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리제이션 (medicalization)
- 요즘 사회학(社會學) 용어로 떠오른 '메디컬 리제이션'에 대하여 -
나이가 들어가면서 특별한 이상은 잡히지 않는데, 검사만 자꾸 늘어나고,
평생 병원 신세 안 질 것 같던 자신감은 사라져가고
사소한 신체 문제도 죄다 질병으로 여기며 '병원 의존형' 사람이 되는 것,
이를 새로운 사회학 용어로 '메디컬 리제이션(medicalization)'이라고 일컫는다.
"모든 증상을 치료 대상이라 생각하며 환자로 살아가는 것"이다.
노령화 진입 초기에 흔히 볼 수 있는 심리적 현상이고,
고령화 시대에 일반화된 사회적 현상이다.
노화의 징후로 어차피 나타나는 다음의 증상들은
대개 병(病)이 아니다.
나이 들면 호흡에 쓰는 근육과 횡격막이 약해진다.
허파꽈리(肺胞)와 폐 안의 모세혈관도 줄어간다.
가만히 있어도 예전보다 산소가 적게 흡수되어
평소보다 움직임이 조금만 더 커지거나 빨라지면 숨이 찬다.
이건 질병이 아니다.
체내 산소량에 적응하면서 운동량을 조금씩만 늘려가도
숨찬 증세는 개선된다.
같은 이유로 기침도 약해진다.
미세먼지 많은 날 기침이 자주 나온다는 호소는 되레 청신호다.
기침은 폐에 들어온 세균이나 이물질을 밖으로 튕겨 내보내는
청소 효과가 있는데, 그런 날 기침이 있다는 것은 호흡 근육이
제대로 살아 있다는 의미이다.
만성적 기침이 아니라면 병원을 찾을 이유가 없다.
고령에 위장은 움직임이 더디고,
오래된 속옷 고무줄처럼 탄성도 줄어서
음식이 조금만 많이 들어와도 금세 부대낀다.
담즙 생산이 줄어, 십이지장은 일감을 처리할
연료가 모자란 셈이니 기름진 고기의 소화가 어렵다.
젖당 분해 효소도 덜 생산돼 과(過) 한 유제품 섭취는
설사(泄瀉)로 바로 이어진다.
대장(大腸)은 느릿하게 굼뜨져서 식이섬유 섭취라도
줄면 변비가 오기 쉽고, 막걸리라도 좀 마셨다 하면
어김없이 아랫배가 사촌이 논 살 때 마냥 슬슬 아파온다.
이런 불편들은
고령(高齡) 친화적 생활 습관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위가 더부룩하면 연한 음식과
소식(小食)으로 습관을 바꿔가면 된다.
또한 고령의 상실감이나 서운함이 밀려올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런 증상들은 마음먹기에 따라 病이 되기도 하고
아니 되기도 한다.
따라서 사고(思考) 전환이 권장되지 치료가 꼭 필요한 게 아니다.
가령 양귀비(楊貴妃)가 옆에 바짝 붙어 있는데도
한창때 같았으면, 천방지축으로 기고만장했을 '똘똘이'가
기침(起枕) 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으면,
'아! 자손을 번식시킬 의무가 끝났구나'라고
수긍하면 병(病)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끝난 의무를 치료 대상으로 여겨서 의사나 약 등에
의존하여 억지로 더 질질 끌게 되면 병(病)을 만드는 것이 된다.
다른 한편으로, 노화 현상을 모르거나 간과하면
노년의 건강에 해(害)로 울 수 있다.
나이 들면 음식을 삼킬 때마다 인후가 기도(氣道)
뚜껑을 닫는 조화로움이 둔해진다.
노인들이 자주 사레들리는 이유다.
노년의 골 감소증은
어느 정도는 숙명인데, 목뼈에 골다공증이 오면,
자기도 모르게 머리가 앞으로 쉽게 숙여진다.
이는 기도(氣道)를 덮는 인후를 압박한다.
아무 생각 없이 한 입에 쏙 들어가는 기름 바른 인절미나
조랑 떡이 입에 당겨, 소싯적(少時的)처럼 한 입에
냉큼 삼켰다간 기도(氣道)가 막혀 사달이 날 수도 있다.
불필요(不必要) 한 藥 복용이나
무심코 건네받은 건강 보조 약물이 몸을 그르칠 수도 있다.
얼마 전부터 생명공학(生命工學)이나 의학(醫學)의 연구영역과는
별도로 사회학자들이 고령화(高齡化) 시대의 사회문제로써
이런 현상들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위에 열거된 노령화(老齡化) 패턴 등을 이해한다면
"medicalization", 즉 '증상이 있으니 나는 환자이고
따라서 藥을 먹어야지' 또는 '몸이 한창때하고 많이 달라,
약을 처방받아야 해'라는 생각을 상당히 떨쳐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여러 증상에 적절히 순응하면서 다스려가거나,
하다못해 무거워진 몸을 자주 움직여 주기만 해도 마음까지
한결 가뿐해질 수 있다.
'늙어 가는 것'과 '아픈 것'은 비슷해도 다른 것이다.
뻔한 얘기가 생소하게 들린다면,
우리 벗님네들은 난생처음 늙어 보기에 신체의 노화(老化) 증세를
모르고 살아왔고, 노화(老化)와 질병을 구별하여 배울 기회나
필요가 없었던 까닭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이가 나이인 만큼 지병(持病) 한두 개쯤 있다면
섭리로 생각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Escape from medicalization! (의료화에서 탈출하라)
medicalization으로부터 벗어나 가물가물해진 생기(生氣)도
다시 북돋우고, 숨어버린 낙(樂)을 찾아내
'내 나이가 어때서~'라고 정도껏 즐겨도 될 일이다.
(탁구 등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스스로를 죽음으로 불러들이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고
살아 숨 쉬는 것 자체가 生의 환희 아니던가?!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더라도 살아있는 人生은 즐거운 것이다.
가족이나 他人에게 서운한 마음이 있더라도
그 책임은 나의 몫이라고 생각하자.
한번 가면 다시 못 올 인생인데 가는 그날까지 움직이며
보람샘이 마르도록 꿈을 찾아, 열심히 행복하게 살아갑시다.
- 좋은 글 중에서 -