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단편 애니메이션 우마유루를 방영해 호평이 나왔다. 특히, 화제였던 건 2화의 스페셜 위크로, 당근 햄버그 스테이크를 줄줄이 먹어치워 트레센 학원 탑 티어 먹보 기질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때 그걸 먹고 싶어 하는 우마무스메가 나타나자 마지못해 양보하면서도 당근은 쏙 빼서 자기 입으로 가져갔다. 당연히 ‘명불허전 스페셜 피그’라는 감탄사가 쏟아졌다.
이런 왕성한 식욕은 스페셜 위크의 전유물이 아니다. 미디어마다 우마무스메의 식사 장면과 식욕을 어필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해 자연스럽게 그녀들의 식습관과 좋아하는 음식에 관심이 쏠린다. 팬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실제 말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도 주목하는 분위기인데, 이에 개성 넘치는 식성을 가진 말을 찾아보았으니 만나보자.
얘! 음식을 제대로 먹어야지!
잠깐, 왜 어딜가나 말은 당근을 좋아하는 걸로 묘사할까?
우마무스메의 식사 장면이나 아이템을 살펴보면, 정말 온갖 장소에서 당근의 흔적이 보인다. 쥬얼은 당근 모양이고, 스태미나 회복제도 당근이다. 호화 요리 취급받는 당근 햄버그 스테이크까지 가면, 아예 햄버그 중앙에 통짜 당근을 수직으로 꽂아놨다. 게다가 이사장은 학원 한쪽에 당근 농장을 경영 중인데, 이러다가 꿈에서도 당근이 나올 것 같다.
가만 생각해 보니 어느 매체나 말과 당근을 한 세트인 것처럼 묘사한다. 여기에는 당근이 말에게 필요한 영양소와 단맛을 모두 갖췄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말의 기초 대사에 필요한 칼로리는 성인 남성의 6배인데, 이걸 초식으로만 채우다 보니 그런 음식을 찾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역사적인 이유도 있다. 사실 우리가 아는 주황색 당근 뿌리를 먼저 먹던 건 말이라고 한다. 인간이 당근을 먹기 시작한 건 기원전 1세기 이후다. ‘말=당근’이라는 공식이 붙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물론, 말이 당근만 좋아하는 건 아니다. 사과나 바나나 등 다른 과일을 선호하는가 하면 달콤한 각설탕과 벌꿀을 즐기는 말도 있다.
맥주나 이온음료 같은 의외의 식품도 잘 먹는다. 이온음료는 경주마의 영양 보충을 위해 제공한다. 그리고 맥주를 먹고 취할 걱정은 덜어도 좋다. 말은 인간보다 덩치가 크고 해독 능력이 뛰어나다. 최근 개최한 우마네스트 이벤트에서 그래스 원더가 ‘우마무스메는 저항력이 뛰어나 독과 마비가 통하지 않는다’라고 한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이쯤에서 한 가지 궁금해지는 게 있다. 우마무스메 나리타 브라이언은 야채는 극구 기피하고 고기만 좋아하는 편식쟁이다. 그럼 실제 말도 고기를 좋아할까? 호기심에 조사해 보니 브라이언이 좋아하는 건 각설탕이며, 겨울에 눈과 함께 머금어 녹여 먹었다고 한다. 어린이가 숟가락으로 설탕을 퍼먹는 걸 떠올려 어린이 입맛으로 설정한 듯싶다. 아, 혹시 나만 그랬나?
시작은 역시 순한 맛… 순한 맛 맞지?
이제 본론으로 돌아와 입맛이 독특한 실제 말을 만나보자. 먼저 소개할 건 비교적 평범한 음식을 좋아하거나 음식을 요상하게 먹는 말이다.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건 비와 하야히데다. 메인 화면에서 말을 걸면 ‘바나나는 주식이 될 수 있는가?’로 토론을 하려고 한다. 이는 실제 말이 바나나라면 사족을 못 써서다. 사육사가 바나나를 들고 있으면, 먹던 당근을 모조리 뱉어버릴 정도였다고 한다. 이를 촬영한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한 번 감상해 보길 바란다.
말의 소울 푸드인 당근은 누구나 잘 먹는 ‘안전 픽’이다. 다만, 잘 먹는 것과 평범하게 먹는 건 별개의 문제다. 아그네스 디지털과 티엠 오페라 오가 이 분야에서 한 개성하신다. 디지털은 당근을 먹으면 심만 남기는 요상한 입맛이다. 부드러운 부분만 먹고 나머지는 버리는 셈이다.
콘셉러 우마무스메로 유명한 티엠 오페라 오는 한 술 더 뜬다. 실제 말은 도련님 같은 성격인데, 당근을 얇고 가늘게 썰어주지 않으면 입도 안 댔다. 물도 수돗물은 아웃! 오로지 미네랄 워터만 마시는 고오급 입맛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입이 짧은 소식파라 위장약까지 필요했다고 한다. 참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하는 말이다.
이런 걸 보면 말도 저마다 선호하는 식사 방법이 있다는 건 확실하다. 이에 열정이 넘치는 사육사라면 ‘아, 그럼 말이 좋아하는 음식을 잘 챙겨주면 좋아하겠지?’라는 생각을 할 법하다. 하지만, 이렇게 배려를 해주면 대뜸 성을 내는 말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또 골드 쉽이다.
실제 말 골드 쉽은 인간으로 치면 탕수육 찍먹파다. 딱딱한 먹이를 싫어해 건초를 물에 담가 불려먹는데, 스텝들이 먹기 편하라고 미리 물에 불려서 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좋아할 줄 알았더니 버럭 화를 냈다는 일화가 있다. 대체 왜? 정말이지 얘는 도통 속을 모르겠다.
그래스 원더는 민들레를 먹는 희한한 식성으로 유명하다. 은퇴 후 방목장에 드러누워 민들레를 뜯어먹는 영상이 있다. 다만, 여기에는 약간의 오해가 있다. 해당 영상은 사실 샤칼라카 붐붐이라는 다른 말이다. 그러면 그래스 원더가 민들레를 좋아하는 건 루머냐고? 음… 사실 해당 영상의 주인공이 아닐 뿐, 실제 말이 민들레를 잘 먹는 건 사실이라고 한다.
바쿠신 오를 동굴에 100일 간 가두면 인간이 될지도 몰라
그래도 여기까지는 음식을 독특하게 먹어서 그렇지 어디까지나 괜찮은 편이다. 이번에 만날 친구들은 선호하는 음식부터 이상하다. 먼저 트레센 3대 먹보 오구리 캡을 만나보자. 여러분은 아이돌 경주마 오구리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보려고 왔다. 그런데 시작부터 느낌이 안 좋다. 바닥을 두리번거리더니 대뜸 깔아둔 지푸라기를 뜯어먹는 것 아닌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사이, 멀리서 사육사가 먹이를 들고 오는 모습이 보인다. 오늘은 오구리가 좋아하는 특식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럼 그렇지, 아무리 먹성이 좋아도 지푸라기를 좋아할 리가 없다. 그리고 사육사가 꺼낸 음식은…! 세상에 맙소사, 마늘 미소 된장이다. 사육사 아저씨, 말이 된장을 먹는다고요?
사실 말이 된장을 먹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말은 칼륨 함유량이 많고 염분이 적은 먹이를 많이 먹기 때문이다. 이에 말을 기르는 목장에서는 따로 소금을 챙겨준다. 밧줄에 소금을 발라 간식 겸 장난감을 만들어주거나, 소금 블럭을 제공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렇게 보니 옆에서 마늘 된장을 먹는 먹보 2호 스페셜 위크도 이해가 된다. 잠깐, 이 녀석은 바나나를 함께 먹고 있네? 세상에, 오구리 캡과 비와 하야히데의 입맛 콜라보라니!
우마무스메로 말을 접한 트레이너라면, ‘대표 먹보 오구리와 스페셜 위크보다 특이한 식성은 없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진짜 끝판왕 사쿠라 바쿠신 오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부터 메모지를 꺼내 그가 좋아하는 레시피를 받아적길 바란다. 여물에 우엉과 당근, 무 그리고 마늘을 만 팔천엔 어치 넣으면 완성이다. 이 소식이 한국에 밝혀질 무렵 물가로는 약 5kg 정도라고 한다.
이런 식성이 알려지자 국내 트레이너들은 폭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농담으로 이름을 ‘박신오’라고 줄여 불렀는데, 알고 보니 진짜로 한국인 입맛이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바쿠신 오는 한국과 관련이 있었는데, 그의 마주가 재일 조선인이었다. 만약 게임 중 그녀를 만난다면 이렇게 물어보자. 거 실례지만 어디 박씨십니까?
트레센 먹보 3대 천왕에게는 왜 이런 속성이 붙은 걸까?
서두에서 짧게 언급한 우마무스메 3대 먹보, 오구리 캡과 스페셜 위크, 메지로 맥퀸으로 이번 시간을 마무리하자. 애니메이션과 코믹스에서 주인공을 맡아본 우마무스메이고, 등장 매체마다 식탐 어필이 빠지지 않는다.
특히, 오구리와 스페셜 위크는 그야말로 ‘대박’이다. 오구리는 양동이 사이즈의 버블티를 마시거나 홀로 학교 식당의 창고를 거덜 내는 능력자다. 스페셜 위크는 툭하면 배불뚝이가 되는 걸로 1.5티어 먹보의 입지를 굳혔다. 애니메이션 1기에서는 체중 관리 실패로 패배의 쓴잔을 마시기도 했다.
이어 메지로 맥퀸은 ‘알고 보니 먹보’ 타입이다. 초반에는 평범한 소녀처럼 간식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육성 스토리와 애니메이션을 반복 감상하다 보니 재평가를 받았다. 설마 스토리의 대부분이 간식 먹으러 가는 이야기일 줄이야!
세 우마무스메에게 이런 속성이 붙은 건 실제 말의 에피소드를 반영한 결과다. 먼저 오구리 캡의 식욕은 아픈 과거와 트라우마의 발로다. 실제 말 오구리의 어미는 젖이 잘 나오지 않는 체질이었고, 물리는 것도 싫어했다. 당연히 그는 비쩍 마른 체형로 자랐고, 성장하면서 왕성한 식욕을 보였다. 이를 알고 식사 장면을 다시 보면, ‘얼마나 서러웠으면 저럴까’라는 생각이 든다.
다리 장애로 인한 피로 축적도 의심된다. 오구리 캡은 선천적으로 오른쪽 앞발이 바깥쪽으로 휘어 걷는 게 불편했다. 목장주가 정성을 다해 관리해 경주마가 될 수 있었고, 현역 시절 대인기를 끈 이유에는 장애를 극복해 훌륭한 선수로 성장했다는 스토리도 있다. 장제사와 의사의 치료에 잘 따랐다는 걸 보면, 다리 때문에 힘이 많이 든 건 확실해 보인다.
스페셜 위크는 현역 시절 체중 관리가 힘들었던 걸 반영했다. 운동선수와 마찬가지로 경주마는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기 위한 적정 체중이 있다. 하지만, 스페셜 위크는 조교사가 이를 알아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전체 경력 17전 중 12번째 경기인 천황상(봄)을 앞둔 시점이었는데, 대부분의 레이스를 과체중 상태로 달린 셈이다.
아쉽게도 메지로 맥퀸은 어쩌다 단맛 광이 됐는지 찾을 수 없었다. 조교사에 의하면 당근을 좋아하는 평범한 입맛이라고 한다. 이에 다른 이유를 찾아보았는데, 실제 말도 우마무스메처럼 대외적으로는 멋진 모습이지만, 사실은 장난기 많은 어리광이 많은 장난꾸러기였다고 한다. 아마도 어린이가 좋아할 만한 음식으로 과자를 엮은 건 아닐까? 음, 이번 주 공커 위클리의 투표 주제로 좋은 소재가 될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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