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3권 2-24 2 석로釋老
24송심은상인送尋隱上人 귀고산시권歸故山詩卷 5首심은尋隱 대사를 보내어 옛 산으로 돌아가는데 그 시책詩冊에 쓰다
1
방랑형해자임편放浪形骸自任便 물질 밖에 방랑하며 이 몸 편한 그대로 맡겨
유시한와백운변有時閑臥白雲邊 때로는 흰 구름 가에 한가로이 눕기도 하고
장두도출삼천계杖頭挑出三千界 때로는 지팡이 끝으로 삼천 세계 튀겨 내기도 하며
안저탄회십이연眼底攤回十二緣 눈[眼]속에서 열두 인연 펴 돌리기도 하였네.
송탑좌래산월정松榻坐來山月靜 소나무 평상에 앉았으니 산달이 마냥 고요하고
석상정처계풍선石床定處桂風旋 돌 걸상 놓인 곳 계수 바람이 회오리치네.
무생약문환응착無生若問還應錯 생함도 없다는 것 묻는다면 되려 대답이 잘못될까?
상대망언이락편相對忘言已落偏 상대해 있으면서 말 잊었담 그건 벌써 편벽된 걸세.
►형해形骸 사람의 몸과 몸을 이룬 뼈.
►12緣
과거에 지은 業에 따라서 현재의 果報를 받으며
현재의 業을 따라 미래의 苦를 받는 12의 인연.
무명無明•행行•식識•명색名色•육처六處•촉觸•수受•애愛•취取•유有•생生•노사老死
►무생無生
1) 모든 法의 實相은 나고 없어짐이 없다.
2) ‘다시 미계에 나지 않는다’는 뜻으로 아라한阿羅漢 열반涅槃의 일컬음.
원효元曉는 <금강삼매경론>에서 무생無生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생겨나지도 않고 인증할 수도 없으니 마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허공에 형상과 위상이 없듯이 마음 역시 형상과 처소가 없다.
그러므로 ‘마음’이라고 하는 것이 한갓 이름일 뿐이다.
그러나 허공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듯이
마음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허공은 그 자체를 직접적으로 인식할 수 없고
허공을 점유하고 있는 사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인지된다.
마음 역시 생각이 일어날 때 마음이 있음을 알 수 있지만
생각이 일어나지 않을 때에는 마음이 인식되지 않는다.
마치 나무속에 불붙는 성질이 있지만 그 성질이 형상과 위치를 갖지 않는 것과 같다.
형상과 위치가 없지만 그 성품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마음도 그와 같이 본래 생겨남이 없고 또 사라짐도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2
벽산심처결모암碧山深處結茅菴 푸른 산 깊은 곳에 암자 한 채 얽었는데
암하징징만장담菴下澄澄萬丈潭 암자 밑엔 맑고 맑은 만길 깊은 못이로세.
행처란종운공거行處嬾從雲共居 가는 곳 되는대로 구름 따라 함께 가고
주시한여월동감住時閑與月同龕 머물 때엔 한가로이 달 아래 절 방에 함께 있네.
전다소실연생주煎茶小室烟生厨 차 달이는 작은 방엔 부엌인 양 연기 나고
채약원봉운만람採藥遠峯雲滿籃 먼 산에서 약 캐는데 들바구니엔 구름만 가득하네.
불이법문즘마인不二法門怎麼認 둘 아니란 法門을 어떻게 인식하나?
전삼삼여후삼삼前三三與後三三 저 앞에도 셋씩이요, 저 뒤에도 셋씩일세.
►징징澄澄 맑다. ‘맑을 징, 나뉠 등澄’
►불이법문不二法門 법法은 두 가지가 아니므로 법에 들어가는 門도 둘이 아니라는 말.
►란종嬾從 따르다
►‘감실 감龕’ 감실龕室(신주를 모셔두는 장欌) 절의 탑. 그릇
►‘대바구니 람(남)籃’
►불이법문不二法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절대의 경지.
분별·대립·차별·언어를 떠난 경지, 또는 그 경지에 대한 가르침.
적훤원불이寂喧元不二 고요함과 시끄러움은 본디 둘이 아니요,
정혜즉비타定慧卽非他 선정禪定과 지혜도 다른 것이 아닐세.
/<최항崔恒 증일본승贈日本僧>
►전삼삼前三三 후삼삼後三三 선가禪家 화두話頭
승한출곽심승거承閑出郭尋僧去 한가한 틈에 성문 밖의 중을 찾아가
시문전삼후삼어試問前三後三語 전삼 후삼의 말뜻을 물어본다.
/<이승소李承召 한도10영-장의심승漢都十詠-藏義尋僧>
문수보살이 무착에게 물었다.
“어디에서 왔는가?”
“예 남방에서 왔습니다.”
“남쪽의 불법은 요즘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말법시대라 그런지 비구들이 계율을 잘 받들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은 얼마나 되는가?”
“한 삼백에서 오백 명 정도 될 것입니다.”
이번에는 무착이 문수보살에게 물었다.
“이곳에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요?”
“성인과 범부가 함께 살고 용과 뱀이 섞여 있네.”
“그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요?”
“앞에도 셋셋, 뒤에도 셋셋 정도지.”(前三三後三三)
3
일신한의백운단一身閑倚白雲端 이 한 몸 한가하여 흰 구름 끝에 의지하나
암재허무적취란菴在虛無滴翠巒 암자는 허무한 곳 푸른 빛 떨어지는 뫼에 있네.
백조●화춘적적百鳥●花春寂寂 온갖 산새들 꽃 물고 오네만 이 봄은 그냥 적적하고
고원봉발월단단孤猿捧鉢月團團 외로운 잔나비 바리때 들었는데 달은 하늘에 둥글둥글
십년종적강호몽十年蹤跡江湖夢 십년 발길은 江湖의 꿈이요
천리행장운수반千里行裝雲水瘢 천릿길 행장에는 雲水의 흔적일세.
자도산중혼련세自到山中渾鍊洗 산중에 온 그 뒤로는 온통 세련되어서
이금갈음우기찬而今渴飲又飢餐 이제 와선 목말라 마시고 배고파 먹을 뿐일세.
►취란翠巒 푸른 산봉우리. ‘메 만, 메 란(난)巒’
●(임 구口)+(거느릴 어御)
►‘흉터 반瘢’ 흉터. 자국, 흔적痕跡. 주근깨
4
상인주처철관동上人住處鐵關東 철령鐵嶺 관문關門의 동쪽, 대사가 사는 곳
무수명산취애중無數名山翠靄中 수없는 名山이 푸른 아지랭이 속에 있네.
창해미망운담담滄海微茫雲淡淡 창해 바다 망망한데 구름은 담담하고
선산표묘일동동仙山縹渺日曈曈 신선 산은 아득한데 돋는 해 훤하네.
백운행여홍진격白雲杏與紅塵隔 흰구름 아득히 붉은 티끌과 막혀 있어
범안난규법계공凡眼難窺法界空 속된 눈으론 보기 어려워 법계의 空한 자릴.
욕각선심무가의欲覺禪心無可擬 선禪의 법칙 깨치려도 의지할 곳 없는데
추풍취단계화총秋風吹斷桂花叢 가을바람은 계수나무 꽃떨기에 불어오네.
►동동曈曈 동틀 때 해의 밝은 모양. 눈동자의 반짝이는 모양.
►법계法界 dharma-dhātu
① 현상 세계의 근본이 되는 형상이 없는 진리의 세계. 본체계, 허공법계.
나무의 가지와 잎을 현상계라고 한다면 뿌리를 본체계라고 할 수 있다.
형상 있는 현상세계는 형상 없는 법계에 근원하여 존재하게 된다.
② 일체의 존재를 六根ㆍ六境ㆍ六識으로 나누었을 때
의식의 대상이 되는 것 모두를 법계라 한다.
따라서 일체 법을 의미한다.
이 경우에는 현상세계로서의 법계와 진리세계로서의 진여ㆍ法性의 2가지 의미가 있다.
법은 본래 인간의 행위를 보존한다는 뜻을 지닌 말이나 불교에서는 모든 사물의 근원을 뜻한다.
특히 대승불교에서는 종교적인 본원을 의미하며
여기에 경계라는 의미의 ‘계’를 붙여 진리의 세계를 상징한다.
그래서 법계는 眞如와 동의어로 쓰이기도 한다.
진리 자체로서의 부처, 곧 법신불을 뜻하기도 하며
화엄교학華嚴敎學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세계를 뜻하기도 한다.
5
불견상인금수년不見上人今數年 대사를 못 뵈온지 이제 수년 되었더니
상봉풍운정의연相逢風韻政依然 만나니 풍치와 멋 그대로 여전하구려.
미모척기풍상환眉毛剔起風霜換 눈썹 빳빳이 일어선 風霜을 겪은 거요
극치완여세월선屐齒刓餘歲月旋 나막신 굽 닳고 남은 건 세월 돌아간 걸세.
북교남선혼잉어北敎南禪渾剩語 북교北敎니 南禪이니 이거 모두 객 적은 말
선미후오입고선先迷後悟入枯禪 먼저 잘못 뒤에 깨달아 고담枯淡한 禪 되었네.
종금부답천차로從今不踏千差路 천 가지 틀리는 길 이제부턴 아니 밟고
갱향벽봉심처안更向碧峯深處眼 푸른 산 깊은 곳 다시 들어가 잠자리.
►북교남선北敎南禪=남돈북점南頓北漸
혜능慧能(638-713) 문하의 南宗禪은 단박에 깨치는 돈오頓悟
신수神秀(?-706) 문하의 北宗禪은 점점 깨쳐 나가는 점오漸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