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 및 계획, 그리고 출발전 에피소드]
지난 19일 신일고가 유신고를 9대2 8회 콜드게임으로 이겼다는 기사를 어제(21일) 신문에서 보고 마침 알고 지내던 유신고 출신 친구들과 신일고 출신 형님들에게 전화하여 심심한 위로와 축하의 말씀을 전하는 과정에서 혼자서 계획하고 대중교통 예약까지 마쳤던 다가오는 주말 연휴의 지리산 일주를 형님들과 동행하기로 되었다.
피부/비뇨기과(나이가 먹어가면서 평소 좀 친해지고 싶었음)의 조 원장님은 3시면 진료가 끝난다는데 서울한의원이 6시반에 마치기 때문에 장 지점장님과 6시쯤까지 선후배간 우호적인 시간을 갖기로 하고 기다린 수고를 마치는 대로 맛있는 식사로 대접하고 출발! 성삼재 바로 아래 심원마을 반야산장(예약)에 10시쯤 도착하여 새벽 3시까지 휴식... 욕심부리지 않고 일찍 출발하여 노고단에서 일출을 보고 아침식사후 세석평전으로 출발! 좋은 시간에 적당한 곳에서(아마도 연하천이 아닐까 하며 벽소령이면 대단히 훌륭) 비박... 다음 날 아침(연하천이라면 형제봉에서 일출을 감상하고 벽소령에서라면 세석평전에서의 일출도 욕심낼 만..), 제비 뽑힌 한 사람은 성삼재로 돌아가서 차를 가지고 화개/백무동 정도로 이동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세석평전의 철쭉을 감상하고 천왕봉을 오르거나 암튼 고속도로 사정을 고려하여 되도록 늦게 하산/상경! 혹 천왕봉을 오른다면 남은 한 사람도 중산리에 차를 두고 천왕봉에서의 일몰을 계획해도 환상적일 듯...
계획 과정에서 월요일엔 조원장님 말씀 '한 명의 희생! 무슨 말씀, 같이 세석평전에서 돌아오자' 제 생각, '우와! 이분들 평소 건강관리 잘했나 봐. 어후! 나도 제법 억지 쓰며 살았는데 내 인생 초유의 힘든 연휴가 되겠군.' 왜냐하면 2박3일 코스를 하루에 종주는 한 적이 있지만 1박2일로 연거푸 2/3정도를 왕복하는 것은 미처 계획해보지도 못했기 때문... 오늘(22일, 화요일) 아침, 단단히 각오하고, 적어도 '지팡이와 침낭은 꼭 구비하여야 한다'고 통보하였는데, 띠리링 전화... '1박2일 코스로 좀 무리한 것 아냐?' ㅎㅎ 그럼 그렇지. '형님들 컨디션 봐서 일정 조정해서 모실께요.' 오가는 길에 운전은 아마도... ㅠㅠ
수요일 아침, 띠리링 또 문자, '성삼재에서 오후1시에는 출발해야 되는 거 아니야? 준비물 잘 챙기고...' '아무래도 아침(새벽이 아님)에 반야산장에서 나오면서 예약하고 나와야 할 것 같은데...' ㅎㅎ 점점 변수가 많아져 가요.
[지리산 종주] 성삼재-노고단-돼지령-임걸령-노루목-삼도봉-화개재-토끼봉-명선봉-연하천-삼각봉-형제봉-벽소령 -덕평봉-선비샘-세석평전-촛대봉-삼신봉-연하봉-장터목-제석봉-통천문-천왕봉-장터목 -(세석-한신계곡-)백무동
26일 오후 6시쯤 영기 형님, '6시30분에 보정역에서 인석이 형님을 픽업하기로 했다'길래, '그럼 짐이 좀 있으니 6시20분쯤에 저도 픽업해주세요.' ㅎㅎ 가족한정 보험 덕분에 오가는 운전사(士)는 낙점... E마트에서 경유로 가득 주유하고 준비한 해태연양갱(내일(6/3)은 크라운밤/클로렐라)과 사과요쿠르트로 요기하며 고속도로로 진입하였다가 막히기 시작하여 오산IC에서 1번국도로 나와 고속도로와 좌회전을 고집하는 NAVI와 끊임없이 씨름한 끝에 ㅠㅠ 결국 행정삼거리(1-23국도)를 거쳐 정안IC로 진입... 탄천휴게소에서 기스면과 우동으로 저녁을 가볍게 해결하고 천안논산-호남-익산장수-완주순천 고속도로를 거쳐 (전에 풍덕클럽총무 김진수 후배가 동네앞까지 길이 뚤려 편하다기에 그저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편하겠더라) 남원을 고집하는 운전수 덕에 굽이굽이 야간 산길을 멀미 나게 돌아 혹 출현할지도 모를 야생동물을 조심하며 마지막까지 NAVI가 운전수가 설정한 목적지를 고집하는 바람에 12시가 조금 넘어 심원마을 반야산장에 도착, 간단한 요기를 하고 1시가 다 되어서야 4시 아침식사를 예약하고 잠을 청하였다.
평소 매일 아침 법화산 3시간 산행을 하신다는 조원장님이 새벽 3시부터 불을 훤하게 켜고 준비하시는 바람에 더는 게으름을 피울 수 없어 아까운 30분에 일어나 간단하게 씻고 소일하다가 산채백반을 맞이하여 2공기를 가뿐히 비우고 먼동이 터오는 것을 느끼며 4시30분이 좀 넘어 성삼재로 출발... 빠진 짐을 챙기고 화장실을 들러 밝아지는 아침을 맞으며 드디어 5시30분즈음 노고단을 향하여 성삼재를 떠났다. 오르는 길에 또 미진한 밀어내기를 추가하고 6시가 조금 넘어서 노고단에 도착/출발. 마침 피어오른 현호색, 천남성, 초오 등 한약초와 각종 취, 산마늘 등 산나물을 사진 찍느라 쉬엄쉬엄 걷다가 오르다가 물과 함께 연양갱, 쵸코바, 홍삼사탕으로 요기하며 1시가 넘어서야 연하천대피소에서 점심을 때우고 다시 출발... 도중에 처음보는 초록색(어렸을 때 본 호랑나비 유충색) 신기한(공예품같은) 나방을 발견하여 천연기념물이라며 사진 찍음. 4시30분 벽소령에 도착하여 영기 형님이 먼저 백기 투항, 홀로 안녕을 고하고... 오는 길 내내 일몰을 걱정하는 나와 달리 완주를 고집하는 인석이 형님 덕에 어둑해질 7시무렵 세석평전에 도착, 처음으로 준비해간 버너와 코펠을 사용하여 컵라면과 햇반으로 맛있는 저녁식사후 8시30분경 태양열발전기 밑에서 취침.
잠결에 2시(인석이 형님께서는 12시경이라 하심)경에 춥다고 어디로 가신다며 사라져 때로는 생명의 본능에 깜짝 놀라지만 먼동 틀 때 어김없이 그리고 다시 밝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기상으로 깨었으나 인석이 형님이 올 때까지 게으름 피우며 혼자서 다소 쌀쌀한 날씨에 새벽까지 숙면. 5시경 기상하여 아침식사를 마치고 설겆이와 양치질을 하고 6시쯤 제석봉 방향으로 출발. 마침 시들한 산마늘 꽃을 발견하여 사진을 찍었는데 조금 있다가 싱싱한 꽃을 딱 2본 발견하여 사진. 장터목을 거쳐 천왕봉에 올라 증명사진을 찍고 간단히 요기후 9시경 하산하다 인석형의 하산을 기다릴 겸 취나물을 비롯한 여러가지 식물들을 구경.. 10시경 다시 장터목에서 인석이 형님이 먼저 백무동으로 향하고 혼자 다시 세석으로 출발하여 12시가 조금 못 되어 세석에서 컵라면(1천5백원)과 햇반(3천원)을 사서 만찬후 12시45분경 시간 경과에 깜짝 놀라며 한신계곡으로 뛰다시피 출발. 아슬아슬하게 5~10분정도 약속한 3시에 늦을 것으로 예상하고 전화하였으나 17분정도 늦을 거라는 영기 형님의 말씀. 다행히 거의 3시경 백무동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하여 인석이 형님과 영기 형님에게 전화하였으나 통화할 수 없어 천천히 내려가며 찾았더니 인석이 형님은 근처 가게에서 대략 30분전에 도착했다며 파전에 막걸리중이고 영기 형님은 아직 운전중... 백무동을 출발, 함양IC로 진입하여 대전통영-경부-중부-평택음성 고속도로를 거쳐 서안성IC, 45번국도와 지방도를 거쳐 기록적인 약 4시간정도의 시간으로 구성에 도착하여 순대국집에서 막걸리와 함께 여행을 마침. 벽소령에서 홀로 희생하신 영기 형님은 특히 우리 둘이 따로 내려온 것에 더 많이 섭섭해 하고 오늘 내일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천왕봉까지 종주하여 오르신 인석이 형님은 뿌듯하실 것이나...
[감상] 네비게이션도 기계이니 업그레이드를 잘 하여야 할 것이며 좋은 차와 안전운전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고 평소 한 잔 술을 걸치면 다른 사람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열정을 쏟아가며 말하던 것이 '여기서도 너무 열심히 살지 않았나' 많이 반성되어 다시 한 번 '살살 살자'를 외치고 싶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