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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옳은가
후안 엔리케스. Juan Enriquez(1959~ )
「후안 엔리케스는 지금 가장 도발적인 이슈를 던지는 미래학자이다. 그는 기존의 미래학자들이 보지 않고, 말하지 않았던 부분, 바로 과학 기술 시대를 살아갈 새로운 인간과 그들이 만들 미래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구조에 애해 이야기 한다. 하버드 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의 교수’ 중 한 명으로 기록된 그는 2009년 TED Talk에서 발표한 <우리의 후손은 다른 종이 될 것인가 the next species of human>로 화제를 모은 이래, TED에서 9회의 강연을 진행하며 “TED가 가장 사랑하는 미래학자 로도 꼽혔다. 미래기술에 대한 사상가로서 기술의 발전과 인간 진화에 대한 개념을 저서 <미래가 당신을 따라잡을 때as the future catches you>와 진화하는 사람들Evolving ourselves> 에 담았고, 그 메시지들은 하버드 비스니스 리뷰와 월 스트리트 저널, 타임 등 여러 매체에서 주목받은 바 있다.
Mr. GENE이라고도 불리는 후안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과학자도, 윤리학자도 아니라고 말한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배운 그는 새로운 국가들이 생겼다가 다시 사라지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리고 다양한 분석을 통해 기술을 수용하고 적용하는 과정이 국가의 경쟁력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는 곧 한 사회를 만들고 그 안에 새로운 가치 질서를 부여하는 과학기술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앞 유리가 깨진 6년 된 승용차로 하버드 대학교를 오가며 강의하는 그의 활동 분야는 비즈니스 현장까지 확장되고 있다. 생명과학 스타트업에 대한 매우 적극적인 투자로서 말이다. 하버드 대학교 경영 대학원 생명과학 프로젝트의 창립 이사를 역임한 그는 현재 생명과학 벤처캐피탈 회사인 엑셀 벤처 메니지먼트의 이사이자, 생명과학 연구 및 투자 회사인 바이오테코노미의 CEO 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벤처기업 투자자로서 집카Zipcars와 바이오트로브BioTrove, 신테틱 지노믹스synthetic genomics와 같은 기업의 론칭을 돕기도 했다.
우리의 잠든 의식을 뒤흔드는 이 미래학자는 연구실에 앉아 전망하고, 상상하는 이론가가 아니다. 생명과학과 경제, 사회, 철학 등 학문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는 과학이론가, 교수, CEO, 투자자 그리고 작가로서 활동하며 삶의 영역 곳곳에서 미래의 단서를 찾고 있다. 그는 지금 “인류에 대한 새로운 지도를 만드는 중”이다.」
[들어가며]
-옳고 그름의 문제는 왜 뜨거운 이슈가 되었을까?
성(Sex)은 바뀐다. 그것도 빠르게, 성에 대한, 또 성 아닌 다른 여러 주제에 대한 옳고 그름의 핵심적 발상들 역시 빠르게 바뀐다.
변화가 끊임없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보수적인 사람이든 진보적인 사람이든 누구나 온갖 소음과 분노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당신 주변에는 당신이 이러저러한 일들을 잘못하고 있다며 절대적 확신을 갖고서 지적하는 이가 너무도 많다. 당신 역시 다른 사람이 하는 행동을 보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이 공포의 시대(※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시대)이자 위대한 확실성의 시대(※자신만의 절대적 확신)에 사람들은 편을 가르고선 안전하다고 느끼는 쪽에 선다. 이어 자기편을 보호하는 바리케이드를 친 다음엔 자신들이 가진 믿음, 자신들이 하는 말의 신뢰성은 이미 입증되었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거기에다 자기가 좋아하는 라벨을 붙인다. 동성애자 인권활동가, 혈기 왕성한 보수주의자, 하나님을 무서워하는 아무개, 백신 접종 거부자 등…….
우리가운데 많은 이는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이 공화당을 지지하는지 혹은 민주당을 지지하는지, 또 이러저러한 것들을 찬성하는지 혹은 q나대하는지를 파악하자마자 그것을 기준삼아 상대를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올바르고 윤리적이며 표준이라 여기는 것들은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확실성, 신념 그리고 우리가 늘 자명하고 영원한 진리라 믿어온 바들을 지탱하는 기둥들 중 많은 것들은 이미 무너졌다. 이 붕과 과정은 지금 이 순간에도 쉼 없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이런 변화는 좋은 쪽으로의 변화에 해당한다.
오늘날 우리가 올바르다 혹은 그르다고 생각하는 대상들은 과거 사람들이 올바르다 혹은 그르다고 생각했던 것들과 다르다. 구약성서는 신약성서가 아니다.
우리는 윤리를 순백의 대리석 조각상 같은 그 무엇으로 여기는 데 익숙해져 있다. 결코 바뀔 수 없는 영원불멸의 합법적인 토템으로 여긴다는 말이다. 그러나 모든 윤리적인 것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근본적으로 바뀐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소셜미디어에 무언가를 끊임없이 기록하고 제시하는 시대에 살다보니 멍청한 댓글 하나를 자칫 잘못 달았다간 직장을 잃고 경력을 망치며 온 세상 사람에게 신상이 털려 수백만 명으로부터 조롱당할 수 있다. 우리 편에 서 있는 누군가에 대한 모독 하나하나는 모두 우리에게 가해지는 개인적 모욕이 되고, 또 우리는 그 모욕을 고스란히 돌려주기 위해 같은 편끼리 뭉친다. 오늘날의 보편적 규범에 따라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라 해도 미래의 어떤 시점에 가서는 그 행동 때문에 기혹한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윤리적 변화를 급격하게 추동하는 가장 큰 동력들 중 하나는 기술이다. 기술은 옳고 그름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안들을 제공한다.
변화하는 윤리적 규범을 판단할 방법은 정해져 있지 않다. 지금 우리가 당연시하는 일들을 하게 될 거라고 예전에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조상들은 우리가 지금 야만적이라 여기는 행동들을 했다. ~~~~남을 배려하고, 예의를 지키며, 법을 준수하고, 신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그릇된 역사를 답습한다. 이는 “기술은 윤리를 바꾸어놓는다. 그러니 오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일이 내일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마라”라는 근본적 규칙을 무시하거나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절대적이라고 여기는 믿음들은 이 순간에도 바뀌고 있다. 그것도 과거에 우리가 받아들이고 믿었던 것과 정반대 방향으로 말이다.
기술은 윤리를 바꾸어놓고, 오래된 믿음들을 향해 문제를 제기하며, 더 이상 성장하거나 변화하지 않는 제도들을 뒤엎는다. 소통채널과 미디어에 대한 접근성이 강화됨에 따라 부패와 차별, 제도적 학대 등은 과거와 달리 세상에 고스란히 알려지고, 그렇기에 과거의 대응 방식은 위기를 맞는다. 물론 기술은 잘못 사용될 수 있기에 때로는 어마어마한 피해를 안기고 대규모의 집단적 괴롭힘에 보탬이 되는가 하면 선거 결과를 뒤집기도 한다.
세상에는 용인되는 것과 용인되지 않는 것을 가르는 기준이 존재하고, 기술은 그 기준의 위치를 근본적으로 바꿔놓는 촉매제 혹은 지렛대가 된다. 우리가 맘속 깊이 갖고 있는 믿음이라 해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학계의 교수, CEO,기자, 변호사 그리고 정치인들은 이런 점에서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자주 들킨다. 그들은 기존 법칙들을 따라 당대의 규범에 스스로를 맞추고, 그렇기에 미래에 기술이, 즉 윤리의 기준이 급격하게 달라지면 자신이 욕을 먹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결코 염두에 두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기술이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바뀌는 시대에 살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가 사는 현재는 윤리가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바뀌는 시대란 뜻이다.
과거를 돌아볼 때든 미래를 예측할 때든, 현대 윤리는 오늘날의 격정적인 토론과 무모한 절대적 확신에 대해 요즘 쉽게 찾아보기 힘든 단어 하나를 요구한다. 바로 겸손이다.
좌파에서든 우파에서든 가장 폭력적인 사람은 대개 두려움을 가장 많이 느끼는 사람이다. 저들보다 나음으로써 자기 지위를 확보하려는 경우가 우리에겐 너무 흔하다. 다른 사람에게 너그러우려면 우선 자기 안전하다고 느껴야 한다.
나는 도덕적 상대주의자가 아니다. 옳음과 그름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나은 판단을 발견하고 실천할 수 있으려면, 또 보다 관대해지려면 여러 사회와 사람들의 가치를 수용해야 하며 새로운 기술과 관련된 선택권들이 필요하다.
내가 바라는 것은, 나 아닌 다른(과잉 계몽의 공격적 활동가들이나 절대주의적 보수주의자들 뿐 아니라)똑똑한 사람들이 우리가 당연시하는 현재의 상태에 의문을 품고, 윤리적 딜레마들을 주제로 생각과 토론을 하는 것이다.
전문 윤리학자라는 사람들이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옳음과 그름에 대해, 그리고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그 질문에 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약간의 불쾌함이라도 느낀다면 내 목적은 달성되는 셈이다. 극단적으로 양극화되고 스스로 확실하다고 여기는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다 겸손한 태도와 덜 비난하는 자세, 그리고 후손들이 지금 우리의 행위를 놓고 야만적으로 여기리란 사실에 대한 깨달음이다.
1장
인간을 다시 설계하는 것은 옳은가
[원죄 없는 잉태]
늘 되풀이되는 일이긴 하지만, 한 사회가 갖고 있는 윤리적 규범은 언젠가 결국 바뀐다.
왼손잡이는 싸울 때 유리하다. 권투 선수나 펜싱 선수의 경우 왼손잡이라는 특성은 강점으로 작용하고, 폭력적인 집단일수록 왼손잡이가 많다. 왼손잡이는 대결 상황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부르키나파소의 줄리(디울라)족은 연구대상 부족들 중 가장 평화로운 집단인데, 이 부족은 연간 살인율이 10만 명 중 1명 꼴이며 전체 부족원 중 왼손잡이의 비중은 3.4%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의 야노마미족은 1년에 폭력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1000명 중 5명 꼴이고, 왼손잡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22.6%에 이른다.
인간 복제가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일이라 여기는 미국인은 2001년 당시 7%에 불과했으나, 2018년에는 16%로 늘었다.
2018년에는 어느 중국 과학자가 한 아기의 DNA를 편집했다. 아기가 나중에 커서 겪을 수 있는 여러 질병을 예방할 목적이었는데, 이 소식이 랄려지자 엄청난 비난이 쏟아져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 유전자의 일부를 조금은 편집해도 괜찮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 중 59%, 그리고 인간 향상을 지지하는 이들도 이미 33%에 이르는데 그런 비난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인간의 기본값이 달라진다]
사람의 신체는 아무리 방호복으로 보호한다 해도 진화 과정에서 경험한 바 없는 환경에 대해선 취약할 수밖에 없다. ~~~태양게에 존재하는 그 어떤 행성도 인간에게는 편안한 집이 될 수 없다.
최근까지 우리가 파악해온 모든 생명체는 단일 분자 DNA를 토대로 한다. 생명체의 근간을 구성하는 A. T. C. G라는 4개의 화학물질만으로도 박테리아로부터 오렌지와 모기 그리고 달팽이, 정치인, 강아지 꼬리까지 모든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우리가 생명체들, 더 나아가 인간인 우리 자신까지도 다른 여러 행성에 적응하게끔 수정하는 것이 가능해짐에 따라, 유전은 오늘날의 기본적인 윶너자 암호에만 의존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캘리포니아 리호이아 플로리다 엘라추아에 있는 작은 실험실에서는 무언가 심상찮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생명체들의 유전자는 대안적인 염기쌍들의 유전을 목적으로 변형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ATCG 가 아닌 ATXY, 또는 ATCGXY 로 생명체를 새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특이한 단백질을 생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생명체들의 곁가지 종도 이론적으로는 얼마든지 새로 만들 수 있으며, 다른 어떤 생명체와의 짝짓기나 상호작용 없이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할 수도 있다.
인류는 이제 새로운 생물종으로 분화할 수 잇을 것이다. 우리가 기본적인 유전자 암호와 생리를 바꿈에 따라 이 지구는 여러 변종이 나란히 살아가는 세상이 될 것이다.
만약 다른 행성으로 가서 대기와 식품, 연료 저장소를 만들고 새로운 문명의 씨를 뿌리는 일이 그곳에 이미 존재했던 생명체를 변형하거나 새로운 생명체의 싹을 심어야만 가능하다고 가정해보자. 이럴 때 과연 우리는 그렇게 해야 할까?
[실험실에서 자라는 두뇌들]
평형동물인 플라니리아는 이상한 생명체다. 플라나리아를 반으로 자르면 어떻게 될까? 머리가 달린 쪽은 신기하게도 신체의 나머지 절반을 새로 만들어낸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꼬리가 달린 쪽도 머리를 포함해서 신체의 나머지 절반을 새로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이렇게 새로 생긴 플라나리아를 모두 다시 절반으로 자르면 플라나리아는 잘려나간 부분을 또 다시 만들어 낸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크기 1cm정도. 우리나라 하천에도 생식)
이보다 더 신기한 일도 있다. 터프츠 대학교의 생물학 교수 마이클 레빈은 전류가 플라나리아의 통상적인 재생 패턴에 어떤 혼란을 가져다주는지 살피고자 전기 자극을 주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플라나리아의 눈이 4개가 되었고 머리는 e3개가 되었다.
뇌는 정말 신기한 존재고, 기억은 뇌보다 훨씬 더 신기하다. 레빈은 애벌레를 부드러운 몸체의 로봇이라 일컫는데, 애벌레는 기어 다니면서 식물을 갉아먹다가 고치가 되고 변태 과정을 거쳐 나비가 된다. 이 과정을 밟는 동안 애벌레는 신경계와 뇌를 액화하면서 이전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결국은 하늘을 나는 로봇이 되어 과즙을 찾아다닌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고 신기한 점은 나비가 애벌레 시절에 학습했던 내용 일부를 기억한다는 점이다.
낮설지만 새롭게 떠오르는 과학의 또 다른 분야인 유사장기, 즉 오가노이드를 살펴보자. 이 이야기는 2006년에 시작된다. 일본 과학자 야마나카 신야는 4개의 화학물질을 인간의 피부세포와 섞으면 미분화 상태의 줄기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체의 가장 기본세포인 미분화 줄기세포는 정자와 난자의 결합으로 생성된 단일 착상세포다. 이 세포가 2개에서 4개로, 다시 8개, 16개로.... 그리고 마침내 10조 개까지 분열한 결과물이 바로 당신이다. 처음에 몇 차례 분열에서 이 세포들은 모두 신체의 어느 부위든 될 수 있다.. 이 세포를 산꼭대기에 서 있는 스키어라고 생각해보자. 그 자리에서는 어느 슬로프든 선택할 수 있으나 일단 하나를 선택해서 내려오기 시작하면 그 뒤로 이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택권은 점점 줄어든다. 그런데 야마니카는 스키 리프트를 만들어낸 것이다. 스키어가 다시 산꼭대기로 올라갈 수 있게, 즉 우리 세포가 다시 예전처럼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만능 세포가 될 수 있게끔 말이다. 그 덕에 우리 세포는 이제 신체의 전혀 다른 부위로 다시 성장하도록 프로그래밍 될 수 있다.
마거릿 랭커스터와 위르겐 크노블리히의 연구팀은 줄기세포를 배양접시에서 배양해 미니 뇌로 생장시키는 방법을 발견했다. 이건 이제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오가노이드를 점점 더 정교하게 만들고, 또 이렇게 만들어진 오가노이드를 더 오래 살아 있게 한 연구 wlqe나도 여럿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인간의 뇌보다 100만 배는 작은 이 오가노이드들이 차별화된 뇌 조직으로 성장하는 자기조직화를 시작한 것이다. 10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과학자들은 무작위적인 신경발화가 뇌파로 자기 조직화하는 과정을 관찰했다(뇌 활동의 기본적 조치 중 하나는 뉴런들이 함께 점화할 때 일어나는데, 인체에서 이 뉴런들의 점화는 기억과 꿈을 포함한 여러 기능과 연관되어 있다). 그로부터 얾마 뒤 앨리슨 무오트리는 자동화된 뇌 오가노이드 농장들을 발명했고, 이후 랭커스티와 노블리히 그리고 그들의 팀은 신경망을 체계적으로 발달시키기 시작했다. 튼튼한 오가노이드를 생장시킨 뒤엔 여러 신체 부위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신체의 다른 신호입력 부위들과의 연결도 시도했다. 가령 뇌 오가노이드안에 망막 세포를 발생시키면 이 미니 뇌가 감광성을 갖게 되는 식이다. 초기 생명체에서 가장 원시적인 눈이 어떤 식으로 발생했는지를 일러주는 이런 작업은 제각기 다른 기능을 가진 뇌 세포들이 어떤 족너하에서 생성되는지를 알아내는 커다란 걸음과도 같다. 어떤 연구팀들은 인간 뇌 오가노이드를 쥐의 뇌 속에 넣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살핀다. 뇌 오가노이드는 심지어 우주로 나가기도 했다. NASA는 무중력 상태에서 미니 뇌가 어떤 발생과정을 거치는지 알아보려고 그것들을 우주로 내보낸 적이 있다. (미니 뇌들은 한층 큰 공 모양으로 바뀌어서 돌아왔다. 우주에서 태어난 아기의 뇌는 해부학적으로 지상의 인간 뇌와는 전혀 다르게 생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대리 뇌가 점점 커지고 또 정교해짐에 따라 이 뇌가 인간적인 직감과 비슷한 능력을 가질 가능성은 한층 더 커진다. ~~~도파민, 옥시토신, 세로토닌, 엔돌핀 등 신경화학물질로 구성된 약을 사용 중인 사람은 수백만 명에 이른다. 아닌 게 아니라 프로작, 셀렉사, 이펙사, 팍실, 졸로프트 등을 비롯한 여러 우울증 치료약의 매출 규모는 10년 동안 4배로 성장했다. 2008년까지 미국인 10명 가운데 1명은 자신의 감정 상태를 바꾸려고 했다.
뇌 상태와 통증을 조절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미국에서 진통제 처방받은 사람들 중 약 4분의 1은 약제를 오용했고, 10명 중 1명은 진통제에 중독되었다. 날마다 약 130명이 오피오이드 과다복용으로 사망한다.
뇌 기능을 바꾸는 방법에는 약만 있는 게 아니다. 약 300만 명에 달하는 간질 환자에게는 약이 듣지 않아 여러 연구소에서는 이식형 뇌 자극 장치를 실험 중이다. ~~~사람의 의식이 무엇인지, 이것이 어디에 존재하고 어떻게 측정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여전히 이견이 존재한다.
[정신 오작동이 범죄라고?]
25미터 높이 파도를 타고 서핑하는 사람, 좁고 험한 산마루를 따라 아슬아슬하게 산악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 맹수처럼 돌진해 상대에게 태클을 거는 사람....이런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보면 당신은 아마 혼잣말로 이렇게 중얼거릴 것이다. “미친 사람이네” 불행이도 이 말은 반사회적 행동과 극악무도한 범죄와도 관련된다. 만일 어떤 미친 행동이 실제 많은 범죄자의 특성이라면 어떻게 될까?
사이코패스는 문명사회에 매우 해로운 존재다. 사이코패스의 뇌에 대해 우리가 아는 바는 많지 않지만, 그래도 사이코패스 범죄자를 의뢰인으로 둔 변호사들은 법정에서 자기 의뢰인의 범죄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뇌 활동이 담긴 화려한 스캐닝 영상을 제시한다. 일급살인 사건 5건 중 2건에서 변호사는 피고의 형량을 조금이라도 줄이겠다는 바람으로 법정에 신경과학을 동원한다.
1955년 당시 미국 시민 10만 명당 340개였던 정신질환자 병상은 2005년엔 17개로 줄어들었다. 정신병원에서 나은 정신질환자들 중 어떤 이들은 집에서 치료를 받았고 또 어떤 이들은 새로운 정신과 치료약에 의지했다. 그러나 그 가운데 많은 사람은 rfu국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그 비중을 보자면 심각한 정신질환자 5명 중 2명은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고, 나머지는 대부분 노숙자다. 애리조나와 네바다 등 여러 주의 교도소에는 정신병원에 수용된 사람들보다 10배나 많은 정신질환자가 수감되어 있다.
두 사람이 비슷한 흉악 범죄를 저질렀는데 한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범죄로 인식하지만 다른 한 사람은 감정을 느끼지 못해 자신의 범죄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각각 무슨 죄목으로 감옥에 넣을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전체 미국인 중 사이코패스의 비중은 1%로 추정되지만, 남성 사이코패스가 전체 재소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분의 1 가량이다. ~~~~이들의 뇌는 증오나 사랑 같은 단어들을 보통 사람들의 경우와는 다른 영역에서 처리한다. 정서를 담당하는 영역이 아니라 오로지 언어만을 담당하는 영역에서 처리하는 것이다. ~~~극단적인 사이코패스들 중 몇몇은 속임수의 달인이다.
그러나 만일 이 살인광들이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환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어떻게 될까? 첫 번째 질문은 이것이다. 환자 개개인에게 우리는 어떤 이유로 어떻게 벌을 주어야 할까?
교도소정, 변호사, 학자, 철학자, 영화계 종사자 등은 이상의 문제와 그에 뒤따르는 여러 추가 질문을 수도 없이 던지고 또 고민해왔다. 그러나 정신질환에 의한 폭력적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보다 빠르고 효과적이고 저렴한 해결책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 많은 논쟁은 추상적 차원에 그쳐버렸다.
2장
기술이 윤리를 바꾸는 것은 옳은가
오늘날 우리는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그 기술이 앞으로 우리의 윤리를 바꿀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햇빛의 가격이 내려간다면]
1900년 이후로 지구 해수면은 7~8인치나 상승했는데 그 상승폭의 절반은 1993년 이후에 기록된 것이다. 솔로몬제도에서는 섬 5개가 사라졌고, 2000년부터 2019년 사이에 맑은 날의 범람, 즉 폭풍해일이 원인이 아닌 범람은 미국 남동부 지역에선 190%, 북동부 지역에선 14%나 증가했다.. 2019년에는 이상 조류 현상으로 플로리다 키스의 몇몇 구역이 80일 동안 물에 잠겼으며 오스트레일리아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는 지금도 끊임없이 재발하는 재앙적 화재에 고통받고 있다.
기후변화는 궁극적인 윤리적-존재론적 과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수치가 270ppm에서 280ppm으로 바뀌는 데는 얼마나 걸렸을까? 답은 약 5,000년이다. 그렇다면 ..... 280ppm → 290ppm -100년. 290→300 -40년..... 400→410 -4년.
전 세계의 용광로는 현재 해마다 약 20억 톤의 석탄을 태우며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이렇게 대기로 퍼지는 이산화탄소는 매년 70억 톤에 이르는데 이는 마치 담요처럼 지구를 따뜻하게 덮어 지구온도를 높인다.
1968년 스탠퍼드 연구소가 미국석유협회의 의뢰를 받아 진행한 연구논문은 꽤 구체적인 사실을 지적했다.
“만일 지구의 기온이 상당 수준으로 상승하면 남극의 빙원이 녹거나 해수면이 상승하거나 해수 온도가 높아지거나 광합성이 증가하는 등 많은 사건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간은 지금 자신들을 둘러싼 환경인 지구를 두고 거대한 지구물리학 실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2000년이 되면 기온변화가 상당 수준으로 일어날 것임이 거의 확실하고, 그로 인해 기후변화가 초래될 수 있다.”
상황은 그때 추정한 시나리오보다 더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1950년대 이후로 바다는 온실가스의 93%를 흡수했다. 지금 우리는 대기만 측정할 뿐 물은 측정하지 않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속도는 1960년대와 1970년대 e아시의 추정보다 2배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50년 동안 지구에서 발생한 온기의 90% 이상은 바다에서 발생했다. ~~~해수 수온의 상승 결과는 어마어마하다. 미국과 멕시코를 합친 것과 비슷한 표면적인 남극 대륙, 그리고 택사스의 3배 크기인 그린란드, 이 두 곳의 얼음이 지구 전체 담수성 얼음의 99%를 차지한다. 지구 해수면은 그린란드가 녹을 경우 약 6m, 남극 대륙이 녹으면 약 60m 상승한다.
태양, 바람, 지열 파도 및 그 외 청정 기술들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비용이 전통적 연료들의 평균 비용곡선을 밑돌기 시작하면 당신은 이런 질문을 하고 싶어질지 모른다. 이제 우린 뭘 할 수 있을까? 이젠 무엇이 바뀔까? 그에 따른 성과로 우리는 무엇을 중단할 수 있을까? 만일 탄소발자국을 줄이면서도 높은 수준의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면 우리는 안락함을 희생하지 않고서도 보다 윤리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비용곡선이 보다 빠르게 내려갈수록, 또 새로운 대안이 보다 명확하고 쉬워질수록 믿음과 윤리의 세대교체는 더 빨리 이루어질 것이다.
금성 표면의 온도는 대기의 이산화탄소 담요 때문에 섭씨 400도로 아늑하게 따끈따끈한 수준이다. 그러나 금성에는 액체로 이뤄진 여러 개의 바다가 무려 30억 년 동안이나 존재해 있었다.
[ 기술은 부자의 편]
산업화 및 디지털 변화가 진행되면서 지구 전체의 부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풍요는 잠재적으로 우리가 지금보다 훨씬 더 타인에게 관대해지고 윤리적으로 행동하게 할 뿐 아니라 공중도덕의식을 갖게 만들어준다. ~~~2017년엔 전 세계에서 50명도 안 되는 사람이 세계 인구 절반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은 돈을 갖게 되었다.
미국 상위 1%의 자산은 하위 90%가 가진 재산의ㅐ 총합보다 많다. 게다가 이 양극화의ㅐ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1940년대에 태어난 이들 중 90%는 자신의 부모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런데 이 비율이 1955년에는 70%, 1975년에는 55%로 떨어진 데 이어 지금은 50%도 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생각해보면 미국 가구 절반의 재산은 2003년보다 32% 줄어들었지만 상위 1%의 재산은 2배로 늘어났다. ~~~2010년에는 자본주의를 긍정적으로 바라본 사람의 비율은 68%였지만 2018년에는 45%로 줄어들었다.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57%가 자본주의보단 사회주의를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으니까. 18세에서 29세 사이의 사람들은 특히나 기존 체제를 무너뜨리고 싶어한다.
2019년 미국 인구 총 조사에선 하룻밤에 평균 56만 7,715명이 노숙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기술 산업 덕에 가장 부유한 주가 된 캘리포니아의 경우 인도나 공원 혹은 지하 배수로에서 잠을 청하는 사람이 15만 1,278명이나 되는데, 그중 2만 1,306명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자신만의 보금자리가 있었던 사람이었다.
가장 가난한 계층, 그 가운데서도 사람들의 관심에서 가장 먼 곳에 정신질환자들이 있다.
자신의 일과 지위 또는 소득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중산층에서 빈민층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공포는 분노와 적개심을 쌓는다.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오래된 사회적 지위나 평생 연마한 업무 능력에 대한 존중은 점점 사라진다. 오늘날 더 빨라지고 더 좋아지고 값도 더 싸진 자동화 기술 덕에 승자독식이란 규칙을 따른다는 것은 곧 전체 노동자 중 거의 절반이 하나의 일자리만으로 생활임금을 벌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기술은 많은 사람을 불필요한 존재로 만들었고, 그들의 시간과 업무적 가치는 더 이상 예전만 못하다. 특히 남성들의 경우 공포보다는 분노를 표출하기 쉬운데, 소수의 위험한 이데올로기와 정치적으로 편향된 호전적 MAGA 부대가 점점 위세를 떨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남자다움을 과시하고 독단적 성향이 큰 사람일수록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지 못하고 뒤처지는 것에 대한 불안을 크게 느낀다. 45세에서 60세 사이 미국 남성의 자살률은 199년부터 2017년 사이에 45%나 늘어났다.
그들 모두는 자신이 지금보다 많은 통제권과 자율성을 가졌던 시절, 그래서 지금보다 더 나았던 시절이라고 스스로 평가하는 과거로 돌아가길 원한다. ~~~현 자본주의 체제가 맞닥뜨린 주요 극복 과제는 첫째, 소득이 소수에게 집중되고 있다. 둘째,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다, 셋째, 노동의 미래가 불확실하다.
[식탁 위 가짜 고기]
몇몇 사람들은 2020년대 말에 이르면 합성 버거의 가격이 일반 버거보다 낮아질 것이라 추정한다. 버거킹은 임파서블 버거를 이미 판매 중이다. 실험실에서 생장시킨 고기의 맛이 기존 고기의 맛과 같거나 더 낫고, 또 동물을 여러 go 동안 키워서 도살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우리의 윤리 기준이 빠르게 읻오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미래세대는 미국에서 한 해에 90억 마리나 되는 동물을 죽인 우리를 야만인으로 여길 것이다.
몇몇 전문가들은 2040년이 되면 육류의 60% 이상은 동물을 도축해서 만드는 것이 아닐 거라 추정한다. ~~~~미시시피 주 의회는 ‘베지 버거veggie burger'니 ’비건 핫도그vegan hotdog'니 하는 상표명을 붙이는 사람에게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잇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럼 ‘버거’ 혹은 ‘핫도그’ 상표는 오로지 도축된 가축의 고기를 사용했을 때만 붙일 수 있다는 뜻일까?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라곤 했으나 트위터 사용자들은 그렇다면 지금부터 핫도그에 q나드시 개고기가 들어가야 하는 거냐며 여기저기에서 시끄럽게 물어댄다.
동물들이 이타적으로 행동하고 동정, 용서, 신뢰, 상부상조의 모습을 보인다는 증거는 매우 많다. 멕시코 남부 지역과 중남미 지역에 서식하는 신세계원숭이들의 행동을 관찰하면, 이들이 보이는 상호작용 가운데 86%는 싸우는 행동이 아니라 협조적인 그루밍 혹은 놀이다. 고릴라의 세계에서 싸움은 치명적이지만, 이들이 갖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96%는 이타적이고 친밀한 행동이다. 고릴라를 무서운 존재로 묘사하는 할리우드적 관점은 1986년 8월 한 사건을 통해 깨지기 시작했다. 그날 동물원에선 이런 일이 일어났다. 여섯 살짜리 소년 레반 메릿이 고릴라 우리 안으로 떨어졌다. 관객들은 깜짝 놀랐고, 소년을 보고 움직이는 우드머리 고릴라 잠보를 긴장한 눈으로 지켜보았다. 그런데 잠보는 다른 고릴라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한 다음 다친 아이를 보호했고, 아이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기까지 했다. 그 덕에 구급요원들과 동물원 직원들은 아이를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다. 동물 한 마리가 자기 종족 전체에 대한 인간들의 인식을 영원히 바꾸어놓은 그 자리에는 그 일을 기념하는 청동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공정함, 이타주의적 공유, 엄격한 규범 등의 예는 다른 동물 개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규범에 벗어나는 존재나 악당은 그들의 세계에서도 처벌받고 배척당하며, 드라큘라 백작을 떠올리는 데 영감이 되었던 흡혈 박쥐조차도 먹이를 구하지 못한 동료에겐 자기가 빨아먹은 피를 나누어 준다.
원숭이의 유전자는 인간과 98% 동일하므로 이론적으로만 보자면 인간의 유전자를 원숭이에게 보내 인간과 더 가깝게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중국 과학자들은 이미 인간 두뇌 발전의 핵심 유전자 하나를 레서스원숭이와 그들의 후손에게 이식해 그들의 단기기억력을 개선했고,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우리 인간 사이에 핵심적 차이를 부여해 준 윶너자 SRGAP2C를 레서스원숭이에게 이식했다. 언젠가는 말하는 것도 가능하게 해줄 FOX2와 같은 유전자도 있다.
[멸종 버튼을 누르다]
모기는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인 동물이다. 말라리아 하나의 경우만 봐도 매년 2억 명이 감염되고 40만 명 넘게 죽는다. ~~~유니버시티 컬리지 런던의 한 연구 집단은 말라리아 원충의 주요 매개체인 암컷 아프리카얼룩날개모기를 영원히 불임으로 만드는 질병 매개체를 설계했고, 또 어떤 집단은 색정광 불임 수컷 변종을 만드는 데 몰두하고 있다.
[SNS, 거짓말 그리고 가짜뉴스]
진실은 언제나 변한다. 과학을 가르치는 일은 끊임없이 사과를 해야 하는 일이다. ~~~오늘의 진리가 내일은 죽은 이론이 된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1,000일도 안 되는 기간 동안 트럼프는 무려 1만 3,435건의 거짓말을 했다. 특이한 점은 그의 말이 거짓임이 발각될수록 그는 더 많은 팩트체크를 받고, 그럴수록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는 것이다. 재임 첫 9개월 동안 트럼프는 1,318건에 이르는 거짓 주장 혹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주장을 했다. 하루 평균 5번꼴이었다. 중간선거가 치러지기까지 7주 동안 그 수치는 1,419건이었고, 이는 하루 평균 30번꼴이었다. 뻔뻔스러운 거짓말이 들통 나도 트럼프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하거나 혹은 받고 더블로! 를 외친다(카드게임).
히틀러는 <나의 투쟁>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커다란 거짓말 속에는 언제나 일정한 신뢰성의 힘이 담겨 있다. (...) 대중의 마음은 원시적인 단순성에 사로잡혀 있으며, 대중은 사소한 거짓말보다는 큰 거짓말에 쉽게 속아 넘어간다. 사소한 거짓말은 자주 하지만 큰 거짓말을 하는 것에는 수치심를 느끼기 때문이다. (...) 큰 거짓말을 지어내겠다는 생각은 대중의 머릿속에 절대로 떠오르지 않는다. 또한 그들은 다른 사람들 역시 진실을 그토록 거대하게 왜곡할 정도로 뻔뻔스러울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오늘날 사람들은 서로에게서 점점 더 멀리 떨어져 극단적으로 치닫고 의사소통 역시 파편화되고 있다. 그에 따라 많은 정치인은 커다란 거짓말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거짓말의 효용을 발견하게 되었다. 반대의견을 내는 사람은 누구든 모욕을 당하고 입이 틀어 막히고 괴롭힘과 협박을 받는다. 인터넷의 익명성과 거리감 덕에 우리는 적이라 여겨지는 사람이나 이웃을 향해 직접 만나선 도저히 할 수 없는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게 되었다. 공개 담론이 오가는 자리에서는 우호적인 친근함과 공동체주의 그리고 중도주의가 완전히 추방되었다. 개별적인 목소리들이 힘을 얻고 극단적으로 치달음에 따라 사악한 거짓말은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양극화, 정치화, 공포,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면서 우리는 예전보다 한층 더 종족적으로 바뀌었고 다른 진영에 속한다고 여겨지는 이들을 한층 더 경계하게 되었다. 분노와 공포가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는 그만큼 더 SNS 와 인터넷 계시글, 신뢰할 수 없는 뉴스에 의지한다. 이런 플렛폼의 대부분은 구독료가 아닌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므로, 플렛폼 사용자들의 몰입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수익 역시 늘어난다.
특정 대상을 비난할수록 조회 수와 ‘좋아요’ 수가 계속 증가하기 때문에 굳이 상대에 대한 비난 강도를 낮출 이유는 전혀 없다. 이렇게 해서 이쪽의 비난은 저쪽의 맞비난을 낳고, 그에 따라 다시 또 이쪽의 비난이 이어진다. 즉, 분노는 트레픽을 높이고 수익은 그와 비례하여 늘어난다. 이런 구조 속에서 극좌와 극우는 점점 더 관대함을 잃고 저쪽 사람들을 비난하는 내용이라면 무엇이든 기꺼이 믿으려 든다.
사람들은 자신이 근본적으로 사악하고 파괴적인 행위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거짓말을 허용하는 걸까? 토론의 권리, 진실을 발견할 권리는 때로 인정사정없는 잔학한 비판과 풍자를 통해 제거되곤 하는데, 이런 일은 우리 모두를 쪼그라들게 한다. 신랄한 정치 만평가 패트릭 차패티는 좌파와 우파 모두로부터 공격을 받고는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는 지금 도덕주의자처럼 구는 군중이 소셜미디어에 모여 폭풍처럼 들고 일어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대화의 내용과 분위기는 가장 많이 분노한 목소리들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있고, 거기에 성난 군중이 뒤따른다. 이 소셜미디어 군중은 때로 이런저런 이익집단의 사주를 받고서 방송사들의 뉴스룸에 위압적인 고함을 질러대고, 발행인과 편집인으로 하여금 앞 다퉈 대응조치를 찾아나서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는 의미 있는 토론이 들어설 여지가 전혀 없다. 트위터는 지금 분노를 위한 공간이지 토론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3장
어제의 세계는 지금도 옳은가
지금과 같은 자기중심적 도덕적 판단의 시대에는 단 한 번의 행동이나 한 통의 이메일 혹은 한 개의 댓글이 평생 일군 성과와 명예를 송두리째 날려버릴 수 있다. 당신은 이전 세대보다 잘못된 과거에 발목 잡힐 가능성이 높다. 수 십년 전에 입었던 옷, 술이 덜 깬 어느 일요일 아침 인터넷에 올렸던 농담 하나, 트윗 하나, 잘못을 저지른 친구를 위한 변호의 말 하나, 이런 것들이 어느날 갑자기 당신 앞에 유령처럼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핵심적인 질문은 당신이 지금 절대적으로 옳다고, 또 그르다고 알고 있는 것을 과연 예전 그때에는 얼마나 깨닫고 잇었을까 하는 것이다.
[노예제도는 완전한 노동 시스템이었을까]
그럼 대체 누가 무엇이 윤리적인지에 대해 우리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걸까? ~~~성서에는 신이 추종자들에게 피정복자들을 노예로 삼으라고 명령하는 구절이 여럿 있다.
[성소수자: 성적일탈 vs 성적지향]
1968년까지만 해도 미국정신과협회의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은 동성애를 사이코패스적 인격 장애로 기술했다. 1968년, 한 무리의 계몽된 정신과 의사들은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 제 2판에서 동성애를 성적 일탈이라고 새롭게 재분류했다.
2007년에 있었던 한 조사에서 응답자 중 34%가 동성 사이의 결혼을 인정했다. 그리고 2013년에는 미국인 다수가 괜찮다고 응답했으며, 2017년에 그 비율은 64%를 넘어섰다. ~~~윤리적 차원의 전환을 빠르게 추동하는 것은 기술, 특히 소셜 네트워크와 TV 및 영화 관련 기술이다.
[신의 얼굴은 계속 바뀐다]
종교는 시간의 흐름에 맞춰 세태에 계속 적응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엔 점차 소멸되고 만다.
4장
SNS 속 무제한 자유는 옳은가
우리가 날마다 하는 생각과 말하고 선언하고 지키고 좋아하고 증오하고 또 믿는 것들, 그 모든 것들은 훗날 미래 세대들이 평가한 뒤 우리에게 욕을 퍼부을 증거 자료로 쓰일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한 이런 노출의 시대를 살고 잇다. 당신은 본인이 과거에 말했던 그 모든 것이 지금도 여전히 100% 옳다고 생각하는가?
[디지털 문신들]
어떤 연구논문은 페이스북의 좋아요만 있다면 특정 인물의 인종과 성별, 성적 지향성, 심지어 지지 정당까지 각각 95%와 93%, 88%와 85%의 정확도로 예측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연구논문은 페이스북상에서 누군가에게 좋아요를 70번 누른 사람은 그를 친구보다 더 잘 알고, 150번 누른 사람은 그와 한 가족인 셈이며, 300번 누른 사람은 그의 배우자라고 주장한다. 또 마크로소프트에 따르면, 누군가의 트윗 데이터를 분석하면 사용자의 우울증을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어떤 면에서 우리 모두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거대한 판옵티콘을 하나씩 짊어지고 있다. 판옵티콘은 한 교도소 안에 있는 모든 재소자를 단 1명의 감시자가 지켜볼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이때 재소자는 자신이 감시받고 있는지의 여부를 알 수 없다.
온몸에 빈 곳 하나 없이 문신으로 채워 넣은 오토바이 rdo들보다 사실 우리는 지금 더 많은 문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누구인지, 지금까지 어디를 거쳐 현재는 어디에 살고 있는지, 또 소중히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등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문신 말이다. 우리는 도망칠 수 있을지언정 더 이상 숨을 수는 없다.
전자문신은 잉크문신보다 후러씬 더 강력하다. 잉크문신은 옷으로 가릴 수나 있지만 전자문신은 그럴 수도 없고, 심지어 내가 죽어도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전자신문은 결코 땅에 묻히지 않는다.
전문 역사가가 과거의 왕이나 여왕, 대통령, 예술가, 시인 그리고 가장 유명했던 인물들의 생애를 추적하여 그 사람과 관련된 진실을 조사하는 데는 지금도 여러 해가 걸린다.
조시 자보는 애틀랜타의 어느 매춘 알선업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6명의 여성에게서 19명의 자녀를 낳았는데 그 중 한 명이 조시였다. 그의 친구들은 루타크리스나 크라임 몰과 같은 래퍼들이었다. 또래 친구들이 갱이 되어 범죄 속에서 살다가 죽은 데 반해 조시는 계층 사다리를 꾸준히 올랐고 미식축구에 두각을 나타냈다. 마침내 미국에서 3번째로 유능한 와이드 리시버로 꼽힌 그는 오클라호마 수너스에 스카우트되었다. 그의 몸은 그가 살아온 모든 이야기들을 상세히 담은 온갖 문신으로 덮혀 있었다. 그러나 그의 발목을 작고 그를 나락에 떨어뜨린 것은 이 문신이 아닌 전자문신이었다. 대학교 입학 전의 여름학교에서 조시와 한 무리의 기숙사 친구들은 각각 1~2분 길이의 프리스타일 랩을 했다. 당시 조시는 떠오르는 미식축구 스타였기에 그가 폭력과 총기 그리고 섹스에 대해 내지르는 73초짜리 랩이 유튜브에 올라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 짧은 전자문신은 그가 4개의 대학과 5명의 코치를 거칠 때마다 늘 그를 따라다녔다. 뿐만 아니라 그 동영상과 그의 태도는 그가 말썽에 휩쓸릴 때마다 어김없이 다시금 세상에 회자되었고, 결국은 미국 프로풋볼에 걸었던 그의 희망도 깨지고 말았다.
[데이트 앱에 기록된 당신의 욕망]
1995년 이전에는 친구들과 가족을 매개로 한 만남이 대부분이었고, 이성애자가 온라인을 통해 커플이 되는 비율은 거의 0%였다. 그런데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2009년까지 전체 커플의 22%는 온라인에서 만났다. 그러나 페이스북을 비롯한 플랫폼은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공유하게 했다. 그래서 기업적 차원의 대형 데이트 사이트들은 이성교재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을 온라인 공동체에 가입하게 유도했고, 그 결과 수백만명이 자신의 내밀한 욕망을 온라인에 공개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2017년까지 전체 커플 중 온라인에서 만난 이들의 비율은 약 40%에 이른다. 그리고 지금은 대부분 데이트 사이트에서 짝을 찾는다.
5장
지금의 사회구조 시스템은 옳은가
[보몰 이론의 경고]
장난감이나 TV처럼 근사하고 멋진 물건의 가격은 지난 200년 전보다 훨씬 저렴해졌다. 그러나 지식경제 시대를 살면서 풍족함을 누리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들은 빈곤층이나 중산층의 소득만으론 어림없을 정도로 비싸다.
더 빠르게, 더 좋게, 더 싸게라는 의식이 주도하는 곳에서는 근본적인 윤리적 변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지만, 생산성이 떨어지는 곳에서는 비윤리적인 행동을 오랜 세월 동안 계속해서 용인하게 되는 것이다. 임금과 생산성이 지붕을 뚫고 높이 올라가면 어떻게 될까? 윤리적 규범 면에서 급격한 변화가 나타난다.
장난감이나 멋진 물건은 지난 200년 전보다 훨씬 저렴 해졌다.그러나 지식경제 시대를 살면서 풍족함을 누리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들은 빈곤층이나 중산층의 소득만으론 어림없을 정도로 비싸졌다. (등록금, 의료, 식료품 가격은 높아지고, 소프트웨어, TV 같은 물건은 누구나 살 수 있게 되었다)
[의료비에 대해 몰랐던 진실들]
미국 경제 계층 사다리에서 하위 20%에 속하는 사람은 중년에 사망할 확률이 상위 20%에 비해 3배나 높다. 1970년에 소득면에서 상위 50%에 속한 이들은 나머지 사람들에 비해 기대수명이 1.2년 더 길었다. 그러나 2000년에 이 격차는 5.8년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지금은 소득 분배상 상위 1%의 사람들은 하위 1%의 사람들보다 15년 더 오래 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파산의 66%는 의료관련 문제에서 비롯되고, 이 때문에 해마다 50만 명에 이르는 이들이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밀려난다.
2018년에 미국은 보건비용으로 1인단 1만 586달러를 썼다. 영국은 4,070 파운드(약 630만원)을 썼지만 영국인은 남녀 모두 미국인보다 평균적으로 오래 산다.
[무너지는 교육의 공정성]
[돈이 되는 감옥 비즈니스]
전 세계 교도소 재소자의 절반은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미국에 있다. 미국 가구는 전 세계 가구의 4.4%를 차지하는데 미국 교도소의 재소자가 전세계 재소자의 22%에 이르는 이유는 뭘까?
[일회용품의 역습]
6장
당신의 옳음은 모두 틀렸다
[난민을 위한 법은 없다]
버클리에서 진행된 연구에서 피프와 그의 동료들은 돈을 비롯한 여러 자원을 많이 갖고 시작한 플레이어가 자기는 애초부터 그런 자격을 가지는 것이 당연했다고 생각할 뿐 아니라 많은 경우 덜 윤리적으로 행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돈을 가진 사람일수록 마치 자신이 대단한 인물이라도 된 듯 자아도취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
[전쟁은 어떻게 돈벌이가 되나]
기술은 전쟁에 대한 우리의 욕구를 적어도 3가지 방식으로 꺾어 왔다. 첫째, 한쪽이 훨씬 많은 것을 파괴할 수 있지만 다른 쪽도 그만큼 잃는다. 둘째, 지식 기반 경제에서는 정복지를 굳이 물리적으로 붙잡고 있어야 할 동기가 점점 줄어든다. 사고실험을 하나 해보자. 이라크에서는 석유가 많이 매장되어 있는데, 이라크의 다수파가 미국 정부에게 “우리는 당신을 좋아하고 싶어요. 그러니 제발 우리나라를 맡아서 다스려주세요. 우리를 당신 깃발 t고의 새로운 별 3개로 받아주세요”라 했다 치자. 이 요청에 대한 미국의 답은 아마도 싫어!일 것이다. 그러나 만일 이라크에서 가장 똑똑한 인재 몇 명이 미국에 와서 박사 학위를 받고 스타트업을 만들겠다고 한다면? 대답은 당연히 좋아 일 것이다. 셋째, 눈앞에 벌어지는 폭력에 눈을 감아버리고 모른 척하는 태도는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이런 상상을 해보자. 지금 당신은 고대 아즈텍의 인신공양 모습을 다룬 다큐멘타리 혹은 중세 유럽의 마을 광장에서 토요일이면 으레 벌어졌던 이단자 고문과 화형식 모습을 다룬 다큐먼터리를 생생한 화질과 서라운드 음향 시스템하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보고 있다. 어떤가? 속이 메스껍지 않은가?
[과도한 절차가 죽음을 부른다]
개발에서 출시까지 드는 비용과 시간을 무시하고 안전에만 초점을 맞추는 사람은 공중의 건강을 보호하는 좋은 놈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좋은 놈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음으로써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전 세계에서 하루 평균 3,287명이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다. 자동차 사고는 15~44세 사람들의 사망원인 1위다.
7장
그래서.... 결론은?
상황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지만 절대적으로 옳은 해답을 찾는 일은 어렵다. 윤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진화할 것이다. 윤리가 바뀜에 따라 이전 세대는 이후 세대로부터 비난을 받을 수 있으니, 우리도 겸손한 마음으로 과거 세대의 행동을 대하는 것이 좋다.
[윤리 2.0, 3.0, 4.0]
당신은 낙관주의자인가? 앞으로 모든 것이 지금보다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하는가? 아니면 우리가 지금 사회적. 윤리적 죽음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중이라고 여기는가?
지구 전체가 뜨거워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핵무기에 의한 대량학살이 일어나면 인간에게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또 한층 높아진 지능의 로봇이 나타난다면? 훗날 인간은 다른 누군가의 정신을 통제하거나 유전자를 편집하지 않을까?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무너지면 어떤 경제 체제와 정치체제가 들어설까?
공포는 잔인함을 부추긴다. 공포에 휩싸인 상태에선 과거의 사건에 대해, 자기와 의견이 다른 사람에 대해, 혹은 빠르게 바뀌는 변화에 대해 너그럽게 마음을 열기가 어렵다.
윤리의 수명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처음에는 이러저러 하게 행동할 것을 요구하던 윤리규범이 이후 어느 순간에 이르면 그것과 거의 정반대되는 행동을 우리에게 요구한다. ~~~나는 왜 이 책을 쓴 걸까? 바로 당신이 윤리에 다시 한 번 더 관심을 갖기를, 친구들과 적들을 상대로 질문을 던지고 토론을 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나 친구들이 윤리에 대해 당신에게 가르쳐준 내용을 무조건 고집하려는 태도를 버려라. 그리고 누군가가 당신과 의견이 다를 때는 당신이 믿지 않는 것을 그가 믿는 이유가 무엇인지부터 물어라. ~~~친구와 가족을 상대로 정치적 종교적 윤리의 토론을 할 수 잇는, 그래서 조금은 더 안전한 공간을 내가 이 책으로 제공했기를 기대한다.
어떤 사람들이 했거나 하고 있는 행동을 옳다거나 그르다고 섣불리 판단하기 전에 다음과 같이 전혀 다른 질문을 스스로에게 먼저 던져보는 건 어떨까? “나는 이 사람들의 반대편에 서서 이들의 견해에 반박하고 반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도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기도 하지 않을까? 이 사람들은 자기 신념이라는 맥락 속에서 우아하고 알맞게 행동하고 있는 게 아닐까?”
옳은 걱과 그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발견과 재발견은 늘 이어져온 일이다. 수백 년이 흐르는 동안 우리는 숱한 시행착오를 저지르면서 더 윤리적이고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왔다.
나는 두 가지를 완수하고 싶다. 옳음과 그름에 대한 엄격한 잣대가 영원불변하게 존재한다는 발상에서 자유롭게 해방된ㄴ 상태로 서로 대화를 나누고 무언가를 촉구하기도 하면서 상대를 이해하고 인도하는 일이 지금보다 한결 쉬워지게 만들고 싶다. 이 책을 다 읽은 당신이 “너처럼 생각하는 사람과는 절대 말도 섞지 않을거야” 혹은 지금부터 나는 너와 담을 쌓고 쳐다보지도 않을거야“라고 말하기보다는 쟁점에 대한 의견이 다른 상대와도 뜨겁게 토론하고 한결 좋은 사이를 유지한다면 좋겠다.
남은 이야기
이제 누가 판도를 바꿀 것인가
[중국은.... 나홀로 윤리?]
이 책의 내용은 미국-서구 윤리에 편향되어 있다. 그러나 사실 중국은 거의 모든 미래 예측 시나리오에서 미래 기술의 윤리를 결정하는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다. 수백 년간 주변국들을 지배하는 제국으로서 위대한 문명을 일군 중국이었음에도 기술을 외면하고 세상과 담을 쌓은 뒤로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여기에서 중국이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무엇일까? 과학과 기술을 지배하면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에선 몇 달이 멀다 하고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거나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온갖 실험 결과가 쏟아져 나온다.
세계 최초의 인간 - 토끼 배아
세계 최초의 유전자 편집 원숭이
생존 불가능한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한 세계 최초의 유전자 편집
생존 가능한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한 세계 최초의 유전자 편집
유전자 이식 관련 예산을 사용하는 논문의 95%가 중국에서 나온다.
기술을 공유하고 적용하는 방법은 지역에 따라 다르다. 중국과 유럽과 미국은 윤리적으로 바람직한 것에 대해 각기 다른 관념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경우엔 다수를 위한 보다 큰 공선, 공동체, 안전성, 통제 등을 우선시하고 유럽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그리고 미국은 기술 분야의 거대 기업과 사업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사실을 전제로 할 때, 만약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경제, 문화 면에서 지배적인 국가가 된다면 전 세게에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윤리적 우선순위와 법칙이 확산될 것이다.
베이징의 몇몇 지역에서는 공동임대 건물에 들어갈 때 열쇠가 없어도 된다. 들어오는 사람의 얼굴을 카메라가 인식하기 때문이다. 너무도 간편한 접근성이 아닐 수 없다. 적어도 자신이 임대한 아파트를 타인에게 재임대하지 않는 한 말이다. 재활용 쓰레기를 배출할 때도 자동카메라들이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기 때문에 어떤 물건이 됐든 총 26종의 분리 수거통에 제각기 정확히 넣어야 한다. 분리배출을 잘 하는 사람에게는 버스 무료승차권을 주고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일도 모두 자동으로 이뤄진다. 중국 전역 거의 어느 곳에서든 사람들은 잘한 이에겐 칭찬이, 못한 이에겐 부끄러움이 돌아가는 철저한 보상-처벌 체계 안에서 살아간다. 지금 모든 중국인들에게는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얼마나 잘 수행했는가에 따라 성실성 점수가 매겨진다. 그 사람이 크고 작은 법률 또는 규정을 위반했다거나 다른 사람과 다투었다는 등의 내용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그 사람이 인터넷에서 했던 말, 구입하는 상품 목록, 그리고 친구로 지내는 이들까지도 그 점수 산정에 고려된다. 이 점수가 높은 사람은 여행할 수도 있고, 승진도 할 수 잇으며, 주택을 살 수 있는가 하면 대출금을 받을 수도 잇다. 그에 반해 점수가 낮은 사람은 어딘가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재교육을 받아야 할 대상이 된다.
개인 사생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이런 개념을 잊힐 권리까지도 누구에게나 보장하는 유럽의 훨씬 엄격한 법률과 비교해보자.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설 때]
SF 작가 버너 빈지는 1993년 미국 항공우주국 콘퍼런스를 열었다. “앞으로 30년 안에 우리는 초인적인 수준의 지능을 창조해낼 기술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직후에 인간의 시대는 끝날 것이다. e아시 빈지는 우리가 지금 특이점이라 일컫는 것을 머릿속에 그렸다.
• 생물학이 발전해서 인간의 뇌를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 한다. 즉 설정된 목표에 따라 빠른 진화가 이루어진다.
•인간이 기계와 공생하게 된다. 즉, 인간 생체에 기계를 이식하고 기계와 인간이 뇌를 공유한다.
•대규모 컴퓨터 연결망들이 갑자기 하나로 통합해 의식을 가진 초지능의 실질적 존재가 되며, 이 존재는 인간이 인식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논리로 무장한다. 즉, 인터넷은 살아 있는 존재가 된다.
•우리는 인간적 지능이 탑재된 기계를 만들 것이고, 그러고 나면 그 기계는 저 혼자 알아서 자기 지능을 빠르게 성장시킬 것이다. 인간을 쏙 빼닮았지만 그보다 한층 강력한 지능으로 말이다.
이런 예측들은 몇몇 부분이 긍정적으로는 맞을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한다. ~~~~MIT에서 인공지능 연구소를 운영했던 컴퓨터 분야의 선지자 마빈 민스키조차도 단기적인 전망에 사로잡힌 적이 있다. 1970년 그는 라이프와의 인터뷰를 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앞으로 짧으면 3년, 길면 8년 뒤엔 평균적 인간에 버금가는 일반지능의 기계가 나타날 것이다. ~~~인공지능은 그 뒤로도 어둡기만 한 20년을 더 보내야 했다. 기계는 지금도 옂너히 멍청한 행동을 한다.
[윤리란 무엇인가?]
인공지능 개발은 모든 산업 발전이 걸었던 것과 똑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더 싸고 더 빠르며 비용효율적인 해법을 추구하는 치열한 바닥치기 방식의 경쟁이 전개될 것이다. 결과야 어떻게 나오든 간에 일단 그냥 시장에 빨리 내보내! 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그런 경쟁 말이다.
또한 실제론 그렇지 않지만 설사 모든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동일한 도덕적 기조를 갖고 있다 해도 그 결과물들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프로그램밍 과정에서 그들이 가진 기술과 창의성 수준이 다양하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와 인간의 공존]
세상의 판도를 바꾸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윤리학자와 설교자들이 고민하던 그 모든 추상적 관념들은 2020년 초 현실이 되었다. 풍요와 자유를 누리던 사회들은 갑자기 누구를 살릴지 고민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뉴욕 퀸즈에 있는 엘름허스트 병원의 545개 병상은 코로나19 환자로 가득 차서 여유분의 인공호흡기가 겨우 수십 개밖에 남지 않았다.
[외계 생명체와 미래의 전망]
2020년대의 망원경은 그 성능이 한층 더 강력해져 달에 놓인 촛불까지도 관찰할 수 있다.
[Review]
정치인들에 대한 1심 재판은 길게는 3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지난 정권에서 법무부 장관이었던 분의 경우 38개월 만에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이 선고 되었지만, 법정구속은 면하고 며칠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결백을 주장하며 어떤 방법으로든 명예 회복을 하겠다고 말했다. 어떤 분은 정권이 바뀌면서 형량이 바뀌기도 하고, 현재 야당의 대표와 검찰 간의 치열한 공방전은 계속되고 있다. 왜 유독 정치적 사건은 이렇게 논쟁이 길어지는지 국민들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우리 사회에 정치적 이슈뿐 아니라 모든 사건에서 이토록 복잡하게 의견의 대립이 일어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칼 포퍼는 <삶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라는 책에서 모든 생물은 자신이 속한 환경에서 기대하는 법칙이나 규칙이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유전적으로 타고난 소양으로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다양한 해결책으로 시행착오를 겪고, 결과를 얻은 후에는 나머지는 버리는 단계를 거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문제는 환경의 변화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그 과정에는 치열한 갈등이 있다고 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이처럼 복잡하게 의견이 대립하는 이유도 빠르게 변하는 기술 환경의 변화 때문이라는 주장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어제의 윤리가 오늘에 더 이상 윤리일 수 없는 환경에서 사람들은 각기 다른 주장을 할 수밖에 없고, 게다가 빠르게 전파되는 미디어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공유하여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책 <무엇이 옳은가?>의 저자 ‘후안 엔리케스’는 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미래학자로 하버드 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이며 생명과학 분야에서도 권위 있는 인물로 꼽힌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오늘날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공포의 시대‘라고, 말하며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만의 절대적 확신으로 편 가르기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공포의 시대이자 위대한 확실성의 시대에 사람들은 편을 가르고선 안전하다고 느끼는 쪽에 선다. 이어 자기편을 보호하는 바리케이드를 친 다음엔 자신들이 가진 믿음, 자신들이 하는 말의 신뢰성은 이미 입증되었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거기에다 자기가 좋아하는 라벨을 붙인다. 동성애자 인권활동가, 혈기 왕성한 보수주의자, 하나님을 무서워하는 아무개, 백신 접종 거부자 등…….” (본문)
이 책에는 미래학자로서 보는 다가올 미래의 성에 대한 인식에서 인공지능의 발달, 노동시장의 변화, 생명공학, 부의 윤리, 의료, 자연 자원의 보호, 디지털 문화, 전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날 변화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라는 큰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신은 낙관주의자인가? 앞으로 모든 것이 지금보다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하는가? 아니면 우리가 지금 사회적. 윤리적 죽음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중이라고 여기는가? ”(본문)
오늘날처럼 기술의 도약하는 시대에 살면서 사람들의 삶은 과거에 비해 풍요를 누리면서도 한편, 환경의 변화와 윤리와 도덕이 물질의 풍요와 함께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갈등에 처해 있다. 이런 시대에 저자는 윤리에 있어서 겸손한 마음으로보다 과거를 존중하는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이 사람들의 반대편에 서서 이들의 견해에 반박하고 반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도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기도 하지 않을까? 이 사람들은 자기 신념이라는 맥락 속에서 우아하고 알맞게 행동하고 있는 게 아닐까?” (본문)
옳은 것과 그른 것은 과거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늘 부딪치는 일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오늘날처럼 극한 대립의 시대는 경험해 보지 못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은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더 윤리적이고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극한 대립의 시대에는 서로가 더욱 인내하고 절제하는 겸손의 미덕이 아니고서는 헤쳐 나갈 수 없다는 저자의 말이 가슴에 남는다.
“나는 두 가지를 완수하고 싶다. 옳음과 그름에 대한 엄격한 잣대가 영원불변하게 존재한다는 발상에서 자유롭게 해방된 상태로 서로 대화를 나누고 무언가를 촉구하기도 하면서 상대를 이해하고 인도하는 일이 지금보다 한결 쉬워지게 만들고 싶다. 이 책을 다 읽은 당신이 “너처럼 생각하는 사람과는 절대 말도 섞지 않을 거야” 혹은 지금부터 나는 너와 담을 쌓고 쳐다보지도 않을 거야“라고 말하기보다는 쟁점에 대한 의견이 다른 상대와도 뜨겁게 토론하고 한결 좋은 사이를 유지한다면 좋겠다.”(본문)
(본문)
“우리는 윤리를 순백의 대리석 조각상 같은 그 무엇으로 여기는 데 익숙해져 있다. 결코 바뀔 수 없는 영원불멸의 합법적인 토템으로 여긴다는 말이다. 그러나 모든 윤리적인 것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근본적으로 바뀐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소셜미디어에 무언가를 끊임없이 기록하고 제시하는 시대에 살다보니 멍청한 댓글 하나를 자칫 잘못 달았다간 직장을 잃고 경력을 망치며 온 세상 사람에게 신상이 털려 수백만 명으로부터 조롱당할 수 있다. 우리 편에 서 있는 누군가에 대한 모독 하나하나는 모두 우리에게 가해지는 개인적 모욕이 되고, 또 우리는 그 모욕을 고스란히 돌려주기 위해 같은 편끼리 뭉친다. 오늘날의 보편적 규범에 따라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라 해도 미래의 어떤 시점에 가서는 그 행동 때문에 기혹한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윤리적 변화를 급격하게 추동하는 가장 큰 동력들 중 하나는 기술이다. 기술은 옳고 그름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안들을 제공한다.”
“우리가 절대적이라고 여기는 믿음들은 이 순간에도 바뀌고 있다. 그것도 과거에 우리가 받아들이고 믿었던 것과 정반대 방향으로 말이다.”
“지금 우리는 기술이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바뀌는 시대에 살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가 사는 현재는 윤리가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바뀌는 시대란 뜻이다.”
“과거를 돌아볼 때든 미래를 예측할 때든, 현대 윤리는 오늘날의 격정적인 토론과 무모한 절대적 확신에 대해 요즘 쉽게 찾아보기 힘든 단어 하나를 요구한다. 바로 겸손이다.”
“좌파에서든 우파에서든 가장 폭력적인 사람은 대개 두려움을 가장 많이 느끼는 사람이다. 저들보다 나음으로써 자기 지위를 확보하려는 경우가 우리에겐 너무 흔하다. 다른 사람에게 너그러우려면 우선 자기 안전하다고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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