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와의 전쟁, 비둘기 알

[하승민]

딸 아이 방이다.

새벽마다 베란다 에어콘 실외기에 앉은 비둘기 울음소리가 시끄럽다.

극단의 조치로 8만원의 거액을 들여 버드스코라는 비둘기 퇴치용품을 사서 설치했다.

설치하기 위해 먼저 대청소를 해야 하는 데 비둘기 똥 치우느라 집사람이 고생했다.

철통 방어. 이제 아침 늦잠을 즐길 수 있겠다.

그러다가 한 켠 구석에서 비둘기 알을 발견했다.
이를 어쩌나 하고 보관하고 있는데

오늘 아침 그 알의 주인공이 나타나서 알을 찾고 있다.

전혀 대비하지 못한 실외기 아래로 등장해 허탈했고
더구나 첫 개시로 응가까지 싸질러 놨다.

그 자리에 비둘기 알을 다시 갖다 놓았다.

다시 나타나 가져갖음 하는데 걱정이다.
다시 와주길 바라다니... 헐~

알 가져가고 나면 저기도 막아야겠다. ㅠ.ㅠ

끝내 알은 가져가지 않았다.

옆면과 아래의 빈 공간은 비둘기가 앉지 못하게 스치로폼 박스로 막았더니
완전 대성공이다.

한 달 동안 비둘기 울음소리나 응가가 발견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