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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김승한 군이 파주 지역신문의 청탁을 받아 쓴 글입니다. 그와 이종태, 박흥열, 장병두들과 제가 어울려 노는
독수리 오형제 떼톡방(단체 카카오톡)에 소개된 글과 답글들을 그들의 양해를 얻어 옮겨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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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 노랫말
김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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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에 제가 재직했던 회사 주최로 “나훈아 콘서트”를 연 적이 있었습니다.(포항 MBC 사장 재직 시절임: 편집자 주)
거액의 계약을 했던 터라 지역 관객이 얼마나 모일까 내심 걱정했었으나 두 차례 공연 티켓이 모두 매진될 정도로 대성공이었습니다. 콘서트를 마치고 나훈아 씨와 저녁을 함께 한 자리에서 대략 다음과 같은 얘기가 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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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로, 잡초, 홍시, 영영... 이런 노래는 직접 작사 작곡을 해서 더 호소력이 있는 것 같아요. 작사, 작곡 중 어느 쪽이 더 어렵습니까?”
“작사가 훨씬 어렵지요. 어떤 노랫말은 2년, 3년 걸려 쓰기도 하니까요.”
“예? 그렇게 오래 걸리나요?”
“공(空)이라는 노래의 가사는 10년 넘게 이리고치고 저리 고쳤어요. ‘살다 보면 알게 돼. 일러주지 않아도. 너나 나나 모두가 어리석다는 것을...’ 이렇게 시작되는 노랫말이지요. 별거 아니지만 그렇게 오래 걸렸습니다. 겨우 가사가 완성되면 작곡은 얼마 안 걸립니다. 어떤 곡은 5분 만에 만들기도 하지요.”
“아니 5분 만에 작곡을 한다고요?”
나훈아 씨의 말은 뜻밖이었습니다. 그는 작사가 어려운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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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스스로 진심에서 우러나오지 않으면 그 노랫말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진심을 갖고 쓴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 헤어지는 연인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심정으로 쓴 게 ‘이미 와버린 이별인데 슬퍼도 울지 말아요...”로 시작되는 ‘무시로’였다. 그 노래도 나름대로 가사가 절실해서 히트했다고 본다.
둘째. 들으면서 단번에 공감해야 한다. 그러려면 쉽고도 사무치게 표현해야 한다. 재능이 부족한 자신은 수십 번, 수백 번 고친다. 노랫말을 시(詩)라고 한다면 좋은 시 안에는 이미 멜로디가 들어 있다. 그 멜로디를 끄집어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게 작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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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 얘기를 듣고 나훈아 씨, 당신은 가수 이전에 ‘시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날 나훈아 씨는 노래 외에 국내 정치에 관해서도 여러 의견을 말했는데 그 식견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대중가수라는 선입견과 이런저런 스캔들이 기억 속에 있었던 탓이겠지요. 그는 공부가 부족하다는 걸 절감하고 노자 도덕경을 공부하고 있으며, 시사 잡지도 틈틈이 읽다 보니 국내 정치 행태에 관심이 많아졌다고 했습니다. 그 당시 인근 지역에는 시(市 )에서 내 건 현수막과 표지석이 곳곳에 널려 있었는데 구호가 “바르게 살자.”였습니다. 어른 키만 한 돌덩이에다 ‘바르게 살자’를 검은 음각으로 새겨 놓기도 했습니다.
나훈아 씨가 오다가 그걸 봤던 모양입니다.
“아니 이 도시가 범법자들만 사는 것도 아닌데 바르게 살자? 심부름꾼인 공복을 자처하는 공무원의 자세가 이럴 수가 있나요? 저 같은 일개 가수도 수백 번 고심하며 노랫말을 짓는데, 시민 세금을 받는 공무원들이 시민을 향해 이런 구호를 내 걸다니요.” 대략 이런 요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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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관공서나 기업체에서 내건 구호나 캐치프레이즈를 유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작년 말, 경남의 향토 기업인 간장 회사 명예 회장이 운전기사를 노예처럼 학대했다가 전국적인 분노를 산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회사 사훈은 ‘사원을 가족처럼’이었습니다. 진심이 한 오라기도 들어있진 않은 허황된 말장난이었습니다.
반면 국민적인 존경을 받는 기업도 있습니다. 유일한 박사가 1926년에 세운 유한양행은 ‘정직과 신뢰’를 모토로 삼았습니다. ‘유한양행 약품은 믿을 만하다.’는 평판이 널리 퍼졌습니다. 수익이 크게 오르자 100% 지분을 갖고 있던 유 박사는 52%를 사원에게 넘겼습니다. 그게 1939년의 일이었으며 한국 최초의 종업원 지주제로 기록됐습니다. ‘유한양행의 궁극적인 주인은 약품을 믿고 써 준 사회이다.’라고 그는 말해왔습니다.
1971년 타계할 때 그는 전 재산을 교육 사업에 기부한다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지금도 사원들은 ‘정직과 신뢰’를 평생 실천하고 떠난 창업주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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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국회의원 선거가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유권자들을 향한 후보들의 거창한 구호와 캐치프레이즈가 난무하겠지요. “파주를 행복도시로 만들겠다.” “오로지 파주 시민을 섬기고 봉사하겠다.” 등등..
그럴싸한 슬로건을 그대로 믿어야 할까요? 나훈아식으로 감별한다면 그 구호가 진심인가 말장난인가를 우선 따져 봐야 합니다. 후보 자신이 불행한 전력이 있는데 어떻게 행복도시를 만들겠으며, 평소 그림자도 안 비치던 인물이 갑자기 무슨 봉사 정신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후보들의 과거 삶과 행적을 대략 살펴보면 오늘 그들이 하는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 대략 답이 나오겠지요. 노랫말이나 기업의 모토나 선거 구호나 요체는 진심인 것 같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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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태 답글:
이 글이 지역신문인 파주타임스의 원고 청탁을 받아 쓴 걸로 알고 있다. 선거철을 맞아 지역 언론의 시류에 딱 맞는 글 같아서 재미있게 읽었다. 에피소드로 나훈아 같은 대중가수가 작사하는 데에도 그렇게 심혈을 기울이는데 하물며 공약을 세우는데 허풍선을 경계하자는 시의적절한 내용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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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남 답글:
국회의원이라 하면 주로 떠오르는 게 패거리 정치, 권모술수, 이전투구 뭐 그런 이미지들이다. 거기에 생뚱맞게 '진실성'이란 끈으로 나훈아를 매치시킨 아이디어가 기발하고 재미있다.
선거 때 후보들의 진심을 잘 살펴보자는 더럽게 재미없는 주제에, 누구나 확 땡길 수밖에 없는 나훈아를 접목시켰으니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오는데도 성공하겠다. 굿..
파주타임스 실리기엔 좀 아까우니 최소 강서 화곡뉴스 정도로 격상시켜 게재하심이..
글 읽다 보니 50여 년 전 일이 떠오른다. 수유리 근처를 승한이와 걸으며 내가 당시 유행하던 클리프리차드인가의
You are the reason, I don't sleep at night...을 흥얼거렸다. 승한이가 내게 묻데.
"야, 잘 만들어져서 뜨는 노래와 그렇지 않은 노래가 있는데, 노래에서 곡이 중요하냐 가사가 중요하냐?"
내가 곡보다는 노랫말이 대중의 가슴에 파고드는 호소력이 더 강할 테니 가사가 중요할 거라 했지. 승한이가 이러데.
"에이..곡이 중요하지. 팝송은 가사의 뜻도 잘 모르면서 우리가 즐겨 부르잖냐. 멜로디가 좋아서 그런 거지.. "하더라.
그의 말을 듣고 나도 그렇겠네..하며 수긍했다.
실은 그때 무식한 내가 reason을 리존으로 발음하며 흥얼거렸던 거야. 걔가 대놓고 면박을 주지 못하고 에둘러 그 얘기를 꺼냈었나 봐.
예전엔 다 그리 순진하고 착했었지. 지금이라면 바로 원점 타격 면박이 날아올걸.
"야 이 무식한 놈아. 리존이 뭐냐 리존이..차라리 레아존이라 해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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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한 답글:
터무니 없는 가사인데도 내용 안 따지고 불렀던 쌍팔년도 고무줄노래...
넝너너구리의 붕알은
바람도 안부는데 털레털레..
........중략...
전차에 깔려서 납짝쿵
그의 아버지가 나와서
육군사관학교 꽃다발
..그때 간첩이 이 노래 만들어서 돌렸나? 거의 난수표 수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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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열 답글:
음~ , 위의글을 공학적으로 분석하면 우리의 삶은 각자의 열매로 평가되는 바,
'그 열매로 알찌니' 라는 예수님 말쌈이 한마디도 안 틀린다. '내가 지금이라도 올바르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군.
옛날, 쫑태와 내가 인왕산 떠나가라 cotton field 로 목청을 높이다가, 2차로 You are the reason, I can't sleep at night를 불렀지.
어느날, 광화문에서 당구 한 큐 돌리고 청와대 쪽 집으로 걷다가 양키를 만난거야.
그의 앞에서 조탱이와 함께 "you are the reason I can't sleep at night. " 하고 불러댔지.
한참 부르다 보니, 미국 앤 줄행랑 놓은지 오래 됐고, 우리의 하늘 허공엔 "you~~ night" 만 남아 있더군.
40년도 훌쩍 지난 지금, 봄비 부슬 부슬 내리는 잠 못이루는 시애틀에서, 종태를 비롯해 승남 승한 병두너희들 생각에 초코렛 모카 한잔 타서 이 아침을 달랜다.....
' You are the reason, I can't sleep at night~, ~~~'
첫댓글 좋은글 소개해줘 감사,
승남아, 이 글을 칼럼으을 넘겨도 될까?
카페지기
아 물론..글의 종류와 성격에 맞게 방을 배분하는 거야 카페지기의 권한이겠지. 근데 다음을 위해 무슨 글은 어디에 올려야 하는지 각 방의 용도를 좀 알려주시길..
글을 올리는 건, 당연히 쓰는 사람 맘대로 방을 선택할 수 있지요, 카페지기라도 맘대로 못해.
자유계시판은 말대로 우리들 이야기의 특정 방에 속하기 어려운 모든 이야기가 적용되는 방이고, 칼럼이나 발길따라는 말 그대로 글쓴이의 생각이나 여행담을 옮긴 글이랄까.
좌우간 윗글은 칼럼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고, 칼럼에 지난 9월부터 글이 안올라와 해본 소리다.
예전에 알았다면 비례대표로 천거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