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81121 김민혁 교육공학.hwp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보고!
이 두 영화 처음에 개봉했을 때 꼭 봐야지 했던 영화들이었다. 마침 과제로 이 영화들을 보고 감상문을 쓰는 거라 ‘오 괜찮은 과젠데?’하고 내심 좋았다. 영화까지 과제 제출 기간 한 달 전에 보고 출발이 좋았다. 단지 출발만 좋았다. 이 글 이제야 쓴다. 과제 제출 하루 전에... ‘미리미리 써야지.’하고 이렇게 시간이 지나있었다. ‘일하면서 대학원 다니는 게 쉽지 않아서...’라는 핑계로 하루하루 지난 것이다. 그래도 쓰는 김에 글을 재밌게 쓰고 싶다. 두 영화 직관주의를 연상케 하는 내용이다.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은 설리 기장의 수많은 비행 경험과 뛰어난 직관적 판단으로 155명의 탑승객을 살리는 이런 내용이고,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노인의 순간순간 판단으로 일생을 신기하게 지내게 되는 이런 내용이다. 둘 다 상황을 고정된 룰에 따라 하지 않았다. 그 상황에 맞는 판단을 통해 해결하곤 했다. 둘 작품 모두 해피엔딩이다. 설리는 매뉴얼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을 뻔했지만 청문회에서 설리의 판단이 아니면 모두가 죽었다는 실험 결과로 끝에 설리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모두에게 인정받는 내용이다. 그리고 알란은 스페인 내전에서 프랑코 장군과의 우연한 만남, 미국에서의 핵폭탄 개발 연구소에서 해리 트루먼과의 만남 등 정말 역사에서 말만해도 알 법한 사람들을 만나고 위기를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의연하고 배포 있게 대처해 살아남는다. 결과도 재밌다. 자기를 없애려고 했던 대부도 쉽게(운이 좋게?) 처리하고 해변에서 웃으면서 막을 내린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재밌던 것 같다. 어벤져스처럼 자극적이고 시각적으로 재미를 주진 않았지만 소소한 웃음으로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였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영화 내용을 다룬 친구들과의 카톡 내용을 캡처해서 올리고 싶었지만 친구들이 다 안 봤다고 하니 그냥 내 얘기나 끄적여야겠다.
나에게도 직관적인 판단으로 위기를 극복한 적이 있다. 사건은 군대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보통 군대 얘기하면 사람들이 별로 안 좋아하는데... 직관적인 판단이 잘 들어난 게 군대에서 있었던 일이라서 그냥 말하겠다. 내가 분대장이었을 때니까 한 상병 6호봉? 병장되기 직전 시절이었다. 나는 K-9자주포를 타는 포수였다. 아 분대장이었으니까 사수였다. 사수는 간부의 지시에 따라 포를 방열하거나 포를 버튼으로 쏘는 역할을 맡았는데 매일 밥 먹듯이 타던 화포라 내 집 같이 편한 장소이기도 했다. 사건이 일어난 날은 햇빛이 쨍쨍하게 비추는 너무 덥지도 그렇다고 바람이 시원하지 않은 5~6월 낮이었다. 이날도 우리는 화포에서 방열 훈련을 받고 있었다. FDC라는 좌표를 불러주는 곳에서 우리한테 좌표를 불러주면 우리는 그 지점으로 방열을 했다. 화포는 유압기를 사용하여 방열을 하게 되는데 이 유압이라는 게 갑자기 전원이 꺼지면 압력 때문에 터질 수도 있는 위험한 녀석이었다. 이날따라 유압 돌아가는 소리가 갈갈갈 거리고 뭐에 껴서 이동이 시원찮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 훈련만 끝나면 정비대대에 화포를 맡길 생각을 하고 있었고 훈련은 시원찮은 느낌 속에서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일은 전조증상 후에 일어난다고 했던가... 갑자기 타다닥 하는 소리와 함께 화포에서는 타는 냄새가 났고 간부는 모두 화포에서 내리라는 하고 나에게는 전원 끄지 말고 내리라는 명령을 내렸다. 사실 거기서 나도 하던 일을 멈추고 내렸어야하는 게 맞고, 분대장 교육대에서 유압활용 시 화포 전원을 끄지 말라는 교육도 받아 이 점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유압 때문에 일어난 일 같고 전원 안 끄면 빵하고 화포가 터질 거 같은 직감이 들기 시작했다. 한 가지 덧붙여서 말하자면 화포 안에는 100개가 넘는 탄과 화약들이 들어있다. 화포 터지면 다 죽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다들 화포 밖으로 나간 사이 난 간부의 말과 반대로 전원을 꺼버리고 내렸다. 다행히 터지는 일은 없었고 화포 엔진 쪽에 살짝 연기가 나고 있었다. 이후 정비대대에서 왔고 화포 전원 누가 껐냐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나는 ‘아... 징계 먹겠구나...’ ‘곧 병장 다는데 나만 못 달겠구나...’ ‘영창가는거 아닌가...’ 여러 생각들이 스치면서 그들에게로 갔다. 그런데 그들은 뜻밖에 진단을 내렸다. “이거 전원 안 껐으면 터졌다. 왜 전원 껐냐??”라고 나에게 묻는 것이다. 나는 안 끄면 터질 거 같았다고 얘기했고, 그들은 뒷말을 덧붙였다. “지금 유압기로 이어지는 사람으로 따지면 유압중앙부가 심장이라면 정맥 같은 곳에 이물이 껴서 터지는 바람에 세고 있었어! 이거 전원 안 껐으면 전기 장치에 지금 윤활유 다 들어가서 진짜 터질 수 도 있었다고!!” 하면서 칭찬을 덧붙였다. 이후 대대장에게 불려가서 왜 매뉴얼대로 안 했냐고 오히려 혼나긴 했지만 그래도 혼난 이후에 칭찬을 해줬던 걸로 기억한다. 만약에 전원을 끄지 않고 내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공학 수업을 들으면서 때론 교수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몰라서 난처했던 경우가 많았다. 특히 직관적으로 해야지 좀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데 꽤나 많은 시간이 들었는데, 나 때는... 꼰대 같은 말이지만 정말 나 때는 주입식 교육, 매뉴얼을 사용한 이런 교육이 진리였다. 지금도 회사에서는 매뉴얼대로 모든 일을 진행한다. 일을 좀 더 빠르고 규칙적으로 마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런데 매뉴얼은 뜻밖의 상황을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적혀있지 않다. 그래서 만약에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하면 패닉상태가 돼서 상부기관에 연락도 해보지만 상부기관에서 책임만 회피할 뿐이지 마땅한 제안을 해주지 못 한다. 나는 매뉴얼이라는 것은 예외의 상황에 닥쳤을 때 책임을 서로 회피하게 만드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일이 만약에 잘못되면 “네가 매뉴얼에 대로하지 않았잖아!”라는 말이 나오는 일종의 방어 수단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설리는 자신의 비행기에 탑승한 모든 승객들을 살리지만 매뉴얼대로 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을 뻔했다. 자신의 경험과 실력을 통한 직관은 필요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하지만 실험을 통해 설리의 반응이 가장 현명한 판단이라고 결과가 내려졌고 설리는 또 다시 영웅이 되었다. 직관적 판단이 이기는 것을 보고 정말 통쾌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교육 공학을 들으면서 좀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