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제일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친구들이 부러워하네.
잘 산다는 것은 돈이 많은 것이 아니라
사이가 좋다는 것이라는데..
그러고 보면 엄마가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그치?"
큰 아들에게 수다 겸 자랑(?)을 했다.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돈이 많은 것을 잘 산다고 하는 것일까?
그러면 부자는 잘 사는 것이고 가난하면 못 사는 것일까?
잘 산다는 것은 돈이 많은 것이 아니라 사이가 좋다는 의미라고 한다.
잘 산다는 것은 돈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돈이 많다고 모두 잘 사는 것은 아니다.
사이가 좋지 않으면 잘 산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돈이 좀 부족해도 잘 살 수 있다. 사이가 좋다면.
물론 돈도 많고 사이도 좋으면 금상첨화(최고)겠지만..
중학교 동창들과 제주도 여행을 갔다 왔다.
40년 지기 친구들 자칭 미녀 4 총사다.
그녀들과의 만남은 편하고 행복하다.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고 만남 자체가 좋고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5월의 제주도는 날씨도 좋았고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것을 원 없이 했다.
3일 동안 과한(?) 비용을 지불했지만.. 아깝지 않다.
모두가 만족하고 행복했으니까.
또래의 관심사와 얘기(수다)는 늘 비슷하다.
뭘 하고 지내는지? 자식들 걱정은 없는지? 남편과는 잘 지내는지? 건강은 괜찮은지?
속내도 털어놓고 고민도 해결방법도 함께 나눈다.
남편과 자식이 이러이러해서 서운하고 속상했다. 이러이러해서 좋았다. 등등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이번 만남도 특별히 변한 것은 없었다.
"사람 쉽게 안 변한다. 고쳐서 쓸 수도 없다. 그러려니 하고 살련다. 이제는..."
남편이 말을 함부로 하는 것에 속상한 친구의 푸념이다.
말을 좀 예쁘고 다정하게 해 주면 좋으련만, 평생을 말을 곱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 한마디에 기분이 상하고 상처를 받고 있는 것이 오래되다 보니
이제는 남편에 대한 기대는 없고 원망과 서운함만 남았다고 했다.
참 열심히 부지런히 사는 친구인데 속상해하는 것을 보니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한 친구는 남편의 표현 없음이 무관심으로 생각되어 속상하다고 했다.
여행을 가는데 잘 갔다 오라는 말 한마디가 없고
가족단톡방에 여행사진을 올려도 읽어만 보고 아무런 답이 없다는 것.
이런 것을 읽씹(읽고 씹는다)이라고 한다지..
"표현을 잘 못해서 그런 것이지 속마음은 그렇지 않을 거라"라고 위로를 해봐도 소용없다.
남편은 원래 그런 사람이고 그래도 서운하다는 것이다.
친구는 남편의 관심과 사랑이 받고 싶은 것 같았다.
"그래도 노후에는 부부밖에 없지 않나? 이제는 자식 걱정과 짝사랑은 접어두고
남편과 오손도손 건강하게 잘 살자. 인생 뭐 별거 있나? 그렇게 사는 거지.
내 남편 내 마누라가 최고라고 생각하면서..."
"그 말은 맞는데.. 잘 안된다. (남편이) 불쌍하다 생각하고 살아보려고 하는데
말하는 거 보면 정이 뚝 떨어진다. 왜 말을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친구들 남편은 모두 경상도 남자다. 무뚝뚝하고 표현을 잘 못한다. 대체적으로.
여자(아내)는 남자(남편)의 따뜻한 말 한 마디와 위로가 필요한데
그 마음을 헤아릴 줄 모르는 것 같다. 안타깝게도..
"태선아, 너는 남편과 사이가 참 좋은 것 같다.
여행도 같이 다니고.. 운동도 같이 하고.. 부럽다~~."
"너네들도 남편하고 여행 다니고 운동도 같이 하면 되지? 그게 뭐 어렵나?"
친구들은 나를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부부는 원래 그렇게 사는 거 아닌가?
정(情)과 의리로 서로의 주름과 흰머리를 측은해하면서.. 좋은 친구로 늙어가는 것.
잘 산다는 것이 사이가 좋다는 의미라면
잘 살고 있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가끔 토닥거림도 있지만..
오늘도 남편과 대학로에 가서 연극을 보고 소소하게 데이트를 즐겼다.
데이트 후에는 남편은 직장이 있는 천안으로 나는 집으로 왔다.
헤어짐은 늘 아쉽다. (결혼 후 거의 수십 년을 주말부부로 살다 보니 그렇다)
'신랑 덕분에 재미나고 행복했어요'
'저도요. 선(내 이름)님 덕분에 ㅎㅎ'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사이좋게 잘 사는 부부는 서로에게 말을 예쁘게 한다.
가는 말도 곱게 오는 말도 곱게!
"때문에"라는 말 보다 "덕분에"라는 말을 많이 한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 부부사이에도 '말'은 참 중요하다.
사이좋게 잘 살기 위해서는 말 습관부터 살피고 고쳐가면 좋을 것 같다.
(비난. 무시의) 나쁜 말투 말고 (존중. 배려의) 좋은 말씨로 상대를 대한다면
사이좋게 잘 사는 부부가 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렇게 어려운 것도 못할 것도 없다.
(나 역시 잘못된 말 습관을 많이 고쳤고 지금도 노력 중이다)
할 수 있다.
쑥스럽다고, 고칠 수 없다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가능하다.
잘 살고 싶은데.. 그 정도 노력은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나?
지금 행복하자.
happy now
사진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