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시대에 민간인 '우주여행'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영국의 민간 우주여행 기업 '버진 갤럭틱'의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11일 자사의 우주비행선을 타고 우주 여행을 떠난다. 뒤이어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 회장도 오는 20일 우주로 향한다. 7월 20일은 미국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처음으로 달에 발을 디딘 날이다.
'버진 갤럭틱'사의 우주비행선 '유니티'/사진출처:브랜슨 인스타그램
러시아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버진 갤럭틱'사는 우주여행 서비스을 목표로 지난 20년간 우주비행선 '유니티'를 개발해 왔다. 브랜슨 회장의 우주 비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래 직원 4명의 시승(조종사 2명 포함 모두 6명 탑승)이 예정돼 있었는데, 브랜슨 회장이 중간에 끼어들었다고 한다. 베이조스 회장의 첫 비행을 의식해 앞당겼다는 평이다.
이들이 탄 우주선은 고도 90km까지 상승한다. 탑승객들은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볼 수 있고, 몇 분간 무중력 상태를 체험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머리속에 박힌 '우주여행'이라고 부르기엔 좀 부족해 보인다.
여자 조종사 펑크/KBS 화면 캡처
아마존의 베이조스 회장은 자신의 우주개발회사 '블루오리진'이 개발한 우주선 '뉴 셰퍼드'호를 타고 20일 우주로 떠난다. 이번 비행에는 남동생 마크 베조스, 경매에서 2,800만 달러(약 317억원)을 지불한 수수께끼의 인물, 유명 여성 우주여행사 월리 펑크(82) 등이 참가한다. 1960년대 우주인 훈련을 받은 펑크는 이번 비행에 성공할 경우, 최고령 우주비행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들이 탑승한 우주선 '뉴 셰퍼드'호는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선이라고 하는 약 100km 상공의 '카르만 라인'까지 올라간다. '서브 오비탈'(준궤도) 우주 비행이다. 버진 갤럭틱의 '유니티' 우주선과 마찬가지로 6명이 탈 수 있고, 약 10분간 무중력 체험도 가능하다.
우리가 아는 우주여행이라면, 우주선을 타고 400㎞ 상공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가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인이 ISS에서 머무려면 사용료를 내야 한다. 식비 등 제반 비용으로 1인당 100억원 이상이 든다. 일부에서는 우주관광객을 위한 새로운 우주정거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ISS가 유일한 종착점이다.
이같은 우주여행에 이용할 수 있는 우주왕복선으로는 러시아의 '소유즈'와 전기 자동차 '테슬러'의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미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이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인의 ISS 비행을 위해 지불하는 가격은 러시아 '소유즈우주선'에는 9,000만 달러(약 1,010억 원), '크루 드래건'에는 5,500만 달러(약 617억 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ISS여행에 버금가는 우주여행은 160~1000㎞ 사이 상공을 비행하는 '저궤도(LEO) 비행'이다. 오는 9월 미국 사업가 '재러드 아이잭먼'이 주도한 ‘인스퍼레이션4(Inspiration4)’팀이 제궤도 비행에 오른다. 비행기 조종사 출신으로 결제회사 '시프트 포 페이먼트' 창업자 아이잭먼은 자신의 비행 기록을 경신하면서 '소아암 치료비 모으기' 이벤트로 '크루 드래건'을 타고 우주로 향한다. 이미 1억 달러(약 1,100억 원)를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약 540㎞ 상공의 지구 저궤도를 2~4일 비행한 뒤 귀환할 예정이다.
사진출처:로스코스코스
ISS로 가는 우주여행은 올해 하반기에 3건이나 예정돼 있다. 러시아 영화감독 클림 시펜코와 영화배우 율리아 페레실드는 오는 10월 소유즈 MS-19를 타고 우주에서의 첫 영화 '도전' 제작을 위해 ISS로 간다. ‘도전’은 우주개발및 우주산업에 얽힌 다큐멘터리성 과학영화다. 두 사람이 우주에 가기 전 무중력 비행 훈련을 비롯해 모스크바 인근의 '가가린 우주인 훈련 센터'에서 실시되는 다양하고도 특별한 훈련 모습들은 방송 콘텐츠로 제작돼 러시아 TV 채널 ‘러시아-1’을 통해 방영된다.
또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는 ISS에서 새로운 SF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을 타고 ISS로 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연출한 더그 리만 감독과 동행한다고 한다. '스페이스X'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는 우주여행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영화제작을 후원하기로 했다.
오는 12월 일본 우주여행객이 ISS로 떠난다/얀덱스 캡처
마지막으로 일본의 온라인 쇼핑몰 조조(ZOZO) 창업자인 마에자와 유사쿠(45)와 그의 보조 요원이 오는 12월 8일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호를 타고 ISS로 우주여행을 떠난다. 일본인으로서는 첫번째 우주 관광객이다. 그의 우주관광은 12일 동안 이루어진다. 이들은 떠나기전 '가가린 우주인 훈련 센터'에서 약 3개월간 비행 훈련을 받는다.
마에자와의 우주여행 목적은 우선 '달 여행'에 앞서 ISS로 가는 우주비행을 체험하기 위해서다. 마에자와는 2023년 달에 가까이 가는 '스페이스X' 스타십 여행의 8개 좌석을 이미 구입해 미래의 '달 여행'을 꿈꾸고 있다.
일론 머스크에 목말을 탄 마에자와 유사쿠/사진출처:마에자와 유사쿠 트위터
또 다른 목적은 창의적인 우주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다. 그는 “우주여행이 개인적 경험을 넘어 공공의 경험이 되길 원한다”며 우주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두루 모집 중이다. 우주에서 방귀를 뀌거나 포켓몬고 게임을 하는 등 다소 엉뚱한 아이디어들이 속속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우주여행 계획 및 실행 과정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를 통해 대중들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ISS 도착후 생활은 물론, 접수된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우주공간에서 실천에 옮기는 모습 등을 모두 유튜브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2001년 미국의 억만장자 데니스 티토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7명의 우주 관광을 성사시킨 러시아는 미국의 민간 우주관광 상품과는 차원이 다른 우주 여행를 기획중이다. 파트너는 지난 10여년간 함께 해온 미국의 '스페이스 어드벤처스'다.
로스코스모스 산하 글라브코스모스(Glavkosmos)는 지난달 미 우주인의 ISS 비행사업으로 2009년 중단했던 민간인 우주 관광 서비스를 2023년 재개한다고 선언했다. 글라브코스모스는 우주관광 홈페이지를 열고, 다양한 우주 관광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글라브코스모스의 민간인 우주여행 소개 페이지/캡처
사진출처:픽사베이.com
차별화한 것은 '우주 유영' 옵션이다. 2023년 ISS로 떠날 우주여행객이 원할 경우 '우주유영' 체험도 제공하겠다고 했다. 또 우주비행사처럼 ISS에서 최대 30일간 머물면서 과학 실험을 직접 수행할 수도 있다. 우주 관광객들이 찍은 사진을 온라인으로 공유하는 편의도 제공한다.
우주여행객은 여행이 끝난 뒤 자신이 입은 우주복은 물론, 우주 유영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우주복도 기념으로 간직할 수 있다.
우주여행은 이제 60년전 러시아 우주인 '유리 가가린'의 첫 우주 비행을 체험하는 상품에서 전문 우주 비행사들이 수행하는 'ISS 우주 생활'을 따라하는 상품까지, 그 문이 더욱 넓게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