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으로 순천을 물들이다>
‘감성 카메라로 기억을 더듬다’는 30년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새롭게 공직자의 길에 들어선 딸에게 들려주는 엄마의 이야기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한 번 펼치면 금방 읽힌다는 것이다.
그것은 글쓴이의 삶이 수채화를 보는 듯 생생하게 손에 잡힐 뿐 아니라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가슴이 몽글몽글해지기 때문이다.
김미자 국장이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경험한 이야기는 개인사를 넘어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출산휴가 한 달 이야기나 악성 민원인에게 시달리며 심지어 경찰 조사나 내부 감찰을 받아야 했던 것은 그 행간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안타깝다.
공무원은 매뉴얼에 의해서만 일한다는 인식과 달리 글쓴이는 장애인 국토대장정, 우렁각시 파견서비스, 동네부억, 푸드아트 축제 등 끊임없이 자신의 빛깔로 순천시 복지행정을 물들여 왔다.
이 책을 통해 공공영역에서 일하는 복지전문가의 역할에 대하여 들여다볼 수 있고, 한 사람의 공직자가 얼마나 많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순천시 사회복지과장으로 추진한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는 민관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조직가로서의 역량이 돋보였다.
또한 순청시청이 주최한 공무원 탁구대회에서 76개 부서 가운데 우승한 것보다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조직문화를 변화시키는 계기로 만들었던 것은 글쓴이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었다.
글쓴이는 여성으로 장애인으로 공직자로 30년을 살았다.
참고로 나는 남성이고 장애인이고 민간 사회복지 현장에서 30년을 일해왔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결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출발점과 코스는 달랐지만 30년 만에 동일한 결승점에서 만난 듯한 감동을 받았다.
무엇보다 "복지행정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인식과 한계상황에 마주했을 때 도망가기보다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답을 찾아가는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생각은 토스트 기계에서 토스트가 툭 뛰쳐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한순간에 퍼뜩하고 뛰쳐나오는 것이다"라는 글쓴이의 고백을 나도 여러 번 경험했다.
책을 덮고 나니 사막이 떠올랐다.
뜨거운 태양과 거친 바람이 몰아치는 사막 한가운데 있는 오아시스와 주변의 나무들이 스쳐간다.
글쓴이가 걸어온 삶의 족적은 사막을 횡단하는 탐험가처럼 다가왔다.
순천을 사랑하는 공직자, 순천의 사람들을 섬기는 공직자,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 열정을 다하는 공직자를 만날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하다.
공지영 작가는 등단 30주년에 장편소설 '해리'를 출간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하운 바닷가는 순천 와온해변이다.
공지영 작가는 와온해변을 자주 찾아가 일몰을 사진에 담으며 소설의 배경을 삼았다고 한다.
올 겨울에는 와온해변에서 글쓴이를 만나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하여 묻고 싶다.
글쓴이를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읽고 와온해변으로 모여라.
(2021.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