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여행을 하기에 조금은 불안한 지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연을 찾는다. 여기에 선선한 날씨와 더불어 산이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어 가는 가을은 자연을 즐기기에 그만인 계절이다. 이런 흐름으로 우리 부부 또한 강원도 홍천을 찾았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강원도이면서 때묻지 않은 자연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강원도 홍천에 있는 홍천강은 서석면 생곡리에서 발원하여 청평호로 흘러들어가는 강으로 수심이 낮고 강 유역이 넓은 편이다. 그 덕분에 보트, 제트 스키와 같은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과 더불어 어종이 다양하고 풍부하여 낚시로 유명한 구간이 있다. 그래서 사시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홍천강의 발원지를 찾아, 우리는 미약골을 찾았다. 이곳의 이름은 바위들이 아름다운 형상을 이루었다는 뜻으로, 발원지를 따라 걷는 곳곳에 아름다운 풍경이 그득하게 이어져 있어 트레킹하기 좋은 곳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15년간 휴식년제를 가졌던 이곳은 2012년에 개방되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는 이들을 모으고 있다.
미약골은 어떤 곳?
홍천 9경 중 3경으로 불리는 미약골은 그 옛날 이곳을 지나던 풍수가가 땅의 형세를 둘러보고 '삼정승, 육판서가 나올 자리'라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이름 따라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선녀탕, 아름다운 암석폭포, 매끈하고 둥그렇게 생긴 공룡알 바위, 아름답게 치솟은 촛대바위 등 아름다운 풍경이 곳곳에 즐비했기 때문이다. 또한 원시림 자연 생태계의 보고로 맑고 깨끗한 용천수가 샘솟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맑은 물은 400리를 흘러 북한산 청평댐으로 유입된다. 3경뿐만 아니라 나머지 홍천의 9경 또한 자연의 모습을 즐기기에 그만인 곳들이다. 1경 팔봉산, 2경 가리산, 4경 금학산, 5경 가령폭포, 6경 공작산 수타사, 7경 용소계곡, 8경 살둔계곡, 9경 가철봉 심봉약수를 보면 대한민국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많았나, 하고 감탄하게 된다.
미약골은 넓은 주차장이 있는 정문이나 테마공원 입구 둘 중 하나로 들어갈 수 있다. 이어 초급자, 중급자, 상급자, 이렇게 세 코스로 나누어져 있는데 정문에서 초급자 코스가 시작되고, 테마공원부터 중급 코스가 시작되며 상급자 코스는 암석폭포를 지나서부터 시작된다. 초급은 1.5km로 40분이 걸리며 중급은 3.1km로 1시간 30분, 상급은 5.5km로 3시간이 걸린다. 트래킹을 즐겨 하는 등산인들부터 가볍게 산책을 즐기려는 이들까지 모두 찾아가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다양한 아름다움과 다채로운 코스로 인기가 높은 미약골은 산불의 위험 때문에 입산 통제가 엄격한 곳이기도 하다. 애써서 찾아갔는데 헛걸음할 수도 있으니 가기 전 확인하는 편이 좋다. 봄철은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가을철은 11월 1일부터 12월 15일까지 입산이 통제된다. 또한 입구 출입도 제한하고 있는데 올해는 9월부터 테마공원에서의 입장을 금하고 있다.
10월 초, 미약골의 풍경은 여름의 싱그러움이 채 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슬며시 산의 색이 변화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테마파크로 이어지는 입구 대신 원두막을 연상케하는 문이 있는 정문을 통해 들어갔다. 이어서 뜻하지 않게 입구에서부터 밤송이가 우리를 반겼고,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와 더불어 수북이 쌓여있는 밤송이를 보며, 가을이 한 발짝 들어왔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흐뭇한 마음으로 걷는 동안 산 아래에 있는 배추, 무 밭도 만날 수 있었다. 초급 코스에서 아기자기한 즐거움을 느끼며 걸음을 재촉하다 보면 어느새 중급 코스로 들어서게 된다.
계곡의 아름다움에 빠지다
중급 코스의 시작은 테마공원과 연결된다. 시작부터 바닥에 돌이 깔려 있고, 쉴 수 있는 의자가 마련되어 있어 산이라기보다는 도시공원의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다. 초급코스를 걸어오느라 살짝 흘렸던 땀을 식히기 위해 의자에 앉아 풍경을 감상했다. 시원스럽게 흐르는 물소리가 마음을 잔잔하게 위로하는 기분이 들었다. 마음속까지 깨끗해지는 것을 느끼며,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중급 코스는 초급코스에 비해 난이도가 꽤 있는 편이다. 특히 계곡을 가로지르는 길이 많기 때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하느라 더 어렵게 느껴진듯하다. 그렇지만 중급 코스에 유명한 볼거리가 몰려있는 편이기 때문에 그냥 돌아갈 수는 없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계곡을 건너다보니 점차 주변의 풍경이 더욱 아름다워졌다. 햇빛에 비쳐서 반짝이는 초록빛 잎사귀들, 끊임없이 반짝이며 흐르는 계곡물, 바위에 피어난 이름 모를 이끼들, 자연스럽게 바위와 돌로 만들어진 계곡의 풍경에 감탄하며, 산을 오르는 기분은 퍽 상쾌했다.
여러 차례 계곡을 건너며 트레킹을 하던 중, 유명하다는 바위보다 우연히 만나게 되는 풍경이 더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특히 생각보다 암석폭포의 규모는 작은 편이기 때문에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정도다. 우리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계곡의 미려한 아름다움에 취해, 그 유명하다는 바위들을 그냥 지나다녔다.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는다. 산을 돌아다니며 느꼈던 상쾌함, 계곡마다 드러나는 다채로운 풍경에서 느낀 감동만으로도 이곳에 올 이유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도시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생물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계곡에서는 작은 물고기들이 노니는 것이 보였고, 땅 위에서는 자유롭게 누비는 뱀, 개구리를 만났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적어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체감할 수 있었기에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미약골 주변의 관광지들
계곡의 풍경이 다른 곳에 비해 뛰어나게 아름답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약골만 보고 가기에는 아쉽다고 생각하지 말 것. 미약골 주변에 독특한 관광지가 많기 때문이다. 홍천의 푸른 숲 11만 평에서 뛰노는 알파카들을 볼 수 있는 '알파카 월드', 당나귀를 만날 수 있는 '동키 마을', 국내 최초로 무궁화를 테마로 조성한 수목원인 '무궁화 수목원'을 비롯하여 수변 자연경관을 바탕으로 자연 친화적인 휴식공간을 즐길 수 있는 '수타사농촌테마공원' 및 '자연환경연구공원'이 있기 때문이다. 홍천 9경을 보며 이곳엔 볼거리가 자연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생각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천에는 이렇게 놀 거리가 풍성하다. 미약골은 그저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더 다양한 홍천을 즐기기 위해 자주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