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수리 영감님
김동규 177
오일 장날이면 사강 시장골목
농약방 옆 추녀밑에 자리 까는 영감님
메고 온 인생 밥그릇 내려 펼치신다
우산수선 신길이 톱수선 가위 칼 갈기가
영감님 직업이다
딸기코에 허름한 옷차림 하모니카 한곡조
할아버지 이 신좀 장 보고 올게요
알았어요 우선 막걸리부터 한잔하고
대폿집을 들락날락 얼큰한 김에
평생 갈던 솜씨로 씩씩 쓱싹
저물녘 비틀거리며 점방 걷어 메고
하모니카 불다 창을 부르며 집 찾아간다
수십 년을 같은자리에서 같은 일을 했으니
모르는 사람이 없이 모두 인사한다
두어 달 전부터 영감님이 안보이더니
어허 딸랑 콩 팔러 꽃가마 타고 가셨단다
첫댓글 [톱수리 영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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