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642
천자문231
동봉
0833흰깁 환紈
0834부채 선扇
0835둥글 원圓
0836맑을 결潔
완싼위앤지에纨扇圆洁wanshanyuanjie
비단부채 동그랗고 깨끗도하고
은촛대의 타는촛불 휘황도해라
0833흰깁 환紈
흰깁 환紈인데 중국어 발음은 완wan입니다
일반적으로 '후안'이라 할 것 같은데 완이지요
실사변糸에 꼴소리形聲 문자입니다
실타래의 뜻을 나타내는 실사糸 부수와
소릿값 둥글 환丸이 만나 이루어졌습니다
'깁'이란 비단의 순수 우리말입니다
비단 중에서도 약간 거칠게 짠 비단이지요
흰깁 환紈 자에는
1. 흰 비단
2. 고운 비단
3. 명주明紬, 명주실로 무늬 없이 짠 피륙
4. 맺다
5. 포개지다 등의 뜻이 들어 있습니다
흰 비단환紈과 관련된 글자로는
纨 : 흰깁 환 자의 간체자를 비롯하여
絒 : 흰 비단 수
䋤 : 흰 비단 약
繱 : 붉고 흰 빛깔 비단 총
紌 : 흰 비단실 구 자 등이 있습니다
비단緋緞을 영어로는 실크Silk라 하지요
비단 비緋 자는 무슨 뜻일까요
비단緋은 실糸이 아니라非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비단 단緞 자를 보면
비단緞은 실糸의 첫단계段라는 뜻이지요
요즘 현대과학에서 많이 쓰는 단위 중에
마이크로Micro를 비롯하여
나노Nano가 있으며
옹스트롬Angstrom이 있습니다
마이크로는 100만이란 뜻이고
나노는 10억이란 뜻이며
옹스트롬은 100억이란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마이크로 미터라면 100만 분의 1m이니
1mm를 1,000조각으로 나눈 한 조각입니다
얼마나 짧고 얼마나 작은 것입니까?
그런데 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m이니
1mm를 100만 조각으로 나눈 한 조각입니다
마이크로의 1,000분의 1인 셈이지요
이 나노의 크기도 옹스트롬에 견주면
자그마치 10배나 큰 크기입니다
1옹스트롬은 1mm를 100만 조각이 아니라
1,000만 조각으로 나눈 그 한 조각입니다
바로 원자原子Atom의 지름입니다
이건 내 생각인데 아톰의 첫 글자 A와
옹스트롬의 첫 글자 A는 같은 뜻일 것입니다
누에가 뽕잎을 먹고 다섯 잠을 잔 뒤
제 몸에서 단백질의 가느다란 실을 뽑아내어
2.5g 정도의 고치를 짓습니다
이를 우리는 '누에고치'라 부릅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은 고치와 고추를 혼동하지요
내용물을 혼동하는 것이 아니라 단어입니다
어린 남자 아기들의 '잠지'를 가리켜
고치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생긴 모습으로는 고치가 아니라 고추입니다
어떤 이들은 누에고치를 누에고추라 하는데
이는 고추가 아니라 고치가 맞는 말입니다
용어를 가지고 시간을 보내기는 아깝습니다만
이왕 내친김에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2.5g밖에 안 되는 작은 누에고치에서
누에가 뽑아낸 실을 되풀어냈을 때
실의 길이가 어느 정도나 될 것 같습니까
놀라지 말 게 아니라 여러분, 놀라십시오!
약 1,500m에서 길게는 2,300m입니다
짧게는 1.5km이고 길게는 2.3km나 됩니다
그렇다면 실의 굵기가 어느 정도일까요
실의 굵기는 거의 마이크로미터 수준입니다
누에는 인간이 아니고 누에나방입니다
학명은 Bombyx mori입니다
학명을 쓸 때 오른쪽으로 기울여 써야 하는데
기울여 쓰는 앱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냥 바르게 표기했습니다
아무튼 인간도 아니고 과학자도 아닌 것이
그토록 가는 실을 단백질 재질로 뽑는다는 게
놀랍고 놀랍고 또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니 중국인들이 한자를 만들면서
비단緋은 실糸이 아니非라 했고
비단緞은 실糸의 첫 단계段라 했겠지요
극세사極細絲가 섬유의 정점에 있습니다
극세사를 이용하여 방화복을 만들어내고
첨단과학의 아웃도어 상품을 만들어냅니다
비행기 컴퓨터 인공지능 로봇을 만드는 데도
최첨단 극세사를 소재로 쓰고 있습니다
따라서 세상은 끈으로 되어있다는
양자역학의 물리학설이 허언이 아닌 것이지요
이 소중한 흰 깁을 소재로 하여
둥그런 모양의 부채를 만들었으니
이 부채를 누가 쓰겠습니까
으레 왕이나 귀족들이 썼을 것입니다
누가 명주明紬에 대해 물어왔습니다
여기서 답합니다
주紬가 비단이고 명明은 시대 이름입니다
본디 처음에는 비단 주紬 자만 썼는데
중국 명明나라 때 비단이 붐을 일으켰기에
6,000여 년 넘게 이어온 주紬의 역사가
바야흐로 명주의 역사로 이름을 바꾼 것입니다
0834부채 선扇
부채 선扇 자는
지게 호戶 부수에 뜻모음 문자입니다
지게문, 문짝의 뜻인 지게호戶 부수와
'날개'의 뜻인 깃 우羽 자로 이루어졌습니다
문 양쪽에 지게문이 있는데
새의 날개처럼 열리고 펼쳐짐을 나타냅니다
이 부채 선扇 자에 담긴 뜻은
1. 부채
2. 문짝
3. 사립문
4. 행주, 그릇, 밥상을 닦는데 쓰는 헝겊 수건
5. 거세한 말
6. 부채질하다
7. 성하다, 기운이나 세력이 한창 왕성하다
8. 세차다
9. 거세하다 등입니다
그리고 이 흰 깁의 부채는
임금의 거동 때 쓰던 부채입니다
부채 선扇 자와 관련된 글자는
扇 : 부채 선 외에
箑 : 부채 삽
䈉 : 부채 삽/대그릇 첩
煽 : 부채질할 선
鞝 : 부채 가죽 장/부채 가죽 창
搧 : 부채로 칠 선
䡪 : 수레 부채 선 자 등이 있습니다
보통 부채의 모양을 들여다보면
부채살 끝으로 바람을 일으키는 부분이
둥그스름하게 처리되어 있습니다
어떤 부채도 사각으로 된 것은 없습니다
접이식 부채든 고정형 부채든 다 그렇습니다
마그누스 효과Magnus effect 때문일까요
나는 이를 마그누스 효과로 보고 있습니다
고정형 부채 중에서 아주 가끔은
마치 플라스틱 책받침을 자루에 끼운 것처럼
사각으로 만든 바캉스 상품도 있기는 한데
아무튼 부채 끝은 둥그스름한 모양입니다
선풍기의 날개 끝도 둥글게 처리하고
헬리콥터 날개도 끝이 모가 나진 않았습니다
비행기 날개도 마그누스 효과를 이용해
뜨는 힘揚力을 극대화시켰습니다
만일 부채 끝을 사각으로 했더라면
어떤 효과가 있었을까요
우선 바람의 효과는 둘째 치고라도
부채 모서리에 얼굴을 다칠 우려가 있겠지요
부채는 바람을 일으키는 도구입니다
대기권 내에 항상 꽉 차있는 바람입니다
이 바람을 움직이게 하는 도구입니다
바람은 불성佛性과 같습니다
불성이 모든 생명에게 내재되어 있듯이
바람은 허공계에 늘 가득 차 있습니다
불성을 깨우는 것이 위치 에너지라면
일어나는 바람은 곧 운동 에너지입니다
따라서 불성은 고요를 통해 드러나고
바람은 대기의 움직임을 통해 일어납니다
바람은 법성法性과 같습니다
법성이 물질의 연기緣起 속에 내재하듯이
바람은 대기 속에 관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법성을 깨움이 물리학자들의 힘이라면
바람을 일깨움은 온도의 높낮이입니다
이런 원리를 옛사람들은 도구를 이용했지요
바로 부채扇子Fan라는 도구입니다
조선조 화담 서경덕(1489~1546)선생과
고봉 기대승(1527~1572)선생의
부채에 대한 논쟁을 읽은 게 40년 전입니다
두 사람의 나이 차가 반백 년에 가까운데
두 사람이 주고 받았다는 얘기를 접하면서
후에이넝慧能 선사의 '바람과 깃발'을 떠올렸습니다
고봉이 화담에게 문후편지와 함께
합죽선 부채를 선물로 보내드렸습니다
고봉은 문후 끝에 바람이야기를 썼습니다
-----♡-----
부채를 부치면 바람이 일어납니다
이때 일어나는 바람은 어디서 온 것입니까
부채에서 왔다면 부채를 접어 들고 있어도
부채에서 끊임없이 바람이 나와야 하고
부채와 상관없이 바람이 일었다면
부채질을 하거나 말거나 바람은 있어야 합니다
바람이 부채를 말미암아 있는 것입니까
부채를 말미암지 않고 있는 것입니까
존경하는 화담 선생님이시여, 답을 주십시오
바람은 무엇이며 과연 어디에 있습니까?
-----♡-----
0835둥글 원圓
둥글 원/화폐 단위 엔圓 자는
큰입구몸囗에 총13획으로
꼴소리 문자입니다
에워싼 모양의 뜻을 지닌 큰입구몸口 부와
소릿값 인원 원員이 합하여 이루어졌습니다
소릿값의 둥글 원員은 둥글다의 뜻인데
나중에 수를 세는 말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둥글다는 뜻으로는 둥글 원圓을 씁니다
위의 부채에서 마그누스 효과를 얘기했듯이
지구가 마그누스 효과로 자전하면서
태양 주위를 공전으로 달려갑니다
마치 축구공 야구공이 마그누스 효과로
스스로 구르며 바람을 이용하여 날아가듯이
어쩌면 우리네 인생이라는 삶에서도
비람風과 흐름流이라는 기운을 이용하여
주어진 삶의 기간을 꾸려가는지도 모릅니다
'둥글다'라는 그림씨形容詞는
움직씨動詞랑은 매우 가까운 사이지요
그림씨와 움직씨를 모두 다 보고난 뒤
어찌씨副詞의 세계에 머물러 사유하고
맨 마지막에 이름씨名詞로 접어들었습니다
지구地球의 구球가 공 구球자인 것은
그림씨와 움직씨를 보고 붙인 이름이지요
사람이라는 말에는
살암 ㅡ 사람
살앙 ㅡ 사랑
산 ㅡ 산, '죽은'이 아닌 살아있는 '산'
섬 ㅡ 눕지 않고 서 있는 곧 살아있는
삶 ㅡ 살아가는 모습
이들의 공통분모 말뿌리語根는
다름 아닌 이른바 '살'이라는 것입니다
둥글 원圓 자가 사각口에 들었으나
담겨있는 내용은 둥글다는 것입니다
한자/중국어에는 본디 동그라미가 없습니다
중국의 문화는 그래서 각角의 문화입니다
그럼 우리나라는 원O의 문화일까요
우리나라는 원과 각 모두를 지닌 문화입니다
한글에는 모든 그림씨가 다 들어있습니다
원Circle 에는 '둥글다'라는 그림씨와 함께
'조화調和Harminy'라는 어찌씨가 있습니다
어찌씨 조화의 세계는
불교의 종자며
불교의 뿌리며
불교의 줄기며
불교의 가지며
불교의 잎새며
불교의 꽃이며
불교의 열매며
더 나아가 불교의 모든 것입니다
0836맑을 결潔
깨끗할 결潔 자는 꼴소리 문자입니다
삼수변氵부수에 총15획으로
깨끗할 결㓗 자의 본자입니다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부수와
소릿값을 지닌 글자 깨끗할 결絜 자가
둘이 서로 만나 이루어진 글자입니다
깨끗할 결絜 자는 헤아릴 혈絜로
들 계/홀로 갈絜 자로도 새기고 있습니다
뒤섞이기 쉬운 삼 묶음을 가지런히 하여
깨끗이 자른 횡단면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횡단면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물이 맑고 깨끗함을 뜻하고
조촐하고 간결하며 바름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맑을 潔에 담겨 있는 뜻으로는
1. 깨끗하다
2. 맑다
3. 조촐하다, 간결하다
4. 품행이 바르다, 청렴하다 등 입니다
이 맑을 결潔 자와 관련된 한자로는
㓗 : 깨끗할 결 자와 통자이며
洁 : 물 길/깨끗할 결 자로 간체자며
洯 : 깨끗할 결자와 같은 자입니다
純 : 순수할 순/가선 준/검은 비단 치
淨 : 깨끗할 정 자 등이 있습니다
나는 '미스터 때수건'이듯이 때가 많습니다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나온 지
20일이 가까워지도록 목욕을 못해서일까
느낌이 온통 때인 것만 같습니다
나는 가끔 대중목욕탕에 갈 때는
미리 절에서 대충 때를 밀고나서야 갑니다
때가 많으면 때밀이에게 부끄러워서입니다
몸의 때 못잖게 나는 마음의 때도 많습니다
맑을 청淸 깨끗할 정淨 맑을 결潔처럼
깨끗하다라는 그림씨만 보면 주눅이 듭니다
마음의 때밀이이신 우리 부처님 전에
내 마음을 맡길 수가 없습니다
미리 어느 정도 마음의 때를 밀고 나서
때밀이의 황제이신 부처님께 맡기려 합니다
부채가 주제로 나와서 얘기입니다만
합죽선을 표기할 때 合竹扇으로 씁니다
합할 합合 대 죽竹 부채 선扇 자입니다
얇게 깎은 겉대를 맞붙여 살을 만든
쥘 부채를 가리키는 말로 굳어졌습니다
그러나 정확한 이름은 다릅니다
어찌 아니 합闔 대 죽竹 부채 선扇이 맞습니다
어찌 아니 합闔은 문짝 합闔으로도 새기는데
문 문門 자 안에 덮을 합/할단새 갈盍 자를
쏙 집어넣은 총18획의 복잡한 글자입니다
예로부터 합죽선에는
대나무 대신 나무를 쓴 것을 합闔이라 하고
나무 대신 대나무를 쓴 것을 죽竹이라 하며
쥐락펴락할 수 있는 것을 선扇이라 했습니다
접었다 폈다 하지 않는 고정형 부채는
부채 선扇 자를 쓸 수 없었습니다
이는 부채 선扇 자의 지게호戶 밑에 있는
또다른 뜻 깃 우羽 자 때문입니다
비행기는 날개가 고정형이지만
새는 하늘을 날 때 활짝 펼쳤던 날개를
날지 않을 때는 고이 접고 다닙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합죽선은
부칠 때는 끝까지 활짝 펼쳐서 부치고
평소에는 접어서 두는 부채扇입니다
따라서 고정형 부채는 바람風도구具입니다
물론 지금은 모두 부채扇로 부르고 있습니다
10/11/2016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