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일:8월28일(수)
새벽 5시에 일어나 좌선하고 몸을 부드럽게마음을 가볍게 하다. 輕安경안과 快活쾌활이 최고이다!
아침7:30 호텔에서 출발하여 일정을 시작하다. 오늘 일정은 자항사 육신보살상 참배이다. 자항사는 높은 언덕 위에 있다. 버스에서 내려 언덕길을 오른다. 좋은 날씨!
慈航자항이란 부처님께서 자비심으로 중생을 제도하는 일이 마치 사람을 배에 태워 고해를 건너 저 언덕(피안, 변치 않는 행복의 경지)로 이끄는 항해와 같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계단을 올라가니 <미타청정원>이란 편액이 걸린 건물이 나오는데, 그 안쪽에 불국사 석굴암에 모셔진 석가모니 부처님과 똑 같이 생긴 부처님이 떡 하니 앉아 계신 게 아닌가!
자항사 주지 비구니스님이 한국에서 참배 왔다 하니까 반갑다고 인사하시면서 ‘여기 부처님은 한국에서 모셔온 것입니다. 계단 저 아래 지면에서 언덕 위 불단까지 올라오는 데 한 달 걸렸지요’라고 하신다. 불상부터 먼저 모시고 나중에 전각을 세웠다고 한다. 부처님께 예경 올리고 잠시 좌선하다.
그리고 경내를 둘러보니 스님들이 울력하시면서 검박하게 살아가신다.
한 층 더 올라가니 좌탈(坐脫, 앉은 채 돌아가신)하신 자항법사의 법체에 그대로 금칠을 하여 육신상을 만들어 모셨다. 이름하여 자항육신보살상이다. 한 스님의 거룩한 수행의 결실이 만대에 빛을 발하면서 세계만방으로부터 참배객들을 부르고 있다.
慈航遺訓 자항유훈
奉勸一切徒衆, 時時反省爲要. 봉권일체도중, 시시반성위요.
每日動念行爲, 點檢功過多少. 매일동념행위, 점검공과다소.
只要自覺心安, 東西南北都好. 지요자각심안, 동서남북도호.
如有一人未度, 切莫自己迷了. 여유일인미도, 절막자기미료.
法性本來空寂, 因果絲毫不少. 법성본래공적, 인과사호불소.
自作還是自受, 誰也替伱不了. 자작환시자수, 수야체니불료.
空華水月道場, 處處時時建好. 공화수월도량, 처처시시건호.
望爾廣結佛緣, 自度度他宜早. 망이광결불연, 자도도타의조.
권하노니 모든 제자여, 자주 반성하는 걸 중요하게 여겨라.
매일 마음 쓰고 행동할 때 공과 허물이 얼마인지 점검하라.
마음을 알아차려 안락한 게 제일이니, 어디 가든지 좋은 일만 있으리라.
만일 한 사람이 제도 되지 않았다면 자기의 미혹함이 다한 게 아니다.
법성은 본래 텅 비었으나 인과는 털끝이라도 적은 게 아니다.
자기가 짓고 자기가 받는 법이니 누가 너를 대신해 끝낼 수 있으리.
허공 꽃과 물 속의 달 같은 도량을 곳곳에서 세우는 것이 좋다.
너희에게 바라노니 널리 불연을 맺고, 조속히 자기를 제도하고 남을 제도하라.
慈航十訓 자항십훈
親近明師 친근명사 지혜 밝은 스승을 가까이 하라
依附良伴 의부양반 좋은 도반에 의지하라
精姸三藏 정연삼장 경율논 삼장을 정성껏 공부하라
嚴持禁戒 엄지금계 계를 엄하게 지켜라
常念聖號 상념성호 불보살의 명호를 항상 마음에 새겨라
勤行禮拜 근행예배 예불하고 절하기를 부지런히 하라
念衆生苦 념중생고 중생의 고통을 마음에 잊지 말라
發菩提心 발보리심 보리심을 일으켜라
濟物利生 제물리생 중생을 이익 되게 하고 제도하라
志願成佛 지원성불 부처를 이룰 것을 서원하라
주지 스님이 한국스님들께 차 한 통씩 선물로 주신다. 내려오는 길옆에 ‘천녀의 춤’을 추는 꽃을 발견하다.
계단을 다 내려오니 부처님의 두 발자국을 돌에 새긴 佛足石이 있다. 신도들이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불족석에 동전을 던져 넣으려 애를 쓴다. 불족석을 보호하는 플라스틱 뚜껑 안으로 동전을 던져 발자국에 패인 홈 안으로 튕겨 넣으면 소원이 성취된다는 관념에 따른 중생의 버릇이다. 부처님은 황금과 돈을 밟지 않고 맨땅을 밟고 다니셨거늘 후세의 불자들은 부처님 발바닥에 동전을 던져 넣어 복받기를 바라다니 원래의 가르침과 실제 행동이 달라도 너무 달라지지 않았는가?
오전9:10. 이로써 성지순례는 다 마친 셈이다. 버스를 타고 도원공항을 향해 달려가면서 가이드가 이야기하기를 “도로 저 건너편 산 아래에 붉은 기와로 된 대궐같이 생긴 웅장한 건물이 보이는데, 그게 무엇인지 묻는 사람이 많아요. 그건 元山大酒店원산대주점입니다.” 大酒店대주점이나 大酒樓대주루은 호텔을 의미하는 중국말이다. 그러니까 원산대주점은 원산호텔이다. 일제시대에는 일본신사가 있었던 장소에 대륙에서 넘어온 장제쓰 총통이 관저로 삼아서 살았었고, 이제는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호텔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건물내부 지하에는 비상탈출 지하도가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그랬듯이 일제는 풍수지리적으로 좋은 地氣가 나오는 걸 죽이기 위해 쇠말뚝을 박았는데 여기에서도 그게 발견되어 빼냈다고 하니, 악인은 가는 곳마다 똑 같은 악한 짓을 반복하는구나.
9:40 시내 <아미타불 불교용품점>에 들어 스님용 신발과 장삼을 사다. 현법스님(김포 용화사 주지)이 경쇠(引磬)을 일광스님과 내게 선물한다.
우리가 가는 공항은 타오위안 桃園공항인데, 다른 곳에도 공항이 하나 더 있다고 하니, 그건 松山공항이다. 송산공항에서 오가는 비행기는 김해공항에 도착한다고 한다.
타오위안 공항에서 검색대를 지나 입국심사 받고 들어가다.
12:50대한항공 KE186편으로 이륙하다.
오후 3:40 인천공항에 도착하다. 서울 시간으로 오후 4시43분이다.
6:30pm 진주행 공항버스 타다. 4시간 20분 달리다.
밤11시쯤 진주 개양 도착. 덕산사 팀과 작별하다. 연경과 하산 마중 나오다. 차 타고 하동 숙소로 돌아와 짐 정리하고 쉬다. 12:30.
<대만불교4대사찰 참배 후 소감>
1. 대만 큰 스님들의 개인적 원력과 수행력 및 복력에서 대작불사가 이루어졌다. 한국의 큰 스님들은 자기중심적 으로 불사를 벌여 결국 자기권속 중심의 생계유지에 머물고 말았다. 대만의 거대 사찰은 순전히 신도들의 보시금을 모아 완성되었다. 그런데 한국의 전통사찰은 불사할 때 국고의 보조를 받는 까닭에 권력과 유착되어 정권으로부터 초연하기가 힘들다.
2. 대만 큰 스님들의 불교를 보는 안목은 실용적이고 통합적이면서 세계적이었다. 교학과 수행의 일치, 교리학습과 실제수행 및 보살행의 일치, 교육과 포교의 일치가 특징적이다. 한국의 큰 스님들은 모두 자기 권위, 자기 법맥, 자기 문중을 보존하고 유지하는 데 전념하면서 인재교육과 포교를 등한시하였다. 그 결과 전법제자가 전무하여 법맥의 단절을 가져왔고, 출가자 감소와 불교신도 감소를 가져왔다. 조계종단이 획기적인 자기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한국불교의 소멸은 시간 문제이다.
3. 대만 큰 스님들은 사회문제를 불교적으로 해결하려는 안목과 실천이 남달랐다. 이는 대승불교가 지향하는 바이기에 대만 큰 스님들은 자기 도량이 일정규모를 넘는 즉시, 사회적 참여불사와 세계를 향해 포교를 실행했다. 세계불교 교육단지를 세운다든지,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는 초중고대학교를 건설하여 불교인재를 육성한다든지, 사회봉사와 의료활동 및 자선활동을 조직적으로 실천하는 단체를 만들어서 대만 사회를 이끄는 세력이 되었다. 따라서 대만 정치인과 지식인 및 시민사회는 대만의 불교세력을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불교는 자기내부에 갇혀 대사회적 참여활동에 소극적이었던 데다가 종단중심적 이기주의에 빠져 있다. 조계종단이 하는 짓을 보면 일종의 이익집단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아, 현재로서는 조계종단이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 하기에는 무망하다.
4. 대만 일반불자들의 신심과 실천행이 여법하여 그야말로 여설수행공앙(如說修行供養, 부처님이 설하신 대로 수행함으로써 삼보께 공양 올린다는 말로 화엄경 보현행원품에 나온다)이라 할 수 있다. 대만 불자들은 불법 안에서 자족하며 안심을 얻는다. 한편 한국불자들은 자기 스님과 자기가 아는 견해에 매몰되어 불교의 넓고 큰 뜻을 보지 못한다. 욕심과 질투와 의심이 많아 자기 스님이 아니면 다른 스님의 말은 듣지 않고, 의심하며 비난한다. 심지어 자기가 믿던 스님마저 배신하고 다른 스승을 찾아다닌다. 유투브나 책과 소문을 통해 얻어들은 게 많아서 견해에 장애가 많아 마음이 열리기 어렵다.
5. 대만 불자들은 사찰이나 불교단체에 소속되어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다음 자원봉사를 하는 조직에 가입되어 전 생애에 걸쳐 불교적 삶을 살도록 인도받는다. 그래서 대만 불자는 일단 불교에 입문하면 평생토록 안심하고 신행생활을 할 수 있다. 입문 즉시 安心立命안심입명이다. 그러나 한국 불자는 한 사찰이나 어느 단체에 소속되지 않고 마음대로 옮겨 다니면서 제 나름대로 수행을 하다 보니 좌충우돌에 중구난방이라 결국은 終日數他寶나 自無半分錢(종일수타보, 자무반분전-마치 원행원이 종일토록 다른 사람의 돈을 세지만 자기 수중에는 반 푼도 없는 거와 같다)이 되고 만다.
<결론짓는 게송>
飛行萬里爲何事, 비행만리위하사
臺灣化佛願力完; 대만화불원력완
回頭海東無佛麽, 회두해동무불마
涕血公心鞭加鞭. 체혈공심편가편
만리를 날아갔던 건 무엇을 위해서였던가?
대만이 불국토로 변한 것은 큰 스님들의 원력 덕분이었네
돌아보니 한국이라고 불심이 없었겠냐만
피눈물을 흘리며 지공무사한 용심으로 채찍에 다시 채찍을 가해야 하리
첫댓글 조계종단이 획기적인 자기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한국불교의 소멸은 시간 문제이다.
대만 큰 스님들은 사회문제를 불교적으로 해결하려는 안목과 실천이 남달랐다.
한국의 스님들은 자기중심적 으로 불사를 벌여 결국 자기권속 중심의 생계유지에 머물고 말았다.
현재 수도권 중심의 탐욕적 한국 사회 현상과 고령화 . 저출산 문제와
맞물려 지방 사찰은 생계유지도 힘들게 되었다...
정독 하였습니다.. 마 하 반 야 바 라 밀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