴 수 있는 훌륭한 전략이다. 모두에게 불리한 내쉬 균형에서 모두에게 유리한 내쉬 균형으로 가는 것은 누구나 생각해 낼 수 있는 쉬운 전략이고 아무도 속이거나 속을 필요도 없는 싱거운 전력이지만, 어떤 오묘한 전략 못지않게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음에는 틀림없다.
▶ 경제학에서는 우리가 보통 말하는 호경기와 불경기를 두 가지의 내쉬 균형이라고 보기도 한다. 즉 경제활동이라는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크게 둘로 나누면 소비자와 생산자로 볼 수 있는데, 생산자는 소비자가 먼저 소비를 늘리면 자신의 생산설비를 늘려서 생산을 증가시키는 것이 좋겠지만, 만일 자신이 생산설비를 늘렸는데 소비자들이 소비를 늘리지 않으면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되므로 소비자가 먼저 소비를 늘리면 생산을 늘리고 소비자가 소비를 줄이면 생산을 줄인다.
이 경우 만일 소비자도 많이 소비하고 생산자도 많이 생산하는 내쉬 균형이 달성된다면 경제는 호경기를 구가하겠지만 어떤 이유로 저소비 → 저생산 → 저생산 → 다시 저소비 →......로 나아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내쉬 균형에 이르면 경제는 불경기를 맞게 된다. 물론 간단히 생각하면 모든 소비자와 생산자가 동시에 소비와 생산을 늘리면 불경기에서 호경기로 옮아갈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몇 천 만 명이 동시에 한 균형에서 다른 균형으로 옮긴다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어찌 보면 정부의 경기 부양책은 이렇게 불경기 균형을 호경기 균형으로 옮길 수 있도록 정부가 국민을 설득하고 회유하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 다른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을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요구를 네트워크 network 효과라고 부른다.
▶ 네트워크 효과가 존재하는 경우 제품의 가격이나 품질보다는 현재 다른 사람이 그 물건을 얼마나 사용하는가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런 네트워크 효과가 존재하는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은 단기적인 이익보다는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아야 한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한 현대사회로 올수록 이런 네트워크 효과가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을 이용할 때 검색 서비스에도 여러 회사가 존재하는데 이런 검색 서비스도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 산업이다.
▶ 단순한 코디네이션 게임의 내쉬 균형을 통해서도 우리는 중요한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어떤 조직이나 개인이 좋은 균형으로 갈 수 있음에도 나쁜 균형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 생기기 쉽다. 조직의 지도자는 좋은 균형, 다른 말로 Win - Win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견하여 리더십으로 나쁜 균형에서 좋은 균형으로 옮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둘째,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 경우에는 다른 경쟁자보다 빨리 시장점유율을 높여 자신이 먼저 중심에 서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교훈은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 산업에서 이미 지배적인 상품이나 사업자가 있다면 품질이나 가격 경쟁에서 자신이 있더라도 진입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 현실의 많은 관계는 사전 조율이나 합의 또는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적대적인 관계가 더욱 많다. 이 경우 주사위를 던지듯이 무작위적으로 전략을 변화시켜 적을 혼란시키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이렇게 상대가 이기면 내가 지게 되는 일종의 적대관계에 있으면서 상대가 내 전략을 정확히 예상하면 내가 지게 되는 경우 일정한 패턴 없이 랜덤한 행동을 선택하게 되는데 게임이론에서 이런 전략을 여러 가지 방법을 섞어 쓴다는 뜻에서 믹스드 전략 mixed strategy이라고 부른다.
▶ 오른손잡이 권투선수가 왼손을 열심히 연습하여 왼손 주먹의 파괴력이 커지면 그 결과 어떤 쪽 주먹을 전보다 더 자주 쓰게 될까 ? 그 답은 향상된 왼손 주먹이 아니고 오른손 주먹이다. 그 이유는 그 선수의 왼손 주먹이 강해지면서 상대는 왼손 주먹의 방어에 더 신경을 쓰게 되므로 오른손 주먹의 방어가 약해져서 원래 자신의 주특기이던 오른손 주먹을 쓰게 될 기회를 얻는 까닭이다.
즉, 자신의 주특기를 사용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위력이 다소 떨어지는 다른 무기를 자주 쓰고 개발하여야 한다.
▶ 내가 지니고 있는 강력한 무기는 이미 상대도 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보다 강력하지만 이미 상대가 대비하고 있는 무기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파괴력은 떨어지지만, 상대의 대비가 허술한 무기를 사용할 지혜를 가져야 한다.
4. 믿음(commitment), 명성(reputation), 또라이
▶ “만일 내가 그렇게 한다면 상대는 정말로 어떤 반응을 보일까 ?”라는 질문을 던져서 상대의 반응을 추측한 후에 이에 따라 자신의 현재 행동을 결정하는 방식을 경제학에서 백워드 인덕션 Backward Induction이라고 한다. 여기서 뒤로 생각한다면 백워드 인덕션이라는 말은 현재에서 미래로 생각해 나가는 현재의 행동을 결정하는 시간 역순의 사고방법이라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백워드 인덕션을 통해 얻어진 각 게임 참여자들의 행동에 대한 예측을 우리는 서브게임 퍼펙트 균형 subgame perfect equilibrium이라고 부른다.
▶ 성훈과 승우는 대학시절 선후배 사이다. 승우가 러시아와 무역을 하고 있는데, 현재 러시아에서 명태가 풍어라고 한다. 성훈은 그걸 사다가 한국에서 팔면 큰 이익이 남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십억을 투자하면 선박을 전세내서 명태를 수입해 큰 수익을 올리는 것은 불보 듯뻔한 사실이다. 성훈은 십억을 4퍼센트 정도의 금리를 받는 은행예금에 투자하고 있는데, 명태 수입이 훨씬 더 큰 수익을 낼 게 분명하기 때문에 거기에 투자하고자 한다. 그런데 성훈의 아내는 “십억을 투자했다가 후배가 그 돈을 갖고 튀면 어떻게 하려는가 ?”하고 반대하였다. 그래서 결국 성훈은 십억 투자를 포기한다.
아까운 기회를 놓친 승우는 “내가 그 돈을 횡령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지세요, 선배님.”하고 말할지 모른다.
게임이론에서는 이렇게 자신이 미래에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상대에게 확신시켜 주는 행위를 커미트먼트 commitment라고 한다. 위의 경우에는 승우가 성훈에게 효과적으로 커미트먼트를 해주지 못해서 둘 모두에게 이로운 상황변화가 일어나지 못한 것이고 게임이론에서는 이런 약속을 믿지 못해서 좋은 기회를 놓치는 안타까운 상황이 초래되는 현상을 커미트먼트 문제 commitment problem라고 부른다.
▶ 현대사회에서 법의 역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경제학의 관점에서 본 법의 중요한 역할 몇 가지 중의 하나가 앞의 성훈과 승우와 같은 일반인들이 커미트먼트 문제에 걸려서 상호 이익이 되는 일을 실행하지 못할 경우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성훈과 승우가 투자에 대한 계약서를 쓰고 같이 사업을 시작했다가 혹시 승우가 돈을 가지고 도망가는 사태가 벌어지면 법에 의해 승우는 체포되어 처벌받도록 하여 성훈이 안심하고 승우에게 투자하도록 하는 것이다.
▶ 커미트먼트 문제 중의 하나로서 관계 형성에 더 적극적인 쪽이 점점 불리해진다는 홀드 업 문제 hold-up-problem라는 현상이 있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라 어떤 특정 인물이나 기업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위해서 특수하게 하는 투자를 특정 관계를 위한 투자라고 하며, 대부분의 경우 특정 관계를 위한 투자를 한 기업이나 개인이 이 투자를 한 후에 둘의 관계에서 그 입지가 불리해진다. 따라서 개인이나 기업으로서는 이런 특정 관계를 위한 투자를 꺼리게 되는데 이런 현상을 게임이론에서는 홀드 업 문제라고 부른다.
▶ 약자도 강자를 이길 수 있는 비법이 있으니 그것이 또라이 전략이다.
또라이 전략은 상대가 아무리 나를 싫어하고 멀리 하려 해도 떨어질 수 없는 상황에서만 구사해야 하는 전략이다. 왜냐하면 또라이 전략이란 “에이 더러워서 내가 참는다”라고 상대가 생각하게 만드는 전략인데, 만일 상대가 내게서 언제든지 떠나갈 수 있는 상황이라면 전혀 참을 필요가 없이 바로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이지만, 이웃 나라나 가족과 같이 자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들에게는 다소 또라이처럼 못되게 굴어야 하고, 자신과 별반 관계가 없는 남에게는 아주 상냥하게 대하여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게임으로 본 슬픈 현실이다.
▶ 또라이라고 인식이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서 양보를 얻어낼 수 있었던 것처럼 남에게 자신이 독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소문을 내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많은데 게임이론에서는 이런 것을 명성 또는 악명 효과 reputation effect라고 한다.
5. 협상(bargaining), 감시(monitoring), 시그널링(signaling)
▶ 협상 참가자들이 서로 번갈아가며 제안을 하고 오로지 모든 참가자들이 동의할 때에만 협상이 종결되는 형식의 게임을 게임이론에서는 루빈슈타인 협상 게임 Rubinstein bargaining game이라고 한다. 언뜻 보기에도 현실과는 괴리감이 있는 너무 간단한 게임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생각보다 현실의 많은 현상을 설명해줄 수 있는 유용한 게임이다.
▶ 협상에서 자기 몫을 늘릴 수 있는 협상의 비법들 중 하나는 상대에게 데드라인을 만들어서라도 주라는 것이다.
현실에서 데드라인을 가지고 협상할 경우보다는 데드라인이 없을 때 협상력이 증가한다는 것을 뜻한다. 어떤 사람이 협상에 임하면서 그때까지 꼭 타결시켜야 하는 데드라인이 있다면 마음이 조급해져서 제대로 협상을 할 수 없을 것이며, 좋은 결과도 얻지 못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 왜 길고 짧은 것을 꼭 대봐야 하는가 ?
만일 상대의 거짓을 진실인 줄 알고 합의를 하였다가는 엄청난 양보를 하게 될 것이고, 반대로 상대의 진실을 거짓인 줄 알고 협상을 하면 영원히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므로 실전에서는 대단히 어려운 문제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시간이 갈수록 거짓인지 아닌지를 알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거짓말을 하던 사람들도 협상이 길어지고 막바지에 다다르면 진실을 내보이게 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상대가 거짓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실을 말하는 것인지를 모르고 덥석 합의를 하였다가 엄청난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 협상 참가자들은 시간을 끄는 협상을 하면서 상대방의 정보를 캐내려고 할 것이며 이것이 현실에서 협상이 바로 끝나지 못하고 한참을 끄는 이유이다.
▶ 재미있는 것은 고수들의 대결은 바로 서로를 알아보고 짧게 끝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협상에서 고수란 워낙 속임수나 거짓에 능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서로를 알아보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처절한 소모적 지구전 war of attrition으로 갈 수도 있다.
말하자면 모든 전략과 전술을 알고 있는 고수들이 그 술책을 상대도 알고 있으므로 쓸 수 없는 상태에서 순수한 내공 대결을 벌이는 형상이라고 볼 수 있다. 먼저 내공을 소진하는 쪽이 지고 남는 쪽이 이기는 단순한 게임이다.
▶ 협상은 길게 끌게 되면 양측이 모두 손해이다. 그렇다고 너무 서둘러 끝내려고 하면 상대가 내 말이 모두 거짓이라고 생각하고 얕보게 될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다소 희생이 따르더라도 상대에게 자신의 힘을 보여줄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면 발리 이를 보여주어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존경을 얻어낸 후에 협상을 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길 수 없는 협상이라도 한 번 희생을 각오하고 죽지 않을 만큼 결전을 벌여서 상대의 존경심을 얻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 일을 맡긴 측이 일을 하는 측의 행동을 관찰할 능력이 없을 때 일을 행하는 측이 일을 맡긴 측이 원하는 수준 이하로 노력하게 되는데 이를 경제학에서는 도덕적 해이 moral hazard라고 한다.
▶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역선택
능력이 있는 사람과 능력이 없는 사람을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 능력 있는 사람은 모두 떠나고 능력이 없는 사람만 남게 되는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역선택 adverse selection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은행이 대출 시에 건전한 기업과 부실한 기업을 구별하지 못하고 모두에게 동일한 높은 이자를 요구하면 건전한 기업은 대출해 가지 않고 부실하고 돈이 다급한 기업들만 높은 이자를 내고도 대출을 받으려 할 것이다. 또 자동차 보험회사가 사고를 많이 내는 운전자와 적게 내는 운전자를 구별하지 못하고 동일한 보험료를 요구하면 사고를 적게 내는 우수한 고객은 떠나고 사고를 많이 내는 고객들만 보험에 가입하게 될 것인데 이것도 역선택의 예라고 할 수 있다.
▶ 게임이론에서는 광고를 캐시 버닝 시그널 (cash-burning signal : 현금 태우기 신호)이라고 부른다. 사실 광고라는 것은 백이면 백 다 자신의 제품이 좋다고 떠드는 것이므로 광고에서 제품이 좋다는 말을 그대로 믿을 소비자는 없다. 어떤 광고에서는 상품은 나오지 않고 틀림없이 엄청난 출연료를 지급했을 유명한 배우들이 쓸데없이 해변을 뛰어다니는 장면만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광고는 마치 시청 앞 광장에 현금으로 몇 억 원의 돈을 쌓아놓고 불로 태우는 것과 같은 일과 다를 바 없다.
6. 교과서에는 없는 실전의 포인트들
▶ 많은 사람들이 “내가 이렇게 하면 그 사람이 참 좋아하겠지”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이런 고정관념은 자신만의 착각인 경우가 많다. 이렇게 잘못된 가정에서 시작된 게임을 하면 아무리 좋은 전략을 짜도 번번이 상대가 예상치 못한 반응을 해서 게임에서 실패하게 된다.
▶ 어차피 항복할 전쟁에서는 강경파가 되어 옥쇄를 주장하라.
누군가의 밑에서 일하는 사람은 공을 세우고 전쟁에 이길 수 있더라도 그 공이 너무 커지지 않고 전쟁에서 백전백승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만일 전쟁에 지게 될 상황인 경우에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도 강경 주전론을 펴야 전쟁이 끝난 후에 살아남을 수 있다.
▶ 논리는 누구나 이해하지만, 상상력과 사고의 전환은 교과서에서 가르칠 수 없는 게임의 중요한 요소이다.
자신과 같은 물건을 만들고 있는 경쟁자는 만일 담합으로 협력할 경우 자신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또 남북 분단 냉전의 시대에 남과 북의 독재정권들은 서로에게 정당성을 주는 적인 동시에 최대의 아군이었을 수도 있다.
이런 사항은 게임이론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것이지만, 본인이 적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사실은 나의 절친한 친구가 될 수 있음을 게임을 하기 전에 반드시 한 번쯤 고려해 보아야 한다.
▶ 적군보다 두려운 것이 아군
역사를 보면 믿었던 부하에게 죽임을 당한 인물들이 무수히 등장한다. 적은 긴장하여 주시하지만 등 뒤의 아군도 가끔씩은 살펴보아야 등에 칼이 꽂히는 일을 피할 수 있다.
소중유도(笑中有刀)라는 말이 있다. 웃음 속에 칼이 있다는 말인데 상대를 보고 웃어서 상대가 긴장을 늦출 때 칼로 찌른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게임이론 교과서 어디를 보아도“웃어라, 그러면 이길 것이다”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도덕 개념이 있는 인간에게 소중유도의 전략을 꼭 써야 한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우리는 적어도 소중유도의 전략에 당하지 않도록 주의는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멀리 있는 확실한 적보다도 내 집안, 내 사무실 안에 있는 믿는 사람이 배신을 하면 그 피해가 엄청난 것이 되기 때문에 믿는 사람일수록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
▶ 우리는 “자만하는 사람은 곧 망한다”라든지 가장 어려운 것은 자신을 이기는 것이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이런 말은 게임이론을 통해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우선, 상대도 없이 혼자 있는 상황에서 도대체 누구와 게임을 한다는 것인지 궁금해 할 것이지만, 이런 경우에는 자기 자신과의 게임을 한다고 볼 수 있다.
▶ 자신과의 게임에서 이기려면 자만하여 태만하지 않도록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스스로 위기감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이 지금 성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자신에게 지금 상황이 매우 어렵다고 거짓말을 한다고 해서 자신이 믿을 리가 없으므로 어려운 것이다.
▶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새옹지마의 이야기는 말이 도망가서 시름에 잠겼더니 도망간 말이 다른 말을 데리고 와서 좋아했는데, 새로 온 말을 타던 아들이 다리를 다쳐서 슬퍼하자 오히려 다리 때문에 아들이 군대에 끌려가지 않아서 목숨을 구했다는 내용이다. 결국 우리의 인생도 이렇다는 것인데 대개의 경우 좋은 일이 있은 후에 나쁜 일이 따르는 것은 우연히 그렇게 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성공으로 자만하여 노력을 게을리 하면 그것으로 인해 다음 일을 실패하게 되는 것은 하나의 메커니즘일 수도 있다. 물론 나쁜 일 후에 좋은 일이 생기는 것도 실패하여 교훈을 얻으면 다시 분발하여 다음 일에는 대개 성공하는 인간의 본성에 기인하는 것일 수도 있다.
▶ 경기에서 질 확률이 높은 불리한 팀을 영어로 언더도그 under-dog라고 부른다. 자신이 다소 부족하다고 느끼며 헝그리 정신을 가지고 노력하는 언더도그 정신을 계속 가지고 살 수 있다면 자기 자신과의 게임에서 이기고 성공하는 삶을 살 수 있다.
▶ 너무 똑똑해도 이길 수 없다.
미국의 어느 명문대학 교수가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게임이론에 나오는 어떤 한 상황을 여려 계층의 사람에게 주고 각자 전략을 세워서 게임을 해보도록 하고, 게임의 결과에 따라 참가자들에게 소정의 돈을 지급하는 방식의 실험인데, 이게 미국에서 유행하는 실험 게임이론 experimental game theory 이라고 불리는 분야이다. 실험의 결과 전 세계의 수재들이 모인 그 명문대학 학생들이 게임이론이 권장하는 전략을 많이 택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똑똑한 학생들보다 더 높은 이익을 올려서 많은 돈을 받아간 사람들이 비즈니스맨 참가자들이었다는 것이다.
정리하며
▶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에게 유리한 게임을 만들어 국면을 리드하는 것이다. 주어진 게임의 상황을 무작정 받아들이는 것처럼 바보짓도 없다. 전쟁은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면 더 좋고, 지는 전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화하고 있다. 게임을 둘러싼 상황도 변하고 있으며, 참가자들의 사정도 변하고 있다. 현명한 플레이어는 이 변화를 이용할 수도 있고,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우선 참가자가 바뀌면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4명이 치던 고스톱 판에 1명이 더 끼면 룰 자체가 달라진다. 초보자가 한 명 껴서 마구 쳐대면 판이 완전히 달라진다.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서 게임의 성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규칙을 바꾸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악법도 법이니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그런 사람은 적어도 정치나 경영의 세계에는 나가지 말아야 한다. 당장 정치권이 왜 선거제도에 그토록 민감한가를 생각해 보라. 대로는 규칙을 어겨서 적절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 모든 참가자에게 더 유리할 수도 있다.
▶ 미국 하버드대에서 각각 경영학,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중앙대, 연세대에 재직 중인 두 교수가 서구 경제학의 게임이론을 우리 현실 속의 사례들을 통해 설명한 책이다. 게임이론은 경제학 중에서도 가장 복잡한 이론중 하나로 꼽힌다. 그래서 게임이론을 담은 책도 대부분 복잡한 수학적 설명과 논리를 내세워 일반인들은 선뜻 손을 내밀기 어렵다. 그런데 저자들은 학술적 자세를 잃지 않으면서도 복잡한 수학적인 설명을 모두 빼고 월급쟁이들의 처세와 기업의 마케팅 전략은 물론 우정, 의리, 사랑, 미움, 배신 등 다양한 인간관계의 모습들을 게임이론으로 쉽게 풀어 설명한다.
우리 일상의 사례와 우화, 역사적 사건, 동물들의 생존경쟁 이야기 등을 통해 게임이론이 무엇인가를 알기 쉽게 풀어 가는데, 한마디로 게임이론의 특징은 어설픈 인간적 신뢰나 감정을 철저히 배제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인간의 이기적인 속성을 가정한 철저한 경제적 분석이다. 게임이론의 수읽기에서 어설픈 믿음은 망하는 지름길이며, 냉정하고 처절한 응징과 이에 대한 평판이 나의 생존과 이득을 보장한다. 따라서 '정직하게' '따뜻하게' '착하게' 사는 사람들이 패배하거나 불행한 경우가 많은 것도 현실의 냉혹한 게임적 속성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잘하라고 한다. 하지만 저자들은 게임이론상 먼 곳의 사람들에게 가능한 한 친절한 인상을 주어서 잘 대해 주고,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는 고의로라도 못되게 굴 것을 권한다. 먼 데 있는 사람은 내가 싫어지면 언제든 관계를 끊을 수 있지만 가까운 사람들은 나와의 관계를 함부로 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내 성격이 더러운 것으로 인식되어야만 내가 많은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까지 주장한다. 게다가 아군이나 친구는 항상 경계하고 반면 명백한 적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한다. 여기엔 믿었던 아군이 배반하면 더욱 치명적이고, 적대시하던 사람이 도움을 주면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 또 적과의 동침은 대개 명백한 공동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비즈니스 관계이므로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우정이나 의리 또는 인간의 도리 등을 앞세워 정확한 손익계산을 할 수 없는 관계는 문제가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게임이론이 만능이라고 외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사회현실을 분석, 판단함에 있어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한 경제적 분석이 골격을 이루고 여기에 인간적·사회관계적 요소가 더해져야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오히려 소중하게 생각하던 가치를 잃게 되기 쉽다고 충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