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수기 보건일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하면 많은 선생님들이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웬 수기 보건일지라고 말한다. 한 동안 나도 다른 선생님들처럼 전산 보건일지를 사용했었다. 두어번 보건일지 프로그램 문제가 생겨 학생 기록이 날아가 버리고, 처치하는 공간과 업무 공간이 달라 전산일지에 기록이 누락된 일이 발생했었다. 학생들이 크게 다치거나 학생을 상담했을 때 상담기록들을 전산일지에 전부 적을 수 없어 별도의 기록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단점들을 모두 개선시키는 방법은 좀 진부하지만 수기로 쓰는 것 수밖에 없다. 보건일지를 수기로 사용해보니 학생 처치기록도 빠지지 않고 별도 기록지를 만들 필요도 없었다.
반별 건강기록지는 학기 초 건강조사서를 통해 알게 된 학생 건강정보와 학생을 처치하면서 알게 된 건강정보를 기록해 놓는다. 처음 보건실을 방문하는 학생들은 항상 건강기록지를 먼저 확인하고 처치한다. 나는 2인 배치교에 근무하고 있으므로 내가 담당하지 않는 학년과 반 정보는 보건 2실 선생님께 건강기록지를 받았다. 보건 1실 담당인 나와 보건 2실 담당 선생님은 수시로 자신이 담당하는 학생에 대한 건강정보를 나눈다. 또 의문점이 있는 학생에 대해 어떻게 처치하고 지도하며 학부모님이나 담임과 상담할 것인지 의논하고 방향을 정한다.
오후 3시 30분 즈음이 되면 보건일지를 보며 하루동안 내가 처치한 학생들의 기록을 보고 통계를 작성한다. 또 학생을 처치하면서 놓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한다. 집에서 좀 살펴봐야 할 정도의 외상을 입은 학생과 병원진료가 필요한 학생, 보건실을 자주 방문한 학생은 보호자에게 전화로 알려준다. 보건실을 자주 방문하는 학생의 보호자에게는 학생의 건강상태를 알려주고 병원 진료를 권한다. 또 가정에서 좀 더 관심을 가져주라고 말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