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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 가필의 회사. 휴게실. 아침
가필이 책상을 마주하고 동료직원과 인스턴트커피를 마시고 서 있다.
난감한 표정으로 가필을 바라보는 동료직원
동료 직원: 다음 달 인사이동 있어.
가필: 알아.
동료 직원: 요즘 우리 회사도 심상치 않아. 이럴 때 휴가신청을 한다는 건 너무 무모한
짓이야.
가필, 잠시 말이 없다가
가필: 자네는 아버지로서 자식에게 멋지게 보인 순간이 있었다고 생각해?
동료 직원: …….?
가필: 강한 남자가 되어 돌아올게.
동료 직원, 잠시 가필을 바라보다가.
동료 직원: 자네가 회사에 돌아올 때까지 내가 언제 아버지로서 멋있었는지 기억해 볼게.
두 사람, 마주 보며 씨익 웃으며 악수한다.
EXT. 남산 케이블카 승차장. 오전
가필이 양복차림으로 허겁지겁 케이블카 승차장에 도착한다.
승석과 수빈, 개중은 이미 도착해 있다.
수빈: (가필에게) 20분 지각이에요.
가필: 미안……. 차가 너무 막혀서…….
책을 보고 있던 승석이 말없이 일어나 케이블 승차권을 아이들에게 나누어 준다.
가필도 아이들 틈에 끼어 승차권을 받으려 한다.
가필 앞에 온 승석, 가필의 눈앞에서 가필의 승차권을 찢어버린다.
승석: 아저씨는 걸어서 올라와요.
아이들 키득대며 웃으며 유유히 케이블카에 올라탄다.
EXT. 남산 계단.
가필이 남산 타워에 까지 이르는 계단을 뛰어오르고 있다.
계단 끝이 아득하게 보인다.
케이블카가 정상을 향해 올라가고 있다.
헉헉대며 케이블카를 부러운 듯 바라보는 가필.
EXT. 남산 봉화대
추운 날씨여서 사람들의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벌써 도착해 각자 봉화대 하나씩 사이에 끼고 서울시 전경을 내려다 보고 있다.
개중이 사랑에 빠진 표정으로 노래를 흥얼거린다.
개중: 한 남자가 있어……. 널 너무 사랑한…….
그런 개중을 이상한 듯 바라보는 승석과 수빈.
마침내 가필이 헉헉대며 봉화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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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필이 윗도리를 벗고 몸에 달라붙는 내복차림으로 추위에 떨며 잔뜩 몸을 움츠리고 서 있다.
수빈: 두 손을 들고 만세 하세요.
가필이 얌전하게 손을 들어올리자 개중이 줄자로 가필의 가슴 사이즈를 잰다.
가슴 다음은 허리, 그 다음은 엉덩이……. 수빈은 수첩에 숫자를 적어 넣는다.
다음에 체지방 측정 기능이 있는 체중계를 가져온다.
기계에 수치가 나온다.
수빈: 오늘 시점으로 체중은 73 킬로그램. 체지방율 32퍼센트. 가슴둘레 95센티미터. 허리둘레 36인치. 엉덩이 둘레 98센티미터. 아저씨 키는 어떻게 돼요?
가필: 165 정도…….?
수빈: 태욱인 라이트 웰터급이니까 60에서 63.5 킬로그램 사이에요.
공정하게 같은 급까지 내려서 결전의 날을 맞이해야죠.
가필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돈다.
개중: 앞으로 매일 측정할 겁니다.
가필: 근데……. 태욱이랑 승석이랑 붙으면 누가 이길까?
개중: 글러브 벗고 뜨면 승석이한테 껨이 안돼죠.
근데 승석인 엄마랑 약속했데요. 고등학교 마칠 때까지 쌈 안하기로.
가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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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승석과 가필만 마주 서 있다.
가필은 잔뜩 긴장해 있다.
승석: 앞으로 지켜야 할 몇 가지 규칙을 알려 주겠어요.
첫째, 이제부터 난 스승이고 아저씨는 내 제자야. 그러니까 사부 간에 예의는 반드시 지켜야 해요.
가필: 알았어.
순간, 승석이 가필을 매섭게 노려본다.
가필: …….요…….
승석: 둘째, 앞으로 일체 질문 같은 건 하지 마. 훈련 도중 아저씨가 할 수 있는 말은 오직 하나 ‘네’밖에 없어.
가필: …….네…….
승석: 셋째, 사부가 제자한테 아저씨, 아저씨하면 이상하잖아.
그래서 앞으로 아저씰 ‘짱가’라고 부를거야.
가필, 흠짓 놀란다.
승석: 왜? 맘에 안들어?
가필: (씨익 웃으며) 아니..요
승석: 마지막으로 다시 묻는데…….맞으면 아프고, 때리면 괴로워. 그래도 할거야?
가필, 잠시 머뭇대다가
가필: 이미 결정했어…….요…….
승석: 기초가 뭐라고 생각해?
가필: …….?
승석: 기초란 필요 없는 걸 버리고 필요한 것만 남기는 거야.
지금 짱가 머리와 몸에는 쓸데없는 걸루 가득 차 있어.
가필: …….
승석: 당분간 기초부터 다질 거야. 오늘은 이상 끝!
승석이 이야기를 마치고 자세를 바르게 하고 가필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하지만 얼굴은 가필을 바라보고 있는 상태이다.
가필이 그냥 가만히 있자 허리를 굽힌 상태에서 가만히 가필을 바라보는 승석.
그제야 샐러리맨 특유의 자세로 45도 각도로 황망히 고개를 숙이는 가필.
이때 승석이 가필의 뒤통수를 때린다.
가필, 영문을 몰라하며 승석을 쳐다보면
승석: 절대로 적에게 눈을 떼서는 안돼! 이소룡 영화도 안 봤어?
INT. DVD Shop. 저녁
가필이 DVD Shop에서 영화를 고르고 있다.
가필이 이소룡의 ‘용쟁호투’ DVD를 꺼낸다.
EXT. 버스 정류장. 저녁
가필이 지하철 게이트에서 나와 버스 정류장 쪽으로 걸어간다.
왠지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진다.
버스 정류장에는 벌써 샐러리맨들이 줄을 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가필, 무슨 생각에서인지 정류장 15m 앞 즈음에서 문득 걸음을 멈춘다.
샐러리맨들이 가필을 바라본다.
잠시 생각에 잠긴 가필, 상의를 벗고, 넥타이를 벗어 가방 안에 쑤셔 넣는다.
그리고 그 자리에 서서 버스를 기다린다.
샐러리맨들은 그런 가필의 행동을 이상하다는 듯 바라본다.
잠시 후, 버스가 도착하자 샐러리맨들은 버스에 올라타기 시작한다.
줄을 서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탔지만 버스는 출발하지 않는다.
뚱뚱한 운전기사가 15m 전방에 서 있는 가필을 바라본다.
뭔가 당혹스런 표정이다.
잠시 후, 운전사는 포기한 듯 버스 문을 닫는다.
가필은 내려놓았던 가방을 들고 크게 숨을 들이쉰다.
버스가 서서히 출발하면서 천천히 가필을 지나친다.
동시에 가방을 끼고 가필이 달리기 시작한다.
버스가 멀리 사라져가지만 가필은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뚱뚱한 운전기사가 사이드 밀러로 그런 가필을 바라본다.
EXT. 가필 집 근처 버스 정류장. 저녁
숨을 헐떡이고 거의 휘청거리며 노란색 표지판이 있는 곳에 가필이 도착한다.
가필: 골인!
목표지점에 도착하자 가필은 무릎 위에 손바닥을 대고 허리를 굽힌 채 거친 숨을 고른다.
가필의 얼굴은 땀에 젖어 있지만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번진다.
가필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가 잠시 고민을 한다.
그리고는 담배를 쓰레기통에 버린다.
가필, 양복 상의에서 작은 수첩 하나를 꺼낸다.
달력이 있는 페이지를 펼치고 날짜에 빗금 하나를 긋는다.
INT. 가필의 집. 거실
늦은 밤. 가필이 거실에 불도 켜지 않고 헤드폰을 쓰고 TV 앞에 앉아 용쟁호투를 보고 있다.
EXT. 호수공원 광장. 오전
넓은 광장에서 사람들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뚱뚱한 운전기사가 벤치에 앉아 인라인을 타는 사람들을 부러운 듯 바라본다.
운전 기사는 인라인을 신고 있다.
용기를 내어 일어나보지만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한 채 미끄러져 넘어진다.
INT. 남산 케이블 카 승차장. 오전
양지 바른 곳에서 승석이 책을 읽고 있다.
승석 앞에 누군가 나타난다.
승석, 고개를 들면 가필이 바바리 코트를 입고 승석 앞에 서 있다.
가필, 바바리맨처럼 코트를 활짝 열면 코트 안에 노란색에 까만 줄무늬가 있는 이소룡 의상을
입고 있다.
가필: 안녕하삼~?
가필, 씨익 웃어 보인다. 그러나 승석의 반응은 썰렁하다.
승석: 나 먼저 갈게 계단으로 올라와.
제한 시간 10분. 시간 내 도착 못하면 다시 반복이야.
황급히 계단을 향해 달려가는 가필.
아지트
아지트에 아이들이 잔뜩 모여 있다.
커다란 탁자 위에 ‘O' 'X' 표시가 되어 있고 그 위에 아이들이 돈을 올려놓고 수빈과 개중이 테이블 의자에 앉아 아이들의 이름과 액수를 적고 있다.
남산 정상. 봉화대
양지 바른 벤치에 앉아 책을 보는 승석.
잠시 후, 가필이 거의 쓰러질 듯 비틀거리며 모습을 보인다.
가필, 숨이 넘어갈 듯 헐떡거리며 승석이 앉아 있는 벤치 앞에서 쓰러지듯 주저앉는다.
승석, 시계를 보며
승석: 7분 늦었어.
좌절하는 가필.
승석: 인간의 몸에는 세포가 얼마나 있는 지 알아?
가필,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가로 젓는다.
승석: 약 육십조. 아저씨는 지금까지 그 세포를 얼마나 사용했을까? 사용하지 않은
세포를 얼마나 남겨 두고 죽을 거야?
가필은 대답 없이 숨만 헐떡인다.
승석: 뭐해? 다시 내려가지 않고.
가필, 기를 쓰고 일어나 계단을 향해 어기적거리며 걸어간다.
그런 가필의 등 뒤에 대고 승석이 소리친다.
승석: 올라올 땐 산책로로 뛰어올라와. 제한 시간은 30분.
가필, 허둥지둥 계단을 향해 달려간다.
남산 산책로
경사가 진 산책로를 달리는 가필.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달린다기보다 흐느적거리며 간신히 발을 옮기는 수준이다.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그런 가필을 동정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멀리 벤치에서 책을 보고 있는 승석의 모습이 보인다.
마지막 죽을힘을 다해 승석을 향해 가는 가필.
승석, 그런 가필을 힐금 보더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핸드폰 카메라로 가필을 찍는다.
금방 쓰러질 듯 어기적거리며 달리는 가필의 모습이 핸드폰 카메라에 찍힌다.
INT. 아지트
수빈의 핸드폰에 메일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벨이 울린다.
수빈, 메일을 확인하면 승석이 찍은 가필의 사진이다.
수빈: 왔다!!!
수빈이 외치자 모여 있던 아이들 중 일부는 환호성을 지르고 일부는 실망한다.
남산
가필은 승석 옆에서 숨을 헐떡이며 늘어져 앉아 있고 승석은 편의점 봉투에서 이온 음료 패트를 가필에게 던진다.
가필은 단숨에 이온 음료를 벌컥이며 마셔버린다.
승석: 다리 뻗어봐.
승석이 벤치에서 일어나 가필의 다리를 뻗게 한다.
가필이 다리를 뻗자 승석이 가필의 다리를 맛사지 해 준다.
그런 승석을 가필이 바라본다.
승석: 그만 봐.
가필: 얼굴에 상처는 왜 생긴거야?
승석: …….
가필: 십칠 대 일로 싸울 때 다친 거야?
승석: 짱가 세계랑 내가 사는 세계는 달라.
가필: 수능 잘 봤어?
승석: 나 대학 안가?
가필: 왜?
승석: 가서 뭐해? 기껏해야 회사원 밖에 안 되는데.
가필: 회사원이 싫어?
승석: ……..
가필: 부모님은 뭐하셔?
승석, 다리 맛사지를 멈추고 가필을 냉정하게 바라보며
승석: 벌써 규칙 잊었어? 일어나 이제…….
가필: 끝난 거 아니…….에요?
절망적인 표정의 가필.
EXT. 공사장
겨울철이라 공사가 중단된 5층 정도 높이 건물 아래 서 있는 가필과 승석.
건물은 콘크리트 골조만 올라간 상태이고 3층에서 밧줄 하나가 내려져 있다.
승석, 늘어진 밧줄을 잡아 당겨 보이며
승석: 무슨 뜻인지 알지?
가필, 대답 대신 길게 한숨만 내쉰다.
승석, 마치 시범이라도 보이듯 밧줄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한다.
능숙하고 빠른 속도로 거뜬하게 3층까지 올라가는 승석.
승석: (가필에게) 올라와 봐.
가필, 어금니를 깨물고 밧줄을 잡는다. 그리고 숨을 멈추고 팔에 힘을 넣고 지면을 박차면서 있는 힘을 다해 밧줄을 끌어당긴다.
그러나 얼마 버티지 못하고 엉덩이부터 땅에 떨어진다.
잘못 떨어져 엉덩이를 붙잡고 때굴때굴 구르는 가필.
승석: 올라 올 때까지 계속 해.
승석, 3층에서 자리를 잡고 책을 펼친다.
Jump Cut To:
승석은 반으로 자른 드럼통에 장작불까지 피워 놓고 편안한 자세로 계속 책을 보고 있다.
가필은 밧줄을 잡고 버티다가 떨어지기를 몇 번이고 반복한다.
어느 새, 동네 아이들 몇 몇이 가필의 주변에 모여 가필이 떨어질 때마다 깔깔대며 웃는다.
마침내 완전히 탈진해서 땅바닥에 큰 대자로 뻗어 헥헥대며 숨을 몰아쉬는 가필.
이 때, 착하게 생긴 여자애가 측은한 표정으로 먹던 요구르트를 뻗어있는 가필의 머리맡에
놓는다.
가필: (헥헥대며) 고맙다…….
그제야 승석, 책을 덮고 밧줄을 타고 내려온다.
승석: 오늘은 이상 끝!
가필은 바닥에 누운 채 환호한다.
Jump Cut To:
가필과 승석이 마주 보고 서 있다.
승석: 밥은 꼭 집에서 먹어. 그리고 술은 당분간 금지.
가필: …….네…….
승석: 자, 그럼 내일.
승석이 이소룡처럼 인사를 한다.
가필도 한껏 폼을 잡으며 이소룡처럼 인사를 한다.
지하철.
가필, 지하철 라커룸에서 가방과 양복을 꺼내어 화장실로 들어간다.
EXT. 버스 정류장. 저녁
양복을 입은 가필이 지하철 게이트에서 나와 버스 정류장 쪽으로 걸어간다.
언제나처럼 버스 정류장에는 벌써 샐러리맨들이 줄을 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버스가 도착하고 샐러리맨들은 올라타고 가필과 버스의 대결이 다시 시작된다.
시작과 동시에 버스는 절룩거리는 가필을 남겨두고 멀리 사라진다.
INT. 가필의 집. 침실. 아침
가필이 잠에서 깨어나 일어나려 한다.
가필이 몸을 움직이는 순간 근육통에 짧은 비명을 지른다.
팔, 다리 어디건 움직일 때마다 고통스럽다.
가필, 침대에 앉은 채 스트레칭을 해 보지만 고통은 더 하기만 한다.
문 밖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내(V.O): 여보, 식사해요.
가필: 알았어. 지금 나가.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발을 내려 바닥에 겨우 선다.
그러나 한걸음 한걸음 움직일 때마다 고통이 밀려온다.
INT. 가필의 집. 주방. 아침
가필이 아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어기적거리며 간신히 식탁에 앉는다.
식탁 위에는 평소의 반찬과는 달리 야채 위주의 메뉴들이 식탁에 올라와 있다.
아내가 가필의 밥그릇을 식탁 위에 놓는다.
그릇에 반 정도의 양이다.
가필: (혼잣말처럼) 밥상이 좀 달라진 거 같네?
아내: 당신 요즘 살이 좀 찐 거 같아서…….
가필, 근육통이 생기는 바람에 힘들게 팔을 들어 식탁 위의 놓인 우유컵을 집어든다.
순간, 들었던 우유컵을 식탁 위에 떨어뜨린다.
당황하는 가필과 어이없는 표정의 아내.
EXT. 남산 산책로
경사진 산책로를 달리는 가필.
다리를 옮길 때 마다 짧은 비명과 함께 고통스런 표정을 짓는다.
달리는 폼은 어제보다 더 엉성하고 힘들어한다.
Jump Cut To:
마침내 기진맥진하여 승석이 있는 곳으로 쓰러질 듯 달려오는 가필.
승석, 어제처럼 가필의 모습을 핸드폰으로 찍는다.
INT. 아지트
여전히 아이들은 모여 있고 개중인 아이들로부터 돈을 거두고 있다.
첫 날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모여 있다.
잠시 후, 수빈의 핸드폰으로 메일이 도착한다.
승석이 촬영한 가필의 사진이다.
수빈: 왔다!!!
다시 희비가 엇갈리는 아지트.
EXT. 체력 단련장
가필과 승석이 마주 서 있다.
가필은 겁먹은 표정으로 승석을 바라본다.
승석: 오늘부터 점심 전까지 복근운동 오십 개. 팔굽혀 펴기 오십 개 야.
절망적인 표정의 가필.
Jump Cut To: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면서 간신히 복근 운동 스무 개를 채우는 가필
Jump Cut To:
부들부들 팔을 떨면서 팔굽혀펴기를 하는 가필.
가필: 열 여…….덜……. 열 아…….홉…….
가필이 그만 땅바닥에 얼굴을 박고 만다.
승석, 옆에서 느긋이 책을 보며
승석: 부수지 않고는 새로 만들 수 없어. 근육을 만들고 싶으면 일단 오래된 근육을
파괴해야해.
가필, 숨을 고르고 이소룡의 기압 소리를 내며 다시 팔굽혀 펴기를 시작한다.
가필: 서……..른 서른 하……..나……..
승석의 눈치를 보며 어물정 십단위를 하나 건너 뛰는 가필.
승석: (책을 보며) 첨부터 다시…….
죽을상의 가필.
Jump Cut To:
가필이 남산 계단을 뛰어 오른다.
부들거리는 허벅지를 붙들고 간신히 올라간다.
Jump Cut To:
공사 중인 건물에 늘어뜨려진 밧줄을 노려보는 가필.
승석은 여전히 3층에서 여유롭게 앉아 책을 보고 있다.
가필은 근육통 때문에 밧줄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바동거리다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는다.
가필의 주변에 어제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구경을 한다.
몇 번을 그렇게 애를 쓰다 포기하고 큰 대자로 뻗어버린 가필에게 어제의 여자 아이와 또 다른 남자 아이가 먹던 요구르트를 가필의 얼굴 옆에 놓아둔다.
INT. 다미의 병실 앞. 오후
누군가 조금 열려진 문 사이로 병실 안에 다미를 보고 있다. 가필이다.
병실에는 다미 혼자 침대에 누워있다.
병실 문이 조금 밖에 열려있지 않아 다미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자세와 방향을 바꿔가며 다미를 보려고 애를 쓰는 가필의 모습이 우스꽝스럽지만 애처롭게
느껴진다.
이 때 누군가 가필의 어깨를 툭 친다.
화들짝 놀라는 가필. 아내이다.
아내: 뭐 해?
가필: 아니……. 그냥……. 근처 지나가다가……. 다미는 어때?
아내: 그냥 그래.
아내, 잠시 가필을 바라보다가
아내: 들어가…….
가필, 잠시 머뭇거리다가
가필: 아니……. 그냥 갈래.
가필이 발걸음을 돌려 힘없이 걸어간다.
그런 남편의 모습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아내.
걸어가던 가필이 문득 걸음을 멈추고 아내에게 돌아온다.
가필: 조금만 기다려. 내가 다미를 데리러 올게.
아내: ……..
가필: 다미한테도 그렇게 전해줘.
아내: 응…….
가필, 다시 돌아서 걸어간다.
Montage
영화 ‘록키’의 힘찬 음악과 함께 가필의 트레이닝 과정이 몽따쥬 편집되어 보여진다.
장면 중간 중간에 수첩 속의 날짜에 빗금이 그어진다.
- 조금씩 힘차게 달리는 모습이 승석의 핸드폰 카메라에 찍히고…….
- 전송된 사진들을 보며 내기를 하는 아이들의 희비는 계속 엇갈리고…….
- 팔굽혀 펴기는 서른 개가 넘고…….
- 밧줄 타기는 중간까지 올라가고…….
- 쓰러진 가필의 머리맡에 놓인 요구르트와 과자는 점점 늘어나고…….
- 버스는 두 번째 정거장까지 따라붙고…….
EXT. 어느 공터
승석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수빈과 개중이 가필에게 달려들어 체중과 사이즈를 재고 있다.
수빈: 68 킬로그램. 체지방률 18 퍼센트.
개중: 우와! 보기에도 탄탄해진 거 같아요.
가필: (좋아하며) 정말?
수빈: 결전의 날이 정해졌어요.
가필의 얼굴에 웃음이 싹 가신다.
수빈: 2월 15일. 정확하게 앞으로 25일 후…….
가필, 긴장한 듯 숨을 한번 길게 들이쉬었다가 내뱉는다.
이 때, 멀리서 승석이 커다란 종이봉투를 들고 걸어온다.
Jump Cut To:
가필은 커다란 벽을 등에 두고 잔뜩 긴장한 채 혼자 서 있다.
맞은편 5~6m 앞에 아이들이 종이봉투를 들고 서 있고 그 옆에 승석이 고무공 하나를 들고
서 있다.
승석: 우선 반사 신경을 기르는 훈련을 시작한다. 공을 던질 테니까, 손을 사용하지
말고 피해.
승석이 공을 던지기 위해 손을 드는 순간,
가필: 잠깐!
멈칫하는 승석
승석: (짜증) 뭐야?
가필: 아직 마음의 준비가…….
가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고무공이 빠르게 날아와 가필의 얼굴 정면을 때린다.
가필,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감싼다.
승석은 벌써 두 번째 공을 들고 있다.
가필은 얼른 두 손을 방패처럼 세워 얼굴을 가린다.
승석: 손 내려.
가필, 하는 수 없이 손을 내리는 순간, 두 번째 공이 빠른 속도로 가필의 얼굴을 향해 날아
온다. 가필, 간신히 얼굴을 피한다.
안도하는 가필.
승석: 지금 공은 무슨 색깔?
가필, 기억을 더듬으며
가필: 파랑…….?
승석, 고개를 가로 젓는다.
승석이 세 번째 공을 집어 들고 던진다.
공이 승석의 손에서 떠나는 순간 가필은 공의 색깔을 확인한다.
그러나 공은 가필의 코를 강타한다.
가필의 코에서 피가 주르륵 흐른다.
가필, 코를 감싸며
가필: 빨강……..
승석: 색깔 맞추기 게임 하는 게 아니야. 한 가지에 집착하면 움직임이 둔해지는 거야.
개중이 티슈를 빼어들고 잽싸게 달려가 가필의 코피를 막아준다.
Jump Cut To:
가필이 콧구멍에 티슈를 쑤셔 박은 얼굴로 벽을 등지고 서 있다.
승석은 다시 공을 던진다.
이번에는 공이 가필의 눈두덩을 때린다.
가필의 코에서 티슈가 빠져나오고 다시 코피가 흘러내린다.
다시 개중이 티슈를 들고 가필에게 달려온다.
개중: 너무 심한 거 아냐?
개중이 유난히 가필에게 잘 보이려고 한다.
승석: 간다!
고무공이 가필에게 날아오고 또 다시 코에 정통으로 맞는다.
다시 개중, 티슈를 들고 가필에게 달려간다.
개중: 때린 데 또 때리냐. 치사하게…….
INT. 가필의 집. 욕실
가필이 웃통을 벗고 욕실 거울 앞에 서 있다.
어느새 가필의 몸에 근육이 드러난다.
여기저기서 제법 그럴 듯한 근육이 솟아난다.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보고 흐뭇한 웃음을 짓는다.
가필, 억지로 근육을 짜며 이소룡 흉내를 내본다.
Insert
Fade In 되면,
흰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하고 온 세상은 온통 흰색으로 뒤덮인다.
EXT. 남산 계단 앞
남산 계단에도 흰 눈이 소복이 쌓여있다.
나란히 서서 소복이 쌓인 눈을 바라보는 가필과 승석.
승석은 심각한 표정이고 그와 반대로 가필은 희죽 대며 좋아한다.
가필: 오늘은 좀 어렵겠는데…….요?
승석이 가필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EXT. 63빌딩 앞
승석과 가필이 63빌딩 앞에 서 있다.
질린 표정의 가필
승석: 설명 안 해도 알지?
INT. 63빌딩 로비
비상구 출입문 앞에 서 있는 가필과 승석
승석: 스카이라운지까지 30분 이내에 오면 내가 점심 살게.
승석은 가필을 남겨 놓고 엘리베이터 있는 곳으로 걸어간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가필에게 V자를 그려보이며 씨익 웃어 보인다.
INT. 63빌딩 비상계단
비상계단을 달리기 시작하는 가필.
30층 정도에 이르자 기진맥진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계단을 오르는 가필.
INT. 스카이라운지 로비
비상 출입구가 열리면 온몸에 땀이 흠뻑 젖은 채 가필이 나온다.
숨을 헉헉대며 승석을 찾는다.
승석이 로비 한 쪽에서 어린 여자애 앞에 쭈그리고 앉아 사이좋게 놀고 있다.
지금까지 승석과는 달리 천진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잠시 후, 아이의 부모가 아이를 데려간다.
승석, 뒤늦게 가필을 발견하고 시계를 보면서
승석: (놀라며) 대단한데?
가필, 헉헉대며 기대에 찬 표정으로 승석을 바라본다.
승석: 하지만 3분 늦었어.
가필, 실망한다.
승석, 이온 음료 패트를 가필에게 던지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려 한다.
가필: 밥은 내가 살게…….
INT. 스카이라운지
창가에 앉아 식사를 하는 가필과 승석.
승석은 푸짐한 스테이크이고 가필은 야채샐러드다.
스테이크를 먹는 승석을 가만히 보는 가필.
승석: 또 뭐야?
가필: 자넨 좋은 아빠가 될 거 같아.
승석: 왜 갑자기 감상적이 됐어?
가필: 언젠가 자네 아이들을 꼭 보고 싶어.
승석, 피식 코웃음을 짓고 고기를 씹으며
승석: 짱가가 그 때까지 살 수 있을까?
가필, 기분이 상해 인상을 쓴다.
승석: 농담이야.
승석, 창 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며
승석: (혼잣말처럼) 오늘 트레이닝은 좀 어렵겠는데……..?
가필: (좋아서) 그렇지…….?
이 때, 레스토랑 천정 여기저기에 설치되어 있는 TV모니터에서 '마운틴 듀‘ 광고가 나오고 장면 가운데 개썰매가 눈길 위를 달리는 장면이 보인다.
우연히 함께 그 장면을 보게 되는 두 사람.
두 사람의 얼굴에 희비가 교차된다.
EXT. 강변 산책로
아이들이 부르는 징글벨 노래 소리와 함께 커트되면,
카메라, 트래킹 하면서 산타 모자를 쓰고 징글벨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을 한 명씩 클로즈 업으로 보여준다.
아이들: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카메라, 빠져 나오면 아이들은 밧줄로 연결된 빨간 고무 대야에 한 명씩 타고 있고, 가필이
앞에서 밧줄을 메고 아이들을 끌고 달린다.
맨 끝 고무대야에는 승석이 타고 있다.
EXT. 거리. 오후
어느 새 눈은 그치고 가필과 승석이 거리를 걷고 있다.
가필은 털모자를 푹 눌러 쓰고 있다.
가필의 눈에 다 낡아 헤어진 승석의 운동화가 눈에 들어온다.
가필: 가다가 가게 있으면 운동화 하나 사자?
승석: 이건 운동화가 아니라 스니커즈라 하는 거야.
가필: 하여튼 내가 선물할게.
승석: 괜찮아. 내가 사면 돼.
가필: 그냥 그러고 싶어서 그래.
승석, 잠시 생각하다가
승석: 그럼 다른 아이들 것도 사줘. 아님 말구.
가필: (걱정) 몇 명이더라…….
승석: 내가 아는 할인점이 있어.
가필: 좋아.
EXT. 나이키 상설 할인 매장. 오후
상가 지역이 아니어서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한 상설 할인 매장 앞에 승석과 가필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승석: 늦네…….
가필: 먼저 들어가 고르고 있어.
승석: 안 추워?
가필: (가슴을 쫙 펴보이며) 시원한데 뭐.
승석, 피식 웃는다.
승석: 추우면 들어와. 품 잡다가 감기 걸리지 말고.
승석이 매장으로 들어가고 가필은 매장 앞에서 국민체조를 하며 몸을 풀고 있다.
이 때, 고등학생 몇 명이 매장 쪽으로 걸어오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 가운데 수빈의 모습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