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거운 레이스를 펼쳤던 연승 사나이들의 대결에서 원성진 9단(오른쪽)이 95수 만의 불계승으로 박민규 6단의 25연승을 막았다.
제1기 우슬봉조배 최종예선 4조
원성진, 박민규에게 95수 불계승
대단한 연승 기록을 가진 두 기사의 마주침. 원성진 9단은 2020-2021 KB국민은행 바둑리그에서 17전 전승을 올렸고 박민규 6단은 제3회 프로기사협회리그에서 17전 전승을 올렸다.
'퍼펙트 17연승'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던 두 기사이다. 17이라는 연승 숫자가 같은 것도 공교롭다. 무대가 다르고 '질'에서 차이는 있다. 바둑리그는 최강의 기사들이 총출동하는 대회이고 기사회리그에는 정상권 기사들이 거의 출전하지 않았다.
▲ '퍼펙트 사나이' 원성진 9단. 2020-2021 KB국민은행 바둑리그를 17전 전승으로 마무리했다.
폭풍질주로 뜨거운 조명을 받았고, 이들에게 향하는 관심도는 여전하다. 맞대결 전까지 박민규는 24연승을, 원성진은 6연승을 달리고 있기도 했다. 올해 전적은 박민규가 25승1패(승률 96.2%), 원성진이 15승3패(승률 83.3%). 승률 부문에서 박민규가 1위, 원성진이 3위.
4월랭킹은 원성진이 9위, 박민규가 26위. 원성진은 22위까지 떨어졌던 랭킹을 지난 2월랭킹에서 46개월 만에 10위권으로 재진입시켰고, 지난해 12월 제대한 박민규는 매달 랭킹을 끌어올리고 있다.
▲ '퍼펙트 사나이' 박민규 6단. 제3회 한국프로기사협회리그를 17전 전승으로 마무리했다.
그동안의 상대전적이 박민규의 3승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2014년, 2017년, 2018년에 1승씩 거뒀다. 대결 당시의 랭킹은 각각 8위와 63위, 11위와 38위, 15위와 31위로 박민규가 낮았다.
이목을 집중시킨 '퍼펙트맨' 간의 대결은 원성진 9단이 승리했다. 17일 오후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기 우슬봉조 한국기원선수권전 최종예선 4조 1회전에서 2시간 35분, 95수 만에 불계승했다.
▲ 원성진은 20일 만에, 박민규는 10일 만에 공식전에 나섰다.
박민규에게서 치명적인 착각이 나오면서 단명국으로 끝났다. 실수한 장면에서 연신 머리를 쓰다듬어면서 착점을 이어가지 못했다.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어찌할 수 없자 계시원을 향해 사인을 보냈다. 원성진은 21분 21초를, 박민규는 3분 40초를 남겼다.
"중반까지는 잘 어울리며 5대5 승부로 흘러갔다. 그 후 상변과 좌중앙 전투에서 원성진 선수의 수읽기와 판단력이 좀더 돋보인 판이 아닌가 한다"는 최명훈 해설자의 총평. 원성진 9단은 "만만치 않다고 계속 생각했는데 때이른 좌상 승부처에서 백에게 기회가 있었을 것 같은데 마지막에 착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원성진 9단이 박민규 6단을 상대로 3연패를 끊는 첫승을 올렸다.
1월 18일부터 석 달 동안 이어져 왔던 박민규 6단의 연승 숫자는 24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원성진 9단은 승자전으로 올라갔고 박민규 6단은 패자조로 내려갔다.
신설기전인 우슬봉조배는 1차예선→2차예선→최종예선→본선→우승 및 순위 결정전 단계로 진행된다. 최종예선은 2차예선을 통과한 12명과 랭킹 3~10위가 5개조의 더블 일리미네이션으로 본선 진출자를 가리는 관문이다. 각조의 1ㆍ2위가 본선리그에 진출한다.
▲ KB리그 MVP를 놓고 신진서 9단과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다.
▲ 올해 2패째를 당하면서 24연승이 중단됐다. 복기하는 모습에서 상당히 비관했던 것 같은 느낌.
▲ "목표는 더블 일리미네이션을 통과하고 나서 생각해 보아야 될 것 같다. 아직 우승까지 노리거나 하기는 어렵고 한 판 더 이겨서 최종예선을 통과하고 싶다. 김지석 선수와 대국한 지가 오래 되어서 두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