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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저녁에 밥을 산다고 애들은 아무 말이 없다. 나를 닮아서 다들 무뚝뚝한가 보다.
며칠 전에 꿈 속에 어머니께서 나타나셔서 그 꿈을 소재로 시를 한 편 썼는데, 오늘 가져가면 좋을 것 같아서 아침에 프린트를 하여 가방에 넣고 출발을 하였다.
미세먼지로 공기는 나쁘지만 가천 시창작반을 향하는 마음은 맑다. 부지런한 샘들은 다들 일찍 오셔서 차 준비와 환담으로 분주하시다.
문 교수님께서는 오늘은 어버이 날이라고 어머니에 관한 시를 준비해 오셨다.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이승하(1960~ )
작은 발을 쥐고 발톱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다
가만히 계세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앉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
-시집 <인간의 마을에 밤이 온다>(문학사상, 2005)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발을 통해 어머님의 고단했던 삶과 어머니와의 합일(合一)을 통해 자식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생활문학이다. 발을 닦아드린다든지(洗足), 발톱을 깎아드리는 것은 사랑이 담긴 행동이다.
이어서 학생작품으로 김종근샘의 '어머니'란 시를 공부했다.
고단했던 어머니의 삶을 애틋해하는 김종근샘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어머니
김종근
메밀묵 쑤어이고
십리 길을 다니시던 어머니
어느새 세월이 너무 무거워
주저앉아 일어서기도 힘겹다
세상을 삼켰던 철석간장(鐵石肝腸)*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여기저기 남겨진 얼룩진 상처에는
고단했던 여정이 그래도 묻어난다
뼈 속까지 사무쳤던 동서 시집살이는
서러움에 북받쳐 눈물이 되고
가슴 깊이 쌓아둔 절절한 사연은
슬픈 주인공처럼 드라마가 되었다
오로지 자식이라는 한 곳을 바라보며
가난의 대물림을 끝내기 위해 몸부림친 평생
끝내 당신의 간판을 제대로 걸지도 못한 채
기다림도 없이 훌쩍 떠나셨다
* 철석간장 : 굳센 의지나 지조가 있는 마음
어머이날에 더 절절하게 다가오는 시이다.
이어 지난 주 피천득의 '오월'에 이어 이번엔 노천명의 '푸른 오월'을 공부했다.
푸른 오월
노천명(1912~1957)
청자(靑瓷)빛 하늘이
육모정(六角亭)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正午)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왼딴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 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호납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창변>(1945)에 수록
푸른 색( 청자, 풀, 청머루, 보리밭)의 이미지가 반복되면서 희망찬 미래를 노래한다.
푸른 색은 밝고, 희망적이고, 생동감 있고, 살아있는 색이다.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노천명이 처음 사용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송창식이 노래한 서정주 시인의 '푸르른 날'도 알아두면 좋다고 하셨다
푸르른 날
서 정 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나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교수님의 재밌는 시 해설에 시간은 쏜살 같이 흘러 간식 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이봄표 감자떡, 박경자표 바나나, 김영주표 포도에 최향숙표 절편과 강냉이뻥튀기가 돋보였다. 절편을 한 상자 해 오셔서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먹을 게 많으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공부시간까지 먹어버렸다.
서둘러 다시 시작한 공부
김유미샘의 '심우장' 작품 감상부터 시작했다.
심우장(尋牛莊)
김유미
숨찬 성북동 산자락
그늘진 한 뼘 골목길에 오르면
옛 시인의 집이 있다
담장이넝쿨이 손에 힘주어
허름한 담벼락을 붙잡고 있고
백년을 지키고 서있는 소나무가
시를 마시고 살고 있다
찾을 것도 잃을 것도 없다
심연의 뿌리에서 뿜어내는
민족의 정기(精氣)가
커다란 산이 되고
찬란한 별이 되었다
심우장*엔
바람이 달콤히 묵고 간다
빈집을 지켜보는 먼 산은
나그네의 발걸음 멈추는데
시인의 솔향기는
메마른 마음 잎들을
적셔주고 있다
*심우장 : 성북동에 있는 고택, 만해 한용운 선사의 얼이 서려 있는 곳
심우장은 불교적 배경을 갖고 있는 명칭으로 심우도에서 왔다. 심우도에 대해 알아보자.
심우도
방황하는 자신의 본성을 발견하고 깨달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야생의 소를 길들이는 데 비유하여 10단계로 그린 그림을 심우도(尋牛圖) 또는 십우도(十牛圖)라고 한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불성(佛性)이 있는데 이 불성을 소에 비유한 것이다.
좌선을 통해 불도를 터득하려는 선종(禪宗)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12세기경 중국 북송(北宋)의 확암이라는 승려가 지은 것과 보명이 지은 것 두 가지가 있다. 이 중 보명의 것은 목우도(牧牛圖)라고 하였다.
확암의 심우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심우(尋牛) 인간이 소, 즉 자신의 본성이 무엇인가를 찾기 위하여 원심(願心)을 일으키는 단계이다. 소를 찾는 동자가 망과 고삐를 들고 산속을 헤매는 모습이다.
견적(見跡) 깊은 마음속으로 들어가 소의 발자국을 발견하는 단계이다. 그 발자국을 보느냐 못 보느냐는 오로지 목동의 마음에 달려 있다. 순수한 열의를 가지고 꾸준히 정진하면 본성의 자취를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견우(見牛) 발자국을 따라가다가 마침내 마음 깊은 숲 속에 방목되고 있는 소를 발견한다. 즉 자신의 성품을 보아 견성함이 눈앞에 다다랐음을 보여준다.
득우(得牛) 마음속에 있는 소를 보았으니 단단히 붙들어야 한다. 소는 기회만 있으면 도망치려 한다. 이 경지를 선종에서는 견성(見性)이라 하는데 땅 속에서 제련되지 않은 금들을 막 찾아낸 것과 같은 상태로 많이 표현된다. 이때의 소는 실제로 검은색을 띤 사나운 모습으로 묘사되는데 이는 삼독(三毒)에 물든 거친 본성을 의미한다.
목우(牧牛) 소의 야성을 길들이기 위하여 소의 코에 코뚜레를 한다. 삼독의 때를 벗겨내는 과정으로 가장 중요시되는 단계이다. 소가 유순하게 길들여지기 전에 달아나버리면 다시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소가 차차 흰색으로 변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우귀가(騎牛歸家) 잘 길들여진 소를 타고 마음의 본향인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는 단계이다. 번뇌와 망상, 욕망이 끊겨서 소는 무심하고, 그 위에 있는 목동도 무심하다. 이때의 소는 완전히 흰색이다. 목동이 구멍 없는 피리를 부는 것은 육안으로 살필 수 없는 본성에서 나오는 소리를 의미한다.
망우존인(忘牛存人) 집에 와보니 소는 간데없고 자신만 남았다. 결국 소는 자신의 심원에 도달하기 위한 방편이었으므로 이제 집으로 돌아왔으니 방편은 잊어야 함을 보여준다. 곧 자신이 깨쳤다는 자만을 버리는 경지이다. 자만의 병은 수행자가 뛰어넘어야 할 가장 무서운 덫이다. 이를 넘지 못하면 부처에도 걸리고 법에도 걸린다. 이것을 불박법박(佛縛法縛)이라 한다.
인우구망(人牛俱忘) 소가 사라진 뒤에는 자기 자신도 잊어야 한다. 깨침도, 깨쳤다는 법도, 깨쳤다는 사람도 없는 이것이 공(空)이다. 그래서 이 단계는 일원상(一圓相)으로 표현하였다. 이 경지에 이르러야만 완전한 깨달음을 이루게 된다.
반본환원(返本還源) 텅 빈 원상 속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비친다. 산은 산으로, 물은 물로 조그마한 번뇌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참된 지혜를 상징한다.
입전수수(立廛垂手) 이제는 거리로 들어가 중생을 제도하는 경지이다. 이것이 부처에 이르는 가장 마지막 단계이다. 이때의 큰 포대는 중생들에게 베풀어줄 복과 덕을 담고 있으며, 불교의 궁극적인 뜻이 중생 제도에 있음을 상징화한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심우도 (한국의 박물관: 불교, 2000. 4. 20., 문예마당)
마지막으로 교재는 26쪽의 상징적 이미지와 38쪽의 디지로그(Digilog)를 공부했다.
에를 들어 춘향전을 기존의 열녀(烈女)라는 상징적 이미지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신분적 열등감(劣女)을 가진 자로서 신분 상승의 욕구로 정절을 내세웠다고 보는 것이다.
고전을 다시 읽고, 다시 생각하여 시를 쓰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숙제를 내주셨다. 춘양전을 읽고, 다양한 입장(춘양, 이도령, 변사또, 월매, 방자, 향단이 등)에서 시를 방학 때까지 써서 올해 동인지에 주제가 있는 시로 넣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어느새 시간이 다 되어 수업은 끝나고, 다음 주 월요일 수업은 스승의 날이라서 야외에서 하기로 하고 그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바로 합평회로 들어갔다.
오늘은 방통대생들이 공부한다고 모두 가시고, 6명이 남아서 합평회를 하였다.
김유미샘의 '노을', 최영희 샘의 '대목장 거미', 박경자샘의 '낙타의 눈물', 채기병의 '하늘 엄마 요리', 심양섭샘의 '사월2'를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박경자샘의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다. 떡을 많이 먹어서 배가 고프지 않은데, 이봄샘이 사신다고 점심을 먹고 가자고 해서 비전타워에서 잔치국수, 냉면, 주먹밥 등으로 점심을 먹었다.
다음주 율동공원의 야외 행사가 기대가 된다.
첫댓글 온라인 학생, 다녀갑니다.
모범생이십니다.
^심우도^
심오한 학습에 머리속 그득함으로
행복을 더 해 본 수업 후기~이밤도 회장님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총무님께서 애써 주셔서 편합니다.
늘 수고하시는 도여 채기병, 홍긍표 선생님 감사합니다.
쑥절편과 팝콘을 준비해주신 최향숙 선생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최향숙님의 손끝으로 캔 쑥을 넣은 절편,
수업 중간에 간식시간이 더욱 향기로웠습니다~~~
시창작 수업하면서 처용도 춘향이도 가끔 만나게 되어 재미있어요~~
심우도에 대하여 알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늘 힘이 되어 주십니다.
힐긋한 마음 소풍 길 다니느라 출석늦었습니다. 어버이날의 수업 내심 기대했는데도....
잊었던 심우도 정독할 기회에 무척 감시합니다. 반가웠습니다. 아련한 추억의 글이였습니다.
어머니와 심우도 작품 잘 읽엇습니다.
쑥떡 맛있었겠네요......
在家 수업 미안 하지만 여기서 교수님과 문우님의 근황 반기사 하네요.
달리는 월요일이
예고 없는 수업으로 바뀌였습니다.
월요일에 만나요!!!!
감사합니다. 스승의 날이라서 야외에서 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