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군 하리면의 옛 이름은 은풍현이었다. 지금도 은풍골이라는 지명이 남아있고, 특산품인 곶감은 '은풍준시'로 부른다. 은풍중학교도 있다. 일제는 전통이 살아있는 이름 대신 '아랫동네'를 한자로 바꾼 지명을 마음대로 붙였다. 단지 관리하기 편하다는 게 이유였다.
바로 곁에 있는 상리면도 마찬가지다. 옛 이름은 적아현이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윗동네'를 한자식으로 표기한 상리면이 됐다. 이 때문에 주민 거부감도 높다. 일부 주민들은 상리면은 '효자면'이나 '도효자면'으로, 하리면은 '은풍면'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해왔다.
경북에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옛 지명을 한자식으로 바꾸거나 단지 행정적 편의를 위해 방위나 방향에 따라 붙인 지명이 곳곳에 있다. 이러한 지명에는 어감이 좋지 않거나 혐오감을 주는 경우도 많다. 경주에는 오류리와 외칠리, 래태리 등 부르기조차 어려운 지명이 있고, 구미의 경우 파산리와 궁리리 등 부정적인 어감을 주는 지명도 있다. 영주의 구구리`내줄리, 영천의 고도리, 경산의 아사리`사기리 등은 얼핏 듣기에도 좋지 않은 의미를 담고 있는 이름들이다. 군위의 파전리, 고령 객기리, 영양의 발리리`사리`저리 등은 자칫 놀림감이 되기 일쑤다.
경상북도는 이처럼 지역 고유의 역사성과 정서에 맞지 않는 행정구역 명칭에 대해 일제 조사를 추진한다. 단순히 행정편의를 위해 붙여진 지명을 고유 명칭으로 바꿔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지역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경북도는 다음 달 말까지 지역 전체 읍`면`동`리의 명칭을 조사해 지역 특성과 맞지 않거나 주민들의 지명변경 요구가 높은 지역, 어감이 좋지 않거나 특별히 명칭 변경이 필요한 지역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시`군에 지명 변경을 적극 권고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올 상반기 경북도의 '도민체감 경북발전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채택된 아이디어를 정책에 반영한 것이다.
경북도 주낙영 행정부지사는 "포항시 호미곶면의 경우 기존의 대보면에서 명칭이 변경된 뒤 지역 인지도가 높아지고 관광객이 증가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충분한 의견을 바탕으로 올바른 명칭 변경이 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