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7세기 경, 진(秦)나라 목공(穆公)이 말의 상(相)을 잘 보는 명인 백락(伯樂)을 불렀다.
말의 상(相)을 한번에 알아본다는 백락일고(伯樂一顧)
백락은 천상의 말을 관장하는 별, 또는 신선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 날 목공이 그를 부른 것은 말의 상을 보는 사람을 증원하려고 그 후보자 천거를 부탁하려 함이었다.
당시 중국은 춘추시대였다. ‘중국’은 중원에 있는 여러 나라들을 뜻하는 집합명사다. 반드시 통일된 단일 국가를 지칭해 온 것은 아니다.
목공이 물었다. “자네 문중에 말의 상을 잘 보는 사람이 있는가?” 백락이 대답했다. “제 자식들 중에는 양마(良馬) 정도는 가려낼 능력이 있는 놈이 있습니다마는 천하의 명마를 볼 눈을 가진 애는 없습니다. 그런 능력은 가르쳐서 생기는 것이 아니고 타고 나야 합니다.
제 친구 중에 구방고(九方皐)라는 자가 있는데 몹시 가난하지만 말의 상을 보는 데는 저에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목공이 구방고를 불러 명마를 구해 오라고 명령하였다. 석달 후에 그가 복명하였다. “찾아서 데리고 왔습니다. 지금 모래언덕(사구; 沙丘)에 있습니다.” 목공이 물었다. “어떤 말인가?” 구방고가 대답했다. “털이 누런 암말입니다.”
급히 사람을 시켜 말을 데리고 왔다. 본즉 검은 숫말이었다.
모래언덕에 다른 말은 없었고 그 말 한 마리뿐이었으므로 혼동하였을 리도 없었다.
목공이 백락을 불러 도대체 암말과 숫말도, 검은 말과 누런 말도 구별 못하는 사람이 무슨 명마를 찾아 낼 수 있겠느냐고 힐문하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백락은 하늘을 우러러 보며 차탄하였다.
“아, 그 자가 여기에까지 이르렀는가. 그렇다면 나를 포함하여 그 아무도 그에게는 미칠 수 없겠구나. 그가 보는 것은 천기(天機)다. 그 정(精)을 얻으매 그 조(粗)를 보지 않는다. 그 안에 있어 밖은 잊는다. 보아야 할 것만 보고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은 보지 않는다. 그는 말을 보는 것이 아니라 말 이상의 어떤 것을 보고 있구나. 그런 경지라면 암수나 색깔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백락이 아니었다면 구방고는 말의 암수도 모르고 색깔도 못 보는 엉터리 말 관상가로 우스개 소리 깜이나 되었을 것이다.
무슨 일에든 구방고가 제노릇하려면 우선 백락부터 갖추어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