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래 <울타리 밖>
이해와 감상
[해법문학 현대시]
이 시에는 화자의 개인적인 정서보다는 고향 마을이 풍경이 전면에 드러나 있다. 화자가 그리는 풍경 속에는 고향의 소녀와 소년, 들길이 있으며(1연), 이 모든 것은 천연하다(3연). 즉 생긴 그대로 조금도 꾸밈이 없이 자연스러울 따름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울타리 안과 밖을 구분하지 않고 천연하게 화초를 심는 사람들이 사는 작은 마을이 있다. 그 마을에는 ‘잔광’, ‘별’과 같은 자연이 더 오래 더 많이 어우러진다(4연). 이렇듯 이 작품은 울타리의 안과 밖, 인간과 자연이 모두 천연하게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시어 하나로 독립된 연을 이루고 있는 3연의 ‘천연히’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 시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들길’과 ‘마을’은 인위적인 요소가 배제된, 그리하여 자연의 섭리에 따라 움직이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간에 대한 화자의 생각이 어떠한지는 드러나 있지 않지만, 마을의 모습이 무척 아름답게 그려진다는 점에서 화자가 이러한 상태를 소망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2023 수능특강 문학]
이 작품은 작가가 고향에서 만나는 여러 상황을 향토적 시어로 나타내면서 전통적 세계에 대한 지향을 드러내고 있다. 고향에는 소년과 소녀의 들길이 있다. 그 길은 아지랑이와 제비가 약동하는 생명의 활기찬 움직임이 있는 긍정적인 공간이다. 그곳에는 마을이 있는데, 이 마을은 ‘밤이면 더 많이 별이 뜨는’ 마을이다. 즉, 이 마을은 밤이나 낮에도 항상 행복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화자는 이러한 고향을 시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보여 주며 전통 세계에 대한 소망의 마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서정적, 향토적, 자연 친화적
주제 :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세계에 대한 소망 /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고향에 대한 그리움
특징
․주로 시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마을의 풍경을 묘사함으로써 회화성을 살림.
․동일한 연결 어미를 반복하여 다양한 소재의 동일한 속성을 부각함.
․하나의 시어로 독립적인 연을 구성하여 주제 의식을 함축적으로 제시함.
출전 : <강아지풀> 1975
작품 연구실 : ‘소녀’와 ‘소년’, ‘들길’의 유사성
‘소녀’와 ‘소년’은 ‘들길’과 함께 ‘고향’을 구성하는 요소로, 각각을 수식하는 내용을 볼 때 그 의미가 유사하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 그대로인 모습은 ‘낯이 설어도 사랑스럽다’는ㄴ공통적 속성으로 이어져 있다.
작품 연구실 : ‘천연히’의 역할
‘천연히’는 1, 2연에 묘사된 인간과 자연에 대한 요약적 결론이며, 4연에서 묘사하려는 인간의 마을과 자연에 대한 전제이다. 그러므로 3연은 1, 2연의 의미가 수렴되고, 4연으로 의미가 발상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작품 연구실 : ‘울타리 밖에도’의 의미
‘울타리’는 본래 안과 밖의 경계를 나타내는 역할을 한다. 이 시에서 ‘안과 밖’은 곧 인간과 자연이라는 두 개의 세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조사 ‘도’를 사용하여 울타리 안팎을 구분하지 않고 화초를 심는 마을의 모습을 부각한다. 이는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나타내며, 이러한 마을의 모습은 ‘잔광’과 ‘별’을 통해 아름답게 묘사되고 있다.
작품 연구실 : ‘박용래’ 시의 함축미
박용래는 대개 10행 내외의 단시를 주로 쓰는데, 기교를 거느린 비유법과 언어를 절제한 극도의 함축미가 두드러진다. 깍아 낼 대로 깍아 내 간결하기 이를 데 없는 언어의 경제도 놀랍지만, 그 안에 새겨진 토착적 정서는 시릴 정도로 선명하다. [중략] 그는 민요의 기본 구조인 언어의 반복과 병렬을 눈여겨 보고, 그것이 한국적 정한의 세계와 달관의 정서를 드러내는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 자기 나름으로 걸러 낸 민요의 어법을 시에 자주 살려 쓴다. (장석중 <1960년대를 눈물을 건너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