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시집을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동백나무가 웃다 [ 양장 ]
권영세 글 | 학이사어린이 | 2023년 07월 20일
[머리말] 시인의 말
돌이켜 보니
40여 년 나의 동시 쓰기는
조금씩 사라지는 동심을
회복하는 일이었습니다.
열 번째 동시집을
세상에 내어 놓습니다.
이 동시집을 읽는 모든 이들이
동심으로 영혼이 맑아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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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소통 회복 위로 치유의 동시
권영세 시인의 열 번째 동시집이다.
소통, 회복, 위로, 치유 4부로 나누어 동심으로 영혼이 맑아지기를 소망하는 동시를 담았다.
1949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나 자랐다. 1980년 창주문학상 동시 당선, 계간 [아동문학평론] 동시 천료로 등단하였다. 1981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동시 부문에 당선되었다. 동시집 『겨울 풍뎅이』, 『반디 고향 반디야』, 『참 고마운 발』, 『캥거루 우리 엄마』, 『우리 민속놀이 동시』, 『권영세 동시선집』 등과 산문집 『덩굴식물 만데빌라에게 배우다』, 민담설화집 『대가야의 얼이 서린 고령의 민담·전설』 등을 펴내었다. 대한민국문학상(신인 부문), 한국동시문학상, 대구문학상, 대구시문화상(문학 부문) 등을 수상하였다.
------------------------- 출판사 리뷰
소통과 회복
위로와 치유
동심으로 마음을 울리다
권영세 시인의 열 번째 동시집 『동백나무가 웃다』는 한 편의 동시가 불통을 소통으로 회복시키고, 상처 입은 가슴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위로와 치유가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을 담았다. 진솔한 마음으로 동시에 담은 일상은 동백나무의 웃음처럼 활짝 피어나 가슴에 흠뻑 스며든다.
외로움에 바지 끝자락을 꼭 잡는 도깨비바늘, 참았던 웃음을 터트리며 꽃을 피우는 동백나무, 사막에 오아시스를 불러온 전갈, 매일 누군가를 기다리는 행복한 바위, 답답한 날 별에게 받은 위로를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 철길처럼 나란히 가며 무거운 짐 함께 지고 살아가자는 마음까지. 문득 떠오른 시상으로 쓴 동시는 어린이와 어른, 모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밤하늘 빛나는 별들이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듯
나도 누군가의 시린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싶습니다.”
(57쪽, ‘위로의 별’ 중에서)
40여 년간 동시를 써온 시인은 단절을 소통으로 회복하는 매개체로서 동시 읽기를 주장한다. 복잡다단한 삶을 살아가다 보면 위로받고 싶은 일이 많다. 어떤 방식이든 소통과 회복, 위로와 치유로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일상을 회복한다면 다행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시인의 소망처럼 동시가 되살린 동심이 세상과의 갈등을 치유하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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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고양이 / 권영세
산책로에 커다란 초록고양이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있어요.
주변 풀들이 모두 사라진 건 초록고양이가 그곳에 자리를 잡고부터였지요.
고양이가 풀을 모두 뜯어 먹었느냐고요?
그건 아니에요.
고양이는 풀을 먹지 않거든요.
그럼, 왜 그러냐고요?
누가 그러는데요,
고양이의 동그란 눈을 보고 풀들이 모두 저절로 사라져버렸대요.
그걸 나보고 믿으라는 거니?
믿거나 말거나 맘대로 하세요.
하지만,
초록고양이가 노려보고 있는 그곳엔 지금 풀이 하나도 없는 건 사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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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닭이 없어지면 / 권영세
네 맘에 들지 않는다고
조급하게 그러지 마!
누구에게나
그럴 때가 있는 거야.
그렇게 다그친다고
달라질 건 하나도 없어.
이럴 땐 그냥 그대로
가만히 지켜보는 거야.
까닭이 없어지면 그땐
몰라보게 달라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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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친구 / 권영세
어릴 적 엄마 아빠와 헤어져 갈 곳 없는 너구리 한 마리 골목 하수구에서 산다.
이제 훌쩍 자란 너구리의 집은 하수구이다.
사람들 눈길 피해 종일 깜깜한 굴속에 숨어 지내다 혼자 사는 골목 안 집 할머니 손에 들려온 밥 냄새가 맨홀 뚜껑 틈새로 기어들 때면 얼른 모습 비친다.
한 번도 귀찮다 않고 꼬박꼬박 밥을 챙겨주는 할머니
“그래, 식구가 따로 있나. 한솥밥 같이 먹으면 식구지.”
할머니와 너구리는 지금 진짜 식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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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의 전설 / 권영세
여우네 숲속에서는
매일 물을 길어 올리는 펌프질 소리가 들렸어.
초대받아 온 사막의 전갈은 그 소리를 들으며
자기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잠시 잊곤 했어.
숲속에선 더위 먹은 숨결이 내려앉고
마음이 너무너무 편안해진 거야.
전갈은 나무들의 펌프질 소리를
어릴 적 엄마의 자장가처럼 들으며
숲속 여우네 오두막에서 낮잠을 즐기곤 했어.
여러 날이 지나면서 이제는 어떻게 하면
나무들을 사막으로 옮길까 하는 궁리를 하곤 했어.
드디어 사막으로 돌아가는 날
전갈은 수레에 어린 나무들을 가득 싣고 갔어.
그렇게 심은 나무들이 자라
지금의 오아시스가 되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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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처럼 / 권영세
서로 한 몸이 되는 것이
정말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딴 곳으로 눈길 돌리지 않고
늘 마주 볼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더 좋을지도 몰라.
더 가까워지지도 않고
더 멀어지지도 않고
나란히 가는 길에
무거운 짐 나누어 함께 지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더 좋을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