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1월 12일
오늘은 이슬람 세력의 스페인 남부 거점(중 하나)이었던 코르도바로 이동하는 날인데,
9시가 넘어 아침을 먹으려다가 전화기에 버스 회사의 알림이 떠 있는 걸 발견했다. 오늘 9:30 코르도바 행 버스를 타라고? 뭐지? 11시 버슨데? 확인해 보니 우리가 예약한 버스는 9시 반이 맞다. 왜? 무슨 근거로 11시로 착각했을까? 서둘러 짐을 싸서 나가도 늦을 시간이라 버스비(2명 22유로) 날려먹고 11시 버스를 새로 예약했다. 우리 여행 역사에 길이 남을 멍청 사고다.
42유로에 예약한 호텔 메스키타는 (가격이 너무 싸서 걱정이 되었었는데) 오래된 건물이었지만 룸 컨디션은 훌륭했다. 게다가 위치로 이름값을 했다. 코르도바의 랜드마크인 메스키타가 바로 앞이다. (메스키타는 모스크를 뜻하는 스페인어 보통명사지만, 스페인 안에 현존하는 모스크가 여기뿐이라? 혹은 여기가 가장 유명해서? 이 건물을 가리키는 고유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단다. 제대로 부르자면 메스키타 데 코르도바, 정식 명칭은 코르도바의 산타마리아 성당이라는데, 그냥 메스키타라고 알아두면 될 듯)
그렇지만 바로 관광을 시작할 수는 없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선 식당부터 찾아 봤다. 가까운 곳에 부페 식당이 보여 들여다 보니 노인 손님들이 꽉 차 있다. ChefBuffet. 음식 종류가 많은 고급 부페는 아니지만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괜찮은 식당이었다. 1인당 13.5유로, 가격이 착하다.
메스키타는 아랍인들이 지은 거대한 모스크 안에 성당을 차려 놓은 건물인데, 들어가자마자 먼저 그 규모에 깜'짝 놀랐다. (밖에서는 건물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규모가 가늠이 안 됐다.) 끝이 보이지 않는 커다란 공간에 800개가 넘는다는 대리석 기둥이 늘어선 모습이 가히 장관이다. 규모와 유니크함과 아름다움까지 골고루 갖춘 것에 비해 명성이 덜한 거 아닌가? 서기 785년에 시작해서 987년에 완공한 이 모스크에서는 2만 5천명이 동시에 예배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남북 180미터에 동서 130미터.
감탄사를 연발하며 돌아다니다 보니 중앙 돔 아래에는 큰 예배실이 있고 건물 여기저기 작은 예배실과 장식물들이 보인다. 1236년 스페인이 이곳을 정복해서 아랍인들을 쫓아내고 1523년에 성당으로 개조했단다. 그래서 정식 명칭이 Catedral 어쩌구라는 거지. 그나마 중앙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원형을 보존했다는데, 당시 개축을 허가한 왕(카를 5세)의 한탄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 같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건물을 짓자고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건물을 파괴했다."
메스키타 구경을 마치고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알카사르.
매표소가 없고, 온라인으로 구입하거나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대형 키오스크에서 입장권을 사야 한단다. 벤치에 앉아서 온라인으로 시도하다가 자꾸 에러가 나는 바람에 결국 카오스크에서 표를 샀다. 4.91유로. (메스키타 입장료는 13유로). 코르도바 알카사르는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정원만큼은 어느 알카사르 못지않게 아름답다. (물론 그림과 양탄자와 타일 장식이 있는 건물도 있다. 건물 위로 전망탑도 있고.) 사진 명당인가? 혼여 중인 한국 여자가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더니 요런저런 포즈를 취하기도.
다음은 로마 시대에 놓았다는 다리. 로마 다리가 벌써 세 번째인가? 이 다리도 멋지고 대단하긴 하지만, 다리 상판이 너무 매끄러워서 오래되었다는 느낌이 잘 안 들었던 게 아쉬웠다. 실제로 어느 부분이 언제 수리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아무래도 다리 옆에 튀어나온 부분처럼 투박한 모습이 더 신뢰가 간다고 할까? 살라망카의 다리의 투박하고 튼튼해 보이던 상판처럼 말이지.
다리를 건너오다가 지역 방송국에서 관광객을 인터뷰한다고 카메라를 들이대더니, 코르도바 말고 어디 가봤냐? (세비야) 코르도바 느낌이 어떠냐? (깨끗하고 아름답다) 두마디 물어보더니 싱겁게 끝내고 가버린다. 뭐지?
많은 여행자들이 세비야에서 당일치기로 구경한다고 하는데, 시간 넉넉하면 며칠 더 있어도 괜찮겠다는 느낌이 들었던 코르도바. 그러나 우리도 1박만 하고 내일은 말라가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