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포토]스치듯 애틋한 봄 김밥 속에 잘 말아줘
밥은 소풍날 먹을 수 있었던 특별한 음식이자 정성 가득한 엄마표 음식이다. 천국행 김밥, 편의점 각 김밥이 간편식의 대명사로 김밥 계를 평정한 때도 있었다. 세상 따라 김밥은 변해도 봄은 어김없다. 애틋한 봄, 김밥 속에 잘 말아줘~
글 김미영 사진 김정민 동영상 이솔희
세상이 변하니까 김밥도 변해♬
참기름의 행복한 향이 퍼지고, 엄마 곁에서 옆구리 터진 김밥과 꽁다리를 주워 먹던 따뜻한 장면. 봄은 그렇게 소풍날 새벽 김밥과 함께 우리에게 왔다. 경험해 본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 감성일 것이다. 한동안 ‘세상이 변하니까 김밥도 변해~’라는 가사처럼 천국행 김밥과 편의점 각 김밥이 국민 간편식으로 자리 잡으며 고유의 특별함을 잃어버린 듯했다. 그러나 참살이 열풍을 타고 바야흐로 김밥 전성기를 맞이했다. 평범한 김밥은 가라! 김밥도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시대. 건강과 특별함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김밥집을 수소문해 찾아 나섰다.
남 따라 하는 건 별로, 다시마 김밥 개발
다시마 김밥으로 소문난 거제시 옥포로 ‘원조마라조’ 김밥집에 도착했다. 취재를 위해 가게 문을 일찍 닫았고, 상호는 예상했듯 돌돌 ‘말아줘’라고 소개하는 최한숙(52) 대표. 똑 부러진다. “뭐! 거제에서 김밥집을? 조선소 퇴직 후 1주일 만에 김밥집 차린다고 선포를 했을 때 다들 말렸어요.” 그는 주위 만류에도 불구하고 호기롭게 개업했다. “원래 남 따라 하는 건 별로, 조선소 다닐 때 점심 도시락으로 다시마 김밥을 만들어봤는데 반응이 꽤 괜찮더라고요.” 최 대표는 ‘계획이 다 있었다’. 흔해진 김밥을 다시마를 활용해 웰빙(참살이) 식으로 만들면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다시마가 지닌 식이섬유와 알긴산 성분은 장 건강과 해독작용을 돕는다. 우유에 비해 월등한 철분 성분은 혈관 건강과 피부미용, 탈모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지름 5cm 속 조화와 균형, 우리 삶의 축소판
최 대표가 흑백 대비를 이룬 김과 밥으로 판을 깔아준다. 수천 개의 밥알이 빈틈없이 결집해야 단단한 김밥이 완성된다. 얇고 폭신한 달걀 이불 덮어주고 숙성 다시마를 올려준다. 적당량의 산뜻한 오이와 홍당무가 색감을 더하고 단무지로 구성을 마무리한다. 여기까지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김밥 옆구리 터질 일은 없다.’ 배려와 결집력, 조화와 균형으로 완성된 김밥, 참 오묘한 요리다.
김밥 썰기 신공을 기대했는데 웬걸, 기계로 한 번에 썰어버려 허탈한 웃음이 난다. 다시마 김밥을 비롯해 대표 김밥 4총사가 출동했다. 적당한 온도와 기분 좋은 냄새, 색감의 조화, 입에 쏙 들어갈 만한 크기, 모난 데 없는 원형의 자태, 훤히 제 속을 드러내 보인 솔직함. 지름 5cm 작은 세계에 미학과 철학을 담은 김밥은 우리 삶의 축소판이다.
기본에 충실, 창의력의 날개 활~짝
속 재료는 거들뿐. 사실, 김과 밥의 조화만으로도 이미 끝났다. 김은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과 <경상도지
리지·慶尙道地理志>에 토산품으로 기록되어 있어 조선시대부터 먹었음을 알 수 있다. 최 대표가 기본 김밥을 먼저 맛보라고 권한다. 참기름이 녹아든 고슬고슬한 밥과 속 재료가 어우러지는 식감, 마지막 간을 잡아주는 단무지까지 흠잡을 데 없다. 다시마 김밥은 숙성 다시마의 깊은 맛을 살리기 위해 속 재료를 최소화했다. 정미소에서 갓 도정된 국산 쌀과 완도 구운 김, 직접 조린 우엉과 숙성 다시마 등 모든 재료에 대표의 정성이 깃들었다. “경쟁력이요? 요즘 사람들은 제대로 된 음식을 제값 주고 먹길 원하죠. 기
본에 충실한 후에 특별한 김밥 개발도 필요해요.” 기본이 맛있어야 다른 음식에 대한 신뢰도 놓아진다는 그는 평일 100줄, 주말 300줄 가량 김밥을 매일 충실하게 말고 있다. 김밥 시장이 창의력의 날개를 달고 또 어떤 변화의 옷을 입고 나타날지 궁금해진다.
거제 원조마라조
위치 거제시 옥포로6길 7 1층
메뉴 마라조 김밥 3700원 다시마 김밥 5300원
생와사비참치 김밥 5000원 매운불고기 김밥 5300원
잔치국수 6000원 비빔국수 7000원
영업 09:30 ~ 20:00(매주 월요일 휴무)
문의 055)688-9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