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변하는 시기에 꼭 한번은 늦감기를 앓는다. 올해도 예외없이 지난 명절 연휴에 시작한 감기가 1주일만에 사라졌지만, 잔기침은 아직 남아있다. 그놈의 잔기침은 봄철 내내 말로 먹고사는 나를 괴롭힌다.
커피는 기침해소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습관적으로 아침을 깨우던 커피와 일과 함께 했던 커피를 끊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망설이고 또 망설였다.
춘천에는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파는 로컬푸드 매장이 있다. 직장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점심 식사후에 한번 들러보았다. 차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재료들이 눈에 띄었다. 다행히 소량으로 포장이 되어 있고, 생산자가 명확히 표시되어 있어 믿고 구입하였다. 건도라지, 건여주, 건표고.
연구실로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커피 드립세트를 정리한 것이다. 그리고 티포트를 쓰기 편한 위치에 두었다. 이미 사 두었던 마른 돼지감자와 새로 구입한 삼총사들을 가지런히 놓았다. 그리고 이제는 이들과 친해지기로 했다.
사람은 참 간사하다. 자기 몸 아프다고 그 좋아하던 커피살림들을 정리하는 거 보면 말이다. 지난 1주일동안 커피는 단 3잔을 마셨다. 평소 내가 하루에 먹던 커피잔 수이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이별을 하지만, 크든작든 이별은 익숙치 않다. 이제는 커피와도 그 익숙치 않은 이별을 해야 할 때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